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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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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5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4.25 06:00
조회
32
추천
3
글자
12쪽

55. 결성! 미드나잇 클럽!

DUMMY

현과장이 새로운 능력을 얻은 지도 수 일이 지났다. 「시간의 생명」이 가져다준 눙력 때문에 매일같이 선글래스를 써야만 살 수 있는 현과장.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이젠 나름 편해졌다.

이 능력이 바꾼 건 비단 그의 외견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생활 습관도 완전히 바꾸어 버렸던 것. 해가 떠 있는 시간대에는 방 안에만 있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그는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한밤중에.

미드나잇 클럽 결성 이후. 매일같이 무(無)음악 댄스를 미친 듯이 추는 두 사람과 한 마리. 덕분에 살이 쏘옥 빠진 키토는 제법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아, 예전 폭신하고 보들보들한 키토님이 그립다. 이젠 키토님이 너무 딱딱하단 말이야.”


현과장은 키토의 배를 어루만지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의 손끝에 느껴지는 키토의 단단하고 화려한 복근. 자신의 볼록 나온 올챙이배와 너무나 비교가 되었다.


“아니, 같이 흔들어 재끼는데 왜 키토님만 근육이 붙지? 난 왜 안 붙어?”


현과장은 물끄러미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혼자만 몇 배의 중력을 받았는지 축 처져있는 그의 뱃살. 탄력은커녕 슬라임처럼 물컹하기만 했다.


“나도! 복근 갖고 싶다!”

“제정신이야? 복근이 아니라, 새로운 능력이지!”


순간, 현과장은 움찔했다.

어디선가 들려온 갓패치의 목소리에, 현과장은 재빨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갓패치의 모습. 혹시 잘못 들은 것일까.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데,


“최고의 능력을 줬으면, 그 능력을 제대로 사용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제정신이야?”


다시금 들려온 갓패치의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다름아닌 그의 머리 위였다. 그의 머리 위에서 차원문을 뚫고 머리만 내밀고 있던 갓패치. 현과장이 고개를 들어 그를 찾아내자, 그제야 갓퍄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차원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고의 능력은 개뿔! 이거 무척 번거롭기만 하잖아!”

“제정신이야? 이게 얼마나 좋은 능력인데! 원더랜드의 능력 중에 리세마라가 가능한 유일한 능력이라고!”


현과장은 리세마라라는 말에 두 눈이 번뜩였다.

리세마라. 리셋 마라톤의 일본식 줄임말. 핸드폰 게임, 특히 수집형 RPG를 할 때, 일반 유저들이 게임 시작 전 좋은 캐릭터를 뽑기 위해 수십 수백 수천 번 계정을 지우고 다시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그 역시 현실 세계에서 몇 차례나 리세마라를 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그 단어가 그렇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능력을 리세마라한다니, 그건 무슨 뜻일까.


“이봐, 현과장.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밤 눈 좋아지는 능력은 C급 능력이야. 전혀 쓸모가 없는 능력이라고.”

“이 랜덤 능력에 급이 존재해?”


현과장은 갓패치의 말에 두 눈을 번뜩였다. 원더랜드에 외서 들은 이야기 중 제일 반가운 소리였다.


“당연하지! C급, B급, A급, S급, SS급, US급, 그리고 전설급! 현과장 지금 겨우 C급으로 만족할 거야? 제정신이야?”

“당연히 아니지! 리세마라 해야지!”


현과장은 두 눈에 불을 켰다. 리세마라를 통해 반드시 전설급을 뽑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 비록 그의 운은 정말 처참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는 자신의 상태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자신의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럼 현과장, 빨리 죽자고!”

“그래 죽자, 잠깐만 죽어야 하는 거잖아!


그제야 정신이 든 현과장.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는 반사적으로 온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그의 발밑에 생긴 차원문은 그대로 그를 빨아 당기고. 그렇게 그는 비명소리만 남긴 채 차원문 안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고야 말았다.


“으아아아아!”

[쿵!]


그가 차원문 안으로 사라진지 단 몇 초. 집 밖에서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피투성이가 된 채로 집 안으로 들어오는 현과장. 그의 눈을 가리고 있던 선글라스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정말 제정신이야?! 갑자기 이렇게 떨어뜨린다고?!”


현과장은 씩씩거리며 갓패치의 앞에 섰다. 그러자, 이리저리 현과장을 자세히 살피는 갓패치. 이어서 그는 두툼한 책을 꺼내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갓패치, 지금 뭘 하는 거야?”

“제정신이야?보면 몰라? 현과장 능력을 찾는 중이지. 무슨 능력을 먹었는지 알아야 할 거 아니야.”


책과 현과장을 요리조리 관찰하던 갓패치는 이내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책을 덮었다.


“현과장, 부엌 가서 커피나 타와.”

“커피? 갑자기?”

“잔말 말고 가서 타와 봐. 진짜인지 확인하게.”


갓패치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부엌으로 들어간 현과장은 몇 분 지나지 않아 따스한 다방 커피를 들고 갓패치의 앞에 나타났다.


“자, 마셔.”


자연스럽게 현과장이 커피를 내밀자, 갓패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한 모금 들이키자마자 입 안에 퍼지는 그윽한 향기. 은은한 단맛과 그 단맛 뒤로 살며시 밀려오는 쓴맛이 너무나 절묘했다. 뭔가 감정이 풍부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니 영혼이 충만해지는 느낌이었다.


“젠장! 진짜잖아!”

“뭐가 진짜야?”

“커피 잘 타는 능력! 이거 왜 진짜야!”


갓패치의 환희가 섞인 절규에, 현과장은 부엌으로 돌아가 또 하나의 커피를 타서 나왔다. 그러자,


“같은 커피야?”

“아니, 이건 우유를 넣었는데.”

“나 줄거야?”

“미쳤어? 갓패치는 한잔 마셨잖아.”


갓패치의 표정이 굳어졌다. 우유를 넣었다니. 자신이 먹는 것에는 안 널고. 지가 먹을 것에만 넣다니! 먹을 것에 항상 진심인 갓패치는 차오르는 분노를 도무지 억누를 수가 없었다.


“제정신이야?! 왜 내 건 안 넣었어?! 왜 난 그냥 커피냐고!”


그러나 그의 윽박에도 전혀 아랑곳 없이 커피를 음미하는 현과장. 한 모금 마시자, 그의 입안에 천국이 펼쳐졌다. 생각보다 이 능력 좋을 지도.


“갓패치, 이 능력 C급이야?”

“제정신이야? 내가 말해 줄 거 같아?”

“한잔 더 마시기 싫어?”

“아닙니다! SS+급 입니다! 넵!”


대답을 마친 갓패치는 현과장과 그의 손에 들린 커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의 뜨거운 눈빛에 못 이겨, 다시금 한잔 타온 현과장. 그의 손에는 지금까지의 커피와 다른 조금 특이한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제정신이야? 커피 타오라니까 이 상한 걸 들고 와?”


갓패치는 그의 손을 바라보며 거침없는 분노를 표출했다. 그런데,


“몰라. 커피를 타야겠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이게 만들어지던데.”


현과장은 머쓱해하며 손에 든 잔을 갓퍄치에게 내밀었다. 그의 손에서 찬을 받자마자 손끝에서 전해져오는 냉기. 커피와 어울리지 않는 그 차가움에 갓패치는 인상을 찌푸렸다.


“제정신이야? 커피는 따뜻해야지!”

“내가 원해서 만든 게 만든 게 아니라니까.”


갓패치는 잔뜩 인상을 쓰며 입 안으로 잔 속 내용물을 쭉 들이켰다. 그러자, 그의 입 안에 펼쳐지는 한여름 알프스의 설원. 잘게 갈린 얼음 알갱이가 혓바닥 위를 사뿐사뿐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위로 살며시 녹아내리는 커피의 알싸함. 이상하게도 그가 마신 커피는 따스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간직하고 있었다.


“이거 뭐야... 이거 왜 맛있어!”


현과장이 건넨 음료는 얼음과 커피, 그리고 크림 등을 넣고 갈아 만든 음료, 속칭 프라푸치노. 그래, 별다방의 프라푸치노였다.

갓패치는 정신없이 입 안으로 그 프라푸치노를 쉴 새 없이 때려 넣었다.


“제정신이야! 이딴 능력이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절규와는 다르게 행복한 웃음을 얼굴에 활짝 꽃피우고 있는 갓패치. 그는 프라푸치노를 다 마신 뒤 심하게 고민했다. 더 좋은 능력을 현과장에게 줘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능력에 만족을 해야 하는 걸까. 그는 지금 일생일대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무슨 능력이 있어? 뭐가 전설급이야?”

“제정신이야? 나 지금 고민하는 거 안 보여? 저기 책 있으니까 가서 찾아봐.”


갓패치가 손가락으로 책을 가리키자. 현과장은 성큼성큼 걸어가 책을 집어 들었다. 구렇게 자신의 능력을 집필해 놓은 책을 읽게 된 현과장. 넘기는 책장 여기저기에 흥미로운 능력들이 가득히 적혀 있었다.

방귀로 하늘을 나는 능력. 소변으로 100m 앞의 과녁을 맞히는 능력. 무조건 주사위가 6이 나오는 능력. 등등 이런 쓰잘데기 없는 능력들부터.

근력이 강화되는 능력. 염동력, 텔레파시, 귀신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초자연적 능력. 마지막으로 시간을 움직이는 능력까지. 흥미롭고 재미있는 능력들이 그득했다.


“이 시간을 움직이는 능력이 전설급인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우린 지금 엄청난 위기에 봉착해 있는 거라고!”


절규하는 갓패치. 그는 무척이나 진중하고 또 진지했다.

단순히 커피를 잘 타는 능력이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말하겠지만, 커피야 말로 일상에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살포시 어루만져 주는 따스한 손길과도 같은 음료. 현대인에게 있어서 커피는 힐링 포션이며 동시에 마나 포션. 최고의 회복약인 셈이었다.


“왜 하필이면 첫 방에 SS+가 떠서...”


갓패치는 통곡하듯 땅을 내려쳤다. 허접한 SS+인 줄 알았는데. 이거 진국이다. 정말 알짜 능력이다. 갓패치는 심지아 커피를 마신 자신을 후회했다. 마시지 않았다면, 이런 갈등을 하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자신을 자책하면서.


“갓패치, 그렇게 고민하지 말고. 그냥 커피나 한잔 더 마실까?”


현과장의 말에 두 눈응 부릅뜨며 그를 바라보는 갓패치. 그의 얼굴은 이런저런 감정들로 복잡 미묘했지만, 그의 고개는 확실히 위아래로 끄덕이고 있었다.


***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상을 물리는 채야와 현과장. 현과장이 거실 탁자를 정리하려던 바로 그때, 갓패치가 그의 덥썩 잡았다.


“커피, 커피를... 제발...”


흡사 뭔가에 완전히 빠져버린 사람처럼, 현과장에게 커피를 요구하는 갓패치. 그의 퀭한 얼굴이 더욱 퀭하게만 느껴졌다.


“갓패치! 오늘만 10잔 넘게 마셨어. 이제 줄여야 한다고.”

“아니, 못 줄여! 커피는 내 삶이라고! 커피가 나고, 내가 커피야!”


완전히 정신이 나간 듯한 그의 모습에, 채야도 어흥선생도 신기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냥?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갓패치가 이러냥?”

“이런 모습 정말 오래간만일까나.”


두 사람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이제는 현과장을 향했다. 그러자, 한숨을 쉬더니 부엌으로 향한 현과장. 이윽고 그는 쟁반 위에 향긋한 커피 세 잔을 얹어서 거실로 나왔다.


“이거야. 이거.”


현과장은 담담하게 세 사람을 향해 커피를 내밀었다. 그러자, 반색하며 커피를 마셔버리는 갓패치, 그런 그의 모습에 어흥선생과 채야는 고개를 기울이며 커피잔을 집어들었다.


“세 잔 다 내 거 아니었어? 제정신이야, 현과장?!”


갓패치는 원망하는 듯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현과장은 그런 그를 향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마치 투정부리는 어린 아이를 향해 단호하게 말하듯이.


“두 사람도 마셔봐. 이게 그렇게 맛있는지.”


현과장의 말에 서서히 입가로 찻잔을 가지고 가는 어흥선생과 채야.

그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뒤에 어떤 충격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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