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99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2.15 10:00
조회
17
추천
3
글자
11쪽

371. 그들의 현실 - 2

DUMMY

“아이고! 마음이 상하셨어요, 국방부 장관 나으리?”

“당연히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상하지 않겠습니까, 여사님. 일대종사를 다시 일으킨 것도 나인데. 안 그래요? 등 책사님?”


남수는 멀찌감치 앉아있는 수척한 노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던 것일까. 건장했던 등 책사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늙고 쇠약한 남자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증 국방 장관의 말이 맞아요. 저분 아니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모일 일도 없었지요.”


등 책사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른 이들도 그의 말에 수긍하는 눈치였다. 단 한 여자만 제외하고.


“처음부터 우릴 무너뜨리려 하지 않았다면, 해체될 일도 없었잖아요. 내 말이 틀렸나요?”


상냥하게 남수의 마음을 풀어주려 했던 여자는 어딜 가고, 두 눈에 독기를 잔뜩 품은 여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동일 인물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진연. 그 모습에, 그의 오빠 진돈까지 놀랄 정도였다.


“진연아, 그만하자.”

“나도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에요? 그렇잖아요, 모두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진연의 물음에 남수를 제외한 모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남수는 할 말이 많은 듯 입술을 씰룩거렸지만, 이내 그대로 깨물었다. 그녀가 말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 그가 원한 일은 분명 아니었지만, 국방 장관인 그의 손에 일대종사가 한 번 몰락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과장에게 완전히 버림받았다. 허울뿐인 국방부 장관. 명문 정파의 사람들을 군대로 통합시킨 뒤, 모든 장군은 오직 현과장에게만 보고할 뿐, 자신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도 보내지 않는다. 심지어 소림특전사단이 궤멸했을 때도 남수는 전혀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현과장의 손과 발, 개방정보국이 완전 통제를 하고 있었으니까.


“자, 자. 지난날은 모두 잊읍시다. 우리가 지금 다시 모인 게 중요한 거 아닙니까?”

“형님 말이 맞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다시 모여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지요.”


부영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무영. 그들 덕분에 냉랭했던 방 안의 분위기가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황녀 쪽 동태는 어떻습니까, 가 회장님. 아직 눈치채지 못한 거 같지요?”

“곽 회장님 생각대로입니다. 그 년은 복수에 눈이 멀어서 생각 따위는 하질 않아요. 문제는... 고것이 너무 강해져서 문제지.”

“그건 제가 인정합니다. 제 실수였어요.”


무영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유연을 너무 얕봤었다. 그녀가 복수에 미쳐있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명문정파의 모든 무공을 섭렵할 정도로 미쳐있었을 줄이야. 완전 계산 착오였다.


“그래도 현과장에 비하면 하룻강아지니까, 아직은 안심이라고 할까요?”

“현과장은 논외입니다. 반탄신공 때문에 암살은커녕 근처에 가지도 못하니까.”


무영의 말에, 남수가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아직도 현과장의 능력을 무공 「반탄신공」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눈에 본 현과장의 능력이 반탄신공과 너무나 유사했기에, 그들은 현과장을 신공의 소유자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증 장관. 놈에게 틈도 없습니까? 뭐 자는 순간만이라도 신공을 펼치지 않는다던가.”

“책사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암살이 번번이 실패했다는 걸. 자는 순간도 신공을 발휘하더라고요.”


남수는 가슴속에 응어리져있던 한숨을 그대로 내뱉었다. 그랬다, 지금 이 상황에서 현과장을 힘으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역시, 그놈을 몰아낼 방법은 이것뿐이군요. 황실 정통성.”


진돈의 말에, 살짝 눈빛이 변하는 사람들. 절망감 가득했던 그들의 눈빛에 작은 희망이 싹텄다.


“여론을 돌려야 합니다. 현과장이 많은 일을 하긴 했지만, 언론통제를 하는 것도 사실. 우린 이 부분을 노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모두에게 말했다. 그의 말에 동의하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그러나 이번에도 오직 그녀만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무리 언론을 뒤집어도, 지금의 황녀가 죽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거 아닌가요?”


작전의 핵심을 찌른 진연의 한 마디. 천천히 끄덕이던 그들의 고개가 완전히 정지되었다.

그런데 그들은 황실 정통성을 이야기하면서, 모순되게 왜 황녀의 죽음을 바라는 것일까.


“그년은 너무 많이 알아요. 지금은 우리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고 있지만, 언제 본색을 드러낼지 모른다고요.”

“진연의 말이 맞긴 해요. 곽 회장님과 곽 부회장님이 어떻게 좀 안 됩니까?”


진돈 그리고 진연이 애원하는 눈빛으로 곽 형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괴물이라니까요. 안 그러냐, 무영아?”

“백 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하는 무인입니다, 황녀는.”


두 형제는 자신이 없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들의 반응 이후, 방 안에는 불안한 침묵이 흘렀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작전에 큰 버팀목이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거대한 걸림돌이 되어버린 황녀.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는 그녀를 당장 치워버려야만 했지만, 너무 커져 버렸기에 그것도 쉽지 않았다.


“아! 그렇다면 이 건 어떻습니까?”


그때,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입을 연 남수. 불안함만 가득했던 방 안에 새로운 희망이 불어닥치는 것만 같았다.


“황녀에게 현과장 암살을 명령하는 겁니다.”

“현과장 암살이요?”


진돈이 그의 말에 무척이나 놀랐다. 물론 그 방법이 제일 확실하긴 하지만, 과연 황녀가 의심하지 않고 현과장 암살을 받아들일까. 진돈은 사실 자신이 없었다.


“아무리 명령이라 그래도... 황녀가 받아들일까요? 현과장이 괴물인 걸 너무나 잘 아는 년인데.”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제가. 국방장관의 입에서 현과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면,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복수에 미친 그년이라면.”


남수의 말에 모두 두 눈을 번뜩였다. 매번 딴지를 걸던 진연, 그녀까지도.


“그렇게 황녀가 죽으면, 우리가 만든 가짜를 앞에 내세우면 됩니다. 여러분이 힘을 실어 주신다면, 나머지는 제가 쿠테타로 뒤집으면 되고.”

“나쁘지 않군요.”


표독한 진연의 얼굴에 살짝이 미소가 번졌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모두 흡족하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짓기 시작했다.

그렇게 끝나게 된 비밀회의. 그러나 아직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황녀 유연이 일대종사를 벗어나 이미 다른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중경의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내 번뜩이는 재치가 돋보인 나름 걸작품에 속하는 건물이다. 물론 최고의 걸작품은 시뮬레이션 원더랜드. 시뮬레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 찾아와서 살림까지 꾸렸으니 말 다 했지.

어쨌든 난 지금 그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에 와있다. 예전 내가 계획했던 모습은 작은 흔적조차 없고, 완전히 현대식으로 바뀌어 버린 외관. 내부 역시 예전 객잔의 모습은 사라지고, 전부 깔끔하게 바뀌어 있었다.


“참... 많이 변했네.”


나도 모르게 탄식이 튀어나왔다. 새롭고 멋진 것이 사랑받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의 모습을 가꾸면서 발전하면 안 될까. 이렇게 생각하는 게 꼰대라는 증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모든 게 바뀌어 버린다면, 예전의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난 객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시스는 회담이 있을 방으로 걸음을 옮긴 상황. 난 회담이 끝날 때까지 이 방에 앉아서 대기할 예정이었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객잔 직원들이 한 상 가득 음식을 내왔다. 예전과 확실히 달라진 구성. 배가 고프지 않은 것과 별개로 이 음식들을 별로 입에 대고 싶지도 않았다.


“오빠, 또 만났네!”

“... 네가 말한 사람이 저 사람이야?”


내가 있는 방으로 무작정 들어오는 두 사람, 은하와 은아. 반가워하는 은하와 다르게, 은아는 무척 경계하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저 오빠가 내 꿈에 나온 오빠야!”

“... 그래?”


은하는 스스럼없이 내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러나, 그녀와 다르게 문 앞에 선 채 전혀 움직이지 않는 은아. 그녀의 경계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졌다.


“언니 뭐해? 앉아.”

“아니, 난 여기 있을 거야.”

“응? 왜?”


그런 그녀의 태도에 의문을 갖는 은하. 은하는 은아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은아의 곁으로 걸어갔다.


“언니, 왜 그래?”

“저 사람... 무척 수상해...”


둘은 귓속말을 주고받으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다 들렸다. 내 귀가 밝아서? 아니다. 그냥 이 친구들이 조심성이 없어서였다.

두 자매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돌려 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은아에게는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난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고 말았다.



“정말 이상하네...”

“그렇지, 은하야? 내 말이 맞지?”


두 사람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이상하다는 것일까. 이쯤 되니까 내가 궁금해지네.


“말이 안 되잖아. 동동구리모에 왔으면서 음식을 안 먹어?”

“그러니까! 내 말이!”


은아와 은하는 무척이나 경계하듯, 아니, 무슨 벌레를 보는 듯이 날 바라보았다. 아니, 음식을 안 먹을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뭐 잘못한 거야?


“언니... 이건 설마 그런 뜻이 아닐까?”

“무슨 뜻?”


은하가 은아의 귀 쪽으로 바짝 다가갔다. 그러더니, 뭔가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은하. 분명 비밀이야기를 나누는 것일 텐데, 왜 이렇게 잘 들리게 이야기하는 것일까. 도통 둘의 의중을 모르겠네.


“우리에게 음식을 양보하는 게 아닐까?”

“우리에게? 왜?”

“여성 배려! 우리를 배려하는 거라고!”

“정말?!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마음도 예쁜 거야?”


조금 전까지 의심과 경계만 가득했던 눈빛에 어느새 존경과 미안함이 차올랐다. 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럼!”

“먹어야지!”


두 자매가 참 손발이 잘 맞는다. 그녀들은 곧바로 식탁 앞에 앉더니, 바람에 게눈 감추듯 식탁 위의 음식들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참... 잘 먹는다. 참 잘 먹어. 하긴 여희도 잘 먹긴 했지. 이게 유전의 힘인 걸까.

그런데 한참 음식을 먹던 도중 은하와 은아의 눈빛이 마주쳤다. 무슨 일인 걸까. 혹시 누군가가 음식에 무슨 장난질이라도 쳤던 걸까? 난 순간 긴장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언니 부족한 거 같지?”

“약간 모자란 거 같아.”

[따르릉~! 따르릉~!]


진동벨을 누르는 은하의 손은 빛보다 빨랐다. 음식에 진심인 녀석들. 그래, 저런 그녀들의 관점에서 보면 난 이상한 사람이겠지. 음식을 앞에 두고 먹질 않았으니.

난 그렇게 한동안 두 사람의 먹방을 바라보기만 했다. 가끔 끊임없이 추가되고 사라지는 음식들을 바라보면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74 374. 가출 24.02.18 11 3 11쪽
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3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2 3 11쪽
»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8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3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0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3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2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18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7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3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1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4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7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0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2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6 4 11쪽
347 347. 업데이트 - 2 24.01.22 10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4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1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