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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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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31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5.10 06:00
조회
26
추천
3
글자
12쪽

70.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1

DUMMY

“절대 안 돼. 여왕님 인생에 방해되니까.”


현과장은 그녀만큼이나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었다. 미드나잇 클럽은 무음악 댄스 동아리. 이런 미친 짓을 한 나라의 여왕에게 시킬 수는 없는 법. 정말이지 모처럼 현명한 선택을 한 현과장이었다. 물론, 여왕에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지만.


“내 인생입니다만!”

“여왕님의 인생뿐만이 아니라, 원더랜드의 생명도 걸려있다고. 빨리 돌아가.”


현과장의 결연한 목소리에 입술을 삐쭉 내미는 여왕. 그녀의 눈가에는 촉촉이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집에 안 보내줘서 그러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닌데...”

“아니긴! 개뿔!”


단단히 오해를 하면서 돌아서는 여왕. 그녀는 마지막까지 현과장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못 된 어른! 나쁜 어른!”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현과장과의 거대한 오해를 쌓더니, 그렇게 훌쩍거리며 훌쩍 떠나버린 여왕. 그녀의 뒷모습과 함께 남은 마지막 한마디가 가슴에 깊게 파고 들었다.


“그래도 붕어빵은 먹으러 올 겁니다만!”


***


정말 불꽃같은 하루가 지나갔다.

가챠 카지노에서의 「개행운」, 은빛의 만년필.

그리고 곧바로 찾아온 첫 번째 「초불행」 기레기, 곽자.

알고 봤더니 만년필이 아니라 단검이었던 전설급 아이템, 「은화」.

세 번째 초불행은 원더랜드의 숲을 뒤엎는 거대한 은빛의 불길이었다.

이어진 네 번째 초불행에서는 모두가 여왕의 앞에 깜짝 등장을 하게 되고.

마지막 초불행, 이 불행들의 정점은 바로 여왕의 방문이었다. 그것도 다른 이유도 아닌 붕어빵을 때문에.

한 번의 행운에 이렇게 많은 불행이 함께할 줄이야.

사실, 그 불행 중에는 내 실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뭐, 지난 일은 지난일이니까 그렇게 크게 마음에 두지 말자. 어흥선생이 그랬잖아,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라고.


어쨌든, 이렇게 엄청난 하루가 지나고 당연하게 다음날이 찾아왔다.

그런데 누가 알았을까. 아직 「초불행」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으아악! 이게 뭐야?!!”


잠에서 깬 현과장은 자신의 오른손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잠결에 잘못 본 것은 아닐까. 그는 몇 번이고 두 눈을 비비고 오른 손을 바라보았다.


“현과장! 무슨 일이냥?!”


현과장의 비명을 듣고 방으로 달려온 어흥선생과 채야, 그리고 키토. 그들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현과장의 방에 들이닥쳤다.


“이, 이게 왜 내 손에 있어?!”


현과장은 두 사람 앞에 자신의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의 오른손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은빛의 만년필, 아니, 전설급 단검 「은화」. 밤새 그의 방에 누군가 다녀간 것일까. 아니면, 곽자가 와서 돌려주고 간 것일까. 어찌 되었건, 현과장의 입장에서는 소름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 돌아왔냥? 별거 아니다냥.”

“별거 아니야? 이게 별거 아니야? 누가 내 방에 들어왔는데?”


현과장은 겁에 질린 얼굴로 어흥선생을 바라보았지만, 어흥선생은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마치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거 이미 귀속 된 거다냥. 현과장한테.”

“귀속? 나한테? 무슨 말이야?”

“갓패치가 말하지 않았냥?”


현과장은 금시초문이었다. 갓패치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갓패치의 행동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긴 있었다. 소매치기를 당했는데도 그냥 보고만 있다니. 설마 갓패치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던 것이었을까.


“뚜껑을 여는 순간 귀속된다냥. 못 들어봤냥? 개봉 시 귀속.”


개봉 시 귀속이라고? 뚜껑을 열도록 유도한 것은 다름 아닌 갓패치. 그럼, 갓패치가 일부러 그랬다는 것일까. 일부러 자신에게 귀속되게 만들었다는 것일까. 도대체 왜? 현과장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왜 나한테 그런 거야, 갓패치는?”

“제정신이냥? 갓패치를 믿냥?”


그래, 상대는 갓패치. 이유 없는 꼬장이라면 한수 접게 만드는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인물. 생각해 보면 비난할 쪽은 갓패치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자신의 부주의로 눈 뜨고 코 베인 꼴이 되고야 만 것이었다.


“갓퍄치 오늘 붕어뻥은 없다!”

“안 준다고 안 먹을 인간이 아니랄까나.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랄까나.”


채야의 말이 맞다. 음식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먼저 이성의 끈을 놓는 갓패치가, 붕어빵을 안 준다고 안 먹을 리 없었다. 음식에 너무나 진심인 갓패치. 그는 전용 커피 머신을 위해, 귀하고 귀한 금화를 현과장에게 던진 인물이다. 이런 사람에게 음식을 가지고 협박이나 겁박을 하는 건, 먹히지 않을뿐더러 무척이나 비겁한 행동임이 분명했다.


“맞다냥. 그러다간 전쟁이 일어난다냥.”

“젠장! 젠장! 젠장! 나 현과장이 이렇게 당해야만 하다니.”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목에 핏대를 세우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가슴속에서부터 차오르는 분노. 뭐, 그렇게 화를 낸다고 해서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렇게 서 있지 말고, 뚜껑을 만년필 뒤에 꼽아 봐라냥. 나도 은화의 진짜 모습은 본 적이 없다냥.”

“지금 그게 문제야? 목수 해야지!”


현과장은 복수를 꿈꾸었지만, 어흥선생과 채야는 아니었나보다. 오직 은화를 향한 두 사람의 맑은 눈빛. 특히나 어흥선생은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열망까지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눈빛을 내뿜고 있었다.


“아니, 이게 그렇게 중요해?”

“당연하다냥! 지식탐구는 내 일생일대의 목표이자 내 삶의 원동력이다냥!”

“난 뭔지 모르지만, 멋있을 것 같다랄까나. 아름다울 것 같다랄까나.”


이렇게 두 사람 이외에도, 은화를 바라보고 궁금증을 키워가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키토. 그는 현과장의 머리에 올라타, 앞발로, 그의 이마를 툭 건드렸다. 마치 그의 행동을 재촉하듯이.


“아니, 뭘 그렇게 다들 보고 싶어서 난리야?”

“어쩌면 이게 복수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냥.”

“복수? 어떻게?”


복수라는 어흥선생의 말에, 현과장은 두 귀를 쫑긋 세웠다. 키토 또한 현과장을 따라 자신의 두 귀를 쫑긋 세웠다.


“지금 갓패치만 없다냥. 이건 완전히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 되는 거다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복수라고 부를 만큼의 충격이 있는 건, 글쌔 고개가 저절로 기울어지는 부분이었다.


“복수 치고는 너무 약한 거 아니야?”

“안 하는 것 보다 나을까나. 갓패치에게 복수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랄까나.”


복수가 힘들다는 채야의 말에, 현과장은 마음을 굳혔다. 지금 당장 작은 복수라도 실행하기로.

그렇게 만년필의 뚜껑을 만년필 뒤에 꼽는 현과장. 이제 진정한 은화의 모습을 마주할 시간이었다.

어흥선생도, 채야도, 키토도. 그리고 현과장도 경건한 마음과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은화의 본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마치 모 영화의 나노슈트가 전신을 뒤덮는 것처럼, 서서히 만년필을 뒤덮는 은빛 물결. 은빛의 만년필촉이 분해되어 보랏빛 칼날로 재탄생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칼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만년필.

날카로운 보랏빛 도신. 단단해 보이는 검은 손잡이. 그 모습을 본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러더니,



“부, 부엌칼?”


한숨과 함께 은화의 형상을 입에 담아버리는 현과장. 그랬다. 은화의 모습은 영락없는 부엌칼. 중식도도 과도도 아닌, 그냥 부엌칼이었다.


“잠깐만 기다려 볼까나.”


채야가 황급히 나가더니, 무언가를 손에 쥐고 뛰어왔다. 다름 아닌 진짜 부엌칼. 은화가 진짜 부엌칼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날이 훨씬 굵고, 미친 듯이 날카로웠으며, 보라색이라는 점뿐이었다.


“이게 전설의 단검이라고? 이 부엌칼이?”

“은화는 암살 단검이다냥. 암살이라는 임무에 맞게 생겼...어야 한다냥.”


어흥선생도, 입으로 포장하는 것을 관두었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한다고 해서 호박이 수박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부엌칼은 부엌칼. 그래, 부엌칼은 부엌칼일 뿐이다.


“그래도 위력하나만은 확실하다냥. 내가 아는 바로는, 은화에 찔리면 타들어가는 고통과 함께 죽음에 이른다고 했다냥.”


현과장은 가만히 은화를 바라보았다. 어제의 일로, 은화가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는지 이미 경험했던 사람들. 확실히 전설급 아이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위력은 화려하고 대단했었다.


“그럼 이제 이거 어떻게 보관하지? 주방에 둘까?”

“미쳤다랄까나! 잘못해서 그걸로 요리하면 우리 다 죽는다랄까나! 위장이 타들어간다랄까나!”


채야는 몸서리치며 반대했다.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흉물스러운, 아니 이 볼품없는, 아니, 아니! 이 소박한 단검을 그냥 들고 다니기에는 주변의 시선이 너무나 신경 쓰이는 것도 명백한 진실. 뭔가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거 만년필로는 이제 못 돌아가지.”

“그럴 거다냥. 만년필로 돌아갈 때는 오직 주인이 그 운명을 다했을 때라고 했다냥.”


운명을 다했다는 말은, 죽었을 때를 말하는 것일까. 현과장은 난감했다. 이유는 단 하나. 그는 죽을 수 없는 몸이기 때문에.


“그럼 이 모습 그대로란 말인데.”

“아무래도 칼집을 만들어 줘야 할 것 같다냥.”


과연 이렇게 엄청난 독기를 가진 칼을 담을 수 있는 칼집을 만들 수 있을까. 현과장은 회의적이었다. 평범한 칼집은 은화에 닿자마자 타버릴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 당연히 은화를 담아낼 그릇은 존재할 리 없었다.


“그런 게 있을까?”

“없다냥.”


어흥선생은 단호했다. 하지만,


“그러니까 만들어야 한다냥!”


또한 무척이나 당당했다. 어딘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아는 구석이 있는 듯한 어흥선생. 어흥선생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솔ㄹ 마주한 현과장의 얼굴에도 신바람이 불어왔다.


“그것보다도, 집안 일좀 같이 해주면 안 될까나? 어제 하루 밀려서 키토님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랄까나.”


신난 듯한 어흥선생과 현과장을 바라본 채야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방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녀의 머리 위로 폴짝 뛰어오르는 키토. 그 동작의 의미는 무척이나 단순하고도, 강력했다.


“그래 우선은 집안일이다!”

“그렇다냥!”


***


그렇게 집안일을 마치고, 아침식사까지 끝낸 현과장과 식구들. 이제 그들에게 남은 행사는 오직 후식타임 뿐이었다.


“아니다냥! 디저트만 먹는 게 아니다냥! 우린 모험을 떠날 거다냥!”


갑자기 모험이라고? 갑자기? 이렇게? 뜬금없이?


“제정신이야? 너무 뜬금없잖아. 모험은 무슨 모험.”


갓패치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탁자 위의 붕어빵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붕어빵 접시를 낚아챈 현과장. 그의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그냥은 못 줘. 갓패치 덕분에 이 엄청난 물건의 주인이 되었으니까!”


현과장은 붕어빵 대신, 은화를 갓패치 앞에 내밀었다. 그러자,


“은화네. 은화가 왜 여기 있어?”


너무나 태연하게 반응하는 갓패치. 이미 은화의 모습을 알고 있었던 모양인지, 그는 단번에 눈앞의 부엌칼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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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4 23.05.13 23 3 11쪽
72 72.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3 23.05.12 26 3 11쪽
71 71.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2 23.05.11 20 3 11쪽
» 70.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1 23.05.10 27 3 12쪽
69 69. 도움의 대가는... 붕어빵 중독? 23.05.09 27 3 12쪽
68 68. 도움의 손길, 그 정체는? 23.05.08 27 3 12쪽
67 67. 만년필? 정말? - 4 23.05.07 28 3 12쪽
66 66. 만년필? 정말? - 3 23.05.06 30 3 11쪽
65 65. 만년필? 정말? - 2 23.05.05 30 3 11쪽
64 64. 만년필? 정말? - 1 23.05.04 32 3 12쪽
63 63.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3 23.05.03 33 3 12쪽
62 62.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2 23.05.02 29 3 11쪽
61 61.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1 23.05.01 35 3 12쪽
60 60. 돌아온 일상 23.04.30 28 3 11쪽
59 59. 갑자기 전설급 능력이?! 23.04.29 30 3 11쪽
58 58. 원수는 동굴 안에서 23.04.28 32 3 11쪽
57 57. 능력 가챠 - 2 23.04.27 34 3 12쪽
56 56. 능력 가챠 - 1 23.04.26 32 3 12쪽
55 55. 결성! 미드나잇 클럽! 23.04.25 32 3 12쪽
54 54. 암살 23.04.24 29 3 12쪽
53 53. 포상 - 3 23.04.23 27 3 12쪽
52 52. 포상 - 2 23.04.22 27 3 12쪽
51 51. 포상 - 1 23.04.21 27 3 12쪽
50 50. 코스프레 대회, 그리고... 23.04.20 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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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코스프레 대회 - 1 23.04.17 33 3 12쪽
46 46. 키토의 다이어트 - 2 ... 아니잖아?! 23.04.16 34 3 12쪽
45 45. 키토의 다이어트 - 1 23.04.15 3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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