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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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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39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1.19 10:00
조회
12
추천
4
글자
11쪽

344. 황제

DUMMY

파리보다 못한 목숨을 살려준 뒤, 난 그녀와 그녀의 남편을 데리고 동동구리모로 돌아왔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의 시부모들과 식솔들을 모두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그들은 완곡히 거절했다.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사정이 있는 법. 하긴, 경하를 지키는 명문 집안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주변에 이상한 소문만 나돌게 되겠지. 이 상황을 타개하고 싶었지만, 딱히 좋은 방안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난, 그냥 두 사람만을 데리고 객잔으로 이동을 해야만 했다.


“연 서방! 아이고! 연 서방?!”


여희의 어머니, 증 부인은, 여린의 남편 손을 꼭 잡으며 흐느껴 울었다. 그 곁에서 남수는 울음을 터뜨리지 않도록 입술을 깨물고 있었으며, 승상은 두 눈이 새빨개진 채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객잔의 사람들도 비통함에 고개를 떨구었다.

모두 알고 있었다. 그들의 집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하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는 않았다. 주변에 퍼지는 흐느낌과 침묵이 그들 집안에 일어난 모든 비극을 대변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몸조리를 하기 위해 친정어머니를 만나러 오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사방에 퍼진 침묵을 깬 목소리는 바로, 내 목소리. 난 그들에게 되도록 침착함을 유지한 채 입을 열었다. 나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을 연신 강조했다. 그들의 마음속에 비극으로 인한 슬픔을 떨쳐버리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래, 어미 아비 보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렇고말고.”


내 생각을 눈치챈 것인지, 승상이 담담하게 맞받아쳤다. 그러자, 하나둘씩 눈물을 거두고 웃음을 짓는 사람들. 그렇게 객잔 안 사람들은 연씨 부부의 등장을 성대하게 환영했다.


“언니, 우선은 따뜻한 물에 몸을 데우는 건 어때?”


여희는 적극적으로 여린의 수발을 들었다. 그런데,


“따뜻한 물? 그거 준비하는 데 시간 오래 걸리잖아.”


번거롭다는 듯 여희의 마음을 완곡히 거절한 여린. 그 말을 들은 여희는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곁에 있던 객잔 주민들의 입가에서도 미소가 번졌다.


“이곳을 모르네, 몰라. 여긴 바로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온갖 시설을 갖춘 최고의 객잔이라고!”

“아무리 객잔이라고 해도 더운물을 쉽게 구할 수 있을 리가...”


여린의 의심 가득한 눈초리에, 여희는 다시 한번 자신감이 가득한 목소리를 내어놓았다.


“여긴 무림 최고의 목욕탕이 존재한다고!”

“목욕탕?”


목욕탕이라는 말에, 꽤 놀란 표정을 짓는 여린. 그 모습을 본 여희와 그녀 주변에 있던 객잔 주민들은 무척이나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 반응이지! 이 반응이야!”

“그렇습니다! 성녀님! 하하하하!”


목욕탕에 자부심이 가득한 여희와 객잔 주민들. 이런 자부심은 남수에게도 표출되고 있었다.


“누나, 여긴 우리 형님이 만드신 특별한 객잔이야!”

“형님? 누가 형님이지?”

“누구긴 누구야! 여기 계신 분이 우리 현과장 형님이지!”


남수는 자랑스럽다는 듯, 날 그녀에게 소개했다. 이런 소개 참 쑥스러운데. 잠깐, 이게 아니잖아! 형님이라고 소개를 하면 안 되지!


“저, 형님이 아니라,”

“맞아. 내 서방님이야, 언니.”


오해의 불길을 진화하기도 바쁜 와중에, 여희가 달려와 불길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오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듯한 느낌이 날 사로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완전히 달라진 여린의 눈빛. 그녀의 남편, 연씨의 눈빛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냥 잔인하신 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전부 우리를 위해 그런 모습을 보이셨던 거군요.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동서인 줄 몰랐습니다. 진즉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들의 눈빛에서 존경심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왔다. 이게 아닌데. 이런 흐름을 예상한 건 아닌데. 또 어디서 뭐가 잘못된 거지?


“자자, 현 대협이 우리 식구인 건 맞지만, 아직 정식 혼례는 올리지 않았으니까. 지금은 너무 압박하지는 말자고. 다 알잖아, 연 서방.”

“아! 그렇죠! 알고 있습니다. 지금을 즐기세요, 동서. 아니, 현 대협.”


증 승상과 여린의 남편 연씨가 뭔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거 뭔가 더 이상하게 상황이 꼬여가는 거 같은데. 그저 단순한 기분 탓일까?


“저 뭔가 오해를...”

“자자! 언니는 여탕으로! 남수는 형부와 남탕으로!”

“응! 누나!”

“우리도 자러 갑시다, 여보.”

“그러지요, 승상.”


여희의 진두지휘 아래,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지는 사람들. 증 승상 부부뿐만 아니라 객잔 주민들도 제각각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왜 자꾸 당하는 느낌이 드는 거지?”


이 상황이 불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유쾌하지도 않았다. 내가 객잔에서 자리를 비운 사이, 여희가 무슨 일을 꾸민 게 분명한데. 도저히 알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객잔을 떠나지 않고 여희를 감시할 수도 없는 일.

지금 당장은 어쩔 수 없다. 우선은 이렇게 지켜만 봐야지.




“그게 무슨 말이냐?! 증가 놈의 여식을 뭐? 놓쳐?”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른 곽 태사는, 그 육중한 몸을 일으켜서 눈앞의 남자, 무영에게로 다가갔다.

서재 바닥에 머리를 조아린 채, 아무런 대답이 없는 무영. 그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 오듯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무영! 말해 봐라! 어떻게 최정예 병졸들이 만삭인 여자 하나를 놓친다는 거냐?”

“면목이 없습니다, 아버지.”

“듣기 싫다! 그런 말을 들으려고 널 부른 게 아니란 말이다!!”


곽 태사는 그대로 무영을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단번에 서재 밖으로 날아가 버린 무영. 그의 새파래진 입에서 붉은 물감 같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컼... 크헉...”

“자식 놈이라고 있는 게, 작은 일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곽 태사는 마당으로 날아간 무영을 향해 바르게 달려왔다. 거대한 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그의 속도. 단숨에 거리를 좁힌 태사는, 이내 무영의 배를 한 번 더 걷어차 버렸다.


“컥!!”


단발의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아무도 달려오는 이가 없었다. 마치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한 곽 태사의 저택. 사람의 소리는커녕, 오직 바람 소리만이 저택 안에 머물고 있었다.


“증가 놈의 여식이 마지막 보루라고 그렇게 말을 했거늘! 넌! 넌! 넌!”


태사는 연신 무영을 걷어찼다. 아무런 반격 없이 그저 맞고만 있는 무영. 그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공포만이 가득했다. 그렇게 무영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을 무렵, 저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 발걸음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시간에 거리낌 없이 아버지에게 다가갈 수 있는 인물. 그런 사람은 자신의 형, 부영 뿐이다.


“아버지, 그러다 애 잡겠습니다.”

“잡아도 상관없다! 이런 버러지 같은 놈!”


태사는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그의 앞을 막아서는 풍채 좋고 건장한 중년 사내. 그의 몸에서 거대한 위압감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네가 감히 날 막겠다는 거냐?”

“아버지. 약속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가문의 모든 일은 저에게 맡기시기로.”


태사의 분노 가득한 눈빛을 받고도 전혀 미동도 없는 부영. 물러서는 건 오히려 태사 쪽이었다.


“내가 시작한 일은 내가 끝내야지!”

“아버지, 제가 못 미더우십니까? 이런 일이 있으셨다면, 우선 저를 불렀어야 했습니다. 이제 제가 곽씨 가문을 짊어지기로 했으니까.”


태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부영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럼 네가 처리하겠다는 말이냐?”

“이제 가주는 저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제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가... 감히...!”


태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태사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기운. 그는 당장이라도 부영의 얼굴에 주먹을 날릴 것만 같았다.


“이제 태사의 일에나 집중을 하시지요. 예전에 아버지의 시대는 끝이 났습니다.”


부영은 태사의 앞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갔다. 태사의 분노를 압도하는 부영의 위압감. 자신도 모르게 태사는 꽉 쥐고 있던 손을 풀고야 말았다.


“상장군이 그렇게 말을 한다면, 내가 어쩔 수 없겠군요.”

“다시는 아버지께 이런 걱정을 끼치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게 자식이 된 도리니까요.”


짤막하게 말을 인사를 건넨 그는, 곧바로 무영의 몸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마당을 빠져나갔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두 사람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다시금 주먹을 꽉 쥐는 곽 태사. 그의 눈빛에서는, 짓밟힌 자존심이 만들어낸 분노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감히, 내 면전에 대고 날 모욕해?!”


그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뿜어내며, 한동안 부영이 사라져간 마당 한편을 노려보았다. 그의 분노가 수그러질 때까지.




언제 그렇지만, 위기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일어난다.

오늘이 그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현 대협! 오래간만입니다!”


병필태감 정충식. 그가 객잔에 온 것이다. 그것도,


“여기, 제가 모시는 분입니다.”


바로 옆에 황제를 데리고. 황제와의 인연을 만들 계획은 있었지만, 이건 너무 급작스러웠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황제를 만나다니. 그를 본 순간, 내 머리는 그 어떤 슈퍼컴퓨터, 아니 양자 컴퓨터보다도 빠르게 상황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어떤 방식으로 황제를 맞이해야, 나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이어질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계산했다.


“현과장입니다.”


우선 난 예를 갖췄다. 그가 암행(暗行) 중이었기에, 큰절을 올릴 수는 없었지만, 나름 포권과 격식을 차렸다. 그러자,


“상황 판단이 잘 되는 대협이군! 하하하!”


황제는 크게 칭찬하더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그럭저럭 첫인상은 합격인 모양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인데.


“우선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좋소! 방으로 갑시다!”


황제는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 주었다. 사실 그를 방으로 데리고 간 건, 손님들 사이에 두 사람을 덩그러니 놔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말을 하기 좀 그렇지만, 한마디로 그들은 장사에 방해가 되는 존재니까.

난 그들에게 작은 방을 하나 내주고 승상과 그의 가족들을 불렀다. 내 부름에 달려온 사람들은 승상과 여희 그리고 여린. 이렇게 세 사람이었다.


“폐하!”

“증 승상!!”


승상과 황제는 서로를 감싸 안고 눈물을 지었다. 감동적인 상봉이 아닐 수 없지만,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는 건 왜일까. 난 감정이 메말랐나?


“여기 제 여식들입니다.”

“증여희입니다.”

“증여린입니다.”

“고생들이 아주 많군!”


황제는 특히나 여린의 배를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당장 승상의 집과 직위를 되찾아 주겠네!”


황제의 입으로부터 감정이 가득 실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자신감과 미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 하지만 이 자리의 모든 이가 알다시피, 황제에겐 그런 힘이 없다. 아직 까지는.


“제 직위보다, 우선은 세 명문세가를 제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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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374. 가출 24.02.18 12 3 11쪽
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5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9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4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1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20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9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4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2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5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8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3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7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2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6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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