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2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2.06 10:00
조회
12
추천
4
글자
12쪽

362. 일상으로 침투

DUMMY

“흐음...”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생각은 완벽했었다.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 밤을 지나 새벽이 되었지만, 난 여전히 부족한 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작전에 비해 준비가 엉성합니다.】

“나도 알아.”


그래, 나도 잘 알고 있다.

황금으로 만든 자동차. 고급 원단으로 만든 옷.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한 내 얼굴. 그 누구 봐도 완벽한 이국의 왕자였지만, 이대로는 뭔가 부족하다.


“뭐가 이렇게 빠진 거 같지?”

【현과장의 얼굴은 이미 이 세계 내부에 알려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스템이 정확한 포인트를 집었다.

그래, 내 얼굴은 이미 경찰들 사이에 알려졌을 가능성이 있다. 본의 아니었지만, 이곳으로 올 때 얼굴을 가리는 건 둘째치고 알몸으로 왔으니까.


“어쩔 수 없네. 그 방법을 써야겠군!”

【무슨 방법 말입니까?】


내 머릿속 그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확실한 변장 방법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바로 눈 밑에 점을 찍는 거지!”

【네에?!!】


조금 당황한 듯한 머릿속 시스템이었지만, 난 전혀 그녀와 생각이 달랐다. 자고로 눈 밑에 점은 대한민국에서 인정한 최고의 변장. 단지 점 하나만 찍었을 뿐인데 성격과 지위까지 바뀌어 버린다. 이 얼마나 대단한 변장술이란 말인가!


【단지 그걸로 이 세계의 사람들이 속을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변장의 기본은 자신감! 몰라?”


난 확실히 자신이 있었다. 변장의 기본은 자신감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 들었던 걸까.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당최 생각나지 않네.


【이것만으로는 결코 그들의 눈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아니! 나의 완벽한 변장을 무시하는 거야?”

【의상도 완벽해야 합니다.】


난 그녀의 의견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 의상도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미 고급 원단으로 만든 정장을 입고 있잖아. 여기서 또 뭐가 필요하다는 거야?


“그런데, 이 정도 의상이면 완벽한 거 아니야?”

【전혀 아닙니다. 많이 모자랍니다.】


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이상의 의상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럼 뭘 입어야 하는데?”

[위잉~]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몸을 감싸는 따스한 기운. 그 기운은 이내 내 피부에 찰싹 달라붙었다.

검고 고운 블라우스. 하늘거리는 소매. 그리고 짧은 치마와 팬티 스타킹.

이 미친 것이 날 또 여자로 만들어 놓았다.


“야! 이 미친 시스템아!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이 정도는 해야, 들키지 않습니다.】


순간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라리 들키고 말지.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야! 이게 먹힐 거 같아? 지금 뭐가 잘못된 건지 몰라?”

【의상은 완벽합니다.】


난 그녀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래, 의상은 완벽하겠지. 그런데 내 정 가운데 툭 튀어나온 이건 어쩔 거냐고.


“이건 어쩔 건데?”

【이거? ...어머나!】


이제야 사태를 파악한 것일까. 그녀의 목소리에 당혹감이 느껴졌다. 그래, 가운데에 그게 있는데 누가 날 여자로 보겠어, 그냥 여성 옷을 좋아하는 변태로 보겠지.


【...살짝 자를까요? 나중에 다시 붙이면 되는데.】

“미쳤어? 이게 뭐 뗐다 붙였다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장난감인 줄 알아?”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녀가 나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큰 도움은커녕 오히려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옷!”


난 다시 내가 생각했던 고급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다. 네오 무림랜드의 사교계로 입성할 준비가 끝난 것이다. 그런데,


【아직 부족합니다.】


아직도 나에게 미련이 남았는지 딴지를 거는 머릿속 시스템. 난 가볍게 그녀의 목소리를 무시하려고 했다.


【정말 중요한 게 남았습니다!】


그녀가, 평소와 다르게, 골이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를 내었다. 도데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그렇게 나에게 치마를 입히고 싶은 걸까?


“아니, 변태야? 왜 나한테 치마를 입히려고 그래?”

【그게 아닙니다. 이대로 움직인다면, 의심을 살 게 분명합니다.】


의심? 난 이렇게까지 여장에 집착하는 시스템이 의심스러운데.


“의심 같은 거 안 사. 걱정하지 마.”

【아닙니다. 갑자기 돈 많은 미소년이 나타난다면 분명 의심을 할 것입니다.】


듣고보니,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렇다. 돈 많은 사람이 나타난 것도 모자라, 그 정체가 어린 미소년이라면 모두 의심하지 않을까? 만에 하나 모두가 의심하지 않더라도 나를 향한 작은 궁금증을 갖는 건 불 보듯 뻔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머릿속에 울려 퍼진 자신감. 조금 못 미더웠지만, 그녀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무슨 생각인데?”

【제 생각은 말이죠......】


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던 것일까.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나의 깨달음과 동시에 점차 빌딩 숲의 위로 떠오르는 태양. 내가 있는 건물 옥상에도 햇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나에게 빛 같은 그녀의 조언이 내려온 것처럼.




“언니, 일어나봐.”


귀여운 곰돌이 잠옷을 입은 채, 은아의 곁으로 다가온 은하. 그녀는 무작정 은아를 흔들어 깨웠다.


“우웅... 지금 몇 시인데...”

“6시.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


은하는 계속해서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하지만 여전히 침대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베개 속으로 얼굴을 파묻는 은아. 얼핏 보아도 그녀는 지금 일어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일어나! 좀!”

“미인은 잠꾸러기야. 그러니까 난 더 잘 거야.”

“언니 미인 아니거든! 엄마가 미인이지!”


그 순간, 은아의 꾸물거리던 움직임이 멈췄다. 그 모습에, 위협을 감지한 은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팔에 차이는 은아의 옷가지들. 몸집이 작은 은하에게 있어서 그 옷들은 확실한 부비트랩으로 작용했다.


“야, 현은하. 내가 그 말 하지 말랬지?”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목소리가 은하의 귓가에 꽂혔다. 극도의 화가 응축된 듯한 은아의 음성. 그 목소리에 은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사, 사실인데! 뭐!”

“이 쪼그만한 게!”


마치 한 마리의 날쌘 표범처럼 순식간에 은하의 뒤로 날아간 은아. 은하가 반응할 새도 없이 은아는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엄마도 18살부터 미모가 꽃폈다고 했거든!”

“그, 그건 엄마 이야기지! 언니는 아빠 닮았잖아!”


은하의 말에, 은아는 두 눈에 휘둥그레졌다. 그랬다. 아무리 거울을 봐도 전혀 보이지 않는 여희의 DNA. 누가 봐도 그녀의 모습은 여자 ‘현과장’이었다.


“야! 아빠도 예전엔 잘 생겼었어!”

“그건 아빠잖아! 그리고 아빠는 남자잖아!”


은아는 은하의 목덜미를 잡고 있던 그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점차 달아오르는 은아의 얼굴. 은하는 자신이 얼마나 큰 지뢰를 건드렸는지 점차 깨닫기 시작했다.


“괘, 괜찮아! 요즘에는 미용이 발달해서 언니 얼굴도 미인처럼 만들 수 있어!”

“늦었다, 꼬맹이.”


짤막하게 대답한 뒤, 그대로 은하를 들어 자신의 겨드랑이에 낀 은아. 그녀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은하를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 안 때려.”

“저, 정말?”


안 때린다는 말에, 은하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때, 점점 이상한 냄새가 그녀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쉰 김치 냄새와 꼬릿한 발 냄새가 섞인 듯한 악취. 은하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언니 이거 무슨 냄새야?”

“무슨 냄새?”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은아. 그 미소를 마주한 순간, 은하는 자신이 지금 엄청난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놔! 이거 놔! 엄마! 엄마!!!”


은하는 발버둥 치며 집이 떠나갈 정도로 도움을 외쳤다. 하지만, 큰 집안이 떠나갈 정도로 소리를 질렀지만, 그 비명이 무색할 정도로 썰렁한 집안. 은하의 표정이 점점 더 사색이 되어갔다.


“빨리 놔! 안 놓으면 엄마한테 다 말할 거야!”

“말해라! 뭐라도 말할 건데? 언니가 때렸다고? 난 안 때렸는데. 그냥 널 겨드랑이에 끼고 있었을 뿐이지.”


두 눈을 희번뜩이며 천천히 은하를 내려다 보는 은아. 점차 그녀의 겨드랑이가 은하의 얼굴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겨드랑이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점점 진해지는 역겨운 냄새. 은하는 그제야 냄새의 진원지를 알게 되었다.


“야! 이 미친 것아! 좀 씻어! 여자 겨드랑이에서 이런 냄새가 나는데 누가 좋아하냐!”


은하는 탈출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지만, 은아의 괴력 앞에서는 그저 작은 몸짓에 불과했다.


“놔! 노라고!!”

“싫은데? 그러니까 누가 내 성질 건드리래?”


냄새가 더욱 진해졌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게 과연 사람의 냄새인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언니, 정말 미안해! 미안하다고...!”

“늦었다 꼬맹이.”


결국, 은아의 겨드랑이 안으로 들어가 버린 은하의 얼굴. 은하가 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 움직임은 단 10초도 지나지 않아 잠잠해졌다. 은하가 기절하고 만 것이었다.


“훗, 어제 안 씻고 잔 보람이 있군.”


자신의 침대 위로 은하를 내려놓자, 뚜렷하게 보이는 그녀의 게거품. 그제야 은아는 자신의 잠옷 겨드랑이가 은하의 침으로 축축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심해?”


궁금증이 생긴 은아는, 자신의 겨드랑이를 슬쩍 만져 코끝으로 가지고 갔다. 그러자, 그 손끝에서 풍겨오는 저세상의 악취. 쉰내와 꼬랑내, 그 두 가지 악취로 모자라 잘 숙성된 낫토 냄새에 숙변 냄새까지 섞인 듯했다.


“이걸 참았어? 대단한데? 아닌가? 이런 걸 만든 내가 대단한 건가?”


이런 악취의 주인이라는 게 너무나 자랑스러운 듯,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은아. 그러나 이런 그녀의 더러운 짓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을 맺어야 했다. 그녀의 어머니 여희가 그녀의 방에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냄새야? 너, 은아! 어제 또 안 씻었어?”

“아뇨! 씻었는데!”


그녀는 완강히 부인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떡하니 눈앞에 널브러져 있는 결정적인 증거, 은하.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여희는 곧바로 은아의 등짝에 빠르게 스매싱을 날렸다


[짝!]

“아야!! 엄마! 아프다니까!”

“아이고 이 화상아!! 그게 그렇게 어렵냐? 씻는 게 그렇게 어려워!”


여희는 쉬지 않고 그녀의 등과 엉덩이를 가차 없이 때렸다. 자신의 잘못을 아는 것인지, 팔짝팔짝 뛸 뿐, 전혀 도망가지 않는 은아. 그녀의 얼굴에 약간의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


“너 지금 가서 씻어! 당장!”

“머리 말리기 귀찮은데...”

“이걸 그냥! 빨리 안 가?!”


그녀의 소심한 반발에 급기야 주변에 있는 물건을 집어 던지는 여희. 은아는 어쩔 수 없었다. 화장실로 도망치는 수밖에.


“저건 진짜 누굴 닮아 저렇게 안 씻는 거야?”


은아가 화장실로 들어가자, 여희는 곧바로 은아의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청소를 해두면 하루가 멀게 어지르는 말괄량이 첫째 은아. 정말이지 그런 은아를 보면 답답할 노릇이었다.


“으으... 엄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4 374. 가출 24.02.18 11 3 11쪽
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3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8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4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0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18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7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3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1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4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7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0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2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6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0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5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1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