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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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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14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1.28 10:00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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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DUMMY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경찰들은 얼굴에 희미한 미소까지 지으며 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빛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투기. 이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 이 자리에서 피를 볼 심산이었다.


“무당광검 1초식, 맹호광참!”


경찰들 중 제일 앞에 선 남자가, 나를 향해 광선검을 휘둘렀다. 무당광검이니, 맹호광참이니, 어쩌구 저쩌구 떠들어 대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냥 광선검을 휘두르는 것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무척 허접하게.


“보통 범죄자가 아니다! 이 경사! 전 경사! 합세해!”


그 남자의 말에, 주변에 있던 다른 두 명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곤륜천검 1초식, 폭룡광참!”

“아미신검 1초식, 화조광진!”


광선검을 써서 그러는지, 기술 이름에 전부 ‘광’이 붙어있다. 이러는 게 이 시대의 트랜드인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

세 명의 경찰이 나를 향해 달려왔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저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보일 뿐이었다. 왜 이런 자신감이 들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냥 아플 거 같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지이이잉!]

[파바바바밧]!!

[치지지지직!!]


세 개의 광선검이 내 몸에 닿았지만, 어느 하나도 나에게 상처를 주지 못했다. 그저 옷만 태웠을 뿐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김 경위님! 이거 그냥 초식으로는 안 될 거 같습니다!!”


나와 대면하고 있던 경찰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자리 잡았다. 그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던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


“안 되겠다! 모두 가장 강한 한 방으로 끝내는 거다! 뒤에 있는 인원들도 합세해!”


김 경위인지 뭔지 하는 경찰의 말에, 주변에 있던 모든 경찰들이 내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얼핏 봐도 스무 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경찰의 무리들. 달랑 한 명 잡으려고 20명이 넘는 경찰이 모이다니. 무협랜드의 경찰들은 할 일이 정말 없나 보다.


“모두! 준비!”


그의 구령에, 모두 광선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 또한 싸울 자세를 잡았다. 물론 저 장난감 같은 광선검을 맞는다고 나에게 작은 상처도 날 리 없었지만, 옷은 아니잖아. 옷은 그냥 찢어져 타버린다고.


【전투상황을 감지. 지금부터 전투 모드가 시작됩니다.】


머릿속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조주의 권능』 안에 있던 그 시스템 목소리였다. 그런데 잠깐. 전투모드라고? 이 몸에는 전투모드라는 게 따로 존재하는 거야?


【효율적인 공격을 위해 중성자탄을 준비합니다.】


목소리가 끊기자마자, 눈앞에서 무언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딱 축구공 크기 정도의 동그란 금속 구체. 그리고 그 구체에 적힌 방사능 위험 경고문. 순간 난, 이 작은 공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깨우칠 수 있었다. 이건 바로,


“아니! 무슨 핵폭탄을 생성해?!!”


중성자탄이라고 불리는 강화 핵폭탄. 아니, 무슨 애들 싸움에 핵폭탄을 던지냐고! 이건 도가 너무 지나치잖아! 게다가 지금 폭탄 위 타이머의 숫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뭐야, 진짜 터지는 거야? 진짜 터뜨리는 거냐고!


“생성해제! 생성해제!! 이거 빨리 치워!!”

【중성자탄 해제. 기본 모드로 변경됩니다.】


다행히도 터지기 전에 내 손에서 사라져버린 핵폭탄.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잊고 있었던 게 있었는데.


“전원 공격!!!”


바로 눈앞의 경찰들. 그들은 지금 어떤 상황이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그대로 나를 향해 맹돌진했다. 날파리 같은 이 사람들을 단번에 못 움직이게 만드는 법이 뭐가 있을까. 난 살짝이 고민했다. 그런데 그때 또 시스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기 방출 준비합니다. 3, 2, 1】


게다가 마음대로 카운트를 해버렸다.


[파지지직!!!]


카운트가 끝나자, 내 몸 주변으로부터 주변으로 빠르게 방출되는 전기파. 경찰들뿐만 아니라, 저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빠르게 퍼져나가고야 말았다.

결과는 전원 기절. 내 주변에 있던 이들 중, 제대로 서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아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런 무지막지한 능력을 아무렇지 않게 쓰고 앉아있는 거야?

창조주가 만든 몸에 이런저런 불만이 많았지만, 지금은 불만이나 늘어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빠르게 그 자리를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됐다. 이 몸, 아니 내가 다른 희생자를 만들기 전에.




【긴급 속보입니다! 오늘 오전 9시경 중경 도심 한복판에 엄청난 전자기파가 감지되었습니다.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전자기파에 맞은 사람들은 수 분간 기절했습니다. 전재민 기자가 단독...】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던 현과장이 고개를 돌려 벽걸이 TV를 바라보았다. 이내 점점 굳어지는 현과장의 표정. 이런 그의 변화를 여희가 눈치 못 챌 리 없었다.


“서방님, 새로운 빌런의 등장일까요?”


여희가 물잔을 내밀며 현과장에게 물었다.


“한동안 없었는데.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녀가 내민 물잔을 받아들더니, 그대로 벌컥벌컥 마셔버리는 현과장.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TV의 뉴스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곽씨나 등씨, 아니면 예전 황제의 충성파 정도일 거 같은데.”

“그건 아닐 거 같아요, 부인. 그놈들에게 저런 능력은 없으니까.”


현과장은 물잔을 내려 놓더니, 그대로 TV를 가리켰다. TV 속에서는 기자가 피해자들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횡설수설하는 민간인부터, 멍한 표정으로 땅을 걷어차며 분개하는 경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그중 제일 인상에 남는 사람은, 경찰들을 이끌었던 김 경위. 그의 인터뷰를 듣고 있던 현과장과 여희는 한 부분에 두 눈이 번뜩였다.


【일반인은 사용이 금지된,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현과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붉은색 옷이라니. 무협랜드의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사실을 이리도 당당하게 어긴 사람이 누굴까.


“부인, 지금 들었나요?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고 합니다.”

“서방님, 그렇다면 혹시...”


그들의 머릿속에 단 한 사람이 떠올랐다. 모든 것을 주고 떠나간 존재, 바로 오리지널 현과장이.


“그 사람이 살아 돌아온 걸까요?”

“그건 몰라요. 내 안에서 아무런 반응도 없었으니까.”


현과장의 표정은 복잡하면서 또 미묘했다. 기쁨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듯한 그의 얼굴. 한편으로는 또 두려웠다. 자신의 부인, 여희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마도 오리지널이 아닐 겁니다.”


이 말이, 현과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가 진짜 현과장이던 가짜 현과장이던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모든 것을 다 잃는다고 해도, 그는 여희를 잃고 싶지 않았다. 가족을 잃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누가 되었던지 상관없이.


“서방님, 저에게는 서방님뿐입니다.”


그러나, 여희는 어슴푸레 눈치채고 있었다. 진짜 현과장이 돌아왔다는 것을. 그녀가 지금 해야 하는 건, 자신의 남편과 진짜 현과장을 못 만나게 하는 일. 모두 자신의 남편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나도 부인뿐이에요.”


서로를 향한 애틋한 눈빛이 쏟아져 내렸다.

조금 전, 한차례 거사를 치러냈던 두 사람. 그런데 다시 불이 붙었다. 큰일을 치룬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일이 왜 이렇게 꼬이는 걸까.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세상에 있는 모든 부조리가 전부 나에게 달려드는 것만 같았다. 아니, 여기가 원더랜드도 아니고, 왜 입은 옷가지고 난리야, 난리는.

그렇게 난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하염없이 도망치고 있었다.


“옷!”


울컥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위잉~]


갑자기 내 몸을 감싸는 따스한 기운. 그 온기는 이내 내 살결을 살포시 감쌌다.


“붉은색 말고! 붉은색 말고!”


내 간절한 마음이 닿은 것일까. 다행히도 이번에 생긴 옷은 붉은색이 아니었다. 흰색과 검은색이 적절하게 섞인 의상. 일단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 려고 했으나, 이내 내 한숨은 비명으로 바뀌어 버리고 말았다.


“으아아아악! 이게 뭐야!!!”


검은 반팔 와이셔츠. 그리고 팔뚝을 살짝 뒤덮은 하얀 레이스. 새까만 미니스커트 위를 살포시 덮고 있는 짧은 앞지마. 그래, 지금 내 몸을 뒤덮고 있는 옷은 바로 메이드복이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걸 입고 있냐고!!”

【변장의 일환입니다.】


이런 상황을 설명이라도 하려는 듯, 머릿속에서 시스템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변장은 무슨 변장! 이건 변장이 아니야! 아니라고!”

【변장은 어울려야 합니다. 또 완벽해야 합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설마...


“서, 설마 그것까지 없앤 건 아니지?”

【그걸 원하십니까?】


비록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지만, 작은 진심이 느껴졌다.


“아니! 절대로 아니!”

【...아쉽군요.】


아니, 아쉽긴 뭐가 아쉽다는 거야! 정말 나를 남자와 여자의 중간 단계로 만들 생각이었던 거야?


“다른 옷을 달라고!”

【다른 변장을 하게 된다면, 외모적 특징 때문에 변장이 들킬 위험이 있습니다.】


내가 원하지도 않은 외모 때문에 이런 부조리함을 겪어야 한다니. 아니,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걸까.

지금 막 이 세상에 돌아왔는데.

바로 조금 전에 무협랜드에 도착했는데.

이게 뭐야! 옷 같지도 않은 옷을 입어야 하는 것도 모자라, 여자 행세를 해야 한다고?! 내가 뭐 전생에 나라라도 팔았나? 이건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고!


【지금의 현과장에게 딱 알맞은 대피 장소가 있습니다.】


울분이 목 뒤에서 넘어오려던 바로 그때,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무척이나 신이 난 듯 밝게 들려오는 목소리. 아주 신이 났구나, 신이 났어. 그래, 도대체 어딜 알려주려는 걸까.


“어디인데?”

【바로 뒤에 있는 지하 술집입니다.】


지하 술집? 그러고 보니, 무작정 달리기만 했던 탓에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이런 생각이 머리에 차오르자,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반짝반짝이는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그래, 여긴 바로 중경의 유흥가였다.

그런데 지금 이 옷을 입고 지하 술집으로 가라는 말이야? 이 유흥가 거리에 있는 지하 술집으로?!


“너 지금...!”

【이곳이라면 현과장님을 환영해 줄 거라 생각합니다.】

“환영이고 나발이고! 지금 저 안에 들어가서 뭘 어쩌라는 거야?!!”


난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지하 술집의 간판을 읽어보았다. 「BAR 중성시대」 간판에서부터 불길함이 마구마구 뿜어져 나왔다. 중성이라니. 이거 무슨 뜻이지?


“여기 뭐하는 곳이야?”

【흔히들 말하는 게이바입니다.】

“게, 게이바?”


순간 정신이 혼미해져 왔다. 지금 나에게 게이바로 몸을 숨기라는 거야? 경찰들에게 쫓기는 것도 억울한 데, 이런 오해 받을 행동까지 해야 하는 거냐고!


“난 못가! 아니 안 가! 절대 안 들어가!”

【무작정 거리를 헤메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만, 현과장의 외모가 너무 눈에 띄어서 얼마 가지 못하고 포위될 확률이 높습니다.】


머릿속 그녀가 논리적으로 날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논리적인 건 나 역시 그 누구에게 져본 적이 없는 법. 난 그녀의 이야기에 조목조목 반박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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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374. 가출 24.02.18 12 3 11쪽
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4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8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4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0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19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8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3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2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5 4 12쪽
»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8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3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7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1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5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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