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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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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78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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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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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354. 중성시대

DUMMY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분명 완벽한 논리로 머릿속 목소리를 압살할 자신이 있었는데. 실상은 완전 반대였다.

난 지금, 그렇게도 들어오기 싫었던 게이바 안에 들어와 있다. 그것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복장으로.

내가 들어오자, 모든 이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하긴,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운 외모의 남자가 이런 이벤트 복장으로 나타났으니, 시선이 쏠리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쳐다보지 않는 게 이상한 거였지.

난 모든 남성, 그리고 여성들의 시선을 받으며 어떻게 그들을 거절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런데,


[휙!]


전혀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나를 향한 시선을 거둬버리는 사람들. 그들은 다시금 자신들의 상대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단 한 명도 나에게 관심을 주는 이가 없었다. 심지어 이 지하 술집의 공기조차도 날 무시하는 것만 같았다.


“들어왔으면 앉아요.”


그러던 도중, 술집의 바텐더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정말이지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한 그의 목소리와 눈빛. 그래, 여기의 사람들은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 아니 그녀가 서 있는 바 테이블 앞까지 걸어간 나는, 그대로 그녀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뭐로 주문하시겠어요?”

“그게...”

“잠깐. 주문하기 전에, 신분증 좀 보여줘요. 요즘 술집을 돌아다니면서 장난질을 하는 고딩들이 너무 많아서.”


신분증? 무협랜드에 신분증이라는 게 있었어? 난 순간 무척이나 긴장했다. 신분증 검사로 이렇게 긴장한 적이 얼마 만인가. 정말이지 아득하게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신분증 안 줘요?”

“아! 신분증!”


내 입에서 ‘신분증’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내 손에 작은 온기가 느껴졌다. 『창조』가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그녀가 더 의심하기 전에 난, 새로이 생긴 신분증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그러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18살이잖아!”


잠깐. 내가 18살이라고? 그럴 리 없는데. 분명 지구를 떠났을 때, 내 모습은 21살이었다. 그런데 왜 뭐 때문에 또 어려진 거야?


“내가 18살이라고요? 그럴 리 없는데.”

“그럴 리 없기는! 여기에 딱 18살이라고 적혀있는데!”


그녀의 얼굴에서 강한 적대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있다가는 쫓겨나가는 건 둘째치고, 경찰까지 부를 것만 같았다. 이대로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다. 영업부 과장 시절 말빨을 살리는 수밖에.


“내가 18살이 아니라, 당신이 18살 같은데요. 딱 봐도 나보다 어리게 생겼는데.”

“뭐?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말을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바로 이때다. 쐐기를 박을 시간이.


“그렇게 가만히 있지 마시고, 맛있는 칵테일 한 잔 주세요. 당연히 무 알콜로.”

“여기는 술집이야. 뭐, 술 빼고 주스라도 섞어 줄까?”

“우유와 두유도 있지 마시고요.”


그녀의 눈동자에 가득 차 있던, 적개심도 완전히 빠져나갔다. 그 눈빛을 보게 되자, 난 그녀가 경찰을 부를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에 왜 온 거야? 남자친구가 이성애자야? 남자친구 잡으러 왔어?”


그녀는 이런저런 액체들을 섞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 저 남자인데요.”


바로 그때였다. 다시금 술집 안의 모든 시선에 나에게로 꽂혔다. 내가 뭐 잘못 말했나?


“여, 여자가 아니라고?”

“네.”


바텐더 그녀도 나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긴. 내가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내가 참 예쁘긴 예쁘지.


“진짜 남자? 성전환 뭐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남자?”

“진짜 남자요. 오리지널 남자.”


‘오리지널’이라는 단어가 내 입에서 튀어 나가는 순간, 사라졌었던 기억들이 일부 돌아왔다. 무협랜드에서 내가 행했던 일들과 그 결과. 그리고, 내가 왜 현과장에게 몸을 양보했는지도.


“아...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였구나...”

“응?”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당연한 반응이다. 18살짜리 남자애가 혼잣말을 대놓고 하는 게, 그리 흔한 건 아니니까.


“아,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알게 돼서요.”

“아...”


이내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모습에서 묘한 위화감이 들었지만, 크게 상관할 건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을 알아버렸으니까.

현과장에게 몸을 양보한 이유는, 예전의 몸을 버리고, 직접 창조주에게 찾아가 새로운 몸을 받기 위함이었다. 이미 18년 전의 나는, 모든 것을 예상했었다. 현과장에게 돌아갈 새로운 삶과 창조주의 반응. 그리고 앞으로 할 일들이. 문제가 있었다면, 내 영혼이 옮겨간 그 육신이 갑자기 소멸한 것. 그 탓에 1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정체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 난 응원해.”


그녀가 커다란 잔 가득히 요상한 액체를 담아 나에게 내밀었다. 딱 봐도 먹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느낌. 그녀가 도대체 뭘 응원하는지 알 순 없지만, 그래도 응원을 한다면서 이런 물건을 내미는 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이걸 먹으라고요?”

“먹는 게 아니라, 마시는 거야. 누나의 선물이랄까.”


내키지 않았다. 전혀 내키지 않았다. 내 몸과 마음이 망설이고 있을 바로 그때였다.


【독성 주의. 독성 주의. 인간이 섭취할 시, 약간의 마비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불안한 내용의 시스템 목소리. 한껏 더 두려워진 나는, 그냥 그 불길한 잔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또 쓸데없는 걸 만들었냐? 유연?”


게이바 안쪽 방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친근감은 없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이내 방문을 열고 나와 바 테이블 안쪽으로 들어갔다.


“마스터 오셨어요.”


마스터라고 불리는 남자는 그녀가 만든 액체를 단번에 낚아채더니, 그대로 하수구에 버렸다.


“앗! 정말 너무하십니다!”

“넌 레시피에 있는 거만 만들어. 다른 건 절대 만들 생각하지 말고.”


남자는 단호했다.

50대 혹은 6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는 능숙하게 칵테일을 만들었다. 어디서 본 것만 같은 그의 모습. 어디서였을까. 하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청소년이 다니기에 여긴 좀 위험하니까. 이거 마시고 빨리 나가.”

“아, 예...”


그는 무척이나 차가운 말투와 함께 따스한 느낌의 칵테일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무지갯빛 칵테일. 한눈에 봐도 대단한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오! 마스터가 웬일?”

“넌 시끄러워. 오갈 데 없는 거 거둬주니까. 장사나 망치고.”


그의 잔소리에, 유연이라는 바텐더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이런 행동적인 반항으로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이내 그녀는 수습하기도 힘든 말을 그의 앞에 꺼내버리고야 말았다.


“마스터는 나라를 망쳤으면서.”

“뭐?”


남자의 눈동자가 부들부들 떨렸다. 나라를 망쳤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맞잖아요. 내가 칵테일을 망친 것처럼, 마스터는 나라를 망쳐서 현과장에게 내줬잖아요.”


현과장에게 나라를 내줘? 그럼 지금 이 마스터라는 사람이 18년 전에는 권력을 잡고 있었던 인물이라는 것인가. 아직 결론을 내리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내가 망친 게 아니야! 황제가 무능했던 거지! 그저 여희, 여희, 여희! 그 여자 한번 품에 안으려고 별의별 짓을 다 하고. 그리고 당연하게 깨지고! 그리고는 내 탓이란다. 동동구리모에 데려간 내 탓이래!”


그는 무척이나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였다. 그의 분노 섞인 외침에서,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을 만한 힌트를 찾게 되었다. 내 희미한 기억 속, 황제를 데리고 왔었던 인물은 단 한 명. 바로 병필태감 정충식이었다.


“병필태감?”


난 그의 반응을 보려고 일부러 그의 직책을 입에 담았다. 그러자, 당황한 듯 얼굴이 새하얘지는 남자. 분명했다. 그의 정체가 황제의 측근이자 실세였던 병필태감이라는 것이.


“병필태감이 뭐야? 마스터 그게 뭐예요?”

“어? 어?”


남자는 선뜻 말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주변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환관이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 병 비우면 간다고요. 병 빌 때 감. 병이 아니라 잔인가. 하하하하!”


나이스 순발력. 내 임기응변에, 충식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니, 왜 그런 사실을 숨긴 거야. 그리 중요한 사실도 아닌데. 나 같으면 절대 숨기지 않았다, 절대로.


“유연아, 넌 들어가서 재고 좀 정리해봐. 여긴 내가 맡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의 말에 따라, 바 뒤의 창고로 걸어가는 유연. 그녀가 사라지자,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내가 병필태감인 거 어떻게 알았지? 이 사실을 아는 건 오직 현과장 뿐인데.”

“다른 이들이 모른다는 건, 아예 병필태감이란 존재 자체를 지운 건가요?”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잔만 부지런히 닦을 뿐. 그렇게 한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현과장이 보냈나?”

“그건 아니고요.”


그의 질문에 답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서 난 그가 많이 위축되어있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내가 없던 18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황제는 어떻게 되었고, 충식은 왜 여기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하긴, 날 죽이려고 사람을 보냈으면 살수를 보내지, 이런 예쁜 여자를 보내진 않았겠지.”

“저 여자 아닌데요. 남자인데요.”


순간, 충식의 눈동자가 좌우로 미친 듯이 흔들렸다.


“나, 남자라고?”

“남자 맞아요. 아니, 왜 이렇게들 놀라지? 그냥 좀 예쁘게 생긴 것일 뿐인데.”


내가 또 뭘 잘못 말한 것일까. 주변의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 아니 노려보았다. 그들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분노와 증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들은 화가 무척이나 많이 났다. 지금 당장이라도 날 덮칠 것처럼.

그중 제일 흥분한 것은 바로 충식이었다. 그는 술집 안의 그 누구보다 나를 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 이거... 이, 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는 충식. 난 그가 달려들 것을 예상하고, 전투 준비를 끝냈다. 이번엔 절대 실수해 모두를 감전시키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거... 대박인잖아!!”


내 예상과 다르게, 함박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는 충식.

난 그가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왜 그러시는 거죠?”

“이런 꽃같은 알바가 제 발로 걸어들어올 줄이야!”


꽃같은 알바? 이거 욕 아닌 거 맞지? 이상하게 욕으로 들리네.


“욕하신 거 아니죠? 그리고 저 알바 아닌데요.”

“아니긴 무슨! 복장도 딱 알바생 복장인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알바생이라니. 난 시스템 누나와의 논리 싸움에 져서 이 안에 들어온 것일 뿐인데.


“알바생 뽑는다는 글을 본 적이 없는데요.”

“당연하지. 내가 지금 가지고 왔거든.”


신이 난 그는 나에게 작은 전단지 하나를 내밀었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알바 모집.

조건: 여장 남자.

우대사항 : 메이드 복장이 잘 어울리는 남자.」


이거, 우연치고 너무나 기가 막힌 우연인데.

설마, 우연이 아닌 건 아니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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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374. 가출 24.02.18 12 3 11쪽
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4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8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4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0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18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8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3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2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 354. 중성시대 24.01.29 15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7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2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6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1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5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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