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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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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71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4.16 06:00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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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46. 키토의 다이어트 - 2 ... 아니잖아?!

DUMMY

“노노! 여기서 만들면 됩니다, 그임취!”


현과장의 말에 대답하기가 무섭게 마당으로 뛰어나간 그악팻취. 어느새 돌아온 구의 손엔 온갖 채소 그라고 배추가 들려있었다.


“그임취! 그임취! 만들어 주세요!”


그의 눈동자 안에서 그윽하게 풍겨 나오는 광기.

그 아무리 완벽한 변장, 전혀 완벽하진 않지만.

혼신의 연기, 3류 연기자도 울고 갈 발연기지만.

현과장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당신! 갓패치지?!”

“노노! 나는 그악팻취! 그악팻취입니다!”


그악팻취는 두 눈에 광기를 머금은 채로 현과장에게 달려들었다.


“그! 악! 팻! 취! 입니다.”


그의 콧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콧바람. 그 콧바람은 현과장의 이마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성난 황소처럼, 연신 콧구멍으로 바람을 뿜어내는 그악팻취. 바로 그때,


[툭.]


현과장의 이미 위로 먼가가 떨어졌다.

그악팻취의 콧물일까. 현과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조심스레 자신의 이마를 만졌다. 그런데, 콧물이라고하기엔 전혀 끈끈하지 않은 이마 위의 물채. 오히려 푹신하다. 마치 키토의 털처럼.

현과장은 그 정체모를 물건을 집어, 자신의 눈앞으로 가지고 왔다.

이윽고 현과장의 두 눈에 들어오는 작은 털뭉치. 익숙하지 않지만, 너무나 낯이 익은 그 털뭉치에, 현과장은 두 눈을 번뜩이며 그악팻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뭡니까?”


없다. 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의 코 밑에 있어야 할 ‘그 것’이 없다.


“당신 갓패치 맞잖아!”

“제정신입니까, 휴먼? 이 멋진 수염이 안 보입...”


그악팻취, 아니 갓패치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코 밑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점점 눈동자에서 사라지는 광기. 그여 지금 이 상황을 완벽히 이해한 모양이었다.


“앗! 갓패치다냥!”

“정말일까나.”


정채가 탄로 나자, 갓패치의 온몸을 감싸고 있던 분노가 단 한 순간에 완전히 날아가 버렸다.


“제정신이야? 내가 이렇게 왔잖아, 모두 걱정 따윈 하지 마!

“당신이 제일 걱정인데.”


현과장은 손에 들고 있던 털뭉치, 아니 콧수염을 그대로 갓패치의 코 밑에 붙여버렸다. 그러자,


“그악팻취, 재등장!”


대놓고 사기를 치려는 갓패치. 그런데,


“우와! 그악팻취다냥!”

“정말일까나!”


속아 넘어가는 어흥선생과 채야. 이거 원더랜드에는 그런 규칙이 있는 거야? 점만 찍어도 다른 사람으로 봐주는 그런 규칙? 유명 드라마의 서희 누나도 아니고. 이걸 그냥 넘어가라고?


“모른 척 해줘야 하는 거야?”


현과장은 갓패치를 바라봤다. 그 순간, 그의 시선과 맞닿은 갓패치의 간절한 눈빛. 이럴 때는 두 눈을 딱 감고 모두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그래, 이럴 때는.”


현과장은 자신을 그악팻치라고 부르는 그 엉터리 변장술사 앞으로 당당히 다가갔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그의 콧수염을 잡아 뜯는 현과장. 눈앞의 남자가 그악팻치에서 갓패치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제정신이야? 그걸 그렇게 잡아 뜯으면 어떡해?!”


갓패치는 씩씩거리며 목소리를 한껏 올렸다. 하지만, 전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키토를 향해 걸어가는 현과장. 그는 키토에게로 돌아가는 내내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결코 저들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이건 현과장이 잘못한 거다냥. 상황극은 상황극으로 받아야 한다냥.”

“그렇다랄까나. 상황극은 상황극이랄까나.”


현과장의 태도에 시무룩해지는 어흥선생과 채야. 무척이나 서운한 모양인지, 그들은 입술까지 삐죽 내밀고 있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 애야 어른이야? 그런 거로 삐져?


“이미 콧수염이 떨어진 순간부터 상황극은 망한 거라고. 차리리 눈 밑에 점을 찍던가.”


현과장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뜨고 서로를 바라보는 어흥선생과 채야. 갓패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의 눈빛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갔다.


“난 키토님과 숲 한 바퀴 돌고 올게. 장난은 그쯤에서 그만 두셔.”


현과장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이 생각 없는 한 마디가 어떤 후폭풍을 가지고 올 것인지.


***


“이, 이게 무슨 일이야...”


집으로 돌아온 현과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터넷뉴스의 자극적인 머리기사가 아니라, 정말 눈앞에 벌어진 끔찍하고 괴기스러운 광경에 그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현과장은 제일 먼저 집사차림을 한 채야를 바라봤다. 단정한 옷차림과 깔끔한 외모. 누가봐도 미소년 천재 베스트 집사였다. 이건 그렇게 눈살을 찌푸릴만한 광경은 아니었다. 문제는 지금부터일 뿐.


“어흥선생, 복장이...”

“난 어흥선생아니다냥. 난 키토mk2다냥.”


거대한 토끼복장을 입고 생당근을 우적우적 씹는 남자, 어흥선생. 그의 입으로는 키토mk2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영락없는 어흥선생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키토mk2는 아니지 않아?”

“아니다냥! 난 귀여운 키토mk2다냥!”


현과장은 순간 찾아온 두통에 이마를 쓸어내렸다.


“냥은 빼야지. 아니 머리띠는 벗어야지!”

“냥은 못 뺀다냥! 머리띠는 어흥선생의 트레이드마크다냥!”


이거 어흥선생을 할 건지. 아니면 키토mk2를 할 건지. 하나만 확실히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현과장은 밀려오는 짜증과 두통에 정신이 혼미해지려고 했다.


“그런 그렇고 저건 뭐야?”


현과장은 고개를 돌려, 남은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창백한 피부, 긴 얼굴이 트레이드마크인 그 남자. 그 남자의 변장은 누가 봐도 발레리나였다.


“발레리나야?”

“제정신이야? 그냥 발레리나가 아니라, 『트순이의 호수』 주인공 발레리나라고!”


트순이의 호수는 뭘까. 아픈 머리가 더욱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들의 하나같은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모두 눈 밑에 검은 점이 있다는 사실. 그것도 같은 위치와 같은 크기로.


이 상황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아내가 아니라 가족의 유혹? 오다이바 코스프레 행사?

아니면 스파이럴 어흥? SPY x 때밀이?

도대체 왜 이렇게 전개가 되는 거야?! 분명 키토의 다이어트가 주제였잖아!


“우리 왜 이런 상황이 된 건지 진득하게 이야기 좀 나눠볼까?”


현과장은 되도록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이런 변장도 성 안에서는 필요한 법이지.”

“성 안에서 필요하다고?”


순간, 현과장의 귀가 솔깃했다. 성 안에서 필요하다니, 도대체 무슨 뜻일까.


“성 안은 온갖 암투와 계략이 난무한다냥.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정도 변장은 필수다냥.”


키토의 변장을 한 어흥선생의 말은 별로 믿음이 가진 않았지만, 채야는 달랐다. 누가 봐도 완벽한 미소년 집사. 현과자은 확신했다. 채야의 의견이야말로 이 곳의 그 누구보다 제일 완벽할 것이라고.


“채야의 변장 노하우는 뭐야?”

“나? 난 노하우가 없다랄까나. 그래서 아직 변장도 못 했다랄까나.”


변장을 안 했다고? 지금 완벽한 집사인데? 미소년 집사인데!


“지금 집사로 변장 한 거 아니었어?”

“아, 이건 두 사람 보조할 때 입는 작업복이랄까나.”


현과장은 입을 벌린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작업복인데 이 정도라니. 도대체 제대로 된 복장을 입으면 얼마나 대단하다는 걸까. 현과장은 도저히 가늠이 가지 않았다.


“채야는 이런 면에서 아직 초보다냥. 우리를 따라잡으려면 멀었다냥.”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랄까나. 인정할 수 밖에 없다랄까나!”


채야는 화는 듯 소리를 질렀지만, 어흥선생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는 부러움이 가득했다. 아니야, 그런 거 부러워하면 안 돼!


“채야! 정신 차려! 저런 건 부러워하면 안 돼!”

“오호, 제정신이야? 지금 우리를 도발하는 건가?”


현과장의 외침을 들은 갓패치가 한 발짝 두 발짝 사뿐사뿐 현과장에게 다가왔다.


“어디서 좀 변장 쪼끔 치셨나봐요, 현과장님?”


목소리 속 가득한 비아냥. 순간, 오타쿠 인생 30년의 자존심이 울컥했다.


“지금 내 오타쿠 인생 무시하는 거야? 김치 인생보다 깊은 오덕 인생을?”


김치라는 말에 살짝 긴장하는 어흥선생과 갓패치. 실제로 그들의 눈 밑의 점도 현과장의 아이디어이기에 그들은 경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디어가 좋은 건 인정하지. 하지만 아이디어만으로는 변장이 완성되지 않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갓패치의 외침을 들은 어흥선생과 채야는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여기서 꺾이지 않는 마음이 왜 나와. 그리고, 지금 이 말에 공감을 하는 거야? 이런 생뚱맞은 말에?


“이게 공감 포인트야?”

“그러니까 현과장은 아직 멀었다는 거야.”


무시하는 듯한 갓패치의 말에, 또 한 번 울컥하는 현과장.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그 도발 받아들여주지.”

“제정신이야? 현과장이 우리를 이기겠다고?”


갓패치는 대놓고 비웃었다. 갓패치의 얼굴 가득한 자신감. 어흥선생 역시 흠집 없는 자신감으로 중무장을 한 상태였다.


“아니, 내가 이기는 게 아니지.”


현과장은 손을 뻗어 누군가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자신도 모르게 현과장의 손길에 이끌려 갓패치와 어흥선생 앞에 서게 된 남자, 아니 여자 채야.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모두를 둘러보았다.


“나? 왜일까나?”

“채야가 갓패치와 어흥선생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거다!”


***


그렇게 호언장담한 지도 어느새 일주일.

거실에 앉아있는 채야와 현과장의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뱀샘 작업으로 인해 뺨 밑까지 내려온 다크서클. 탱탱했던 채야의 피부도 이젠 푸석푸석 건조해져 있었다.


“우리 이길 수 있을까나.”

“채야는 두 사람한테 무시당하고 싶어? 당연히 이겨야지.”


자신이 없는 듯한 채야와는 반대로, 현과장은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아무 것도 안 떠오른다랄까나.”


채야는 시무룩해진 채로, 거실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현과장과 채야는 한동안 서로 말이 없었다.


“그래도 노력만 한다면 인정해 주지 않을까나?”


채야의 목소리에서 약간의 희망이 느껴졌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두 사람은 아닐걸. 더 무시당할게 뻔하잖아. 노력해도 그 정도라고.”


현과장은 냉철하게 판단했다. 그의 말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채야. 그녀의 얼굴에 없던 자신감이 더욱 낮아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건가. 이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뭔가 비장의 카드가 있는 것일까. 현과장의 눈빛에 진지함이 잔뜩 묻어났다.


“뭘까나? 뭐일까나?”


현과장의 눈빛을 마주한 채야는, 그 시선을 반기듯 얼굴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아무도 듣지 못하게 낮은 목소리로 생각을 전달하는 현과장. 그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채야는 점차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게 가능할까나?”


조금 전 보다 더욱 자신이 없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 하지만, 현과장은 달랐다.


“방법이 없잖아. 방법이. 일단 해 보자고!”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넘치는 그의 목소리.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채야. 그러나 그녀의 눈빛에도 비록 작지만 희망의 불씨가 일렁이고 있었다.

자신감이 완전 바닥이 난 채야를 일어서게 한 현과장의 작전.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야, 현과장?

그건 그렇고, 이렇게 키토의 다이어트 에피소드는 날아가는 거야?

내가 어렵게 짜고 짜낸 이 에피소드가? 너희들의 애드리브 때문에 날아간다고?

정말 이러기야? 이렇게 계속하면 나 정말 상처받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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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키토의 다이어트 - 1 23.04.15 3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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