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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호의 서재입니다.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조회수 :
38,900
추천수 :
1,022
글자수 :
254,932

작성
19.12.09 21:46
조회
473
추천
10
글자
6쪽

24. 재벌가

DUMMY

다음날 아침, 하지 않아도 될 짓을 한 오지랖 때문에 잠을 설쳤더니 머리가 무겁다. 그런데 대체 강전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그런 갑질을 서슴지 않았던 걸까? 사장은 알고 있는 걸까? 그동안 출근하는 것을 싫어한 적이 없는데 오늘 아침은 집을 나서기가 싫다.


‘전화해서 그냥 아프다고 할까? 아냐. 그럴 수는 없어.’


제안 설명회 준비로 모두가 바쁘게 일하는데 꼼수를 부리려니 속이 찔린다. 결국 고민은 접어두고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잠을 충분히 못자서 그런지 거울에 비친 얼굴이 낯설다. 이러니 입맛이 있을 리 없다.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대충 빈속만 채우고 집을 나섰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선미의 아름다운 미소다. 거기에 나름 미소로 답을 했지만 다른 날과는 달랐는지 선미가 걱정스레 묻는다. 마침 다른 팀원들이 출근 중이라 강전무의 건방진 태도 때문이라고 속내를 속삭였다.


“정말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그런 일 자주 있었어요?”

“그냥 잊어버리세요. 괜히 욕했다가 그 사람 귀에 들어가면 평생 찍히는 건 물론이고 진급도 안 돼요.”

“아무리 사장 동생이라고 해도 그렇지. 요즘 어떤 세상인데 그런 짓을 해요? 참, 나.”


선미 말대로 오너한테 한번 찍히면 만년 소리 듣다가 무용처럼 물러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들을 대견스러워 하는 부모님은 물론 어렵게 입사를 도와준 정선배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신입사원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사장의 눈도장까지 받았는데 말이다.


“정도씨.”

“네. 과정님. 파워포인트 할 줄 알죠?”

“네.”

“이것 오후에 볼 거니까 작업 좀 해줘요.”


그것은 업체 제안 설명회에 쓸 자료 초안이다. 양이 좀 많긴 하지만 고과장이 퇴근 전에 볼 수 있게 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그 바람에 점심은 매점에서 사온 컵라면으로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자료를 살펴본 고과장으로 부터 오케이 판정을 받고 퇴근 준비를 하려는데 먼저 퇴근한 선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데 시간 돼요?]

[네.]

[그러면 퇴근하고 회사 뒤 쪽에 있는 치킨집으로 와요.]


무슨 일이지? 그런데 선미가 얘기한 치킨집에 도착해 보니 혼자가 아니다. 생각지 않았던 미호도 있는 것이다. 선미가 부른 것은 강전무를 못마땅해 하는 모습에 사고를 칠 것 같아 미리 경고성 충고를 위한 것이다. 마침 미호가 비서실 여직원들과 가까운 사이라 도움이 될까 하여 불렀다고 한다.


“회사에 특별한 여직원들만 모이는 ‘여천’이라는 모임이 있어요.”


‘여천’은 사내에서 미모가 출중한 여직원들끼리 만든 일종의 사조직이다. 이렇다 보니 아무나 가입할 수 있는 모임이 아닌 것은 당연했다. 그 바람에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여직원회와는 늘 마찰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미호가 ‘여천’의 회원인 것이다.


“원래 우리도 여직원회 회원이었어요. 그런데 매년 불우이웃돕기 행사 때마다 예쁜 여직원들을 동원해 기부금을 받아내는 거예요. 그럴 때마다 임원들하고 팀장들한테 머리를 숙여가며 기부금을 받아내야 했어요. 결국 불만이 쌓인 여직원들이 여직원회에서 탈퇴를 한 거죠.”


현재 ‘여천’의 회장은 사장 비서 유가인이다. 그 밑에 부사장 비서 민수빈이 총무를 맡았고 미호가 회비를 관리하고 있었다. 거기엔 차도연이라는 강철호 비서도 있었는데 같은 회원이면서도 이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엔 두 개의 여직원 모임이 있어요. 두 모임 모두 회사에서 복지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어요. 특히 저희 ‘여천’은 오너가의 지원을 받고 있어서 파워가 세죠. 회사에서 왜 강전무를 그냥 두는지 모르죠? 진정도씨. 어차피 나중에 다 알게 될 것이지만 그때까지 비밀 지킬 수 있어요?”

“함부로 입을 놀리면 남자가 아니죠.”


잠시 망설이던 미호가 꺼낸 것은 사장과 강전무의 관계다. 그런데 형제간으로 알았던 그들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 둘 다 회장의 아들인 것은 맞지만 어머니가 서로 다른 형제인 것이다. 강철호 전무는 과거 회장이 사장이던 시절, 비서였던 그의 엄마가 20대 후반에 50을 바라보는 사장과 불륜에 빠지면서 탄생하게 되었다. 이복형인 강철주가 18살 되던 해였다. 그러나 강철주가 자신도 모르는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처음 경영에 참여했을 때였다.


“아버지한테 여자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걸 8년이나 감추셨단 밀이에요?”

“그렇게 됐다.”

“아버진 다른 재벌들하곤 다르실 줄 알았어요. 정말 실망입니다.”

“이놈아. 원래 영웅호걸은 주색을 가까이 하는 법이야.”


하지만 서출이라는 신분 때문에 강철호는 늘 강철주 그늘에 있어야 했다. 그런데 강철주가 원수 같은 강철주를 회사에 들여 놓은 것은 아버지 강만호 회장과의 거래 때문이었다. 건강악화로 경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된 강만호 회장이 후계자로 임명해 줄 테니 강철호를 회사 경영에 참여시키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그나마 사장님한테 다행인 것은 강전무 엄마가 마흔도 안 돼서 암으로 죽었다는 거예요. 그 바람에 회장님 사모님께서 강철주 사장 모르게 원치도 않는 아들을 하나 더 키웠대요. 문제는 엄마가 없다고 강만호 회장이 오냐오냐 해줘서 그런지 강철호 전무가 버릇이 없다는 거예요. 자기보다 나이 많은 임원들한테도 아무 말이나 막하거든요.”

“그런데 사장님께선 왜 가만 두는 거죠?”

“아직 회장님이 살아계시잖아요. 강전무가 죽은 엄마를 많이 닮아서 아직도 애지중지 한 대요.”


유유상종(類類相從), 도저히 상식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저지른 강전무와 시건방졌던 ‘앤트’사장이란 작자를 생각하니 버르장머리 없는 인간들도 끼리끼리 만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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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 남자 체면 20.01.10 396 8 5쪽
34 34. 철저한 계산 20.01.08 392 10 5쪽
33 33. 뜻밖의 히어로 20.01.06 394 8 4쪽
32 32. 암초 19.12.27 425 12 6쪽
31 31. 소문 19.12.25 428 10 5쪽
30 30. 갈아타기 19.12.23 431 12 5쪽
29 29. 장기판 위의 말 19.12.20 422 12 5쪽
28 28. 그 놈이 그 놈? 19.12.18 427 4 7쪽
27 27. D-Day 19.12.16 454 12 11쪽
26 26. 못 먹는 감 19.12.13 451 13 5쪽
25 25. 계약 19.12.11 465 12 9쪽
» 24. 재벌가 19.12.09 474 10 6쪽
23 23. 첩보작전 19.12.06 465 8 5쪽
22 22. 달콤한 유혹 19.12.02 488 13 7쪽
21 21. MMS(Meat Management System) 19.11.29 490 12 9쪽
20 20. 경쟁의 서막 19.11.27 478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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