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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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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86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4.23 06:00
조회
27
추천
3
글자
12쪽

53. 포상 - 3

DUMMY

그렇게 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널브러진 남자를 마주하게 된 어흥선생.

달빛에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붉은색 바지에, 어흥선생은 확신했다. 숲 길 한가운데에 쓰러진 인물이 누구인지.


“현과장, 정신차려라냥!”


어흥선생은 단숨에 현과장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흐아아암, 벌써 아침이야?”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키는 현과장. 기지개를 켰지면 여전히 찌뿌둥한 것인지, 현과장은 연신 얼굴을 찌푸렸다.


“아침은 아니다냥. 그런데 몸은 어떠냥?”


어흥선생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그는 자신에게 날아왔던 거대한 바늘들을 떠올렸다. 현실에서는 몇 초뿐이 지나지 않았겠지만, 그에게는 수십 시간 전의 이야기. 사실 그렇게 확실하게 떠오르지는 않았다.


“큰 바늘이 날아오기는 했는데.”

“누군지 봤냥?”


누구라는 물음에, 현과장은 거침없이 하얀 후드의 중년 남자를 떠올렸다.

마치 대낮처럼 환하게 보였던 그 남자의 모습과 주변 풍경. 확실히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현과장은 머릿속에 사진을 찍어 놓은 것처럼 그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얀 후드. 중년 남자.”


하얀 후드라는 말에, 갑자기 어흥선생의 얼굴이 굳어졌다.

차분히 내려앉는 시선. 그리고 이내 우수에 젖은 눈망울. 아무리 눈치 없는 인간이라도, 어흥선생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 단 한 명. 현과장을 제외하고는.


“그런데 지금 아침이 아니면, 점심이야?”


뜬금없이 점심타령을 시작하는 현과장. 진지했던 분위기가 한 번에 박살이 났다.


“현과장, 머리를 다쳤냥? 주변을 봐라냥! 지금은 한밤중이다냥!”


분위기가 깨진 김에,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향해 짜증이 한가득 섞인 윽박을 질렀다.

그런데, 현과장의 반응이 이상하다. 마치 미친놈을 보듯, 어흥선생을 바라보는 현과장. 심지어 그는 살며시 그에게서 멀어지기까지 했다.


“현과장? 왜 그러냥?”

“어흥선생, 제정신이야? 이렇게 밝은데 무슨 한밤중이라고 말해?”


현과장의 말에, 정신이 번쩍 뜨인 어흥선생은 지체 없이 현과장의 두 눈을 바라봤다. 꼭 별을 심어 둔 것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현과장의 눈동자.

그 아름다운 눈동자는 의심과 불신을 머금은 채, 어흥선생을 향하고 있었다.


***


한편, 일을 마친 암살자 쿠리두는 다시금 여왕을 찾았다.

이미 늦은 시각이기에, 침실에 들 준비를 차근차근 마치고 있던 여왕. 이제 남은 건 그녀의 얼굴에 묻은 짙은 화장뿐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레 하나둘씩 씻어 내려갔다. 거품가득한 그녀의 손길이 지나가자, 뻐얗게 드러난 그녀의 살결. 화장과 함께 그녀의 얼굴 가득했던 독기도 씻겨 내려간 것일까. 화장을 지운 그녀는 어리고 앳된 순수한 소녀 그 자체였다.


“여왕님, 실례하겠습니다.”


창가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순간 온 방안에 퍼지는 냉기. 심지어 그녀의 방 안의 가구들이 전부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쿠, 쿠리두입니다!”


쿠리두가 자신의 정체를 밝혔지만, 냉기는 멈출 줄 몰랐다.


“이렇게 불쑥 나타나 송구하옵니다!”


쿠리두의 사죄에도 방 안을 가득채운 냉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손과 발의 감각이 점차 느껴지지 않았다. 시야도 점점 흐려졌다.

왜 이렇게 여왕이 화가 난 것일까. 침소에 불쑥 들어와서? 아니다. 침입자가 라고 생각했다면 이미 진즉 죽였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를 알기에 목숨을 붙여 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 순간, 쿠리두는 그녀가 자신을 향해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그녀의 마음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그녀가 지금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길 원하는 지를.


“저는 아무 것도 보지 못 했습니다.”


쿠리두는 두 눈을 가리고 그대로 넙죽 엎드렸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점차 약해지는 냉기. 그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모양이었다.


“고개를 들면, 나도 뒷일을 장담 못 합니다만.”

“네, 여왕님.”


쿠리두는 엎드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천천히 쿠리두의 앞으로 다가온 여왕. 그녀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옅어졌던 한기가 진하게 느껴졌다.


“전할 말을 전하고 빨리 나가 줬으면 좋겠습니다만.”

“그, 현과장이란 인물, 처리했습니다.”


여왕은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침대로 올라가 머리 위까지 이불을 덮어버리는 여왕. 이내, 그 이불 속에서 밝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됐으니 나갔으면 좋겠습니다만.”

“그럼, 소인 쿠리두 물러나겠습니다.”


쿠리두는 엎드린 채로, 창문을 향해 기어갔다.

이윽고 창문 가까이로 간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평소 같았으면, 성 위로 올라가 「신뢰의 번지」를 즐기고 돌아갈 테지만, 오늘은 그럴 상태가 아니었다. 차갑게 굳은 손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얼어붙은 다리가 당최 움직이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창문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침실 문 쪽으로 걸어가는 쿠리두. 그가 아직도 침실 안에서 엉기적거리자, 침대로부터 싸늘한 냉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 지금 나갑니다!”


여왕의 냉기에, 몸을 던져가며 침실 밖으로 나가는 쿠리두.

그가 나가자, 이불 속에서 얼굴을 빼 낸 여왕이 씨익 웃었다.

다시금 자신의 색깔을 되찾았다는 생각에.


***


“「시간의 생명」이 주는 또 다른 능력이라고?”


현과장은 선글래스를 쓰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밤이 대낮처럼 보인다고? 이런 귀찮은 능력을 주다니. 덕분에 지금 한밤중에도 선글래스를 써야했다. 거실 조명이 너무 환하게 느껴져서.


“사람들이 「시간의 생명」을 원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냥!”

“제정신이야? 하나가 아니라 전부야, 전부.”


갓패치는 어흥선생의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렇게 좋은 능력이면, 나 말고 본인이 가지질 그랬어?”


그런 갓패치를 향해 비꼬는 듯한 말투를 토해 내는 현과장. 선글래스에 가려져 있어서 보이진 않았지만, 그의 두 눈동자도 심하게 욕을 하고 있음이 불 보듯 뻔했다.


“제정신이야? 가질 수 있으면 가졌지.”

“우린 이미 조건이 안 된다냥. 이건 현과장이 딱이다냥.”

“정말 그렇다랄까나!”


세 사람은 마치 짠 것처럼, 현과장을 치켜세웠다.

이 장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다.

게임 캐릭터를 키울 때, 필요하지만 재미없고 힘든 캐릭터를 착한 친구에게 떠넘길 때 흔히들 만날 수 있는 그런 장면.

혹은, 호구를 상대하는 악덕 장사꾼의 모습.

이런 일을 비일비재하게 당했던 현과장은 데자뷰 같은 지금의 상황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내가 한두 번 속아?! 내가 한두 번 속냐고!”

“진짜다냥.”


어흥선생은 난감한 듯 얼굴을 긁적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믿을 현과장이 아니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고 더욱 단호하게 반응했다.


“안 믿어! 난 안 믿는다고!”

“이래서 눈치 빠른 현과장이란, 쯧”


순간, 인생을 찌푸린 갓패치. 그는 가슴 속 감추어 둔 본색을 드러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것 봐! 내 말 맞잖아! 내 말 맞지!”

“그래, 현과장 말이 맞다냥.”


체념하듯 목소리는 내뱉는 어흥선생. 시무룩한 건 채야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랄까나. 그냥 받아들이면 서로가 좋다랄까나.”

“아니! 그건 아니지! 엎질러진 물이라도 목이 마르면 핥아서 먹는 법! 주어 담을 수 없다고 해도, 그 가치가 변하진 않지!”


현과장은 풀이 죽은 세 사람 앞에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자신 있게 소리쳤다.


“그래서, 뭐 어쩔까? 우리가 뭘 어떻게 하면 좋겠어?”


잔뜩 인상을 구긴 갓패치가 자포자기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으하하하하! 이 능력에 대해 소상히 말하여라!”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콧대를 세우는 현과장. 그의 말에, 새 사람은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살짝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은 세 사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능력을 지우는 게 아니냥?”

“지워 달라고 하면 지우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랄까나?”


어흥선생과 채야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미쳤어? 내 목표는 귀환용사! 이런 능력도 어딘가 쓸모가 있겠지.”


더욱 높게 콧대를 세우며 언성을 높이는 현과장. 이 현과장의 태도에 제일 어이가 없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갓패치였다.


“제정신이야? 왜 속였는지 안 궁금해?”


갓패치의 말에, 현과장은 그에게로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그러더니,


“있잖아, 나 오늘 한 시간 동안 두 번 죽었어.”

“그게 왜...? 아!!”


갓패치는 뭔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갓패치나 어흥선생 그리고 채야에게는 단순히 60분 일지 모르지만, 현과장에게는 「시간의 생명」 능력으로 인해 수십 시간 이상 느껴졌을 시간. 그 긴 시간동안 얼마나 원망하고 용서했으며, 분노하고 체념했을까. 그래, 지금 현과장이 품은 이 느낌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후 다가오는 그 느낌, 바로, 현자타임이다.


“제정신이야?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좋았잖아!”

“너님들이 거짓말을 했잖아요. 그건 안 되지. 또 속는 건 안 되지.”


현과장은 단호했다. 아마도 그 수십 시간 같은 몇 초 사이 꽤 결연하게 다짐한 모양이었다.


“나 현과장, 거짓말엔 단호하게 대처한다.”


다시금 현과장이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현과장의 따라서 고개를 치켜드는 키토. 그 귀여운 키토의 모습에, 어흥선생도 키토 옆에 서서 고개를 치켜세웠다.


“나도 단호하다냥!”


그런 두 사람과 한 마리의 모습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갓패치. 그러나 채야는 거실의 모두와 다르게, 살며시 고개를 기울였다.


“속이는 건 어떨까나? 난 거짓말은 안 하지만 가끔 속이는데.”

“속이는 것도 단호하게 대처한다!


현과장은 결연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그럼, 키토님 저녁을 어떻게 먹일까나.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채야의 말에, 순간 모두의 시선이 현과장과 어흥선생 사이의 그 뚱뚱한 토끼에게로 쏠렸다. 뚱뚱한 만큼이나 귀여움이 가득했지만, 문제는 언제나 키토의 종착지가 사람들의 머리 위라는 점. 키토의 점프는 사뿐사뿐했지만, 그 무게는 상상을 초월했다.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부끄러운 듯 두 눈을 앞발로 가리는 키토. 그 깜찍한 모습은 무척이나 사랑스러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다이어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의 몸무게는 목숨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속이는 건 인정한다!”

“나도 인정한다냥!”


말을 마친 두 사람은 다시금 고개를 하늘 높이 들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들자, 또 따라서 고개를 치켜세우는 키토. 정말이지 환장의 트리오다.


“제정신이야? 어흥선생? 왜 이렇게 바보가 되었어?


갓패치의 안타까움에도 아랑곳없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똥폼을 잡는 어흥선생.

천장을 향한 그의 얼굴에 웃음이 만개했다.

그는 행복했다. 모두와 함께 이렇게 있는 이 시간이.

예전 성에서 보냈던 것처럼, 모두 함께 이렇게 모여서 바보 같은 짓을 벌이는 이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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