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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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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24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4.20 06:00
조회
25
추천
3
글자
12쪽

50. 코스프레 대회, 그리고...

DUMMY

지금 당장 싸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 채야와 여왕은 말없이 그저 서로만을 노려봤다. 그런 그 순간,


“제정신이야? 붉은 색은 이제 현과장의 색이야. 여왕의 색이 아니라고.”


그녀들 사이로 끼어드는 갓패치.

그의 등장에, 타오르던 불꽃도 일렁이던 냉기도 순식간에 사라지고야 말았다.


“그건 분명 당신이 나에게,”

“나, 갓패치. 여기서 선언한다.”


갓패치는 여왕의 말을 끊은 뒤, 천천히 방청석으로 다가갔다.

아직까지도 그저 무대 위의 역할극이라고만 생각하는 방청객들. 그들은 한순간도 놓칠 세라 두 눈을 부릅뜨고 무대 위의 상황을 지켜봤다.

모두의 시선이 갓패치에게로 쏠렸다. 방청객도, 카메라도, 그리고 무대 위의 사람들도.


“붉은색의 주인은 이제 현과장이다. 더는 여왕이 아니다.”


무대를 지켜보던 방청객들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이게 실제 상황인가. 아니면 연극인가. 전여 가늠하지 못 하는 듯 그들의 얼굴에는 약간의 당황감도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분명, 갓패치 당신이 나에게 준 색입니다만!”

“나에겐 예언자 미우에게 준 기억만 있지, 여왕에게 준 기억은 없어.”


갓패치의 단호한 목소리에, 여왕의 얼굴은 그녀의 드레스만큼이나 붉어졌다. 아무런 대꾸 없이 그저 갓패치를 노려보기만 하는 여왕. 그렇게 한참을 노려보던 그녀는 그대로 무대 뒤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 어르신, 아직 무대가...”

“난 당신들 장난에 놀아줄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만!”


입을 연 나마래를 한번 지긋이 째려보더니 그대로 무태 위에서 사라지는 여왕. 그녀가 사라지자, 스튜디오에는 한 동안 침묵이 쌓여만 갔다.


[짝짝짝!]


그 침묵을 뚫고 갑자기 들려온 박수소리. 그 소리는 바로 방청석으로부터 들려왔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는 점차 주변으로 퍼져 어느새 박수갈채로 바뀌어 갔다. 몇몇의 방청객들은 무대 위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뭘 그렇게 감동받았는지.

그렇게 잔잔한 박수갈채와 함께 대결은 막을 내렸다.

승부는 51:49로 현과장 팀의 승리. 완전히 채야에게로 기울어졌던 스튜디오의 분위기가, 마지막 갓패치의 몇 마디에 크게 흔들렸던 모양이었다.

여왕이 손닿는 곳에 등장했지만, 그녀를 만날 기회는 얻지 못했던 현과장. 그래도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 중요한 한 가지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자자, 이제 약속을 지키셔야지.”


현과장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무거운 세 사람의 분위기. 특히 제일 어두운 건 갓패치였다.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뭐가 문제야 Say Ho~”

“장난 받아줄 기분이 아니다냥. 빨리 짐이나 싸라냥.”


살며시 눈치를 준 어흥선생은 대기실에 놓인 자신의 짐을 천천히 챙겼다. 채야의 숄더 태클에 천국을 다녀왔던 터라,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현과장. 그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어흥선생처럼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느낌이 쌔하다.

왜 이렇게 어두운 표정을 짓는 걸까. 현과장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봤지만, 결국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 이럴 때는 직접 물어보는 것이 베스트. 현과장은 그대로 채야 옆으로 다가갔다.


“왜 이렇게 얼굴이 어두워?”


현과장의 물음에 살며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채야. 그녀는 이내 손에 들고 있던 붉은 드레스를 현과장을 향해 내밀었다.


“열심히 만든 드레스가 망가졌다랄까나. 그래서 못 입었다랄까나.”


그녀가 내민 드레스는 확실히 너덜너덜 걸레가 되어있었다. 아마도 숄더 태클 때 그 충격으로 찢겨져 나간 것이 분명했다. 역시 무서운 여자, 채야.

그건 그렇고, 남은 두 사람은 왜 저렇게 낯빛이 어두운 거지?


“어흥선생이랑 갓패치는?”

“나? 몰?루.”


몰?루. 모른다는 건가.

채야의 대답을 들은 현과장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오늘 그들이 보였던 비열한 행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들의 만행을 곱씹던 순간, 현과장의 머릿속에 마치 혜성처럼 날아온 해답. 이윽고 현과장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어이, 두 사람, 스탑.”


현과장의 나지막한 음성에, 어흥선생과 갓패치가 동시에 움찔했다. 정말 뭔가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분위기 잡아 놓고 기회 봐서 토낄려고?”


현과장은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는 어흥선생의 귀를, 다른 한 손으로는 갓패치의 입술을 힘껏 잡아 당겼다. 그러자,


“아프다냥!!”

“읍읍읍읍읍! 읍읍읍읍읍읍!(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버둥대며 끌려오는 어흥선생과 갓패치. 지은 죄가 있어서 일까. 그들은 큰 반항 없이 현과장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어디서 도망이야, 도망은. 어차피 집에서 잡힐 거.”

“그럼 집에서 이래도 되지 않냥!”


어흥선생의 외침에, 현과장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집까지 가는 길에 요 명석한 두뇌가 참 가만히도 있겠다. 내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더욱 강하게 어흥선생의 귓불을 당기는 현과장. 어흥선생은 아픔에 인상을 찌푸리긴 햇지만, 결코 반항하지는 않았다. 지은 죄가 무척이나 컸기 때문에.


“그럼 갓패치, 나한테 무슨 능력을 줄 거야?”

“읍읍! 읍읍읍! 읍읍읍!(이걸! 놓아야! 말하지!)”

“뭐라는 거야? 똑바로 말 한해?”


현과장은 갓패치의 입술을 세차게 흔들었다. 그러자,


“그거 놓아야 말할 수 있다고 했다냥.”

“아? 그래?”


갓패치 대신 그 듯을 전해주는 어흥선생. 현과장은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흥선생의 귓불을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어흥선생의 귓불을 잡았던 손으로 더욱 힘껏 갓패치의 입술을 잡아당기는 현과장. 그의 눈에 장난과 광기기 적당히 섞여서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안 놔줄 거지~ 안 놔줄 거지~ 우헤헤~”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갓패치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현과장. 그 모습을 눈앞에 마주한 채야와 어흥선생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난 현과장의 미래가 걱정이 된다냥.”

“제발 딱 갓패치 정도까지만 미쳤으면 좋겠다랄까나.”


이런 걱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갓패치를 향해 해맑게 장난치는 현과장. 그의 장난은 대기실을 떠날 때도, 성밖마을을 지날 때도, 심지어 숲을 지나 채야의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


***


한편, 성으로 돌아온 여왕은,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여기 저기에 화풀이 하고 있었다. 스튜디오에서의 일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더욱 강하게 솟구쳐 오르는 분노. 잊고 싶었지만, 결코 잊을 수 없었다.


“내가 원더랜드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데!!”


그녀는 손에 잡히는 것을 닥치는 대로 집어던졌다.

옷, 책, 화병, 심지어 신하들 까지도.


“여왕 님, 고정하시옵소서.”


“고정? 고정? 지금 내가 어떤 수모를 당하고 왔는데 그딴 말을 짓걸이는 겁니까?!”


여왕은 단걸음에 달려가 입을 연 신하를 알현실 문 쪽으로 던져버렸다.

휙휙 날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다음은 자신의 차례가 아닐까, 마음을 졸이는 신하들. 날아갔던 신하들도 두려워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한 번 날아갔다고 해서 두 번 날아가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붉은색을 되찾을 방법을 알아오겠습니다.”

“되찾긴 뭘 되찾습니까? 원래 내 색입니다! 내 색이라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입을 연 신하에게로 달려가, 그를 던져버리는 여왕. 그 공포스러운 모습에, 신하들은 그만 고개를 떨군 채로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모였으면 뭔가 대안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번엔 말이 없다고 신하들을 죄다 내던지는 여왕.

입을 열면 연다고 던지고.

안 열면 안 연다고 던지고.

신하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 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신하들이 우왕좌왕 여왕의 손길을 피해 이리저리 도망치고 있던 그때,


“제법 활기차시는 군요.”


구석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가벼운 목소리. 알현실 모두의 시선이 구석으로 향했다.


“누구지?”


여왕의 말에, 점차 알현실 중앙으로 나오는 목소리의 주인공.

누가 봐도 암살자 같은 복장, 그래, 딱 잘라 말해 하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는 중년의 남자였다.


“아, 암살자 쿠리두. 당신이군. 그런데 난 그대를 부른 기억이 없습니다만.”

“TV보고 왔습니다. 요즘은 성 안에서도 성밖채널을 볼 수가 있어서요.”


TV란 말에, 여왕의 얼굴에 분노가 타올랐다. 그 분노를 감지한 신하들은 도망치느라 허둥지둥댔지만, 이 남자, 암살자 쿠리두는 달랐다.


“그 현과장이란 인간, 사라지면 그만 아닙니까? 주인이 사라지면 남은 사람이 남은 물건을 차지하면 그만이고.”


자연스럽게 살인을 입에 담는 쿠리두. 신하들은 그의 언행에 놀란 토끼 눈이 되었지만, 여왕은 달랐다.


“그래, 그 사람을 죽이겠다고?”

“저는 죽인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 사람들 보는 앞에서는 그런 무자비한 단어는 조금 그렇지 않습니까, 여왕님.”


쿠리두는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 덕분일까, 천천히 분노가 가라앉는 여왕의 얼굴. 그녀는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쿠리두를 바라보았다.


“그럼 그대에게 부탁을 하겠습니다만.”

“명을 받들겠습니다.”


예를 갖추며 여왕의 앞에 무릎을 끓는 쿠리두. 여왕이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여왕의 앞을 벗어나 천천히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문은 그 쪽이 아닙니다만.”

“아, 성에 온 김에, 동기화 때리고 신뢰의 번지도 한 번만 하고 가려고요. 여기가 제일 번지 맛집이라서.”


신뢰의 번지라는 말이 묘하게 거슬리기는 하지만, 어절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여왕. 그러자, 쿠리두는 그대로 창문을 열고 알현실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나저나, 동기화에 신뢰의 번지라. 현과장, 괜찮을까?


***


“자, 이제 능력을 내 놔.”

“아 진자, 제정신이야? 밥상머리 앞에서 능력 타령이야!”


갓패치는 쉴 새 없이 김치를 씹으며, 현과장의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현과장이 아니다. 더욱 집요하게 매달리는 현과장. 급기야 그는 갓패치가 애지중지 품고 있던 김치통을 빼앗아 자신의 앞에 내려놓았다.


“지금 제정신이야? 빨리 이리 안 줘?”

“그러고 보니 갓패치 내기에서 졌잖아. 그럼 김치 못 먹는 거 아닌가?”


김치를 못 먹는다는 현과장의 말이 강하게 갓패치의 후두부를 강타했다. 마치 세상이 끝난 것만 같은 표정의 갓패치. 그는 눈앞의 진수성찬과 현과장의 손에 들린 김치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현과장 이거 다 먹고, 나 그 김치통만 줘.”

“시른데~ 시른데~”


얄밉게, 아주 얄밉게 갓패치의 제안을 무시하는 현과장. 갓패치의 얼굴이, 점점 울상이 되어갔다.


“현과장 너무한다냥. 그래도 김치는...”

“어흥선생, 어흥선생도 졌는데 김치,”

“갓패치! 빨리 잘못했다고 빌어라냥!”


살며시 갓패치의 편을 들려고 했지만, 이내 꼬리를 내리고 만 어흥선생. 그 역시 현과장의 김치는 포기할 수 없는 아이템인 모양이었다.


“비록 아쉽게 졌어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랄까나.”


채야 역시 옆에서 거들자, 입지가 완전히 좁아져 버린 갓패치.

그는 내키지 않은 얼굴로, 현과장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알았어, 주면 되잖아. 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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