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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99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20.01.23 21:26
조회
360
추천
11
글자
5쪽

41. 진도 10,0

DUMMY

선미의 진노가 있은 후 ‘미래’ 팀원들을 향한 권이사의 호된 질책이 있었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자 그들의 태도는 여전했고 툭하면 억지를 부려가며 자신들이 편한 길로 갈 것을 주장했다.


“이보세요. 강대리님. 여기는 한국입니다. 미국이 아니라고 몇 번을 얘기했습니까?”


강은수는 일하다 막히면 미국 타령으로 일관했고 그로 인해 프로세스 한 개를 갖고 하루 종일 논쟁을 벌이는 날이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인내심의 한계를 넘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권이사님. 조철용 대리 다시 불러주세요.”

“네? 그게 갑자기 무슨?”

“강은수 대리 말입니다. 아무리 얘기해도 미국 기업 방식만 고집해서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다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마음에 안 듭니다. ‘미래’ 직원들이 잘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잘 몰라서 그러시는데요.’ 여긴 청육입니다. 그런데 청육에 대해서 뭘 얼마나 더 잘 알기에 그런 소리를 합니까?”

“아, 그랬습니까? 죄송합니다.”


이 사건으로 그동안 불만이 있어도 속에 쌓아두기만 했던 팀원들의 참았던 감정들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 전원이 손에서 일을 놓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갑작스런 사태에 권이사는 당황했고 그 전까지 방관으로 일관했던 손팀장과 고과장이 팀원들을 설득하고 나섰다.


“물론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을 수 있어. 하지만 프로젝트는 회사 업무의 개선이 목표야. ‘미래’한텐 내가 따끔하게 경고할 테니까 모두 진정해.”

“팀장님 말씀이 맞아요. 그렇다고 여기서 프로젝트를 중단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앞으론 절대 이런 없도록 저도 따로 얘기할 테니까 너무 흥분하지 말아요.”


고과장 말에 잔뜩 열불이 났던 팀원들도 조금씩 진정되는 싶었다. 그러나 이번엔 오랫동안 손팀장과 손발을 맞춰왔던 조재용 대리가 나서면서 꺼져가던 팀원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팀장님. 저도 할 말이 많았지만 뭔가 생각이 있으셔서 그러시겠지 하고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고 나니까 더는 묻어둘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미래’ 직원들이 건방지게 구는데도 왜 보고만 계셨던 겁니까?”


조재용 대리의 일침 같은 질문에 손팀장과 고과장은 시선을 피한 채 말이 없었다. 그 모습을 보니 이들에게 그럴 수박에 없는 사정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순간, 이들이 권이사와 자주 밖으로 사라지던 일이 떠오르면서 권이사가 이들의 입을 닫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퀄리티가 낮은 인력으로 교체한 것을 묵인한 걸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잠시 잊고 있던 기억하나가 고개를 들었다. 바로 프로젝트 투입 전에 대리 진급했다는 조철용의 경력을 문제 삼았던 그 일이다. 당시 ‘미래’ 팀원들의 경력문제를 제기했을 때 손팀장과 고과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 얼렁뚱땅 넘어갔다.


‘잠깐.’


문득 새로운 생각 하나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바로 이들이 권이사와 밖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던 시기다. 곰곰이 따져보니 매달 용역비 결제가 있은 후 일주일 쯤 되는 날 셋이서 사라지곤 했다. 김무용이 찾아오던 날 삼겹살집에서 그들을 목격한 시기도 용역비 결제 후 일주일이 좀 지난 때였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말이 없던 손팀장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이제 알았으니까 조치할 게. 다시는 ‘미래’ 직원들이 감나라 콩나라 하는 일 없을 거야. 그동안 윗선에 보고하는 일로 팀에 신경을 못 쓰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는데 정말 미안하고 다시 말하지만 앞으론 절대 이런 일 없도록 단단히 조치할 테니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


그날 이후 확실히 ‘미래’ 팀원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건방진 모습도 사라졌고 예전처럼 보고도 없이 자기들 마음대로 처리하는 일도 사라졌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만날 미국 타령이나 하던 강은수 대리가 조철용 대리로 교체된 점이다.


“얘기 들었습니다. 그동안 속 많이 상하셨다면서요.”

“말도 마십시오. 그 속을 어떻게 말로 다하겠습니까?”

“그 사람이 한국기업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정도씨만 알고 계세요. 사실 그 사람 투입한다고 했을 때 다들 반대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저희 사장님 조카더라고요.”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요. 아무튼 다시 오셨으니 한시름 놨습니다.”


그러나 조철용 대리만 교체됐을 뿐 다른 인력은 복귀하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번 일이 있은 후 가장 다툼이 많았던 총무와 자재 파트를 비롯한 프로젝트 전체가 정상적으로 진행디고 있었다. 하지만 손팀장과 고과장 그리고 권이사와 관련된 의문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아무튼 지난번 TFT를 뒤흔든 사태 덕에 ‘미래’ 직원들의 건방진 태도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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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9. 마지노선 20.02.12 330 11 5쪽
48 48. 새로운 강적 20.02.10 323 1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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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 희생양 20.02.07 331 10 8쪽
45 45. 고도의 심리전 20.02.07 329 12 4쪽
44 44. 불시 감사 20.01.31 361 10 6쪽
43 43. 십년감수 20.01.29 346 10 6쪽
42 42. 놓쳐버린 버스? 20.01.27 347 11 5쪽
» 41. 진도 10,0 20.01.23 361 11 5쪽
40 40. 그들만의 비밀 20.01.20 361 8 6쪽
39 39. 불씨 20.01.17 373 11 5쪽
38 38.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 20.01.15 373 12 6쪽
37 37. 치열한 로비 20.01.15 365 10 4쪽
36 36. 아는 체 20.01.13 389 11 4쪽
35 35. 남자 체면 20.01.10 396 8 5쪽
34 34. 철저한 계산 20.01.08 392 10 5쪽
33 33. 뜻밖의 히어로 20.01.06 394 8 4쪽
32 32. 암초 19.12.27 425 12 6쪽
31 31. 소문 19.12.25 428 10 5쪽
30 30. 갈아타기 19.12.23 431 12 5쪽
29 29. 장기판 위의 말 19.12.20 422 12 5쪽
28 28. 그 놈이 그 놈? 19.12.18 427 4 7쪽
27 27. D-Day 19.12.16 454 12 11쪽
26 26. 못 먹는 감 19.12.13 451 13 5쪽
25 25. 계약 19.12.11 465 12 9쪽
24 24. 재벌가 19.12.09 473 10 6쪽
23 23. 첩보작전 19.12.06 465 8 5쪽
22 22. 달콤한 유혹 19.12.02 488 13 7쪽
21 21. MMS(Meat Management System) 19.11.29 490 12 9쪽
20 20. 경쟁의 서막 19.11.27 478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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