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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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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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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7
추천수 :
383
글자수 :
230,487

작성
21.05.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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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DUMMY

이윽고 꺼지지 않을 것처럼 밀려들던 불길이 사그라졌다. 헬파이어가 소멸된 것을 확인한 나는 포스 필드를 거둬들였다.


“후욱, 후욱!”


천마인령대법에 의해 생성된 육신은 절대적인 견고함과 초월적인 회복력, 끝없는 마나를 자랑한다.


본디 그랜드 마스터에 이르러야 가능한 상단의 개방을 강제적으로 이루고, 중단을 완성함으로써 대자연의 마나를 빨아들이듯 유입시키기 때문이다. 중원무림에서도 천마인령대법에 의한 천마인령강시는 최악의 마물로 악명을 떨칠 수밖에 없었다.


고작 6클래스 마스터에 불과한 내가 깨달음도 따라주지 않는 8클래스 마법을 남발할 수 있던 것도 다 그런 무지막지한 마나 덕분인 게다. 물론 제대로 된 8클래스였다면 이런 고생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


“세상에······!”


지형이 완전히 변해버린 숲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녹았다 얼어붙어 굳어진 현무암만으로 가득한 황폐한 대지의 모습에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가주님.”


카마트가 다가왔다. 다른 기사들과 병사들도 비칠비칠 일어나 모였다.


비록 위기는 넘겼지만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이 마법을 펼친 놈이 나타나질 않았으니까. 어쩌면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한곳에 모여 움직이지 말고 있도록. 자칫 너희들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내가 명령하자 다들 엉거주춤 멈춰 섰다.


“대체 무슨 일인 겁니까? 난데없는 대규모 마법 공격이라니······.”


기사들 중 하나가 불안한 얼굴로 질문을 던져왔다.


하긴,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불길이 떨어지고 사방이 생지옥이 되었었으니 불안할 만도 하겠지.


하지만 말해준다 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그저 얌전히 있어주는 게 나로서는 더 대응하기 편하다.


여유가 없던 나는 대답 대신 감각을 돋워 주변을 살폈다. 어디에도 수상한 존재감은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탐색마법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긴, 아무리 마나회복력이 굉장하다 해도 준비도 없이 구현한 연이은 3번의 8클래스 마법 덕분에 마나 서클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겠지. 내 현재 경지인 6클래스 마법이라면 가히 무한이라 할 만큼 남발할 수도 있지만··· 역시 8클래스인가?


이래서는 몇 시간 동안은 마법을 사용하기 곤란할 것 같군.


그때였다.


푸욱!


뒤에서 나타난 차가운 칼날이 어느새 내 가슴을 뚫고 빠져나오고 있었다.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



“가주님!”


카마트가 당황과 염려, 분노로 뒤섞인 표정으로 외쳤다. 그가 검을 빼 들었지만 어느새 나의 가슴을 꿰뚫은 놈은 칼날을 거둬들이고는 놀라운 민첩함을 보이며 뒤로 멀찌감치 떨어졌다.


칼날이 가슴을 빠져나가는 그 느낌은 참으로 역겨웠다. 더군다나 통증마저 없기에 더더욱 이질적이다.


언데드의 몸으로서 피가 나올 리 없는 내 가슴은 순식간에 아물어갔다. 아니 아물었다기보다는 복원되었다는 말이 더 맞으려나.


검으로 뚫린 옷의 구멍은 작았기에 다른 이들에게 보이진 않았다. 언데드란 사실은 아직 기사들이나 병사들에게 알려져선 안 되는 내 입장에선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상처가 없다 해도 이번 암습은 생각보다 치명적이었다. 안 그래도 무리한 운용으로 마나서클이 흔들려 요동치고 있는 판국인데, 그 자리에 검상까지 제대로 입고 말았다.


‘큭, 이젠 몇 시간이 아니라 최소한 며칠은 마법을 못 쓸 것 같은데······.’


놈을 방심시키기 위해 억지로 고통스런 표정을 지어 보이며 상처 부위를 손으로 누르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런 내 시야에 흉수의 모습이 들어왔다.


가슴을 관통했던 칼날은 스르르 변하더니 녀석의 오른팔로 변화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정해진 형체가 없는 도플갱어나 슬라임이 변형하는 광경을 연상케 했다.


“클클, 생각보다 쉽군.”


녀석은 큭큭대며 웃고 있었다. 붉은 머리에 하얀 얼굴, 건장한 전사와 같은 차림새를 한 저놈은 인간의 그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놈은 인간이 아니다. 풍기는 기세와 저 저열하고도 광포한 눈빛은 분명 마족이다.


그것도 보통 마족이 아니지. 헬 파이어를 펼쳐내고 인간의 형상을 취할 수 있다면 상급 마족이 분명하다.


기사들도, 병사들도 그 기세에 억눌려 어느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검을 뽑아 든 카마트마저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마족이군. 상급 마족이라니······.”


단순히 격만 따진다면 성룡, 혹은 웜급 드래곤과 맞먹으며, 8클래스 익스퍼트급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상급마족. 직접 겪어본 적은 없으나 그들의 강력함은 수많은 책에서 언급하고 있었다.


인간의 몸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벗어날 수 없는 공포 그 자체라고.


녀석이 꽤 흥겨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수하들을 몇이나 죽였다고 하더니 생각보다 약하군. 이 정도에 빌빌거리다가 당하다니.”


“네놈은 제국에서 왔나? 아니면 왕세자? 대체 누구의 명으로 몬스터들을 끌어들여 내 영역을 어지럽히는 거냐?”


내 물음에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글쎄, 그들 중 과연 누굴까? 클클클, 하지만 대답해줄 수는 없지. 어차피 너는 여기서 죽을 테니까.”


점차 살의가 팽창하기 시작한다.


주변 공기를 잠식해가는 그 기세는 숨 막히도록 가공했다. 전의 중급 마족들 따위하고는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한다. 제길!


한껏 기세를 끌어올리며 녀석이 비웃었다.


“극심한 마나 소모로 마나 서클이 뒤흔들렸고, 검술 또한 부상을 입은 상태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 테니까.”


비록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됐지만 나는 소드 마스터다. 그것도 중원이라는 미지의 세계 속의 지식과 능력까지 가진, 다치지도 죽지도 않는 불멸의 육신을 가진 소드 마스터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아니, 저 녀석을 토막 내어 네놈들이 잘도 끌고 다니는 데몬들과 몬스터의 밥으로 내어주마.


‘후, 일부러 약세를 보여 놈의 빈틈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이젠 그만 둬야겠군.’


천천히 뽑아 든 검 끝으로 검푸른 오러가 이 살육의 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길게 뻗쳤다. 그것이 마치 살의를 드러내는 야수 같았다.


나는 차갑게 웃으며 반문했다.


“부상?”


“음!”


오러를 본 녀석이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찌른 게 얕았나? 하지만 제 실력을 발휘하긴 힘들 텐데?”


여전히 녀석은 웃고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비웃음이었고, 짙은 조소였다.


“그동안 지켜보고 있었어. 처음에는 데몬들과 몬스터를 이끌던 내 수하들을 죽이기에 주시했고, 후에는 전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수하들을 불러들였지. 데몬들을 조종해 몬스터를 이끌어 네놈들을 시험해보았고.”


“······.”


흥에 겨워 설명을 늘어놓는 녀석에게 나는 침묵했다. 바보도 아니고 저런 말에 일일이 대꾸해주긴 싫었다.


잠시 우위를 차지했다고 악당답게 여유를 부리며 모든 것을 설명해주다니! 이건 어디 소설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아닌가?


왠지 한심한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마스터들 중에서도 제법이긴 하지만, 그랜드 마스터가 아닌 한 날 이길 수 없지. 그나마 네가 소드 마스터이면서 마법사면 나라도 제법 곤란하다는 생각에 기습을 가해 마나를 소모시키고 부상을 입힌 거다. 지금처럼 기습으로 단번에 죽여버렸으면 좋겠지만 네놈도 정상적인 인간은 아닌 듯 보이니 그럴 수도 없고 해서 생각해낸 방법이지. 그러니 넌 내 상대가 못 돼. 클클.”


녀석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던 나는 스산한 한기가 풍길 정도로 냉랭히 물었다.


“할 말은 다 끝난 거냐?”


“응?”


“주절주절 읊어대던 유언은 이제 다 끝난 거냐고 물었다.”


“건방진!”


여유로웠던 녀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 그런 얼굴이 보고 싶었어!


“꽤 지겨운 한담이었다. 네 녀석 유언도 다 들어줬으니 이제 그만 내 검에 죽어라.”


검 끝에서 길게 늘어난 오러가 채찍처럼 밀려가 녀석의 허리를 노렸다.


하지만 멍청해 보여도 놈은 상급 마족이다. 이 정도에 당할 리는 없지.


역시 가볍게 피해내면서 녀석이 발끈하기 시작했다.


“이놈! 죽여주겠다!”


역시 놈의 능력은 화염이었던가? 녀석의 손길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하지만 단순한 불길은 아닌 듯, 극도로 응집된 열기는 마치 오러와 같은 집속력(@執束力)을 지닌 것으로 보였다.


내 오러 블레이드는 연이어 녀석을 가격했지만 그 손길에 튕겨 나왔다.


역시 통상적인 공격은 먹히지 않는군.


그때, 놈이 성난 황소처럼 돌진해왔다. 그리고 손에서 뻗어나온 화염탄이 어지럽게 맴돌며 나의 전신을 노려왔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는다. 나의 발걸음은 이미 저 깊은 기억 속의 보법의 보로를 밟아나가고 있었다. 어지러운 행보와 춤사위와 같은 동작이 화려하게 공간을 누비기 시작했다.


오행미종보(五行迷從步)!


지나간 곳에는 자취도 남지 않아 그 종적을 찾기 어렵다는 보법으로, 중원의 대문파인 화산의 절기가 내 발걸음 속에서 재래했다.


“이, 이놈!”


녀석의 공격은 내게 미치지 못했다. 분노한 녀석이 이리저리 마나를 뒤틀며 공격해왔지만 내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물론 녀석이 느린 건 아니다. 아니, 거의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는 놈의 몸놀림은 나조차도 놀랄 정도의 가공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강인함과 민첩함만으로 무공은 완성되는 게 아니지. 그 안에 법칙성이나 현묘함이 없는 한 나를 쫓을 수 없는 법.


게다가 더더욱 녀석의 분노를 부채질한 것은 마치 여유로운 춤사위 같은 동작에 맥없이 헛손질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겠지.


하지만 저 재수 없는 멍청이의 손에 맞아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저런 법칙성도 없는 무작위식 공격에 당한다면 어찌 오행미종보가 중원의 상승절기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겠는가.


결국 조급함을 참지 못한 놈이 두 손을 떨치자, 이번에는 수많은 화염탄들이 포위망을 구성하듯 면밀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록 구슬처럼 작긴 하나 그것들 하나하나는 7클래스급에 달하는 것들이다. 덕분에 수십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오른 듯 주변이 환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긴 쉬웠다.


공간을 점유하는 화연탄들의 숫자와 밀도는 높아졌지만 그것을 운용하는 움직임은 변함없었다.


그저 비껴내고 튕기고 피해내면 될 뿐.


이런 직선적이고 단순한 공격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결국 분통이 터진 녀석이 괴성을 내질러댔다.


“크우우우! 이 인간 같지 않은 놈이!”


녀석의 손이 나를 향했다. 공세가 안 통하니 이젠 광역 범위를 공격하겠다는 건가?


일순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바람이 밀려들었다. 그것은 마력이 극도로 집약된 것으로 그 기세가 자못 위협적이다. 그것은 지독한 독기(毒氣)까지 실린 마풍이었다.


나는 즉시 오러를 전면에 전개했다. 검을 타고 흐르는 오러가 두루마리처럼 펼쳐지더니 전면을 차단하는 거대한 장벽을 이뤘다.


콰콰콰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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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2 +1 21.05.20 126 2 15쪽
»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21.05.19 101 4 11쪽
42 [제14장]소탕작전!-03 21.05.18 97 4 12쪽
41 [제14장] 소탕작전!-02 21.05.17 100 3 13쪽
40 [제14장] 소탕작전!-01 21.05.15 121 3 12쪽
39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3 21.05.14 105 3 11쪽
38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2 21.05.13 124 3 12쪽
37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1 21.05.12 127 3 12쪽
36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5 21.05.11 138 3 11쪽
35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21.05.10 156 3 11쪽
34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3 21.05.08 189 3 12쪽
33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2 21.05.07 183 4 12쪽
32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1 21.05.06 214 3 12쪽
31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3 21.05.05 228 3 11쪽
30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21.05.04 211 6 11쪽
29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1 21.05.03 229 6 13쪽
28 [제10장] 모루의 불꽃-02 21.05.01 262 7 12쪽
27 [제10장] 모루의 불꽃-01 21.04.30 256 5 12쪽
26 [제9장] 뚫어야 캔다!?-03 21.04.29 302 7 12쪽
25 [제9장] 뚫어야 캔다!?-02 21.04.28 302 7 12쪽
24 [제9장] 뚫어야 캔다!?-01 21.04.27 319 7 12쪽
23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2 21.04.26 331 8 13쪽
22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21.04.24 392 7 12쪽
21 [제7장] 영지 발전 5개년 계획 21.04.23 415 11 12쪽
20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2 21.04.22 450 11 11쪽
19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1 21.04.21 441 13 12쪽
18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21.04.20 468 12 12쪽
17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21.04.19 455 13 12쪽
16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2 21.04.17 471 13 12쪽
15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21.04.16 48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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