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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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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86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2.01 10:00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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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357. 중경 그리고 삼림

DUMMY

“왜 옷을 벗어요?”

“당연한 걸 왜 물어? 너도 원하잖아!”


제정신이 아니다. 내가 뭘 원하는데? 내가 지금 원하는 건 오직 하나, 내 기억을 되돌리는 것뿐. 그 외에는 전혀 관심이라는 게 없다. 그런데, 이 여자는 도대체 내가 뭘 원한다고 느끼는 것일까.


“아니요.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닌데요.”

“뭐야, 너 좀 변태구나? 좀 하드한 걸 원한다는 거야?”


그녀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에서 욕정이 더더욱 진해졌다.


“내가 집에 좀 그런 게 있긴 한데.”


은근슬쩍 다가와 내 뺨을 어루만지는 유연. 이것도 엄연한 성추행이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죠?”

“시간이 없다니까.”


그녀의 손이 점점 내려가더니 내 가슴 쪽을 향했다.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지만, 이젠 그럴 수 없다. 호된 맛을 좀 보여줘야지.


[딱!]


난 그녀의 앞에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녀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무수히 많은 촉수. 그 촉수들은 단번에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아~!”


그녀의 이상야릇한 목소리가 술집 천장으로 뻗어 나갔다. 침까지 질질 흘리며 완전히 맛이 가버린 그녀. 이 여자 보통의 변태가 아니다.

예전에 이 여자와 비슷한 변태가 있었는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원더랜드에서 만난 인연인 모양이었다. 이렇게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면.


“하악... 하악... 날 어쩔 거야? 하악...”


쾌락에 젖은 그녀의 눈동자가 날 향했다.


“특별히 할 건 없어.”

“뭐?”


난 움직일 수 없는 그녀를 끌고 창고로 향했다. 이런 변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벌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난 그녀에게 벌을 주기 위해, 그녀를 창고 안으로 던져버렸다.


“여기서 즐기자고?”

“안에서 머리 좀 식히고 있어.”

“너...!”


난 그대로 문을 닫고, 바 테이블 앞으로 걸어갔다. 이제 곧 있으면 충식이 올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러는 것도 마지막이겠지.


“옷.”


내 말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기 무섭게, 따스한 기운이 내 몸을 둘러쌌다. 그 온기는 이윽고 은색 정장으로 바뀌어 내 몸을 감쌌다.


“이번에는 좀 낫네.”

【신경을 좀 썼습니다.】


머릿속에 들려온 시스템 누나의 목소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내 나름의 칭찬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현과장.】

“잠깐이긴 하지만 몸을 숨겼었으니까, 밖으로 나가도 괜찮지 않을까?”

【아직 경계가 삼엄할 것이라 예상이 됩니다.】


경계가 삼엄하다는 말이 뇌리에 꽂혔다. 내가 아무리 급하다고 하지만, 위험한 상황 안으로 직접 들어갈 정도로 위급한 상황은... 위급하긴 위급하지. 18년이란 시간을 그냥 날려 버렸으니까. 이제 남은 건 달랑 2년인데.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죽일 순 없잖아.


“어쩔 수 없어. 빨리 기억을 찾고 원더랜드로 출발해야 하니까.”

【그럼 가면 착용을 추천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내 손에 하얀색 가면이 생겨났다. 내 미학에 맞지 않는, 석고상의 느낌이 나는 가면이었다.


“이건 좀 별로인데.”

【그럼 어느 가면으로 하시겠습니까?】


내 머릿속 안으로 수많은 가면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집트 스핑크스의 가면부터, 아이들의 장난감 반 가면까지. 그중 내 눈을 사로잡은 한 가면이 있었다. 아무런 것도 조각되어 있지 않은 둥그런 유리 가면. 속이 뿌옇게 비치는 그 모습은, 마치 지금의 내 상태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 같았다. 또렷하지 않고 흐릿한 내 기억을 말이다.


“이걸로 하겠어.”

【반투명한 유리 가면 말씀입니까?】

“응.”


내 대답이 끝나자, 순식간에 생겨난 유리 가면. 난 그 가면을 얼굴 위로 올렸다.

숨구멍이 뚫려있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숨 같은 건 쉬지 않으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더욱 시선을 끌 거 같은데요.】

“그게 내 노림수지.”


난 그대로 술집 밖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빛보다 빠르게 술집 주변에서 벗어났지만, 술집 밖은 유흥가의 아침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예상외로 한가했다.


“아무래도 중경의 중앙으로 가야 할 거 같은데.”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머릿속으로 들려온 그녀의 질문에, 난 반투명한 미소를 지으면 싱긋 웃었다.


“글쎄,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바(BAR)로 돌아온 충식은, 서둘러 주머니 속의 쪽지를 확인했다.


「와신상담. 이제는 천명을 되돌릴 때.」


그의 예상대로 편의점 알바생 청년은 조직의 사람이었다. 쪽지를 받은 충식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천명을 되돌릴 때’라는 연락을 받은 이상, 그는 움직여야만 했다. 18년 전 당한 수모를 갚기 위해서.


“유연아! 너 어디 있어?!”


충식은 연락을 줬던 유연을 격하게 찾았다. 그러자, 저 멀리 창고 쪽에서 들려오는 이상 야릇 신음. 충식의 얼굴에 난감함이 피어났다.


“이 미친것! 틈만 나면 남자를 처먹지!”


충식은 창고를 바라보며 잠깐 망설였지만, 그대로 두고 볼 순 없었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그녀에게 잡아먹히고 있을 그 예쁜 남자아이를 위해서.


“야! 내가 너 그 짓도 적당히 하랬지?!”


충식은 벌컥 문을 열며 크게 소리쳤다. 그런데, 그의 눈앞으로 펼쳐진 모습은 남녀의 애정행각이 아닌, 검은 물체에 돌돌 말린 유연. 그녀는 반쯤 정신인 나간 상태로 신음을 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야! 유연아! 정신 차려!”


충식은 빠르게 그녀를 향해 다가가, 그녀를 감싸고 있던 검은 물체를 걷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충식의 손에 떨어진 그녀, 유연. 반나체 상태였던 그녀는 절정을 흠뻑 느끼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 미친것! 완전히 돌았네! 돌았어!”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뺨을 살살 두드렸다. 그러자,


“으으... 으으...”


그녀는 서서히 쾌락에서 깨어나 충식을 바라보았다. 반나체 상태였지만, 그녀의 모습에 작은 민망함도, 티끌만한 부끄러움도 나타나지 않았다.


“야! 너 그 예쁜 아이는?”

“...몰라요. 날 이렇게 만들고 그냥 사라졌어요.”

“널 그렇게 만들었다고?”


충식은 살짝 놀랬다. 여리고 어린 줄만 알았던 마스코트가, 그 내면에는 야수의 생동력을 가지고 있었다니. 그는 겉만 보고 판단했던 자신을 살짝 되돌아봤다.


“그런데 왜 돌아오신 거예요?”

“연락이 왔다.”


연락이 왔다는 그의 말에, 유연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이제 움직이겠데요?”

“응. 이제 천명을 돌릴 때다. 네 아버지의 자리를 되찾을 때야.”


충식은 그녀에게 자신이 받은 쪽지를 건넸다. 그렇게 한동안 쪽지만은 바라보고 있던 유연. 이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고 구석으로 걸어갔다.


“이제 전부 되찾겠습니다.”


그녀는 창고 구석에 놓인 작은 몽둥이 두 개를 손에 집었다. 그러자, 몽둥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찬란한 불빛. 바로 광선검이었다.


“우리가 할 일은 장군 암살이다. 우선은 소림부터 제거하자. 아니, 제거해야 합니다, 황녀님.”

“그래. 그렇게 하지요, 병필태감.”


유연은 광선검을 꽉 쥐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그녀의 눈빛. 조금 전 쾌락만을 추구했던 그 여자는 어딜 가고, 투지와 분노만이 가득한 광전사가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예전 중경보다 훨씬 넓어진 현재의 중경. 거대한 건물들이 마치 숲처럼 빽빽하게 들어 서 있었다.


“숲이네, 숲.”


그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단어, 중경삼림. 언제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가 본 유명한 영화의 제목이었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실 예정입니까.】


잘 생각나지 않는 추억으로 빠지려던 바로 그때, 내 머릿속에 들려온 시스템 누나의 목소리. 분위기도 참 잘 맞춰서 들어오는 거 같다.


“당연히 자기 어필이지.”


내 대답에 시스템의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그녀가 보기에는 내가 벌이려는 이 짓이 그저 쓸모없는 행동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옷, 빨간 옷. 입혀 주지 말고, 내 손 위로.”


손에 따스한 기운이 느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색 트레이닝 복이 내 손에 잡혔다.


【그거로 뭘 하시려는 겁니까.】

“말했잖아. 자기 어필이라고. 요즘 세상은 본인이 잘났으면 잘났다고 말을 해야 한다니까.”

【그건 현과장이 살았던 세상에서의 논리 아닌가요?】


딱히 틀린 말은 아니기에, 난 곧바로 대답할 순 없었다.

하지만, 붉은색이 금지 색이 된 이 세계라는 것은,

분명 현과장이 큰 관여를 했다는 것이고,

또 현과장이 관여를 했다는 건, 어느 정도 지구와 비슷한 시스템을 쓰고 있다는 말이 된다. 시스템이 비슷하다는 것은 무협랜드에 도착한 이후 쭉 느끼고 있었다. 난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현과장을 만든 존재라는 것.


“저기가 좋겠다.”


난 중경의 중심에 있는 조금 낮은 건물 위로 날아갔다. 높은 건물로 올라가면 사람들이 날 볼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럼 시작해 볼까?”


난 건물 위에서 붉은색 트레이닝 복을 열심히 흔들었다. 그렇게 옷을 흔든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들려온 사이렌 소리. 경찰들이었다.


“당신은! 지금! 허락되지 않은 색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건물 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난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흔들었다.


【소용없는 짓입니다. 차라리 복제품 현과장을 찾아가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해.”


마음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현과장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가 개입해 붉은색을 금지했다면, 붉은색을 입은 사람이 나타났다는 말에 어떠한 반응을 보였을 텐데,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현과장이 내가 알고 있는 현과장일까?”

【18년이란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이곳에 있는 현과장은 당신의 복제품이 확실합니다.】

“내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야. 과연 현과장이 내가 알고 있던, 그 현과장이 맞냐 이거야. 정의감 넘치고 모두를 생각하는 그 현과장이.”


자신이 없었다. 그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일 거란 자신이.


“당장 옷을 버리고 투항하세요! 마지막 경고입니다!”


건물 밑에서 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렇게 원한다면 버려주지. 난, 건물 밑으로 손에 쥐고 있던 옷들을 바로 던져버렸다. 그런데, 과연 내가 이대로 끝낼 거 같아?


“옷! 붉은 옷!”


난 계속해서 옷을 만들어 건물 밑으로 던졌다. 떨어지는 옷들을 보며 식겁하는 경찰과 시민들. 그들은 완전히 공항상태였다.


【악질이시네요.】

“나한테 메이드 복을 입힌 너만 할까요.”


난 비아냥거리며 계속해서 옷을 뿌렸다. 그런 그때였다.


“멈춰라!”


머리 위에서 들려온 우렁찬 목소리. 지금까지 상대해온 경찰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난 고개를 올려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군인들. 그들의 표정에서 형언할 수 없는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널 처단하러 왔다, 빌런.”


그런데 갑자기 이건 또 무슨 말이야. 빌런? 내가 빌런이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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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374. 가출 24.02.18 11 3 11쪽
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3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2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7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3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0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3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2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18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7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3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1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4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7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0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2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6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0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4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1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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