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94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4.26 06:00
조회
32
추천
3
글자
12쪽

56. 능력 가챠 - 1

DUMMY

커피. 인류가 발명한 제일 위대한 업적 중 단연코 제일 값지고 의미 넘치는 위업.

현대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위업의 역작은, 비단 현실 세계에서만 그 힘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봤자 커피는 커피다냥.”

“커피가 김치만큼 여운을 남겨줄 수 있을까나.”


현과장의 말을 반신반의 하며 커피잔을 손에 쥔 어흥선생과 채야.

이윽고 그들은 현과장이 가지고 온 커피를 한 모금 입안에 넣었다. 그러자 그 순간, 입안에 가득히 퍼져나가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 혓바닥 위로 맛의 폭풍이 몰아쳤다. 이건 그냥 커피가 아니었다. 티.오.ㅍ, 아니 탑 클래스의 커피 그 이상이었다.


“이, 이건 있을 수 없다냥!”


커피의 맛에 무척이나 흥분한 듯, 어흥선생은 그의 감정을 온몸을 통해 격정적으로 표출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울적해 보이는 채야.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커피를 바라다 보았다.


“풍부하지는 않지만 나쁘진 않다... 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내 음식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맛이랄까나.”


커피잔을 쥔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벌써 이번으로 두 번째다. 음식으로 현과장에게 패배한 게. 한 번은 우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두 번은 위험하다. 원더랜드의 최고 요리사라는 그녀의 호칭에 거대한 금이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난, 더는 인정 못 한다랄까나!”

“나도 인정 못 한다랄까나.”


그녀의 발언에, 현과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내 실력이 아닌 시간의 생명이 준 능력이니까.”


현과장은 너무나 깨끗하게 자신의 실력을 인정했다.

잠깐만 현과장. 이렇게 에피소드를 날려 버릴 셈이야? 지금부터 채야와 현과장의 두근두근 음식 배틀이 펼쳐질 예정이었다고!


“현과장, 그렇게 에피소드를 날려 먹어도 괜찮겠냥?”

“에피소드고 나발이고. 이건 내 실력이 아니라니까. 어흥선생 원펀치 맞으면 그냥 없어질 능력인데 무슨.”


현과장은 인상까지 찌푸리며 자신의 커피 실력을 부정했다.

아니,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동안 어흥선생에게 안 맞으면 되잖아. 안 죽으면 되는 거잖아! 그런데 왜 내가 준비한 에피소드는 전부 다 무시하는 거야! 그렇게 다 무시해야만 속이 후련했냐!


“미안하다냥.”


어흥선생은 나가있어. 뒤지기 싫으면.


“미안하지만 내가 나가면 정상적인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된다냥.”


어흥선생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래, 어쩔 수 없다. 이번에도 작가의 마음을 펼쳐서 너그럽게 넘어가자. 언젠간 반드시 이 수모를 되갚아 줄 날이 올 거라 굳게 믿으며.


“어흥선생, 왜 그래 나 무서워.”

“고양이는 귀신을 본다는 게 사실이었다랄까나!”


어흥선생의 능력을 모르는 현과장과 채야는 호들갑을 떨며 그를 바라보았다.

매번 같은 상황에 매번 같은 반응. 이제 슬슬 지겹지도 않니?


“그래, 그런 반응 따윈 개나 줘버리라고!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니까!”


딱히 쓸 말도 없었던 차에, 기가 막히게 그 틈을 차고 들어오는 갓패치. 이런 애드리브는 참 환영인데. 내 이야기를 무시하는 그런 애드리브 말고는.

어쨌든, 갓패치는 두 눈에 불을 켜며 어흥선생이 들고 있는 커피잔을 바라보았다.


“커피! 커피가 문제야! 저 놈의 커피 때문에 내 이성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그건 너무 마셔서 그런 거야, 갓패치. 카페인 과다섭취 때문에 잠을 못자서 그런 거라고.”


현과장은 예민하게 된 그의 상태를, 카페인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갓패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의 혓바닥은 아직도 현과장의 커피를 탐하고 있었으니까.


“뇌와 입이 따로 놀아! 따로 논다고! 머리는 리세마라를, 입은 커피를!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갓패치의 절규를 듣던 어흥선생은 자신의 커피잔과 갓패치의 얼굴을 한번씩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럼 차라리 없는 편이 좋겠다냥.”


현과장 쪽으로 걸어가 그대로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리는 어흥선생. 그러나 그의 주먹이 현과장의 얼굴에 닿는 일은 없었다. 누구보다도 커피에 진심인 그 남자가 있었기 때문에.


“왜 대신 맞냥. 이거 무지 아프다냥.”

“제정신이야? 내가 그걸 몰라서 맞았어?! 이 능력은 세상을 구원할 수도 있다고!”


갓패치는 어흥선생의 주먹이 닿았던 뺨을 어루만지며 그를 말렸다.

이제는 반사적으로 몸이 원하는 커피. 갓패치는 그 몸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전혀 멈출 수가 없었다. 뺨을 어루만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입은 커피를 원했다. 현과장이 만든 커피를 원했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지! 이 방법을 쓰는 수밖에!”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한 갓패치의 눈동자. 그는 커피잔들과 현과장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미졌다랄까나! 갓패치 말려야 한다랄까나!”


찬란하게 빛나는 금화 한 개. 그걸 본 채야는 길길이 방방 뛰며 난리를 쳤다.


“갓패치! 이건 아니다냥! 정신을 차려라냥!”


어흥선생도 헐래벌떡 달려와 갓패치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그런 어흥선생을 가뿐히 물리치는 갓패치. 그의 눈가에 광기와 환희가 일렁였다.

도대체 그 금화가 무슨 금화이기에 이렇게 소동인 것일까.


“그 동전, 중요한 거야?”

“당연하다냥! 이건 능력 고정용 코인이다냥! 우린 과금이라고 부른다냥!


아, 과금.

그래, 리세마라가 나온 이 상황, 언젠가는 언급될 단어였다.

과금. 다른 말로 사용료. 하지만 지금 이 상황과 온라인 게임업계에서는 조금 의미가 다르다.

리세마라의 성공 여부를 떠나, 본격적으로 게임을 진행할 때, 게임 유저는 흔히 둘로 나뉜다. 과금 유저와 무과금 유저. 이 때 여기서 말하는 과금이란, 돈으로 찍어 누르는 행위. 신도 버린 운빨의 소유자들이 각종의 억까(억지스러움)를 주머니 속 돈이라는 탄약으로 완전히 말살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그래, 갓패치는 지금 뚜껑이 열렸다. 자신에게 달려온 억지를 참다 못 해 이성이 뒤틀렸다. 그런데 과연 뚜껑만 열렸을까. 아니. 뚜껑과 함께 지갑도 열렸다. 단지 커피 때문에. 현과장의 그 커피 때문에.


“내가 대신 지불한다. 능력 고정!”


갓패치는 그대로 현과장을 향해 동전을 던졌다. 그러자, 하늘로 사라지는 황금 코인. 금화가 사라진 자리에는 작은 무지개가 피어났다.


“이제 됐어! 이제 다시 리세마라를 할 수 있겠군.”

“그런데, 이렇게 과금하면 리세마라 못 하는 거 아니야? 과금한 거 날아가는 거 아니냐고.”


현과장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젓는 갓패치. 그는 손가락을 치며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시간의 생명」이 그렇게 허접한 능력인 것 같아?! 원더랜드 최고의 능력이라고!”


자신감 가득한 말투로 말을 마친 갓패치는 곳바로 현과장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러더니,


“자, 노예. 이제 가서 커피를 타와라!”


대놓고 노예 취급을 하는 갓패치. 현과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노예라니? 내가 왜 노예야?”

“현과장, 노예라고 해도 할 말 없다냥. 그 금화 무척 비싼 거다냥.”


어흥선생은, 현과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달랬다. 아니, 이건 무슨 소리야. 금화가 무척이나 비싸다고?


“얼마나 비싼데?”

“갓패치가 가진 것 중에 제일 비싸다랄까나.”

“그 10억짜리 가죽 재킷보다?”


현과장의 물음에, 어흥선생과 채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간의 생명」보다 더 값진 거야?”


채야와 어흥선생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잠깐. 그런데 그걸 지금 썼다고? 갓패치가 가진 것 중 제일 고귀한 물건을 썼다고?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갓패치, 제정신이야? 미쳤냥? 정말 왜 이럴까나!”

“커피는 소중하니까.”


현과장의 윽박에, 갓패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그의 표정. 그는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이제 채야의 집에서 채야가 만든 음식과 함께 현과장의 김치를 함께 먹으면서 후식으로는 커피를 마시면 되는 거야. 그래! 완벽하다고!”


참, 소박한 행복이다.

값진 걸 버리고 이런 작은 행복을 선택하다니. 심지어 자신의 능력도 아니다. 햔과장의 능력이다. 어쩌면 이런 선택을 한 갓패치가 무척 대단한 인물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마셔 마시라고.”


현과장은 체념하듯, 그대로 부엌으로 걸어갔다.

이윽고 현과장의 손에 들려온 거대한 쟁만. 쟁반 위에는 갖은 커피가 종류 별로 올라와 있었다.


“마셔, 마시라고.”


현과장이 쟁반을 내밀자, 하나 둘씩 커피잔을 집는 어흥선생, 채야 그리고 갓패치. 세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만개했다.

이야기가 이렇게 훈훈하게 끝났으면 좋겠지만, 내가 누차 이야기 했다. 인생, 생각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라고.


“그럼 이제 새 능력을 받아 볼까?”


말을 마친 현과장은 어흥선생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날아와 현과장의 얼굴을 강타하는 어흥선생의 주먹.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너무 빨랐다랄까나.”

“제정신이야? 적당히를 몰라, 적당히를!”


힘조절에 실패한 어흥선생을 비난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두 사람. 어흥선생도, 실수를 인정하는 것일까.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하다냥. 손이 미끄러졌다냥. 하지만 죽음은 완벽하다냥!”


어흥선생은 긁적이던 손으로 엄지를 치켜 세워 두 사람 앞에 내밀엇다. 그러자, 지금까지 그를 비난했던 사람들은 어디 갔는지, 덩달아 엄지를 치켜세우는 채야와 갓패치. 정말이지 다른 건 몰라도 답이 없는 사람들인 것은 확실했다.


“또 수십 시간이 지난 것 같네.”


쓰러졌던 현과장이 어딘지 모르게 평온해 보이는 표정으로 세 사람에 얼굴을 내비쳤다. 그리하자, 책을 펼쳐서 능력을 빠르게 찾아보는 갓패치. 그런데, 갓패치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젠장! 제정신이야? 그런 능력을 왜 주워 온 거야?!”


갓패치의 얼굴 가득한 당혹스러움. 이내 그는 머리를 양손을 감싸 안았다.


“도대체 무슨 능력이기에 그러냥?”

“쓸모없으면 그냥 리세마라하면 된다랄까나.”


어흥선생과 채야의 말에 파르르 고개를 젓는 갓패치. 그가 이처럼 두려워하고 고민하는 이유는 현과장아 쓰레기 능력을 받아서가 아니었다.


“이건 저주야! 저주라고! 빌어먹을 세상! 날 얼마나 벗겨 먹어야 시원하겠어?!”


절규한 갓패치는 그대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일렁이는 광기와 환희. 잠깐, 환희가 섞여 있다고? 현과장은 그 눈빛 이상하게도 낯설지 않았다.


“설마...”

“현과장, 부엌 가서 케이크 하나 만들어와.”


현과장의 귓가로 케이크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날아들었다.

케이크라는 말에 당황하는 건 오직 현과장 뿐만은 아니었다. 원더랜드의 요리사 채야도 마찬가지. 김치와 커피에 이어 케이크까지라고? 채야의 자존심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고야 말았다.


“이건 인정 못 한다랄까나! 요리는 내가 제일이랄까나!”


두 손을 불끈 쥐며 현과장을 노려보는 채야.

그래, 이렇게 두근두근 쫄깃쫄깃 요리 배틀이 시작되는 거야!

이제 다음화부터 요리 이능 판타지물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4 74.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5 23.05.14 27 3 12쪽
73 73.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4 23.05.13 24 3 11쪽
72 72.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3 23.05.12 26 3 11쪽
71 71.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2 23.05.11 20 3 11쪽
70 70.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1 23.05.10 27 3 12쪽
69 69. 도움의 대가는... 붕어빵 중독? 23.05.09 27 3 12쪽
68 68. 도움의 손길, 그 정체는? 23.05.08 27 3 12쪽
67 67. 만년필? 정말? - 4 23.05.07 28 3 12쪽
66 66. 만년필? 정말? - 3 23.05.06 31 3 11쪽
65 65. 만년필? 정말? - 2 23.05.05 31 3 11쪽
64 64. 만년필? 정말? - 1 23.05.04 32 3 12쪽
63 63.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3 23.05.03 34 3 12쪽
62 62.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2 23.05.02 29 3 11쪽
61 61. 인생은 한방 가챠 카지노! - 1 23.05.01 35 3 12쪽
60 60. 돌아온 일상 23.04.30 28 3 11쪽
59 59. 갑자기 전설급 능력이?! 23.04.29 30 3 11쪽
58 58. 원수는 동굴 안에서 23.04.28 33 3 11쪽
57 57. 능력 가챠 - 2 23.04.27 35 3 12쪽
» 56. 능력 가챠 - 1 23.04.26 33 3 12쪽
55 55. 결성! 미드나잇 클럽! 23.04.25 33 3 12쪽
54 54. 암살 23.04.24 29 3 12쪽
53 53. 포상 - 3 23.04.23 28 3 12쪽
52 52. 포상 - 2 23.04.22 27 3 12쪽
51 51. 포상 - 1 23.04.21 27 3 12쪽
50 50. 코스프레 대회, 그리고... 23.04.20 25 3 12쪽
49 49. 코스프레 대회 - 3 23.04.19 32 3 11쪽
48 48. 코스프레 대회 - 2 23.04.18 28 3 12쪽
47 47. 코스프레 대회 - 1 23.04.17 33 3 12쪽
46 46. 키토의 다이어트 - 2 ... 아니잖아?! 23.04.16 35 3 12쪽
45 45. 키토의 다이어트 - 1 23.04.15 32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