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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856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19.12.20 17:42
조회
419
추천
12
글자
5쪽

29. 장기판 위의 말

DUMMY

말 많았던 프로젝트는 한 달이 지나면서 틀이 잡혔고 남은 5개월의 여정이 시작됐다. 다행히 공장에서 파견된 임사헌과 음용환은 TFT와 공장 간의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을 말없이 수행했다. 그러나 고과장은 그들이 강전무 라인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여전히 신뢰하지 않았다.


“정도씨. 저 사람들 믿어요?”

“글쎄요. 사실 저도 꺼림칙하긴 해요.”


하지만 우리의 우려와 달리 그들은 ‘미래’측 파트너의 요구에 거부감 없이 꼬박꼬박 보고서를 만들어냈고 공장과의 소통도 무리 없이 해내고 있다. 오히려 다른 팀원들이 ‘미래’ 팀원들과 티격태격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했다. 특히 구매업무 전반을 맡은 선미는 ‘미래’ 직원과의 충돌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총무와 자재는 엄연히 품목이 다른데 어떻게 통합하겠다는 거예요?”

“구매 프로세스가 유사한데 굳이 통합 못할 이유가 없죠.”

“그렇게 되면 업무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A4 용지 구매를 자재팀에서도 하고 총무에서도 한다면 예산 편성을 어떻게 해요? 그리고 공장 설비도 그래요. 자재에 얘기해서 안 되니까 총무를 통해서 구매한다면 통제가 제대로 되겠어요?”

“물론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하루도 바람 잘날 없는 파트지만 최후의 승자는 늘 선미의 몫이다. 다행히 인사 파트는 정선배가 있어 별 어려움 없이 계획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차도한과 손과장이 맡은 자금 파트는 순탄치 못했다. 업무 협의 때마다 담당 임원인 강전무가 끼어들어 훼방을 놨기 때문이다.


“손팀장. 이 프로세스 개편 말입니다. 실무 팀장하고 협의 된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내가 볼 때 문제가 많아요. 한 예로 자금만 다루던 사람들이 무슨 영업을 해요?”


강전무는 프로세스가 개편되면 자금, 총무, 자재에 있던 인력들이 감소하게 되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그러나 보고서엔 잉여인력들을 영업에 재배치해 영업사원들이 미처 하지 못했던 각 대리점의 관리 상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일단 우리 쪽에서 검토해 본 다음 다시 얘기합시다.”


프로젝트의 핵심 업무를 손에 쥔 강전무는 이런 식으로 딴죽을 걸었고 그럴 때마다 일정이 지연되는 일이 반복됐다. 그런데 뜻밖인 것은 생산부문의 진척이다. 강전무 라인으로 알려진 임사훈과 음용환은 소문이 정말인가 할 정도로 일에 열심이다.


“손팀장. 지금 생산부문만 제대로 진행되고 있죠?”

“네.”


강전무는 회의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서 손과장을 압박했다. 그런데 손팀장은 어째서 사장에게 보고하지 않는 것일까? 보고회의 때마다 팀원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지만 손과장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젝트가 3개월 째 접어들었을 때, 난데없이 감사팀이 들이닥쳤다.


“진행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감사에 착수하라는 사장님 지시야. 프로젝트는 현 시점에서 일시 중단한다.”


감사를 겸직하고 있는 강민태 부사장의 지휘 하에 감사팀 직원들이 업무일지를 열람하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감사가 시작됐다. 그 바람에 ‘미래’에서 온 직원들까지 감사팀에 불려가 취조를 받기도 했다.


“손팀장.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하루도 아쉬운 판에 사흘 동안 아무 것도 못한 채 감사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인사부문은 정선배 덕에 무리 없이 진행돼 지적 받을 일은 없었다. 그러나 강전무가 쥐고 있는 관리본부와 관련된 업무는 호된 질책을 받아야했다. 그런데 감사를 마치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임시주총 결과, 강철호 전무가 계열사 청육운송의 대표이사로 임명됐습니다.”


감사가 진행되는 사이 저 높은 곳에선 대주주들이 참석한 임시주주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회의 안건은 최근 정년퇴직한 청육운송의 대표이사 후임을 정하는 것이었고 사장을 주축으로 한 주주들 전원이 강철호 전무를 선택한 것이다.


“사장님. 회장님께서 허락하신 겁니까?”

“당연하지. 내가 경고했잖아? 그동안 네가 한 짓이 있는데도 회장님께 말씀드리지 않았어. 그랬으면 알아들었어야지. 난 당장 잘라버리고 싶은데 회장님께서 만류하셔서 이 정도로 끝난 거야. 하지만 거기 가서 또 이상한 짓하면 그땐 끝장을 내버릴 테니까 조용히 있어. 마지막 경고야.”


그렇지 않아도 강철주에게 ‘앤트’ 건으로 약점이 잡힌 강철호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쓸쓸히 뒷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그러나 재벌가의 파워게임에 TFT 전체가 이용당한 사실은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손과장은 사장 강철주가 이복동생 강철호를 회사에서 내쫓기 위해 펼친 장기판 위의 말이었던 것이다.


“팀장님. 이게 웬 횡재래요?”

“모르지 뭐. 위에서 하는 일인데 알 수가 있나.”

“아무튼 저희한텐 잘 된 일이네요.”

“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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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남자 체면 20.01.10 396 8 5쪽
34 34. 철저한 계산 20.01.08 392 10 5쪽
33 33. 뜻밖의 히어로 20.01.06 394 8 4쪽
32 32. 암초 19.12.27 424 12 6쪽
31 31. 소문 19.12.25 428 10 5쪽
30 30. 갈아타기 19.12.23 431 12 5쪽
» 29. 장기판 위의 말 19.12.20 420 12 5쪽
28 28. 그 놈이 그 놈? 19.12.18 427 4 7쪽
27 27. D-Day 19.12.16 451 12 11쪽
26 26. 못 먹는 감 19.12.13 451 13 5쪽
25 25. 계약 19.12.11 463 12 9쪽
24 24. 재벌가 19.12.09 473 10 6쪽
23 23. 첩보작전 19.12.06 465 8 5쪽
22 22. 달콤한 유혹 19.12.02 488 13 7쪽
21 21. MMS(Meat Management System) 19.11.29 490 12 9쪽
20 20. 경쟁의 서막 19.11.27 477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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