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29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1.18 10:00
조회
17
추천
4
글자
12쪽

343. 무뢰배

DUMMY

중경의 밑의 소도시 경하(京下).

경하의 자그마한 저택에서 곡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시부모, 남편 그리고 만삭의 아내까지. 땅이 떠나가도록 울고 있는 저택의 사람들. 시부모들은 땅에 쓰러진 그녀, 여린의 손을 붙잡고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가야,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녀의 시아버지는 미안하다는 말을 연거푸 읊조렸다.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전부였다.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음에도 없는 짓을 해야만 했다.


“여보, 내가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녀의 남편은 무릎을 꿇은 채, 그녀에게 사죄했다. 그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이것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요.”


여린은 눈물을 훔치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외에는 없었다. 명문세가의 외압에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녀가 희생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으리, 그래도 우리 아가를 기루에 파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그것만은 막아주세요! 나으리!”


그녀의 시어머니가 시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간절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눈물만 흘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시아버지. 그도 도무지 방법이 없는 듯 했다.


“여보, 내가 어찌 해 보겠소. 당신은 개방 사람들과 잠시 지내주시오.”


남편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의지. 여린은 그가 허튼짓을 저지르기 전에 그를 말려야만 했다.


“아닙니다, 저만 나가면 되는 일입니다. 저만 연씨 가문과 멀어지면 되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지어미를 버리는 것도 모자라, 기루로 보낸다는 말입니까! 이건 내가 해결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해결해야 합니다!”


남편의 의지는 확고했다. 목숨을 끊어진다 하더라도, 여린을 지킬 생각인 그녀의 남편. 그 모습에 그저 눈물만 흐르는 여린이었다.




“대협! 또 오셨네요?!”

“그래, 별일 없지? 명문세가 놈들이 괴롭히지는 않지?”


난, 어제의 약속이 잘 지켜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중경의 거지굴로 잠깐 내려왔다. 어제와 다르게, 거지굴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그들이 약속대로 개방의 제자들을 건들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젯밤부터 봐도 못 본 척하던데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개방 아이의 말에, 난 한숨을 돌렸다. 나로 인해, 혹은 내가 저지른 일로 인해, 그 누구도 억울한 일을 당해서는 안 된다. 물론 예외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힘없는 사람들이 더 어려운 상황에 떨어지는 건 막아야만 하니까.


“아, 그런데요, 대협!”

“응?”


개방의 아이가 뭔가 할 말이 있는지, 막 거지굴을 떠나려는 날 붙잡았다. 혹시나 다른 괴롭힘을 받은 것일까. 순간, 신경이 곤두섰다.


“증 승상님의 첫째 따님이 소박을 맞으신다네요.”

“소박?”


그러고 보니, 병필태감 정충식으로부터 첫째 딸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설마 진짜 소박을 맞는다는 건가? 정말 자신의 집으로 시집온 여인을 내친다는 말인가? 그 말을 듣게 된 난,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집에서 내쫓는다는 거야?”

“기루로 팔려간다는데요.”


집에서 내쫓는 것도 모자라, 기루로 팔려간다고? 제정신인 거야? 가슴속에서 용암 같은 분노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연씨 아저씨가 여린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 경하의 거지굴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어요.”

“거지굴로 도움을 요청해?”


도움을 요청했다는 말에, 폭풍처럼 몰아치던 분노가, 약간 잠잠해졌다. 그렇다고 해도, 분노가 완전히 가라앉은 건 아니다. 평생을 같이하자고 약속한 반려자를 이리 쉽게 내치다니. 이 사실은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여린 아가씨는 지금 만삭이라고 하던데.”

“뭐? 만삭?! 이것들이 만삭인 사람을 내치는 것도 모자라, 기루에 판다고?!”


분노가 다시금 차올랐다.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있을 수 없으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경하가 어디냐?!”

“중경 남쪽에 있는 작은 도시...”


난 중경 남쪽이라는 말만 듣고 곧바로 뛰어올랐다. 점차 멀어지는 거지굴 그리고 중경. 그렇게 난 얼굴도 모르는 그녀를 찾아 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달려갔다.




“도저히 그럴 순 없습니다!”



여린의 남편, 연씨는 저택의 대문 앞에 서서 모두를 막았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버티고 있음에도 완전히 무시하는 병사들. 병사들의 손에는 만삭의 여인, 여린이 잡혀 있었다.


“내 식솔이란 말입니다! 감히 누가 끌고 갈 수 있단 말입니까?!”


연씨는 병사들에게 달려들어 여린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건 둔탁한 매질뿐이었다. 연씨를 제외한 그 어떤 이도 함부로 나서지 않았다. 그저 지켜만 볼 뿐이었다.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피투성이가 된 그였지만, 죽기 살기로 병사들의 앞을 막았다. 주먹이 그의 얼굴 위로 떨어져도, 몽둥이가 그의 손과 발을 부러뜨려도, 그는 온 힘을 다해 병사들을 막았다. 노을과 함께 피가 사방으로 번졌지만, 연씨의 눈빛은 간절함을 잃지 않았다.


“서방님...”


그 모습에 여린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한시라도 빨리 연씨 저택을 나서는 것뿐. 오로지 그 방법만이 그의 남편과 시부모 그리고 가문의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아,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연씨는 남은 힘을 짜내 병사의 발을 잡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남편의 손을 떠나 지옥으로 끌려가는 여린. 저택 모두의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제대로 위치를 듣지 않았던 탓에, 해가 완전히 진 뒤에야 경하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슴이 아닌 머리가 뜨거워지면 항상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조금 더 침착했어야 했는데. 하긴 만삭 아내를 기루에 판다는 소리를 듣고 정신이 나가지 않으면 그게 사람인가, 짐승이지.

난 빠르게 경하의 거지굴을 찾으려 움직였다. 그런 바로 그때, 어디선가 들려온 곡소리. 난 순간적으로 그곳이 여린의 시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난 망설이지 않고, 걸음을 돌려 빠르게 곡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앞에 나타난 작은 저택. 저택의 모든 이가 세상 슬프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 사이로 피투성이가 된 시체가 보였다. 엉망진창으로 맞은 남자의 시체. 이 남자의 죽음 때문에 슬피 울고 있는 걸까. 순간 허탈감이 밀려왔다.


“비켜보세요.”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사람하나 못 살릴 시간은 아니었다. 난 그대로 『소생』을 그에게 뿌리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런데,


“으.. 여린.. 여린...”


그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익숙한 이름. 증 승상의 첫째 딸, 여린이었다.


“여기가, 여린 아가씨의 시댁이 맞는 겁니까?”


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남자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음에도 사람들의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이들이 이렇게 슬퍼하는 원인은 바로, 여린. 그녀뿐이었다.


“여린 아가씨는 어디 있습니까?”


그들의 눈물로부터 불길함이 느껴졌다. 그녀가 거지굴로 간 게 아닐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곽씨 가문의 병졸들이 끌고 갔습니다.”


정신을 차린 남자의 입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모습으로 볼 때,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던 것 같다. 그런 그에게 비난을 던진다는 건 어불성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그 간절한 마음을 이루어 주는 것뿐이다.


“떠난 지 얼마나 지났습니까?”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어디로 갔습니까?”

“중경의 기루로 데리고 간다 들었습니다. 대협, 제 아내를 구해주십시오!”


남자는 내 발을 붙잡고 사정하고 또 사정했다. 내 발을 붙잡은 손이 파르르르 떨려왔다. 그의 간절함이 전달되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려고 왔으니까.”


이후 난, 그로부터 병졸들이 움직인 정확한 위치를 듣고 난 뒤, 달리기 시작했다. 더는 길거리에서 보낼 시간이 없다. 만삭이 된 여린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니, 초조함이 더욱 밀려왔다.

이런 마음으로 얼마 달리지 않았는데, 숲길 한편에 멈춰있는 병졸들과 만삭의 여인이 보였다. 만삭의 여인을 붙잡고 희롱을 하고 있던 병졸들. 만삭 여인의 옷이 반쯤 벗겨져 있었다.


“개 잡놈들!!!”

[슝~! 퍽!]


내 호통과 함께 날아간 은화가 그녀를 희롱하는 한 병사의 머리를 뚫고 나무에 꽂혔다. 은화가 꽂힌 나무로부터 사방으로 번지기 시작한 은빛의 화염. 그 독기 품은 화염이 병사들의 머리 위로 수북하게 떨어졌다.


“으아아아악!!”

“사람 살려!!”


번져오는 불길에 겁먹어, 사방팔방으로 도망치는 병사들. 난 부리나케 도망치는 그들을 잡아, 다시 불길 속으로 밀어 넣었다. 비명이 끊어지질 않았다.

도망치면 밀어 넣고, 또 도망치면 밀어 넣었다. 난 단 한 놈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단지, 명령에 따라 여린을 기루로 데리고 가던 중이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놈들은 여자를 농락했다. 그것도 만삭인 여인을.


“가, 가까이 오지 마!”


병사 중 한 놈이, 만삭인 그녀를 인질로 붙잡고 날 위협했다. 그녀의 주변에만 불길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분의 몸에서 손 떼.”


되도록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입을 열었다.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까딱 잘못하면, 그녀의 얼굴 위로 더러운 이의 핏물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날 망설이게 만들었다.


“나, 난 여기서 살아서 나갈 거야!”


그녀를 인질로 잡은 병사는, 천천히 불붙은 숲을 빠져나가려 했다. 바로 그때, 내 손에 잡힌 병사의 손. 그 버릇없는 손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잡고 있었다.


“여린 아가씨, 눈 감고 귀 막아.”


내 말에, 그녀는 곧장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슝!]


난 곧바로 은화를 던져 그를 응징했다.

겁 없이 희롱을 일삼은 팔을 자르고, 그녀의 속살을 본 그놈의 두 눈알을 화염으로 태워버렸다.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성대를 잘라버렸다. 그들에게 지옥이 어떤 곳인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죽어가면 살리고, 또 죽어가면 살려서 그들을 농락했다. 그들의 입에서 직접 죽여달라고 빌 때까지.


“그, 그만 하세요!”


내 분노를 막아선 사람은 다름 아닌, 만삭의 그녀였다.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요. 저놈들은 죗값을 받아야 합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저놈들에게 자신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는지 확실하게 새겨 줘야 합니다.”


난 계속해서 불길에서 뛰쳐나오는 놈들을 다시 그 안으로 밀어 넣었다. 비명이 끊어지질 않았다.


“배, 배 속의 아이에게 좋지 않을 거 같아요!”


순간 손이 멈춰졌다. 다른 이유도 아닌 배 속의 아이라니. 당장 갈아버려도 시원찮을 인간들을 이대로 보내줘야 하다니. 머리는 이해했지만, 가슴은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만할 땐 그만하더라도 눈과 혀는 뽑고...”

“아뇨! 그냥, 그냥 보내 주세요!”

“저놈들은 아가씨를 희롱하려고 했어요.”

“알아요! 알아요! 하지만 저 사람들이 저렇게 죽어버리면 제가 더 괴로울 거 같아요.”


그녀의 말에, 꺼지지 않는 분노를 겨우 잠재웠다.

그렇게 그녀 덕분에 목숨을 구하게 된 무뢰배들. 당장이라도 쫓아가 갈아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녀와 그녀의 배 속 아이를 위해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4 374. 가출 24.02.18 12 3 11쪽
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5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4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20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3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5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2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1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5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21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20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5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3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5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6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9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1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4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8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3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7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3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