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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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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71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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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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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DUMMY

눈을 떠보니, 새하얀 방은 온데간데없고, 거대한 고층빌딩만이 눈앞에 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머릿속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탓에 이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곳은 이상하리만큼 낯설었다.

이리 저로 움직이는 건물들.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들. 철로 위를 달려야 할 기차가,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인 거야? 무협랜드인가 뭔가 하는 곳이 맞아?

난 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에서 지나가는 한 여자를 붙잡았다.


“저기요, 여기가...”

“꺄악!!!!”


단지 말을 걸었을 뿐인데, 여자는 기겁하며 나에게서 한 발짝 물러섰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이 땅에서는 이렇게 물어보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일까. 그건 그렇고, 저여자는 소리까지 질렀으면서 왜 저렇게 날 빤히 쳐다보는 걸까. 그것도, 시선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저기 왜 소리를...”

“꺄아아악!”


여자는 대답 대신 소리를 질렀다. 조금 전과는 다른 느낌의 비명이었다. 뭔가 환희가 가득 찬 듯한 느낌의 비명. 아니, 이건 사람을 앞에다 두고 무슨 비매너 짓이야. 내가 아무리 예의에 어긋났다고 해도, 사람이 물어봤으면 대답을 하는 게 맞는 거 아니야? 소리만 지르는 건 또 무슨 경우냐고.


“거참! 사람이 질문을 하는데, 소리나 지르고!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나 역시 그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옷! 옷! 옷!”


그녀는 나를 향해 ‘옷’이라는 말을 연거푸 내뱉었다. 옷? 오옷이라는 건가? 감탄사야?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야?


“옷이 무슨 뜻입니까?”

“옷이요! 옷! 우리가 입는 옷!”


그녀의 말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고 보니, 창조주가 옷은 만들어 주지 않았는데. 그렇다는 건, 난 지금...


“으악!!!”


내 모습을 알게 된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아니, 신체를 만들 정도면, 옷 정도는 그냥 만들 수 있는 거잖아.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창조주님!!”


나는 하늘을 향해 억울함을 가득 담은 목소리를 내질렀다. 바로 그때였다.


[윙~!]


내 몸을 감싸는 따스한 온기. 그 온기는 이내 붉은색 트레이닝 복이 되어 버렸다.


“어?! 어?!”


나도 놀랐지만,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그녀도 매우 놀란 듯, 동공이 무척이나 흔들리고 있었다. 창조주께서 내 목소리를 듣고 옷을 만들어 준 것일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으로 오기 전, 그가 능력을 주면서 뭔가 말했던 거 같은데...




“너에게 『창조주의 권능』보다 더 확실한 걸 줘야겠어.”

“확실한 거요?”


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확실한 게 뭘까? 『창조주의 권능』이란 능력의 상위 호환이라는 걸까. 이런저런 궁금증이 머릿속에 피어났다.


“사실, 이미 그 몸을 가진 이상, 너한테 창조주의 권능은 필요 없어. 『창조주의 권능』은 몸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능력일 뿐이니까.”

“이 몸이 그렇게 대단해요?”

“관리자급 신의 육체라고. 그 손으로 딱밤 한 방 날리면, 『창조주의 권능』 따윈 그냥 뚫려.”


『창조주의 권능』이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 대단한 몸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잘해 주는 거지?


“저, 죄송한데. 왜 이렇게 잘해 주시는 거죠?”

“당연한 거잖아. 난 네 열성적인 팬이라고. 넌 허접한 능력으로 두 신을 물리치고, 환상을 실체로 만든 인물이야. 이런 널 내가 안 좋아하겠니?”


내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


“제가요? 뭔가 착각이 있으신 거 같은데.”

“착각은 무슨 착각이야. 내가 다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니, 그런데 말이 안 되잖아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데, 복사품에게 신체를 내주다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신체를 양보한 것일까. 그것도 모든 능력을 버리면서까지. 다른 큰 그림을 그렸던 것일까.


“그건 네가 무협랜드로 날아가 알아봐야 하는 거고.”

“그건... 그렇군요.”


그래, 모든 건 무협랜드에 남아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없을 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지금은 무협랜드로 간다는 선택지 이외에 아무런 대안이 없으니까.


“그럼 너에게 다른 능력을 주지. 이건 정말 주기 싫었는데.”

“그럼 안 주셔도 됩니다.”

“야! 그렇게 보내면 내 모양이 빠지잖아! 안 그래도 지금 엄청나게 쪽팔린 데!”


쪽팔린다고? 뭐가 쪽팔린다는 걸까.


“창조주님은 아무것도 안 하셨는데...”

“그러니까 쪽팔리는 거지! 내가 널 찾았는데 결국 찾지 못하고, 네가 직접 이곳으로 왔잖아. 내가 만든 세계야. 그런데 널 못 찾았다는 게 말이 되냐?”


그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놓은 곳에서, 날 찾지 못하다니. 내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 분명,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로 다가왔을 것이다.


“다시는 놓치지 않을 거야. 아오! 창피해!”


그는 인상까지 찌푸리며 몸서리쳤다.


“이건 네가 너에게서 빼앗은 능력이야. 돌려주기 정말 싫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큰 실수를 해버렸는데.”


나에게서 빼앗았다는 능력이 뭘까. 얼마나 위험한 능력이기에, 창조주가 직접 그 능력을 거둬야만 했던 것일까. 난 긴장한 상태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에게 돌려줄 능력은...”




“『창조』.”


창조주가 날 이곳으로 보내기 전, 나에게 준, 아니 돌려준 능력은, 바로 『창조』였다. 내가 원더랜드를 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원더랜드 시뮬레이션을 만들면서 갈고닦은 능력. 끝내 현실의 경계를 허물게 했던 그 능력이었다.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떠올린 거지? 원더랜드? 시뮬레이션? 조금이지만 기억이 돌아왔다.


“어! 어! 어!!!!”


너무나 놀란 나머지 감탄사를 연신 외쳤다. 무협랜드에 오니 정말 기억이 돌아왔다. 하지만 전부 다 돌아온 건 아니었다. 그렇다는 건, 이곳 어딘가에 내 기억의 조각들이 있다는 것. 전부 창조주가 말한 그대로였다.


“그, 그, 옷!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아차, 잠깐 잊고 있었다. 내가 한 여성을 붙잡아 둔 상태였지. 이미 여기가 무협랜드라는 것을 안 이상, 그녀에게 볼일은 없었다. 그냥 그녀가 날 더 귀찮게 하기 전에, 보내주는 것, 아니,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되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


난 그대로 그녀의 곁에서 멀어지려고 발걸음을 떼었다. 그런데,


[삐익! 삐익! 삐익!]


저 멀리서 들려오는 호루라기 소리. 그 소리가 점점 나를 향해 다가왔다.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거기 소년! 당장 멈춰요!”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온 사람들이 내 주위를 둘러쌌다.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검은 제복의 사람들. 아무래도 경찰 같긴 한데.


“지금 미쳤어요? 붉은색 옷을 입어요?”

“이 옷이 왜요? 그냥 편한 옷인데?”

“옷이 아니라! 색이요! 색!”


아니, 잠깐. 붉은색을 입는 게 죄야?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인데...


“학생, 부모님 지금 어디 계세요?”


내 부모님이라면, 지금 지구에서... 잠깐. 부모님? 그전에 이 경찰이 나를 뭐라고 불었더라? 학생? 학생이라고? 내가?


“제가 학생이라고요?”

“그래요, 학생.”

“제가요?”

“그래요, 네가요.”


경찰들을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이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내가 학생이라고? 그럴 리 없다. 희미한 기억이긴 하지만, 내 외모는 20대 초반이었다. 물론 대학생도 학생인 건 맞지만, 그래도 20대라면 청년이라고 부르는 게 맞잖아.


“저 스무 살 넘었어요!”

“무슨 헛소리를! 딱 봐도 고등학생이구만.”


고등학생?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고등학생처럼 생겼다고? 젊게 보이는 건 기분 좋은 일이긴 한데. 지금 이 상황에서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고등학생이라니요! 스무 살 넘은 남자한테!”

“나, 남자였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차 상황이 심각해져만 갔다. 아니, 내가 어딜 봐서 남자가 아니야! 이렇게 늠름하게 생겼는데!


“저 사람 남자 맞아요! 내가 아까 봤어요!”


내 알몸을 봤던 여자가 증인이 되어 주었다.


“봤죠! 나 남자 맞다니까!”

“이 얼굴에 남자라고?”

“아니! 내 얼굴이 어때서요!”


외모를 지적하는 말에, 화가 밀려온 나는, 반사적으로 급발진을 하고 말았다.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내 목소리. 잠깐, 잠깐, 잠깐. 내 목소리가 왜 이렇게 젊은 거지? 느낌이 쌔 하게 다가왔다. 뭔가 크게, 그것도 아주 크게 잘못되었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저기... 혹시 거울 있으신 분?”


지금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내 외모를 확인하는 것.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과의 사이에 생긴 괴리의 원인일 최우선으로 확인해야만 했다.


“여기 받아요. 아무리 봐도 여자 같은데...”


손거울을 건네준 경찰의 마지막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여자 같다니. 이렇게 남자답게 잘생긴 날 보고 여자 같다니. 모든 여성분이 그 말에 얼마나 상처를 입을지 생각하고 저런 말을 날리는 걸까. 난, 그 경찰을 한번 째려본 후, 곧바로 거울을 들어 내 얼굴을 확인했다.


오똑한 콧날이 제일 처음 들어왔다. 그래, 남자의 생명은 콧대지.

그리고 보이는 건 깊고 큰 두 눈. 적당히 긴 속눈썹도 같이 보였다. 뭐 속눈썹이 긴 남자도 많으니까. 이 정도는 약과지.

그다음으로 입술이 보였다. 붉고 도톰한 입술이. 입술이 붉은 건 당연한 거잖아. 그러니까 패쓰.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희고 고운 살결. 스무 살이라면 피부가 이 정도로 맑아야지. 난 내 피부에 엄청난 만족감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내 모습은 완벽한 미소녀. 상상으로도 만날 수 없을 법한 완벽한 미소녀였다.

잠깐만! 미소녀라고? 내가? 천하의 현과장이? 미소녀라고?

당혹감이 밀려왔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왜 이렇게 예쁜 거야? 사내놈이!


“저기요 잠깐만요!”


난 바지 속에 손을 넣어 중요한 물건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아직 잘 붙어있다. 그런데 이 얼굴은 뭐야? 곱상함을 떠나, 아름다움의 끝을 찍은 이 얼굴은 도대체 뭐냐고!!


“저기, 성전환 뭐 그런 거 아니죠?”


한 경찰의 질문에 분노가 불같이 일어났다. 뭐? 성전환? 이 사람이 지금 미쳤나!


“보여 드려요? 발딱 서는 거 보여 드려?!!”


난 나를 증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물건을 만졌다. 그러자, 점차 힘이 들어가는 중요한 물건.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아무래도 나 역시 나 자신을 의심했던 모양이었다.


“아, 알았어요! 우선 붉은색을 입었으니, 서로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강압적으로 내 팔을 잡아당기는 경찰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그들을 밀쳐내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어요?!”

“안 되겠네. 전원 전투준비!”


순식간에 나에게서 멀어지더니, 짜리몽땅한 몽둥이를 꺼내는 경찰들. 그런데, 그 작고 작은 몽둥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것도 일직선으로.

그래, 광선검이다. 아니, 여기 무협랜드잖아. 그런데 광선검이 나오는 건 무슨 상황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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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4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8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4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0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18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7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3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2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4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7 4 12쪽
»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2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6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1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5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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