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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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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63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1.22 10:0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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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347. 업데이트 - 2

DUMMY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현과장은 창조주가 아닙니다.】


그 어떤 부정(不定)보다 완벽한 부정. 그래, 난 창조주가 아니다. 창조주가 넣으면 넣는 대로, 빼면 빼는 대로 그냥 당하고만 있어야지. 그게 피조물이지.


“그래, 그럼 새로운 업데이트 사항은 뭐야?”

【인간성입니다.】


순간 난 내 귀를, 아니, 나 자신을 의심했다. 뭐? 인간성? 나에게 인간성이 없다는 거야? 내가 뭐 싸이코패스 아니면 소시오패스라도 된다는 건가?


“나 충분히 인간성 좋아! 나를 위해 원더랜드를 구하려는 건 줄 알아? 전부 원더랜드에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해서라고!”


난 인정할 수 없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항을 넣기 위해 이런 고생을 시키다니. 이건 단순한 꼬장이다. 내가 창조주의 마음에 들지 않은 행동을 했기에, 이런 꼬장을 피우는 거다.


“아니! 것 참 너무하시네! 사람이 실수할 때도 있지!”

【현과장. 오리지널. 의 선택은 실수가 아닙니다. 고의성이 다분합니다.】

“뭐? 고의성? 고의성?”


난 인정할 수 없었다.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 물론, 여희가 황후가 되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편이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한 건 맞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일 뿐이었다. 난 결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다고는 말 못 하겠네.

엄밀하게 따지자면, 조금 차가웠던 건 사실이니까. 조금, 아니, 많이 냉정했었던가?


“그래. 내가 좀 냉정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인데. 이건 효율적인 계산과 빠른 행동을 위한 거라고. 일종의 진화라니까. 수많은 원더랜드의 시뮬레이션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변한 거라고,”

【감정의 퇴화입니다.】


난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감정의 퇴화라. 내가 원하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감정을 죽였던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그래! 나 감정 없는 놈이다! 그게 뭐?! 빠르고 확실한 판단을 위해서는 감정 따윈 좀 배제해도 상관없다고!”

【당신은 로봇이 아닙니다, 현과장. 『창조주의 권능』 리부팅 진행률 95%】


이렇게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어느덧 리부팅은 끝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아니, 『창조주의 권능』을 위한 보조 시스템인 주제에 왜 이렇게 말빨이 좋은 거야? 이거 혹시...


“거기! 시스템 뒤에! 맞죠?! 창조주님! 맞죠?!”

【......】


대답이 없다. 이게 무언의 긍정이라는 걸까. 그러고 보니, 창조주는 날 지켜보고 있다고 했잖아. 물론, 그가 만든 세계에 그가 만든 시스템이기에 원하면 언제든지 날 지켜볼 순 있겠지만, 내 마음을 세세하게 열어 볼 순 없는 거 아닌가? 이건 빼박이다. 내 몸에 확신이 가득 차올랐다.


【『창조주의 권능』 리부팅 진행률 98%】

“어! 대답 안 해?! 아니, 창조주나 되시는 분이, 시스템 뒤에 숨어서 뭐 하시는 겁니까? 불러서 개쪽을 주셨으면, 거기서 끝내셔야지! 어른스럽지 못하게 뒤끝이 심하십니다!”

【...... 나 어른 아닌데! 모습은 아닌데!】


드디어 모든 일의 원흉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창조주는 왜 이렇게 날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걸까.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이토록 눈에 불을 켜고 날 지켜보는 걸까.


“그냥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씀을 하세요. 내가 그렇게 움직여 드릴 테니까.”

【그건 안 되지. 피조물의 자유의지는 그 무엇보다도 고귀하니까.】


뭐? 고귀하다고? 그러면서 지금 날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려고 인간성인지 뭔지 하는 걸 억지로 넣고 있잖아! 아니, 창조주가 이래도 되는 거야?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아도 되는 거냐고!


“아니, 그 고귀한 자유의지를,”

【아! 몰라! 나도 내 마음대로 할 거야! 그래! 현과장은 예외로 두자. 온 우주에 예외라는 게 없는 것도 아니니까.】


왠지 모르게, 뒤통수를 세게 그것도 아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머릿속이 멍했다. 흡사, 처음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왔을 때처럼.


【리부팅 끝났다. 가서 잘 해봐. 그리고 잊지 마. 내가 널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목소리가 끝나자, 점차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죽어있던 감각들이 스멀스멀 깨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속이 아닌, 바로 내 곁에서.




“서방님! 제발, 제발 일어나세요!”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목소리. 너무나 친근한 그 목소리가 살며시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지나갔다.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서방님’이라는 단어가 그녀의 정체를 말해 주었다. 그 단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니까.


“나 안 죽었어.”


너무나 감정 없는 첫인사였다. 안 죽었다니.

그건 그렇다고 치고. 아니, 이 감정은 뭐야? 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 거야?


“으앙! 서방님!! 서방님!!!”


여희가 누워있는 나를 와락 껴안았다. 평소 같았으면 당장 밀어냈을 텐데, 지금은 그렇게 행동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 이상하다. 내가 원래 이런 인물이었던가. 나 자신이 망가진 느낌이 들었다.


“서방님?”


가만히 있는 내가 이상했던 모양인지, 여희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네가 생각하기에도 내가 지금 이상하지?”

“네.”


역시 거침없는 상여자, 여희. 대답하는데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다.


“나도 감정이라는 걸 좀 아는 사람인데. 이건 뭔지 모르겠어. 도대체 이건 뭐지?”


의문이 솟구쳐 올랐다. 도대체 이건 무슨 감정일까. 먹먹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기쁘기도 하다. 슬픔과는 거리가 있으며, 안도감은 전혀 아니다. 도대체 이거... 뭐지?


“서방님, 괜찮으세요?”

“몸은 멀쩡한데. 내면이 조금 망가졌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달라졌다고 해야...”


바로 그때, 암흑 속에서 들었던 단어가 떠올랐다. 바로 『인간성』 창조주가 꼬장을 피워 가면서 나에게 심어놓은 능력. 이걸 능력이라고 보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나에게는 정체 모를 인간성이 가득 차 있다.


“이거 적응하려면 무척 오래 걸릴 거 같은데.”

“괜찮아요! 서방님 곁에는 내가 있으니.”


평소 같았으면 그녀의 말에 콧방귀도 뀌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너무나 달랐다. 그녀의 그 한 마디가 너무나 따스하고 든든하게 다가왔다. 아니, 이런 감정 뭐야? 이런 쓸데없는 느낌이 왜 드는 거야? 그녀의 존재가 전혀 도움이 안 될 게 뻔한데.

...도움이 되려나?


“고마워.”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왔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었다. 그렇다고 몸의 주인인 현과장이 움직인 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말에 대한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래, 그냥 대답이었다.


“서방님...”


감동이라도 받은 것일까. 여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내 눈가도 촉촉해져만 갔다. 이거 문제가 심각한데? 감정 조절이 되질 않잖아! 큰일이다. 감정 때문에 정확하고 세세한 계산이 힘들다. 아무래도 현과장을 만나 의논을 나눠야 할 거 같은데.


“여희야, 잠깐만. 나 조금만 더 누워있어도 되지?”

“그, 그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여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객잔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인 걸까.


“객잔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난감한 표정을 지어가며 말을 이어가는 여희. 난 그녀의 입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여희의 입술이 저렇게 붉었던가?

아니면, 내가 정말 이상해진 걸까?




청명한 하늘이 이어지는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의 앞.

광귀를 앞장세운 객잔 주민들과, 승진을 앞에 내세운 공동파의 무리가 서로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현과장이란 놈이 왜 나오질 않는 거냐!”


광귀를 향해 우렁차게 소리를 지르는 승진. 그런 그를 바라보며 광귀는 콧방귀를 뀌었다.


“철가 놈이 나이를 너무 먹어서 그런지, 예절을 밥 말아 먹었구나. 부마님의 존함을 함부로 입에 담다니. 노망이 났으면 그냥 방에 앉아 책이나 읽을 것이지. 이런데 뭐 하려고 쫓아 온 것이냐? 후배들에게 민폐나 끼치고.”


광귀의 말을 들은 승진은, 얼굴이 금새 붉어졌다. 주먹까지 꽉 쥐며 분노를 참지 못하는 승진.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걸까. 그는 곧바로 광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광귀도 승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동동구리모의 앞에서 부딪히게 된 두 절대 고수. 두 사람이 뿜어내는 위압감에, 주변의 갤러리들은 입조차 뻥끗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지껄여 봐라, 북빙신궁의 촌놈아.”

“가는 귀가 먹었나? 아니면 너무 늙어서 기억력이 안 좋아진 건가?”


승진의 눈가에 분노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런 바로 그때였다.


“네놈의 모가지를 단번에 비틀어 버리겠다. 칠상신권(七傷神拳)!”


그대로 광귀의 목을 향해 손을 뻗는 승진. 현과장의 목을 노린 바로 그 무공이었다. 그러나, 광귀 또한 보통의 고수가 아니다. 광귀는 마치 예상이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 그대로 거리를 벌려 승진의 곁에서 물러났다.


“역시 공동파답군. 비겁하기 짝이 없네. 무림 정파의 자리도 그렇게 비겁하게 손에 넣으셨나?”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털어 대지 마라! 광귀!!”


승진은 연속해서 광귀를 향해 달려들었다.

공기 중을 빠르게 가르며 날아가는 승진의 주먹. 광귀는 반격 없이 그저 피할 뿐이었다. 아니, 사실 반격할 수 없었다. 광귀 역시 절세 고수인 건 틀림없었지만, 실력으로는 승진을 이길 수 없었다. 게다가 그의 무공인 「흡성대법」은 초근접 무공. 손에 적이 잡히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무공이기에, 이렇게 무섭게 달려오는 승진을 상대로는 흡성대법을 펼치기는커녕 기본적인 초식을 펼치는 것조차 큰 무리가 있었다.


“날파리 마냥 잘도 도망가는 구나! 광귀 놈아! 적혈마귀라는 이명(異名)이 아깝다! 아까워!”

“아까우면 네 놈이 가져가 쓰거라! 명문 정파의 장문인이 마귀라니! 참으로 어울리네!”


승진의 도발에, 도발로 응수하는 광귀.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손해를 보는 쪽은 승진이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리해지는 건 바로 광귀.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싸움을 중단시켜야만 했다.


“가서 무공이나 더 쌓고 와라! 나 하나 못 잡는 게 무슨 부마님과 대결이냐!”

“오냐! 계속 지껄여 봐라! 네 주둥이까지 박살을 내줄 테니!”


중단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도발을 세게 한 탓에,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승진. 불리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일방적인 공격을 피하기로만 대응한 지 수 분. 결국, 승진의 속도에 광기의 속도가 따라잡히고야 말았다.


[퍽!]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고야 말았다. 단 한 방을 맞았지만, 마치 누더기처럼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광귀의 왼팔. 광귀는 반사적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과, 광귀님!”

“괜찮으십니까?!”


주변에서 객잔 주민과 그의 제자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고통이 밀려왔지만, 그대로 쓰러질 수는 없는 법. 광귀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를 지키겠다는 단 한 가지 생각만을 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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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374. 가출 24.02.18 11 3 11쪽
373 373. 그들의 현실 - 4 24.02.17 14 3 11쪽
372 372. 그들의 현실 - 3 24.02.16 13 3 11쪽
371 371. 그들의 현실 - 2 24.02.15 18 3 11쪽
370 370. 그들의 현실 24.02.14 12 3 11쪽
369 369. 암살 시도 - 2 24.02.13 14 3 11쪽
368 368. 암살 시도 24.02.12 10 3 11쪽
367 367. 미래를 보는 아이 - 2 24.02.11 13 3 12쪽
366 366. 미래를 보는 아이 24.02.10 14 3 12쪽
365 365. 등장! 골드 가문! - 2 24.02.09 10 3 11쪽
364 364. 등장! 골드 가문! 24.02.08 14 3 11쪽
363 363. 일상으로 침투 - 2 24.02.07 11 3 11쪽
362 362. 일상으로 침투 24.02.06 13 4 12쪽
361 361. 일대종사 +1 24.02.05 18 4 12쪽
360 360. 권력자의 딸 - 2 24.02.04 17 4 12쪽
359 359. 권력자의 딸 24.02.03 16 4 11쪽
358 358. 빌런, 아니 표절 대첩 24.02.02 13 4 12쪽
357 357. 중경 그리고 삼림 24.02.01 13 4 12쪽
356 356. 중성시대 - 2 24.01.31 11 4 12쪽
355 355. 빌런 24.01.30 14 4 11쪽
354 354. 중성시대 24.01.29 14 4 12쪽
353 353.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3 24.01.28 17 4 12쪽
352 352.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2 24.01.27 30 5 12쪽
351 351. 여긴 누구? 나는 어디? - 1 24.01.26 14 4 12쪽
350 350. 결전 그리고... - 3 24.01.25 15 4 11쪽
349 349. 결전 그리고... - 2 24.01.24 12 4 11쪽
348 348. 결전 그리고 ... +1 24.01.23 16 4 11쪽
» 347. 업데이트 - 2 24.01.22 11 4 12쪽
346 346. 업데이트 - 1 24.01.21 15 4 11쪽
345 345. 내 여자... 입니까? 24.01.20 2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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