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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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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9.09 20:47
연재수 :
6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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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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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3
글자수 :
6,206,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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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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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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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9쪽

제 392화 천사. 괴물을 덮치다.

DUMMY

람히르는 네메시스의 손목을 부러트린 후. 그에게 걸터앉은 상태로 서서히 스스로 상의의 단추를 풀어나가며 말을 이었다.


“네메시스님... 당신이 세레나님만을 바라본다는 것은 저도 알아요... 하지만....”


람히르는 마지막 단추에서 멈칫! 거리더니 곧 슬픈 표정으로 네메시스를 내려다보았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저 옆에서 지켜만 보고 싶지 않아요...

저는...”


람히르는 스스로의 상의를 벗고, 빠져나오려고 저항하는 네메시스의 볼에 자신의 볼을 비볐다.


“언제까지나 네메시스님과 함께하고 싶으니까요...

당신을 좋아해요. 네메시스님.”


“.....”


네메시스는 자신의 두 손목을 감은 람히르의 손아귀에서 겨우 한 팔을 빼내었지만.

그걸 본 람히르는 네메시스를 구속하지 않는 팔로 자신의 브레지어 자크를 끊으려는 것을 멈추고는 겨우 빼낸 네메시스의 팔을 짓눌렸다.


쿠욱!


뼈가 뒤틀릴 정도의 압력. 이에 네메시스에게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흘러나왔지만...

람히르는 애써 그 신음을 무시한 채로 그대로 짓눌렸다.


“포기하세요. 전... 현재의 네메시스님보다 강하니까요.

만약 계속 이렇게 저항하시면...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람히르의 옆에 빛들이 모이더니, 그녀의 검인 세이버를 소환되었고 그걸 본 네메시스는 입을 벌렸다.

수틀리면 검까지 쓰겠다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네메시스의 반응과는 별개로 람히르는 활짝 웃었다.


“팔다리 잘리는 것 정도는.. 재생하는 데에 문제가 없으시죠? 네메시스님?”


“.......!!!!”


경악. 그 단어 그대로가 네메시스의 얼굴에 새겨진다.

하지만 람히르는 세이버의 검집을 두 손으로 잡더니.

빠져나오다가 람히르에게 짓눌러져 있던 네메시스의 손에 그대로 내려찍었다.


으득!


“크윽!”


세이버의 검집이 네메시스의 팔을 비틀리고, 그와 함께 뼈 부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결과. 네메시스가 고통스러워하자. 람히르의 두 눈에 안타까움이 스쳐지나가더니.

그녀는 네메시스의 다른 팔을 살폈다.


“저항하지마세요. 네메시스님의 다른 팔도...

그렇게 만들기는 싫으니.”


스륵!


그 말과 함께 람히르는 자신의 두 손으로 자신의 날개가 빠져나와있는 브래지어를 서서히 벗은 후.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것은 천상의 천사와도 같은 자태였지만...

네메시스의 눈에는 공허한 감정만이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전.... 천족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매력적일 텐데...

왜.... 그런 시선으로 보시는 거죠?”


람히르는 남은 네메시스의 팔을 강제로 잡아. 자신의 가슴을 끌고 오며 말을 이었다.

자신의 가슴에 네메시스의 체온이 느껴지자. 람히르는 나직이 말을 이었다.


“....저로는 부족하신가요?

저의 육체로는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인가요?

전 네메시스님을 보면 이렇게나 심장이 뛰는데...

왜 네메시스님은....”


네메시스의 가슴에 뺨을 기댄다.


“저처럼... 두근거리지 않으신가요..?”


“.......”


하지만 네메시스는 너무나 슬픈 표정으로 람히르를 지켜보았을 뿐이었다. 그 시선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람히르는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상관없어요. 네메시스님의 마음속에 세레나님만이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당신을 가지겠어요...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람히르의 손이 아래로 내려간다. 하지만 네메시스가 입고 있는 것은 2세계의 의류 수선방식이기에, 그녀에겐 낯선 종류로 벗기는 데에 시간이 걸렸고. 이에 람히르는 조바심이 나는 것을 느꼈다.

다른 일행들이 오기 전에 이 일을 끝내둬야만 했기에...

조급해진 람히르는 검집에 손을 가져갔다.

푸는 것이 힘들다면... 잘라버리면 그만이라는 선택이었다.


슥!


네메시스가 남은 팔을 움직이자. 람히르는 급히 고개를 돌려 그의 손을 살폈다. 그녀로서는 그의 도주를 막기 위한 행위였기에 당연한 것.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네메시스는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저....

람히르의 볼에 손을 가져갔다.

자신의 볼에 느껴지는 네메시스의 체온에 람히르의 몸이 그대로 굳는다.


“사랑은... 힘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야.”


“...네메시스님이 무슨 말을 하든. 저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에요.”


람히르는 고개를 흔들어. 그의 손길을 떼어내더니,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스르르릉!


람히르의 세이버가 칼날을 드러냈지만... 네메시스는 그저 슬픈 눈으로, 자신의 위에 있는 그녀를 올려다봤을 뿐이었다.


“과거의 나도... 현재의 너와 같았어. 람히르.”


“.............”


그 말에.... 람히르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네메시스는 조용히 말을 이어나갔다.


“나만을 바라봐줬으면 하는 상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이를 바라보는 것이 괴로웠을 거야.

난 이렇게나 그녀를 사랑하는데...

정작 사랑하는 이의 주위에는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이 달라붙어갔지.

하나 둘... 그런 이들이 늘어날수록...

나는 그녀와 멀어지는 기분이었어.

오직 나만이 그녀의 곁에 있고 싶고.

오직 나만이 그녀를 바라보고 싶은... 그런 감정이었지...”


그래서 모두 죽였다. 그녀의 곁에 달라붙는 잡것들을...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

모두의 머리통을 자르고, 그녀의 곁에 오직 ‘자신’만이 있을 수 있도록...

네메시스는 당시에 시체의 산을 세웠다.

그렇게 하면....

그녀가 자신을 바라봐줄 것 같았으니까...

강압적으로 곁에 두면...

언젠가 자신만을 봐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렇기에 네메시스는 현재의 람히르를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숨을 고르더니, 람히르와 눈을 마주했다.


“그렇기에 나도 너의 그런 감정을 이해할 수가 있어. 람히르.

하지만... 람히르...

나는 너의 현재의 선택을 말리고 싶어.

나는 천 년 전에 너와 같은 선택을 한 결과.

영영 그녀를 만날 수가 없게 되었어.

난 분명... 그녀를 지키고. 사랑하고 싶었을 뿐인데...

내 행동의 결과.

오히려 그녀와 멀어지고.

정작 내 손으로 그녀를 죽이게 되었지...”


네메시스는 직접 그 길을 걸어왔기에...

그는 그 길로 향하려는 람히르를 필사적으로 말리고 싶었다.


“람히르. 사랑은... 힘으로 빼앗는 것이 아니야.

사랑이란 그 무엇보다 상대의 의사를 존중해야하는 일이야.

사랑하는 이를 힘으로 억압하면 할수록...

오히려 사랑하는 상대와 멀어지고 말아.

육체는 일시적으로 바로 곁에 있을 지어도.

정작 마음은 영영 떠나버리지.

그것은 사랑이라고 부를 수 없어... 지독할 정도의 개인만족과 집착일 뿐.

그러니 람히르...

난 네가 나와 같은 고통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아.”


“!!!!!!!!!!!!!!!!!!!!!!!!!!!!!!!!!!!!!!!!!!!!!!!!!!!!!!!!!!!!!!!!!!!”


“네메.....시스...님....”


람히르의 두 눈동자가 커진다.


“전..... 저....저는....”


이대로 몰아 부친다면...

람히르는 현재의 네메시스를 힘으로 덮칠 수가 있었다.

육체적인 관계까지 확실히 갈 수 있겠지.

하지만...

그녀는 경악한 눈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볼 뿐이었다.


짤랑!


람히르의 세이버가 지면에 떨어지면서 경쾌한 금속음을 낸다. 그와 함께 람히르는 겁에 질린 듯이, 혹은 혐오스러워 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러려는 것이.... 아닌데.....”


구속이 풀린 네메시스가 겨우 상체를 들어 올려 앉자.

람히르는 그 어느 순간보다 몸을 떨며. 스스로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네메시스님..... 전.... 저.....저.......”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며... 끈이 풀린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물러나갈 뿐이었다.

그렇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자. 그녀는 울먹이는 눈동자로 네메시스를 바라보더니 곧 황급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앞으로 은백색을 띄는 원반형의 마법진이 생기더니, 그녀가 통과할 만큼 커졌고, 그녀는 뒤도 안돌아보고 그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람히르!”


네메시스가 깜짝 놀라 뒤따라 가보지만. 람히르가 연 마법진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벽만이 남아있는 그곳에서 네메시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시공간 속성이군.”


그것은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조차 추격을 포기할 정도의 세세한 술식이었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망설임 없이 그곳에 손을 뻗었다.


끼이이익!!!!


닫혔을 마법진이 역으로 다시 펼쳐져간다. 그것은 네메시스 또한 시공간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재주. 이에 네메시스는 망설임 없이 그곳에 뛰어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은 세계수의 영역에서 흔히 보이는 숲 속으로, 네메시스는 눈앞에서 달려 나가는 람히르를 급히 뒤쫓았다.


“흑! 흐흑!!!”


“........”


얼마나 뒤쫓았을까? 네메시스는 서서히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눈앞에 있는 곳은 세계수 영역의 바깥쪽 늪으로 흘러들어가는 강으로, 그곳의 바로 앞에서 람히르는 바위 걸터앉아 울고 있었다.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말없이 다가와 그녀의 곁에 섰다. 그제야 기척을 느낀 람히르는 네메시스를 보고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 전에 네메시스가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네메시스님....”


“이걸로 눈물이라도 닦아. 람히르.”


네메시스가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람히르에게 건네주었지만..

그녀는 울컥하는 얼굴로 도리질 하더니, 받을 수 없다는 듯이 무의식적으로 손수건을 쳐냈다.

그러자 네메시스의 손수건은 지면에 굴렀고, 그걸 본 람히르는 더욱 울음을 터트렸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격정어린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죄송하다는 말 뿐.

손수건을 다시 주운 네메시스는 더럽혀진 손수건을 보고는 한숨을 지었다.


찰랑!


“네메시스님...?”


네메시스는 흑백의 날개를 꺼내더니, 람히르의 오른쪽에 앉아. 백색의 날개를 그녀에게 뻗었다.


“손수건은 더럽혀졌으니. 나의 날개에 눈물을 닦아.”


“.....그럴 수는.”


“괜찮아.”


몇 번이나 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도리질한 람히르였지만. 곧 어쩔 수가 없다는 듯이 네메시스의 날개에 눈물을 닦아내기 시작하였고, 네메시스는 조용히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흑....흑..”


서서히 울음을 그치는 람히르의 모습에 네메시스는 미소를 지여보였다.


“람히르는 울 때보다. 웃을 때가 아름다우니까. 부디 울음을 그쳐줘. 천족꼬마 아가씨.”


“...전 꼬마가 아니에요.”


마지막으로 네메시스의 날개에 얼굴을 비벼, 눈물을 닦아낸 람히르는 아직은 빨간 눈동자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싫어지지는 않으셨나요...? 전.....”


“억지로 날 강간하려고 했지. 만약 그랬으면 우리는 돌이킬 수가 없었을 걸?”


“........”


람히르는 죄악감에 고개를 숙였고, 네메시스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하지만 그 전에 람히르가 스스로 깨닫고 물러났잖아?

그렇다면 난 괜찮아.

람히르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이들에게 손을 된 것도 아니고,

이번 일은 미수로 끝난 일이니. 작은 해프닝으로 웃으며 넘어가줄 수가 있어. 람히르.”


“네메시스님. 하....하지만... 전... 네메시스님에게...”


“난 괜찮아.”


“.......”


람히르는 다시 울컥했는지.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그 전에 네메시스는 손을 뻗어, 나오려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것보다 더 심한 경우도 당해봤거든.”


“.......? 더 심한 경우...?”


“200위 저주받은 구미호 달기에게 워낙 당해봐서 말이지... 어느 날에는 그만...”


네메시스의 악성 스토커로 악명이 높은 달기가 워낙 미수를 많이 저질렀기 때문에...

네메시스는 이런 일(?)에는 내성이 많았다.

물론 당시의 네메시스는 4세계에서 최강의 육체를 자랑했기 때문에, 금방 떨치고 나올 수가 있었고,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달기에게 당했던 이야기들을 람히르에게 들려주었다.


“....그런 관계로 달기는 현재 나에게 접근 금지야.”


“......풋!”


겨우 울음을 그치고, 웃는 람히르의 모습에 네메시스는 조용히 그녀의 머리를 넘겨주었다.


“다시 말하지만. 람히르는 울 때보다. 웃을 때가 더 매력적이야.

그러니 부디 울지 말아줘. 울면 나도 마음이 아파지니까.”


“.....”


그 말에 람히르는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저를... 용서.. 해주시는 건가요?”


“용서할 만한 일도 생기지도 않았는데. 용서란 말은 의미 없지.”


“네메시스님....”


람히르는 죄악감에 네메시스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나 다정하게 자신을 대해주는데...

람히르 본인이 그 신뢰를 배반하는 일을 해버렸으니까 말이다.


“다만 이번 기회로 이 사실을 기억해주면 좋겠어. 람히르.”


“...사실요?”


“응. 나는 나 홀로 고통 받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아.

몸에 상처가 생기면 재생하면 그만이고, 사건이 생기면 같이 해결해나가면 돼.

그것이 왕이란 자리에 있는 이로서의 의무니까.

하지만 람히르.. 나도 넘어가줄 수가 없는 일이 있어.

그건....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해를 끼치는 거지.

만약 람히르. 네가 다른 일행들에게 손을 댔으면...”


네메시스의 눈에 이채가 스쳐지나간다.


“아무리 나라도. 람히르에게 크게 화를 냈을 거야.

그러니 이건 주의해줘.”


“...죄송해요.”


“다음에 이런 일이 없으면 됐지 뭐.

그리고....”


“....그리고?”


네메시스는 자신을 보는 람히르에게 손가락을 들어올려, 그녀의 이마를 툭! 쳤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 중 한명은 람히르. 바로 너야.”


그 말에 네메시스를 보고 있던 람히르는 귀까지 빨개진 상태로 고개를 숙였고, 네메시스는 킥킥되면서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이번 일을 넘어간다지만...

이번 사건이 앞으로도 너를 괴롭히는 마음의 짐이 될 거야.

그렇기에 난 그 짐을 덜어내고자.

람히르. 너에게 벌을 내리고 싶어.”


벌이란 말이 스쳐지나가자. 람히르는 위축된 듯이 그녀의 날개들이 축 처지더니, 곧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번 일은 람히르서의 최대의 실책이자...

먼 미래에도 흑역사가 될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받을게요.”


“너에게 내리는 벌은....”


네메시스는 뜸을 들이다가, 불안한 람히르의 눈빛이 보이자.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오늘 저녁에 다른 일행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줘.”


“.....풋! 그게 뭐에요!”


“나는 괜찮아도. 다른 일행들의 실망감은 보통이 아닐 거야. 거기에 대한 벌이지.”


그 말에 곰곰이 다른 일행들을 하나 둘 떠올린 람히르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표정이 풀린 네메시스는 자신의 품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곧 하얀 천에 휘감겨 있는 무언가를 람히르에게 건네주었다.


“?”


“너만을 위한 선물이야. 원래는 바로 만나는 순간. 전해주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조금 늦게 전해주게 되었네.”


람히르는 하얀 천을 벗겨갔고, 그러자 그곳에는 새하얀 단검이 보였다.

검집과 칼날이 처음부터 하나인 듯이 쏘옥 빠진다. 하나의 광석을 그대로 가공한 듯한 단검의 모습에 람히르가 어리둥절 하자. 네메시스는 설명했다.


“내 송곳니를 갈아서 만든 식칼이야. 지난번 고아원에서 마침 빠져서 말이지.

가만히 두기만 해도, 주위 미생물들을 잡아먹어 자동수복해가고.

그걸 통해 닿는 부위는 자동멸균 되니까.

앞으로도 람히르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만들어봤어.”


“제가... 이것을 받아도 될까요..?

전 이것을 네메시스님에게 받을 자격이 없어요.”


“람히르는 나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잖아?

그러니 스승으로서 식칼 정도는 선물해줘야지.”


람히르가 식칼을 되돌려주려고 하자. 네메시스는 람히르의 어깨에 장난스럽게 기대었다.


“네...네메시스님?”


“람히르는 내가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찰나라고 할 만한 시간만을 살아왔어.”


“......”


“그렇기 때문에 람히르는 앞으로도 여러 가지 실수들을 저지를 거야.

하지만 람히르....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야.

중요한 것은 그 일을 계기로 더 앞으로 나아가는 거지.

한 번의 실수로 나락까지 추락하기에는. 삶이란 너무나 기니까 말이야.

하물며 람히르는 아직 어리잖아?

그러니... 나에게 솔직하게 속을 털어나도 괜찮아.

내가 모든 질문에 대답해줄 수 없어도.

살아온 세월로 쌓아온 조언 정도는 해줄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굳이 그것이 아니라도...

람히르. 난 네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경청해줄 수가 있어.

몇 날. 며칠. 앞으로도.

내 삶이 끝나지 않는 한 들어줄게.

그러니 람히르.

가끔씩은 나에게 어리광을 피워도 괜찮아. 이건 약속해도 돼.”


“......”


람히르는 멍하니 네메시스를 보더니. 곧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이 표정을 찡그렸다.

그리고.... 곧 네메시스의 품에 달려들어, 그를 아까 전처럼 덮쳤다.


“라...람히르?”


하지만 이번에는 네메시스의 품속에서 숨 죽여 울 뿐이었고, 이에 네메시스는 당황해서 물어보았지만... 람히르가 고개를 든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고마워요.”


“많이 개운해졌어?”


“저조차 놀란 만큼요. 앞으로 어리광을 부려도 괜찮을까요?”


람히르는 해맑은 얼굴로 네메시스에게 웃어보였고, 그러자 그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앙금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난 언제라도 괜찮아. 천족꼬마 아가씨.”


네메시스는 그 말과 함께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 전에 람히르는 네메시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


잠시 뒤. 람히르는 입술을 뗐더니, 장난스럽게 네메시스의 목을 핥은 후.

물러나 자신의 혀로 입술을 핥았다.

마치 고양이과 짐승이 입가심을 하는 듯한 모양새에 네메시스의 본능에 위험신호가 들어왔다.


“그럼... 아까 전의 일을 마저 하도록 해요. 네메시스님.”


‘자....잠깐만! 이게 아닌데..’


람히르의 말에 네메시스는 겁먹은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고...


“농담이에요.”


람히르는 장난스럽게 혀를 내밀고는 먼저 일어나더니, 네메시스의 손을 잡아주고는 일으켜 세웠다.


“네메시스님은... 바로 세레나님에게 가실 건가요?”


“.......”


“저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괜찮아요.”


“응.”


그 대답에 람히르의 눈에 아쉬움이 스쳐지나갔지만. 그녀는 애써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잘 다녀오세요. 네메시스님.

다만... 이 사실은 알아주실래요?”


“?”


“....전 네메시스님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아요.

영.원.히.”


네메시스의 본능에 위험신호가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네메시스가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이러한 위험신호는...

달기를 만났을 때나 켜지는데 말이다. 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람히르는 자신의 앞에 마법진을 만들며 말을 이었다.


“그럼 저는 벌 받으러 갈게요.

부디... 빨리 돌아오세요. 네메시스님.”


“노력은 해볼게...”


그렇게 람히르가 자리를 떠난 후. 네메시스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이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고 한다...


작가의말

이번편은 성범죄에 대한 비판입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성적 폭력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만.

여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성적 폭력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요.

실제로 법적으로 증명하기도 힘들고 말이죠. 오히려 피해자에게 했으니까 잘됐네.

라는 등의 말들을 하기도 합니다. 법적으로도 처벌이 가볍거나 혹은 집행유예로 풀려나죠.

심지어 여성단체들이 이러한 사건들이 여성인권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로 침묵하거나 혹은 피해자를 비난합니다.

하지만 우리 괴물들이 볼 때는 이것은 이상한 일로 비추어질 뿐입니다.

인간은 같은 인간일뿐이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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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392화 천사. 괴물을 덮치다. +1 22.10.15 33 3 19쪽
392 제 391화 괴물들의 왕. 공포에 질리다. +2 22.10.15 51 3 22쪽
391 제 390화 네메시스의 선물. +1 22.10.15 41 3 14쪽
390 제 389화 네메시스와 기생충. +1 22.09.24 48 3 15쪽
389 제 388화 아픔을 딛고, 일어나다. +1 22.09.23 53 3 20쪽
388 제 387화 어둠의 주신과 부관. +2 22.08.22 44 3 15쪽
387 제 386화 오메가의 수업. +1 22.08.22 44 4 21쪽
386 제 385화 평화를 위한 길. +1 22.08.22 52 4 25쪽
385 제 384화 이계의 손님들. +1 22.08.22 47 3 26쪽
384 제 383화 어느날 갑자기 불멸자와 괴물이 날 찾아왔다?! +1 22.08.22 55 3 36쪽
383 제 382화 종말자와 괴물. +1 22.08.02 47 3 25쪽
382 제 381화 폭풍 전의 고요함. +1 22.08.02 36 3 22쪽
381 제 380화 마리에게 다가오는 악몽. +1 22.08.02 41 3 33쪽
380 제 379화 타락한 존재들의 회의. +1 22.08.01 59 3 34쪽
379 제 378화 공동의 목적. +1 22.07.12 45 3 23쪽
378 제 377화 비스트들의 여왕의 탄생. +1 22.07.12 46 3 39쪽
377 제 376화 최흉의 비스트. 칼리. +1 22.07.12 42 2 40쪽
376 제 375화 4세계의 심연 속. +1 22.07.12 52 3 30쪽
375 제 374화 비극적인 운명. +2 22.07.11 34 3 38쪽
374 제 373화 잔혹한 현실. +1 22.06.22 42 3 19쪽
373 제 372화 추락하는 악마. +1 22.06.22 40 3 25쪽
372 제 371화 제 3세력. +1 22.06.21 53 3 38쪽
371 제 370화 말리고스. 처참하게 죽다. +1 22.06.08 45 3 35쪽
370 제 369화 눈에서 빔!!! +1 22.06.08 46 3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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