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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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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31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5.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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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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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65. 만년필? 정말? - 2

DUMMY

현과장은 곧바로 카지노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폈다.

카지노 앞 수많은 인파 속, 어느새 모습을 감춘 꽉짜, 아니 곽자. 현과장은 분하고 또 분할 노릇이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150억을 날리다니. 눈앞에 눈물이 팽 돌았다.


“여기서 뭐하냥?”


때마침, 볼 일을 마치고 카지노로 향하고 있던 어흥선생. 그는 망연자실한 현과장을 향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흐윽. 흐윽, 어흥선생...”


어흥선생을 보자, 간신히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어흥선생이 곁에 있었더라면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이제야 나타난 그가 약간 원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왜 우냥? 누가 울렸냥? 갓패치냥? 갓패치가 가족을 울릴만한 그런 사람은 아닌데.”

“그게...”


여차여차 저차저차, 지금까지의 일을 전부 어흥선생에게 설명해주는 현과장. 물론 아설을 썼다는 이야기는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무척이나 쪽팔린 이야기니까. 그렇게 설명을 진행하던 도중, 자신의 안일했던 행동에 다시금 울화가 치밀어 오른 것일까. 현과장의 눈시울이 무척이나 뜨겁게 붉어졌다.


“그러니까, 꽉짜라는 기자가 소매치기를 한 거냥?”


현과장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꽉짜라는 기자는 없다냥. 곽자라면 몰라도.”


단번에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어흥선생. 꽉짜가 아니라 곽자라는 그의 말에, 현과장의 동공이 심하게 커졌다.


“곽자? 꽉짜가 아니라?”

“성에서 낚시성 글만 쓰는 기레기는 곽자 밖에 없다냥. 뭐 지금은 성밖마을에 상주한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어흥선생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바로 조금 전 일을 하나 끝내고 돌아왔는데, 또 다른 인간이 현과장의 물건을 노렸다니. 그것도 이번 역시 성 안 인물의 소행이다. 도대체 왜 하루가 멀다 하고 성 안의 인물들은 현과장을 노리는 걸까. 그렇게 별 볼일 있는 인물도 아닌데. 현과장은 성밖마을 공식 호구면 호구지, 결코 위험인물도 아니다. 그는 그냥 동네 아저씨일 뿐인데.


“그건 그런데냥. 만년필은 밀봉 상태였냥?”

“밀봉?”


밀봉? 밀봉이 뭐지?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였다.


“만년필 뚜껑을 열었냥? 열어서 글을 썼냥?”


현과장은 지난 시간을 곰곰이 돌아보았다. 분명 뚜껑을 열기는 했지만, 글을 쓰지는 않았던 현과장. 그냥 제멋대로 글이 나온 것을 제외하면, 그는 그냥 뚜껑을 열어 직선으로 주욱 그은 일 밖에 한 것이 없었다.


“뚜껑은 열었는데, 글은 안 썼어. 저절로 글이 써졌지.”

“저절로 써졌다고냥? 그럴 리 없다냥. 만년필이 저절로 움직일 리 없다냥.”


어흥선생은 단호한 어투로 현과장을 부정했다. 그가 아는 한 만년필이 저절로 움직일 리 없었다. 만년필은 어디까지나 글쓰기의 보조이자 도구 역할. 저절로 움직이다니 어불성설이었다.


“정말이야. 난 그냥 선을 그었을 뿐인데 저절로 글이 써졌다니까.”


선을 그어? 저절로 써져? 순간 어흥선생의 정신이 번쩍했다. 그의 머릿속에 작은 문구가 하나 둥실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설마 그 글이 야설이었냥?”

“... 어떻게 알았어? 난 그 이야기는 안 했는데.”


야설이란 말에, 어흥선생의 안색이 무척이나 어두워지고야 말았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이기에 항상 당당한 어흥선생이 저렇게도 암담한 표정을 짓는 것일까.


“현과장. 은빛의 만년필에도 급이 있다냥. 몸통이 은이면 하급. 뚜껑까지 은이면 중급. 만년필촉까지 은이면 상급.”


그는 어찌된 영문인지 갑자기 말을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흥선생,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거 그냥 은빛의 만년필 아니야?


“이거 그냥 은빛의 만년필 아니다냥! 어느 누가 설정을 잘못 한 거 같다냥! 이거 은빛이 아니라 ‘백금빛’이다냥!”


백금빛? 은빛이 아니라 벡금빛이라고? 잠깐, 잠깐, 백금빛 만년필이 무슨 설정이었지? 아니지 백금빛 만년필은 없잖아. 나 지금 현과장에게 뭘 준비해 준 거야?


“현과장, 백금빛 만년필은 없다냥.”

“없긴! 내가 분명 글을 썼는데.”


바로 그때, 갑자기 호들갑을 떨며 카지노 밖으로 뛰쳐나오는 갓패치. 그의 오른 손이 은색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뛰어나온 사람은 비단 갓패치뿐만이 아니었다. 그 은빛 불꽃 때문인지 사색이 되어 카지노 밖으로 황급히 달려 나오는 많은 사람들. 입구 밖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젠장! 이게 뭐야! 제정신이야? 은빛 불꽃이라고? 은빛 불꽃?”


그는 연신 불꽃을 끄려 노력했지만, 불길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팔을 감싸듯이 타며 서서히 몸으로 번져나갈 뿐이었다.


“젠장! 누구야! 누가 독을 카지노에 풀었어?!”


독을 풀었다고? 저 검은 불꽃의 정체가 독이라는 걸까. 현과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순간 어흥선생과 눈이 마주친 현과장. 어흥선생은 줄곧 다른 사람이 아닌 오직 현과장만 바라보고 있었던 듯했다.


“저게 현과장이 뽑은 물건의 정체다냥.”

“은색 불꽃을 뿜는 만년필이 정체라고?”

“만년필이 아니다냥. 암살 단검이다냥. 현과장이 뚜껑만 만년필 뒤에 뽑았으면 알 수 있었을 거다냥.”


그러고 보니, 그는 뚜껑을 열어 선만 그었을 뿐, 그 뚜껑은 그냥 손에 들고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게.


“은빛 불꽃의 단검, 전설 번호 108. 통칭 「은화」 도대체 현과장은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걸 그렇게 쉽게 뽑냥?”

“모야.. 난 몰라... 나도 무서워.”


미안 어흥선생. 내가 실수를 했나봐. 난 분명 은빛의 만년필을 넣어 두었는데. 그 것이 실제로는 그 것이 아니었나 보네.


“나 암살 단검 필요 없어! 난 돈이 필요하다고!”


그래, 현과장은 돈이 필요했다. 현실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위한 돈이. 그런데 사실 현실 세계로 돌아가려는 이유가 전부 귀환용사가 되려는 거잖아. 귀환용사가 되려면 뭔가 무기도 있어야 하지 않나? 예를 들면 암살 단검. 이 정도면 좋은 거잖아, 그렇잖아?


“내가 RPG에서 제일 싫어하는 직업이 암살자야! 난 힐러나 탱커가 좋다고!”


아, 그래? 내가 주인공님 취향도 몰랐었네. 할 말이 없군. 진짜, 줘도 지랄이네.


“실수로 줬으면서 그런 생색을 내면 안 된다냥!”

“실수? 난 실수로 뭔가를 준 적이 없는데?”

“현과장 이야기가 아니다냥. 신경 쓰지 마라냥.”


그래 현과장보고 말한 게 아니야. 나한테 한 거지.

난 말이지, 가끔 이 이야기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어흥선생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 왜 이렇게 혼나는 거야? 젠장 작가 일도 못 해먹겠네, 정말.


“투덜거리지 말고 똥을 치워라냥!”


어흥선생이 닦달하듯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 우렁찬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현과장과 갓패치. 갓패치는 겨우 옷이 전소 되고 나서야, 은빛 불이 꺼진 모양인지, 그 창백한 속살이 만천하에 공개 되고 있었다.


“제정신이야? 똥을 치우는 게 아니라 옷부터 좀 가져다 달라고!”


***


한편, 현과장의 은빛의 만년필, 아니 은화를 가지고 도망치던 곽자는, 뒤를 돌아보더니 입가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래, 이제 더는 그 누구도 무시 못 하는 글을 쓸 수 있다. 이제 진정한 작가로, 진정한 기자로 거듭 태어날 때가 된 것이다.

곽자는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던 기자 수첩을 펼쳐 선을 그어보았다. 그러자, 술술술 써내려가는 글자들. 곽자의 얼굴에 더욱 진한 환희가 피어났다.

행여나 현과장이 뒤에서 쫓아올까, 간간히 뒤를 돌아보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곽자. 사실 경계해야 할 건 뒤가 아닌 바로 손 안에 있지만, 그는 알 리가 없었다. 제 아무리 기자였다고 한 들, 어흥선생만큼 박학다식하다거나, 이런 저런 원더랜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위인은 아니었다.

그는 기레기다. 자극적인 제목과 별것 아닌 내용으로 사람을 낚은 그런 쓰레기 인간.

만약 그가 정말 제대로 된 정신을 가지고 기자로서의 최선을 다했다면, 과연 성밖마을에 있을까. 아니, 다른 사람의 소중한 물건을 훔쳐서 쫓기는 일이 발생했을까. 그가 정말 제대로 된 지식인이었다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야설을 보고 전부 알아차렸겠지. 손에 쥐고 있는 게 만년필이 아니라 단검이라는 사실을.


***


“그럼 그 단검은 얼마짜리야?”


아직도 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일까. 어흥선생과 마을 안 쪽으로 내려온 현과장이 은근슬쩍 단검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그러자,


“가치 환산이 불가능하다냥.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다냥.”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는 어흥선생. 그런데 가치 환산이 되지 않는다니. 도대체 얼마나 비싸기에 저렇게 말을 하는 것일까. 어흥선생의 말을 확대 해석한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단검을 되찾으면 팔아서 현실로 돌아가는 거다. 이제 진정한 귀환용사, 커피&붕어빵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머릿속에 이런 꿈만같은 상상의 나래가 가득 펼쳐지니 미소가 안 지어질레야 안 지어질 수가 없지.


“현과장, 그렇게 히죽히죽 댈 때가 아니다냥. 잘못하다간 사람이 죽는다냥.”

“어차피 도둑놈이 죽는 건데.”


현과장의 말에, 어흥선생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내가 말한 건 도둑놈의 목숨이 아니다냥. 행여나 그가 쓴 글을 다른 누군가가 봤다고 생각해 봐라냥. 그럼 그 사람이 죽는다냥. 현과장이 놓친 그 사람 때문에, 아무런 죄 없는 사람이 죽는 거다냥!”


현과장은 아차 싶었다. 그래, 어흥선생의 말이 일리가 있다. 단검을 훔쳐간 사람은 상 안에서 아주 유명한 기레기. 그가 글을 안 쓴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것도 많은 사람이 보고 혹할만한 낚시성 글을.


“이거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네!”

“이제야 상황파악을 했냥? 그럼 됐다냥. 빨리 가자냥!”


어흥선생과 현과장은 걸음을 재촉했다.

물론, 짚이는 곳이 있어서 마을을 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행여나 그의 발자취나 단서를 찾지는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마을을 수색할 뿐이었다.

그렇게 마을 안을 뒤지기 시작한 지 30여분이 흘렀을까. 그들이 수색하던 곳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뛰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뭔가 엄청난 것을 본 것처럼 달려 나오는 사람들. 그때와 똑같았다. 갓패치가 손에 은빛의 불꽃을 두르고 뛰쳐나오던 그때와.


“어흥선생, 설마...”

“여기서 이럴 시간이 없다냥! 빨리 가야한다냥!”


어흥선생과 현과장은 서둘러 사람들이 뛰쳐나오는 곳을 향해 냅다 발걸음을 내질렀다. 사건 장소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점차 육안으로 보이는 은빛의 불꽃. 단검이 사용되었다는 게 빼도 박도 못하는 진실이 되어 찾아왔다.


“저기다냥!”


먼저 앞으로 달려 나간 어흥선생이 현과장을 향해 손짓을 했다. 그 몸짓에 서둘러 그의 장소로 향안 현과장. 이윽고 그의 눈동자 안에 은빛으로 활활 타오르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마치 불꽃의 고통을 못 이기고, 온몸을 동그랗게 만 것만 같은. 그래, 웅크린 사람처럼 생긴 무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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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 만년필? 정말? - 3 23.05.06 3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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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61.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1 23.05.01 3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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