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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5.0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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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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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제 336화 수면 위로 올라오는 악.

DUMMY

석고로 만들어진 플로의 신전 안. 그곳의 가장 안쪽에는 녹색의 성녀가 남기고 간 성유물인 플로의 활이 담겨 있는 성궤가 있었고, 현재 성궤의 주위로 4명의 드루이드가 양 끝을 잡고는 조심히 옮기고 있었다.

성유물이 오늘 저녁에 공개될 물건인 만큼. 현재 신전 앞에 있는 재단을 향해 옮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한 명의 인영이 다가오자. 처음에 그녀를 경계하는 드루이드들였지만.

곧 그녀가 세계수의 영역에서 유명인사라는 것을 깨닫고는 예를 표했다.


“오! 플로님이시군요! 매년 축제의 플로로 선택되시는 성스러운 분이시여.”


“여러분들은 언제나 고생이 많으시네요. 성궤가 무거우실 텐데...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괜찮습니다. 저희는 야수정령들과 함께하다보니, 힘들면 강신으로 옮기면 됩니다.

그리고... 플로님이 이곳에서 만난 30년 전의 선배님들도 동일한 일을 해왔으니, 저희가 불평할 수는 없죠.”


그 말에 주위의 드루이드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플로는 은은한 미소를 띄었다.


“현재 이 세상에 없는 여러분들의 선배님들도.. 그 말을 들으면 기쁠 거라 생각합니다.”


“넵!!!”


인간은 엘프에 비해 너무나 빨리 늙는다. 그녀로선 30년이란 세월은 한 순간에 불과한데...

평균수명이 40세를 못 넘는 드림랜드의 인간은 그녀에 비해 너무나 빨리 죽어버린다.

물론 의료 기술이 발달한다면 최대 150세까지는 넉넉하게 사는 것이 인간이란 종족이었지만,

그들이 있는 1세계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에는 의료적으로 너무나 낙후된 곳이었다.

반면에 엘프는 노화가 인간에 비해 훨씬 느렸고, 기본적인 힘은 인간보다는 부족해도,

주위 환경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강한 종족이었다. 이런 종족 특성에 인해 인간과 엘프의 수명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 사실에 플로는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에 비해선 저 드루이드들은 꽃과도 같다.

한순간에 화려하게 피어나고, 그리고 순식간에 져버리는 그러한 꽃들... 말이다...

인간이 꽃을 바라본다면 이런 감정이 들겠지... 엘프에겐 인간이란 그런 존재들이었다.


[......돌아왔어.... 그녀가.... 플로라가...]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플로는 그들을 스쳐지나가던 중. 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들을 멈추어 세웠고 이에 드루이드들은 손을 내저었다.


“저희는 아무런 말도 안했습니다. 플로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들은 것 같네요.”


그건 누군가의 말이었다. 그녀는 그 속삼임을 분명히 들었지만... 드루이드들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을 할 뿐이었고, 이에 플로는 자신의 볼을 손으로 때려 정신을 차렸다.


“....이상해.”


네메시스였나... 그 존재를 만난 후. 자신에게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은 직후..

플로는 무언가를 보았다. 장면들이 너무나 빨리 스쳐지나가서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녀는 정확히 볼 수가 없었고 또한 그것을 기억하려면 할수록 그녀에게 두통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것을 기억하고자 하고 있었다.

왠지... 꼭 기억해야하는 것을 잊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중요한 것을... 잊은 듯한...


“.......”


하지만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에 플로는 똥 씹은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네메시스....”


익숙한 이름을 중얼거리며 30년 전부터 플로의 신전 내부에 그녀의 방으로 고정된 곳에 발을 내딛는다.

방의 입구에서 그녀는 주위를 둘려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 내부로 들어가 내부에서 문을 잠갔다.


“......”


방의 바닥에 거대한 호랑이의 가죽으로 이루어진 카펫이 있었고, 이에 그녀는 익숙한 듯이 가죽을 잡고는 옆으로 치웠고 그러자 그곳의 바닥에 새겨진 마법진이 보였다.

마법이 금기시되는 세계수의 영역에선 보여서는 안 되는 것.

플로는 그 마법진의 중앙에 올라섰고 그러자 마법진이 은은한 울림과 함께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으으....”


그녀의 생명력이 조금 빠져나간다. 이곳에 숨겨진 마법진은 마나가 아닌 생명 속성을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이에 그녀는 현기증을 느끼며, 눈앞의 장소가 바뀌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눈앞에 있는 이는...


“오! 드디어 왔구나... 플로여...”


“대드루이드 로키님에게 인사드립니다.”


온화한 인상의 늙은 하프엘프인 대드루이드 로키였다. 그곳은 아스가르드라는 세계수의 줄기에 있는 드루이드들의 도시로,

그것도 로키의 개인 서재였다. 그곳은 지상과는 수 천 미터 떨어진 곳으로 지상과는 거리가 워낙 떨어진 곳이다 보니,

먼 과거부터 이곳에 몰래 존재하는 마법진이었다.

자신을 찾아온 플로를 본 로키는 마치 성자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플로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지만.... 플로의 감각이 그곳에서 이질감을 탐지했다. 분명 이곳은 로키의 개인 서재일 텐데....


“누군가에게 습격당하셨습니까? 대드루이드 로키님?”


그곳의 내부에 날카로운 무언가가 긁고 지나간 흔적들이 사방에 널려있었고, 지면에는 붉은 핏자국들이 떨어져 있었다. 마치...몇 십분 전에 이곳에서 전투가 일어난 것처럼 말이다. 이에 로키는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목숨을 노리는 암살자가 있었다네... 다행히도 피해 없이 그들을 무사히 처리했다네.”


“대체 누가?!”


어째서 늙은 드루이드를 노리는가? 이에 플로는 그렇게 외쳤지만 곧 무언가 짚이는 것을 느끼고는 말을 이었다.


“설마... 저희가 해온 일이.. 누군가에게 알려진 것일까요?”


그 말과 함께 플로는 품속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그것은.... 어제 저녁에 네메시스와 세레나가 본 물건이었다.


“어쩌면 로키님을 습격한 존재는 어제 저녁의 수상한 놈들과 관련 있을지도...”


어제 저녁. 그녀는 30년 전부터 해온 일 그대로 로키가 알려준 마을에 ‘저주’를 수집하러 갔었고...

곧 이상한 무리에게 매복을 당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일어나지 않는 일.

하지만...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이에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을 걸세. 아마도... 녹색의 성녀의 부활을 막으려는 악의 무리이겠지...

그래.. ‘천 년 전 전쟁’을 일으킨... 그 악마들 말일세.... 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네.”


“.....”


그 말에 그녀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녀도 천 년 전 전쟁의 악마들에 대한 전설은 들어보았다. 그리고 녹색의 성녀인 플로가 어떻게 그들을 내쫓았는지도... 그런데 그들이 다시 돌아오다니...


“자네도 알고 있겠지? 세계수가 최근에 약해지기 시작했어... 그분이 어떤 것 때문에 병들기 시작한 것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이 질병을 치료해야만 하네. 그것을 위해 저주를 수집하는 우리들의 일을 방해하는 그들을 보니...

세계수님이 고통받는 이유는 그 악마 놈들의 짓인 것이 분명하네.”


“.....저희에게 플로님의 활이 있는 이상. 저희는 악마들에게 지지 않습니다. 로키님”


성유물로 민간에 내놓는 것은 언제까지나 가짜. 진품은... 플로에게 있었고 이에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그 활이 있다면.. 그 어떤 악마도 물리칠 수 있지. 하지만... 우리에겐 녹색의 성녀가 필요하네... 그분의 힘이야 말로... 진정으로 악마들을 멸할 수가 있어... 그렇기에 일부 인간들의 희생이 필요 하는 것 일세..”


“저희가 매년 해온 ‘그 일’들은... 모두 플로님을 위해서니까요.....”


“녹색의 성녀를... 다시 부활시키는 일을 말이지.....”


“........”


플로는 버려진 도시에서 네메시스와 나눈 대화를 생각하더니, 물끄러미 로키를 바라보았다.


“왜 그런가?”


“요즘 의문이 들어서요... 정말로... 저희가 해온 일들이 죽은 녹색의 성녀님을 부활시킬 수 있는 것인가요?”


드루이드들이 ‘마녀의 저주’(흑사병)를 정화한 시체에서 흘려나오는 기분 나쁜 검은 액체...

로키는 그것으로 녹색의 성녀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언제나 플로에게 말하였다. 동시에 세계수의 병도 치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천 년 전에 죽은 존재가 부활하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 걸까? 이에 플로는 의문을 담았고, 로키는 허허 웃었다.


“물론일세. 자네도 몸속에 있는 녹색의 성녀님의 성스러운 힘을 느끼지 않는가? 매 년 강해지는 녹색의 빛을!”


“그렇긴 하지만요.. 로키님...”


플로는 자신의 손아귀에 조화 속성을 내뿜어, 녹색의 구체로 만들더니 그 아름다운 빛을 자신의 눈에 담았다.


“제가 어제 만난 침입자들 중 한 명은... 저보다 강한 성스러운 빛을 사용할 수가 있었어요.

비록 당시에 제가 더 강했다곤 해도... 그건 언제까지나 활의 영향일 뿐. 기본적인 양으로 따지자면...

전 그 침입자에 비해 적을 겁니다.

그들도 이 성스러운 힘을 사용했는데.. 그들이 과연 악마일까요?”


“악마는 항상 거짓말을 한다네. 그들이 자네에게 보여준 것은 언제까지나 눈속임일 뿐이야.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자네의 것이 참된 것일세... 그러니 악마의 속임수에 속지 말게. 플로여.”


“.........”


플로는 로키의 말에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접 맞붙어본 소감으로는.... 침입자와 자신의 힘은 같은 속성이었다. 그럼 대체... 무엇이었던 걸까? 정말 자신이... 로키의 말대로 악마에게 속기라도 한 걸까?


“게다가 자네가 위험하면 세계수님이 직접 도와주지 않는가. 그러니 자네야 말로 선이라네.”


‘선과 악의 구별이... 의미가 있을까요?...’


이해관계에 따라 싸우고, 혹은 손을 잡는 것이 필멸자들이고, 선악이란 구별은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편리한 구실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어쩌면.... 이에 로키를 바라보는 플로였지만 곧 속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참.. 대드루이드에게 무슨 의심을 품은 건지... 이분이 그럴 리가... 없잖아....?’


30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로키라는 이름의 대드루이드였다. 그런 그가... 그럴 리가..?

이에 가능성을 부정하는 플로였고 그녀는 곧 또 다른 의문을 내뱉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는 거죠? 성녀의 부활을 위해 얼마나 더 인간들을 희생시켜야 하는 건가요?

네? 말씀해주세요. 로키님.”


간접적으로... 드루이드들로 인간들을 죽여 온 것에 대한 죄책감. 플로는 그것이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로키에게 따졌고 이에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


너무나 즐거움이 가득한 미소에... 플로는 속으로 고개를 갸우뚱하였지만 곧 로키의 이어지는 말에 경악하고 말았다.


“올해가 마지막일세.. 그녀의 부활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저...정말인가요?! 이제 더 이상... 마을 주민들을...”


“할 필요 없네. 이제.... 곧 완성될 테니...”


플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30년 만에... 드디어 그 일이 끝난 것이었다. 이제... 이름만 같은 자신이 아닌 녹색의 성녀 플로님이 부활을....


“....하지만 아직 한 가지 과정이 남았다네.”


“.....또 희생이 필요한 건가요?”


씁쓸한 물음. 아무리 세상을 구원한 녹색의 성녀의 부활을 위해서라지만.

최대한 희생을 줄이고 싶은 것이 그녀의 순수한 심정이었고 이에 로키는 방긋 웃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 과정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네... 그러니 마지막으로 자네에게 부탁을.. 음?”


부스럭!


창문이 없는 창가에서 들린 인기척에 로키는 말을 멈추더니, 늙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움직임으로 그곳으로 이동하더니, 창가를 내려다보았다.

이에 플로도 급히 따라가서 그의 시야를 따라가니, 세계수의 가파른 줄기를 타고 황급히 지상으로 내려가는 존재가 보였다.


“야수정령... 칸다자잖아...?”


분명.... 헤임달의 짝이 되는 흑표범 야수정령이었다. 이에 플로는 고개를 돌려, 로키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차가운 눈동자로 도망가는 야수정령을 보더니 입술을 비틀었다.


“니드호그!!!!!”


쿠우우웅!!!!


그의 외침에 그들이 있는 방안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천장에서 투탁한 충격음이 들려왔고 곧 창가로 거대한 야수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야수정령답게 반투명했지만... 지금까지의 다른 야수정령들과는 달랐다.

갑옷과 같은 피부와 거대한 날개, 사람 팔뚝만한 발톱과 수 백 개의 이빨... 그는 드래곤 출신의 야수정령으로,

천 년 전 전쟁에서 4세계 괴물들에게 중상을 입은 후. 세계수에게 구출된 존재였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는 스스로 마나를 버리고, 이곳의 왜곡된 마나를 받아들여 야수정령이 되었으며 현재는 세계수를 수호하는 가장 강력한 야수정령이었다.


[불렀는가? 대드루이드 로키여?]


“지금 달아나고 있는 흑표범 야수정령 칸다자를 죽... 아니. 제압해서 이곳으로 데려와줘.”


그는 플로의 눈치를 살피더니, 명령을 바꾸었고 이에 야수정령 니드호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더니, 지상을 향해 하강을 시작하였고 그걸 본 플로는 로키에게 외쳤다.


“저분은 분명 헤임달님의 야수정령일 텐데... 어째서 그녀가 저희를 엿보고 있었던 거죠?!!”


“.....헤임달이 악마에게 타락하고 말았다네. 그는 자신에게 접근해온 악마를 받아들였고...

아까 전에 암살자로서 나를 찾아와 습격했다네. 그의 야수정령이 보이지 않기에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만...

저기에 숨어 있었군.”


“타락....? 그럴 리가요?!!! 저는 그를 30년 전부터 알고 있는 사이인데...”


그녀가 알기로는 헤임달은 완고하고도 마음이 꺾이지 않는 금욕주의 드루이드였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타락했다고?

대드루이드를 암살시도를 한 암살자로서? 그것이 말이 되는가? 그럼에도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한 것은....

로키가 슬픈 듯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숭고한 존재일수록.. 타락하기 쉬운 법이라네... 악마가 어떻게 그의 강철 같은 마음을 뚫고 갔는지는 몰라도...

이미 그렇게 된 이상. 돌이킬 수가 없다네. 플로여....”


“......”


그런 그의 모습에 플로는 누군가가 떠오른 것을 느꼈다. 분명.... 네메시스란 존재는 헤임달의 신분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악마인가...?

이에 플로는 머리가 아픈 것을 느끼며, 어제 밤의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파직!!!


네메시스의 귀걸이에 의한 인식장애가 그녀의 조화 속성에 의해 해제된다. 이에 그녀는 어제의 얼굴이 정확하게 떠오른 것을 느끼며, 손을 들어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경악을 막았다.


‘분명... 내가 상대했던 두 명 중 하나의 이름이 네메시스였어. 어째서 지금 기억난 것이지...? 그렇다면....’


네메시스란 이름의 인간이..... 인간이 아니라... 악마였던 것일까? 그것도 천 년 전 전쟁의 살육의 존재들 중 하나인...?

그럼 왜 자신에게 접근을...?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고?

인식장애가 해제되면서 플로는 혼란한 것을 느꼈지만. 로키는 그런 변화를 눈치 채지 못한 듯이 말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일단 칸다자를 사로잡고는 그녀에게도 악마의 마수가 뻗어있는지 내가 확인해보겠네... 그녀도 단순한 피해자일지도 모르니... 그럼... 아까 전의 말을 계속 하도록 하지. 플로여.”


잠시 뒤. 로키의 설명이 끝난 후.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온 플로는 빛나는 마법진에서 멍하니 서 있은 상태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속았다는 표정으로 네메시스를 생각하며 스스로의 입술을 자근자근 씹고 있었다.


“네메시스... 저는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요....

제가 녹색의 성녀인 플로의 의지를 잇는 존재인 이상.... 악마인 당신을.... 반드시 막겠어요...!!

자신의 희생하여 드림랜드를 구원한 녹색의 성녀의 부활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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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가 사라진 이후. 로키는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묵묵히 바라보더니 곧 벽면에 있는 서재를 옆으로 밀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


[네 이놈.....!!!!! 너어... 나를 어떻게?]


본래는 벽면만이 있는 곳. 하지만 현재. 헤임달과 같이 간 말리고스가 벽면에 그림처럼 달라붙어 있었고,

이에 로키는 비웃는 듯이 쿡쿡 거렸다.


“천 년 만이라 날 알아보지 못하는 건가? 플로라와 아버지의 애완도마뱀아?

네가 그 상태로 헤임달이란 인간에게 숨어있는 것을 내가 처음 봤다면 못 알아봤겠지만...

미안하지만 난 네가 그렇게 숨어 들어오는 것을 두 번째로 보는 거다. 이 정도의 설명이라면 내가 누군지 모르지 않겠지?”


그림처럼 벽면에 달라붙어 있는 말리고스의 눈동자가 크게 떠진다. 자신이 이 모습으로 누군가에게 숨어든 적은 단 한 번. 그것도 천 년 전 전쟁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이에 어느 정도 감이 잡힌 말리고스는 외쳤다.


[설마... 넌... 플로라에게 죽었잖아!!! 이건 있을 수 없다고!!!]


“맞아. 플로라에게 거의 죽을 뻔했지... 하지만... 내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속성은 ‘생명’이라서 말이지...

이 속성은 조화 속성에 대한 저항력이 가장 강한 속성이라고? 게다가 난 네메시스의 자식들 중 가장 강한 존재야. 그런 내가... 플로라의 화살 한 방에 소멸했을 것 같아? 응?!!!”


로키의 눈동자가 말리고스의 머리끝부터 꼬리까지 훑어갔다. 그는 앞으로의 일이 즐겁다는 듯이 자신의 입술을 혀로 핥았다.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과거 빛의 주신도 자의로는 빠져나오지 못한 내 형제자매들의 불멸자용 봉인술식이니까. 마음 같아선 원수 중 하나인 널 죽여 버리고 싶지만... 너도 불멸자인 만큼 죽지는 않겠지. 그럼 거기서 지켜보기나 해.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


그 말과 함께 로키는 창가 쪽으로 걸어 나가더니, 턱을 괴어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지상 어딘가에 있는 네메시스를 기대한다는 듯이...


“곧 왕위를 계승하러 가겠습니다. 아.버.지.”


[아하하하하....!!!!]


“.....?”


갑자기 웃는 말리고스의 웃음소리에 로키는 몸을 돌려 말리고스를 바라보았고 이에 그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하하! 미안해. 네 말이 좀 웃겨서 말이야... 네메시스는 너를 자식으로 절대 생각하지 않을 걸?

그저 실패작인 실.험.체.라고 생각할 테니...

넌 스스로가 마치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미안하지만 너보다 위험한 존재라면 4세계에 창고로 쌓여있어...

넌 아무것도 몰라... 4세계의 수면 아래에 어떤 괴물들이 있는지...

그것들을 모조리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네메시스란 괴물이야.

용케 살아남았으면 네메시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살아야지. 천 년 만에 다시 네메시스에게 이빨을 드러낸다?

너... 네메시스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구나?

잘 들어... 검은 피를 잇는 맹랑한 악마야.. 네메시스는 말이야...

그가 만약에 너의 존재를 눈치 채면...]


말리고스의 눈동자만이 움직여져,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네메시스의 자식을 향했다.


[넌 네메시스에게 잡아먹혀... 네가 느낄 수 있는 것은 검은 피에 자아가 서서히 잠식되는 감각일 뿐이다. 7명의 추악한 악마여...

넌 쓰레기 같았던 과거 네메시스의 잔재일 뿐. 현재 네메시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존재야.. 어리석은 악마야...

네가 무슨 수를 쓰든... 넌 개죽음을 당할 뿐이야. 네가 학살했던 수많은 생물들처럼 무력하게 말이지!

이제... 너의 차례가 됐네? 쿡쿡.]


으득!


“닥쳐라!!!!!”


쾅!!!!!!


말리고스의 독설에 로키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서재를 힘줘서 닫아버렸고.

그럼에도 조롱어린 말리고스의 말이 그곳에서 흘러나왔다.


[아아.. 네가 원하는 대로 입을 다물어줄게. 다만.. 이것만을 물어봐도 될까?]


“....?”


[나랑 함께 있던 인간은 어떻게 했어?]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그러니 닥쳐라! 빌어먹을 공간의 주신!!!”


[아하하하. 이건 또 웃기는 거짓말이네. 넌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악마구나?!

네메시스는 너와는 달리 신뢰가 되는 진실만을 말하는데.....

네가 그렇게 자상한 존재는 아니잖아? 천 년 전에도 고문을 위해서 필멸자들을 최대한 살려뒀으면서...

보나마나 필요에 따라선 미끼로 쓰려고 살려뒀겠지. 안 그래?]


“..........”


완벽한 간파. 이에 로키는 입을 다문 채로 씩씩거렸고 그에 따라 말리고스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생각이 바로 읽히니까 놀랐어? 미안하지만... 4세계엔 너와 같은 쓰레기가 참 많아서 말이야...

나도 이 정도인데... 4세계의 왕인 네메시스는 어떨 것 같아? 응?!!!

그는 하루에도 질이 나쁜 수많은 4세계 괴물들을 만나는데? 응?]


그런 말리고스의 설명에 로키는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이 그곳의 소리를 차단해버렸고 이에 말리고스도 만족한 듯이 입을 다물었다.


‘...헤임달이란 인간이 무사해서 다행이다. 나야 어떻게든 재생되니 문제없지만.. 필멸자는 쉽게 죽어버리니... 근데....

역시 네메시스의 자식들은 꽤나 단순한 사고구조란 말이지... 완전히 미친놈들이나 바보들은 어디로 튈지 예상하기 힘들지만,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놈들은 예상하기 편하니까 말이야. 뇨롱.’


하긴야 욕망에 솔직한 존재들이니, 당연한 거라지만... 이에 말리고스는 불길한 의문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천 년 동안 이곳에 숨어있으면서 외부에 들키지 않았다? 그것도 혼자서? 저 녀석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것이 틀림없어. 흐음....’


이런 계획을 짜기에는 네메시스의 자식들이란 악마들은 인내심이 부족했다.

아니, 스스로의 광기를 억누르는 것도 불가능하겠지. 그렇다면... 그걸 억누를 정도의 어떤 존재가 개입한 것이 틀림없었다.


‘네메시스... 네가 예상하는 것보다 이번 일의 흑막은 위험한 것 같아.

그러니... 빨리 이 상황을 눈치 채줘.. 세레나가 다치는 것은 사양하고 싶으니까 말이야.’


다행인 사실이라면 칸다자는 평소 툴툴되는 성격 탓인지. 그들과 같이 들어오지 않고 바깥에서 대기타고 있었고 자신과 헤임달이 한 순간에 제압당하는 동안 그 광경을 창이 없는 창문 바깥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네메시스에게만 알릴 수만 있다면.... 현 상황의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가 있었다. 그라면 그러고도 남는 괴물이었다.


‘어리석은 악마야... 네가 네메시스에 대해 조금만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가 떠날 때까지 조용히 숨죽였을 텐데... 바보 같으니...

뭐. 난 상관없으니... 구출 될 때까진 조용히 잠을 자도록 할까...?

근데.. 여긴 좀 불편하네. 빛의 주신 켈렌트는 이 좁은 곳에서 어떻게 우리들이 7명의 악마들을 토벌하는 동안 버틴 거래?

봉인동안 꽤 답답했겠네. 그 녀석...’


천 년 전 전쟁이 일어나기 전. 홀로 7명의 네메시스의 자식들을 찾아가다가. 그들에게 봉인당한 빛의 주신 켈렌트의 감각을 오늘 체험해보는(?!) 말리고스였다...

그는 그렇게 여러 잡생각들을 하며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말리고스는 네메시스를 믿고 있었다. 현재 그가 육체적으로 많이 약해졌지만... 네메시스라면 그 상태로도 말리고스를 가둔 악마를 가볍게 회치고도 남을 괴물이었으므로...


작가의말

빛의 주신 켈렌트는 네메시스의 자식들이란 악마들이 생긴 이후. 7명이 있는 곳에 기세 좋게 홀로 제압하러 갔다가...

그들에게 두드려맞기 시작하였고 빛의 주신 켈렌트가 죽지 않고 계속 재생해되니, 7명의 네메시스의 자식들이 켈렌트를 그냥 봉인해버렸습니다.

그 결과. 빛의 주신 켈렌트는 네메시스와 플로라, 말리고스가 네메시스의 자식들을 모두 토벌할 때까지. 1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 갇혀있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보니 조금 불쌍하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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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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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제 368화 천 년 전 영웅들의 재림. +1 22.06.08 36 3 38쪽
368 제 367화 악마에 맞서는 필멸자들. +1 22.06.08 24 3 31쪽
367 제 366화 선동과 날조로 승부하자(S.N.S.) +1 22.06.07 26 3 27쪽
366 제 365화 까마귀와 괴물. +1 22.06.07 25 3 30쪽
365 제 364화 세계수 내부에서의 술래잡기. +2 22.05.20 27 3 36쪽
364 제 363화 말리고스의 구출. 하지만... +1 22.05.20 25 3 22쪽
363 제 362화 괴물들의 왕의... 도주? +1 22.05.20 28 3 26쪽
362 제 361화 악마를 사냥하기 위해 날개를 펼치다. +1 22.05.20 22 3 27쪽
361 제 360화 괴물들의 왕에게 맞서다. +1 22.05.19 27 3 41쪽
360 제 359화 야누스의 경고. +2 22.05.04 36 3 24쪽
359 제 358화 대재앙을 막아내다. +1 22.05.04 29 3 35쪽
358 제 357화 행성붕괴권! +1 22.05.04 29 3 22쪽
357 제 356화 대단한 궁극의 오의! +1 22.05.04 27 3 21쪽
356 제 355화 괴물에게 사냥 당하는 종말. +1 22.05.04 31 3 31쪽
355 제 354화 각성. +1 22.05.04 36 2 31쪽
354 제 353화 플레이어와 사냥개. +1 22.04.21 28 3 29쪽
353 제 352화 전초전. +1 22.04.21 30 2 31쪽
352 제 351화 네메시스의 연구. +1 22.04.21 31 3 28쪽
351 제 350화 마리의 공개 수치플레이. +1 22.04.21 44 3 24쪽
350 제 349화 최악의 적의 등장. +1 22.04.21 28 2 22쪽
349 제 348화 분노한 4세계 괴물들의 왕. +1 22.04.08 32 3 41쪽
348 제 347화 기습의 묘미. +1 22.04.08 27 3 16쪽
347 제 346화 666의 괴물들이 걸어온 길. +1 22.04.08 29 2 21쪽
346 제 345화 악마는 선인의 탈을 뒤집어 쓴다. +1 22.04.08 24 2 24쪽
345 제 344화 퍼져나가는 역병. +1 22.04.08 27 3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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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제 339화 야수사냥의 밤. +1 22.03.31 24 2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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