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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905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1.27 00:29
조회
347
추천
11
글자
5쪽

42. 놓쳐버린 버스?

DUMMY

조철용이 복귀하면서 그동안 강은수 때문에 밀렸던 일들을 모두 처리했다. 물론 일정에 맞추느라 어제까지 매일 야근을 했지만 강은수 같은 사람을 다시 보지 않게 된 것은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뭔가 이상하다. 이상하게 사무실이 허전한 것이 뭔가 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 어디 갔지?’


선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자리를 보니 컴퓨터도 꺼져 있고 의자도 퇴근 때처럼 책상 밑에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사내 인트라넷을 열어보니 월차 휴가자 명단에 진선미가 있다.


“고과장님. 선미씨 휴가 냈어요?”

“네. 집에 일이 있다고 어제 퇴근 하면서 냈어요.”


집이라면 과수원? 대체 무슨 일이지? 여간해선 휴가를 내는 일이 없던 선미가 주말을 앞둔 금요일 날 휴가를 냈다면 큰일이 분명하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문득 어제 오후에 선미가 전화를 받는 동안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어디라고? 내일 저녁 7시? 알았어. 한번 만나볼게.”


하지만 오늘은 불금, 퇴근 후에 만나면 될 텐데 굳이 휴가를 낸 것을 보면 천안 집에 간 게 분명하다. 그러면 천안에서 누굴 만나는 걸까? 순간, 슬슬 불길한 생각이 고개를 든다. 아무래도 선을 보러 갔을 확률이 크다. 이때 모처럼 모습을 나타낸 미호가 그렇지 않아도 불길한 가슴에 비수를 꽂듯이 한마디 뱉어낸다.


“하얀씨. 선미 휴가 냈다며?”

“네. 집에 일이 있대요.”

“일은 무슨. 며칠 전부터 엄마하고 밀당하더니 결국 선보러 갔네.”


가슴이 철렁하면서 머릿속이 하얘진다. 어째서 나쁜 예감은 이리도 잘 맞는지, 만약 그 남자가 선미 마음에 들면 어쩌지?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잡을 걸, 오전 내내 온갖 생각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됐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잡념들뿐이다.


“정도씨. 무슨 일 있어요?”

“아뇨.”

“하루 종일 딴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서요.”


조철용의 얘기를 듣고 보니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이 없다. 다행히 조철용이 오늘 해야 할 일을 모두 처리해준 덕에 제 시간에 퇴근할 수 있었다. 혹시 회사 근처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길가에 있는 커피숍 쇼윈도 안을 힐끗거렸지만 선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쯤 만나고 있겠네.’


이미 시간은 7시를 지났고 허탈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머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차라리 이참에 미호로 갈아탈까? 하지만 미호는 부모님이 선호하는 인상이 아냐. 보나마나 반대하실 게 뻔해. 그러면 하얀은? 역시 안 돼. 나이 차이가 너무 나. 그러면 남는 건 한순 뿐인데 내 취향이 아니다.


‘이러다 평생 노총각으로 늙는 거 아냐?’


취직 전엔 그렇다 쳐도 그 이후 왜 한 번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 나이가 되도록 여지 친구 하나 없으니 말이다. 옛날에 사귀었던 여친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전화를 걸어볼까 했지만 그러기엔 세월이 너무 지났고 차인 마당에 자존심마저 버리긴 싫다.


“다녀왔습니다.”

“어머나! 왜 전화 안했어?”

“깜빡했어. 미안 엄마.”

“얼른 씻고 와.”

“아버진?”

“몰라. 요즘 네 아버지 바빠.”


대충 씻고 식탁에 앉았지만 저녁이 당길 리 없다. 충격적인 하루를 보냈으니 마음뿐만 아니라 입맛이 씁쓸할 수밖에. 그러나 어쩌면 선미가 그 남자와 잘 안될 수도 있다. 선을 본다고 다 성사되는 것은 아니니까. 애써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그렇다고 씁쓸함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 인연이 아니면 깨끗이 잊자. 남자가 이까짓 일로 고개 숙일 수는 없지.’


하지만 너무나 쓰리다. 그런데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그릇을 비우고 일어서려할 때였다. 여자의 예리한 직감인가? 갑자기 엄마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또 한 번 가슴이 철렁한다.


“실연당했니?”

“뭔 소리야?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실연은 무슨. 나 여자 없어.”

“그래? 지금 그 표정은 꼭 실연당한 얼굴인데?”

“글쎄 아니라니까. 그만 일어날게.”


어찌나 놀랐는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덕에 기분은 조금 나아졌지만 쓰린 가슴이 치유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그동안 왜 몰랐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아쉬움에 잠이 오질 않는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시커멓게 타버린 속으로 이틀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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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 마지노선 20.02.12 330 11 5쪽
48 48. 새로운 강적 20.02.10 324 1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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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희생양 20.02.07 331 10 8쪽
45 45. 고도의 심리전 20.02.07 330 12 4쪽
44 44. 불시 감사 20.01.31 361 10 6쪽
43 43. 십년감수 20.01.29 346 10 6쪽
» 42. 놓쳐버린 버스? 20.01.27 348 11 5쪽
41 41. 진도 10,0 20.01.23 361 11 5쪽
40 40. 그들만의 비밀 20.01.20 361 8 6쪽
39 39. 불씨 20.01.17 373 11 5쪽
38 38.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 20.01.15 374 12 6쪽
37 37. 치열한 로비 20.01.15 365 10 4쪽
36 36. 아는 체 20.01.13 389 11 4쪽
35 35. 남자 체면 20.01.10 396 8 5쪽
34 34. 철저한 계산 20.01.08 392 10 5쪽
33 33. 뜻밖의 히어로 20.01.06 394 8 4쪽
32 32. 암초 19.12.27 425 12 6쪽
31 31. 소문 19.12.25 428 10 5쪽
30 30. 갈아타기 19.12.23 431 12 5쪽
29 29. 장기판 위의 말 19.12.20 423 12 5쪽
28 28. 그 놈이 그 놈? 19.12.18 427 4 7쪽
27 27. D-Day 19.12.16 454 12 11쪽
26 26. 못 먹는 감 19.12.13 451 13 5쪽
25 25. 계약 19.12.11 465 12 9쪽
24 24. 재벌가 19.12.09 474 10 6쪽
23 23. 첩보작전 19.12.06 465 8 5쪽
22 22. 달콤한 유혹 19.12.02 488 13 7쪽
21 21. MMS(Meat Management System) 19.11.29 490 12 9쪽
20 20. 경쟁의 서막 19.11.27 478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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