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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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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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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1
추천수 :
383
글자수 :
230,487

작성
21.04.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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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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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DUMMY

“흐음, 광산이라. 상단들을 통해 사 오면 되지 않은가.”


그러자 재무관은 이맛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게··· 워낙 시국이 불안정하다 보니··· 금속 값이 마구 치솟고 있습니다. 그만한 양을 다 구입하려면 영지가 파산해도 모자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번 영주들도 마구 징병한 병사들에게 목창을 지급했었지요. 자급자족이 유일한 방법인데··· 이것도 광산이 될 만한 부지를 찾으려면 자금이 필요합니다.”


확실히 광산은 필요한 요소다. 작은 영지를 꾸린다면 굳이 개발할 필요는 없으나, 무려 스물이 넘는 성을 통합하여 그 규모가 커진 만큼 금속의 자급자족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했다.


“뭐, 필요하다면 투자해야겠지. 일단은 나무로 만든 걸로 훈련시키고, 나중에 광산이 개발되면 차차 무장시키기로 합세.”


재무관도 그 필요성을 아는지, 이번에는 자금 타령을 하지 않고 수긍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영지에서 필요로 하는 금속의 기근은 끝난 게 아니었다. 아직도 금속에 관련해 산적한 문제는 많았다.


“그리고 금속이 필요한 것은 병사들만이 아닙니다. 기사들이나 마법사들도 그렇죠. 마법사들이야 가주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마법 실험에는 고가의 특수금속들을 필요로 합니다. 이 값도 요즘은 마구 치솟는 상황이라 힘든 실정이고, 기사들 또한 대항마갑주를 지급해야 하는데 어려운 지경이지요.”


“마법사들은 그렇다 쳐도, 대항마갑주라······. 그거 많이 비싼가?”


“비쌉니다. 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장비죠. 몸 하나를 믿고 돌격해야 하는 기사들이 마법을 제대로 방어하려면 필수입니다. 하지만 완제품을 구입하려면 거의 불가능이나 마찬가집니다. 대항마갑주는 그 노하우가 비밀스럽기 때문에 유출이 되질 않죠. 결국 자체생산이 그 답인데··· 그와 관련된 금속은 비싸기도 하지만, 전쟁물품으로 취급되어 돈이 아무리 많아도 대량으로 구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기사들에게 있어 대항마갑주는 무엇보다 중요한 무구이니 구하지 않을 도리가 없군.


하지만 이것은 광산을 찾아 자급자족하지 않는 한 해결하기 어렵다. 야시장 같은 불법적 거래를 통해서도 고작 소량을 구할 따름인 미스릴과 오리하르콘은 그만큼 귀했다.


점점 생각할수록 이것저것 산적한 문제들이 고개를 쳐들어 골머리가 아프군.


“휴, 이것도 저것도 다 문제로구먼. 그러면 광산 개발할 때, 그 금속들에 관한 것들도 함께 개발해보게나.”


“하, 하지만 대항마갑주는 그만한 노하우가 있어야······.”


옆에서 불가능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노집사에게 나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답해주었다.


“자네도 봤겠지만 나, 소드 마스터이면서 마법사라네. 그것도 6클래스 마스터지. 가주인 내가 직접 하는 게 좀 남들 보긴 이상하겠지만, 대항마갑주 정도는 만들 수 있네. 재료만 있다면 말이지.”


물론 나에게는 대항마갑주에 필요한 마법적 지식은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대항마갑주는 그 기술을 가진 마법사만 있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무구가 아니라는 거다.


미스릴로 갑주를 만들고, 그에 새겨질 대항마진을 상감처리 하여 오리하르콘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최고의 대장장이의 존재가 필수라 하겠다. 물론 완성된 무구의 마법진을 발동시키고, 이를 영구적으로 발동하도록 인챈트하는 것이 마법사의 역할이다.


물론 내가 아는 이 대항마갑주의 등급은 최고인 S급으로서 그 이하 등급의 제작법 따위는 알지 못했다. 수준 낮은 등급의 제작법도 알았다면 그리 귀한 금속이 아니라 해도 가능할 텐데. 300년 전에야 가문이 워낙 잘나가던 시절에 항마갑주를 보급할 수 있었던지라, 그 이하의 등급은 취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진실을 모르는 가신들은 그저 감탄할 따름일 뿐. 특히 마도지식에 목마른 마탑주인 바즈엘의 두 눈은 나를 뚫어질 듯 쳐다보고 있었다.


젠장. 이거 낯 뜨거워지는군.


“아, 그렇군요. 가주님의 다재다능함이 실로 놀랍습니다. 그렇다면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그런데 그걸 다룰 대장장이는 있나?”


“솔직히··· 몇 있긴 하지만 시설이나 실력 모두 열악합니다.”


역시나. 내 물음에 참혹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답하는 노집사. 하긴 몰락한 가문에 그만한 실력과 시설이 갖춰져 있을 리 없지.


“어쩔 수 없군. 손 벌리고 싶진 않았는데··· 내 나름대로 해결책이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게. 광산만 개발되면 그 문제는 알아서 처리하겠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방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지간하면 다시 대면하고 싶지 않은 인물을 만나야 하기에 그저 머릿속이 무거워질 뿐이다. 그러나 길이 없는 이상 가문을 위해서라도 다시 거래를 터야겠지.


그런 내 참담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집사를 비롯해 가신들은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흐음. 무슨 방도를 갖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주님만 믿겠습니다.”


나는 대답 대신 어렵사리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저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천장을 향해 나직이 호명했다.


“그리고 아이즈.”


“예, 가주님.”


난데없이 들려오는 낯선 음성에 좌중이 경악에 잠겼다. 특히 나름대로 실력에 자신하던 카마트는 전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목소리 주인의 능력에 더더욱 경악한 모양이었다.


흠, 전보다 실력이 늘었군. 분명 천장에서 음성은 들려오지만 그 기척은 매우 미약하다. 소드 마스터급이라 해도 느끼긴 어렵겠어. 하긴 그렇게 단련을 받으면서도 늘지 않았으면 죽어도 싸지.


나는 수하가 약한 건 눈뜨고 못 보는 사람이기에 사실 더 늘지 않았다면 오늘 밤 그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특훈을 베풀어줄 생각이었다. 한데 이렇게 되니 그 계획은 물거품인가··· 쯔쯧.


순간 오한에 떠는 듯한 기척이 천장에서 느껴졌지만, 나는 무시하며 물었다.


“세력 확장은 잘되어가고 있나?”


“점령한 영지들은 확실히 장악했습니다만, 그 이상은 인력이 부족한 상태이지요.”


“정 어려우면 기존의 길드들을 흡수하게나. 충성의 문제가 있겠지만 마법으로 세뇌시키도록 하지. 뭐 인륜에 어긋나는 금주이긴 하지만 이것도 잘 쓰면 득이네. 독도 적절히 쓰면 약이 된다는 데야······.”


뭐 한번 사용한 수법이다. 행정관들에게도 써먹었는데 흡수한 정보 길드원들에게 더 쓴다고 다를 건 없지. 본디 인륜에 크게 어긋나는 게 아닌 한 가지고 있는 건 잘 써먹는 게 좋은 거다. 그렇다고 내가 이 금주 마법으로 세상을 정복하겠다는 둥 악행을 할 것도 아닌 것을.


“아하, 그런 수가 있었군요. 가주님이 있으니 가능한 방법이지만 세력 확장에는 큰 도움이 되겠네요. 그렇게 하지요.”


아이즈 놈도 나와 같은 부류인 듯, 오히려 환성을 내지르며 찬동했다. 하긴 정상인 놈이 저런 음침한 직업을 천직으로 삼을 리 없겠지.


“이보게 징그럽게 웃지 말게나. 하여간 우선은 본국 전체를 클레어보이언스의 눈 안에 넣기로 하지. 그 이후에는 세계의 모든 것을 담아야 하네.”


“맡겨만 주시죠. 나중에는 제국의 황제가 그날 입은 속옷 색깔까지 알아낼 수 있게 만들어놓겠습니다.”


내 지시에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대답하는 아이즈.


으음, 순간 이 녀석을 과연 믿어도 될지 신뢰성에 의문이 들었지만 이놈보다 나은 녀석들이 없기에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대신 채찍과 당근을 사용해 적당히 조절해야겠지.


“잘 처리하면 큰 상이 있을 거야. 기대해도 좋네. 대신 실패하면 각오하게나.”


본디 욕심이 많은 녀석이니 그만한 반대급부를 제공한다면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다. 그리고 마침 아이즈에게 어울리는 물건이 내 아공간에 있었다.


아마 이것만 있다면 녀석은 소드 마스터들을 능가하는 최고의 어새신이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거 정말로 기대 되는군요. 그 말씀 잊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딴소리만 마시길.”


“거, 뭔 소리를 못하겠군.”


그것 참. 내 경고는 잘라먹고 그 보상만 들린 건가? 여전히 믿음이 가지 않는 아이즈의 답변이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일단 이 정도로 회의는 마치세.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손대려면 한도 끝도 없지. 차차 해결해나가세.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가신들 또한 자기 위치로 흩어지면서 오늘의 회의는 그렇게 끝마쳤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오늘 한 회의를 통해 세워진 계획은 여러 날을 거치면서 점차 다듬어져, 보다 체계적이고 명확한 틀을 이루어갔다.


그것은 바로 트로미안가를 역대 최고의 가문으로 이끌었다고 역사에 오래도록 평가될, 영지 개발 5개년 계획이었다. 이제 완전히 꺼졌다고 여겼던 잿더미 속에서 다시 부활한 불사조가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할 날이 다가온 것이다.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



5개년 계획을 통해 어느 정도 영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타를 잡은 후로, 나는 홀로 고심에 빠져버렸다. 그동안은 하도 여러 가지 일들로 바쁜 나머지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그동안 억눌러두었던 고민들이 머리를 쳐들어 온 거다.


화르르륵!


이글이글 타오르는 음험한 야수의 불꽃이 손끝을 따라 피어오른다.


보기에는 입김에도 흩어질 듯 보이지만, 모든 것을 파괴하고 찢어발겨버리는 잔혹한 힘의 응집체다. 이것에 의해 지난번 2만에 달하는 생명들이 순식간에 찢겨 사라졌지.


“······.”


확실히 엄청난 힘이다. 300년 전에도 내가 강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300년이란 세월 속에서 잠든 내게 축적된 마나의 힘은 지극히 방대했지만, 그렇다고 검의 경지가 높아진 것은 아니다.


아무리 큰 힘이 몸 안에 잠재되어 있어도, 그것을 제대로 운용하고 구현할 만한 능력이 없으면 발휘되지 않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아무리 거대한 호수가 있어도 그 물을 퍼낼 수 있는 도구가 바가지 수준밖에 안 된다면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한정된 것과 마찬가지인 것.


지금의 내가 그러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지.


나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힘을 사용, 운용했다. 비스트 플레이드가 강력한 기술이긴 해도 내 경지에서는 아마 너덧 번은 펼쳤어야 2만의 병력을 지울 수 있다. 한데 단 일격에 2만을 소멸시켰다라······.


당시에는 그런 사실에 이상함조차 느끼지 못했다. 마치 본디 가지고 있었던 것을 사용하듯, 아니 원래 그런 수준에 이르렀던 것처럼 지금보다 높은 경지의 힘을 구현한 거다.


“처음부터 이상했어. 깨어났을 때부터······. 마치 없었던 기억이 덧씌워지는 느낌이었지.”


그랬다. 당시에는 레나딘과 카마트 덕분에 미처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확실해졌다.


이 기억들, 그리고 나의 몸을 타고 흐르는 힘과 깨달음들.


분명 정상이 아니었다. 현재 내가 가진 능력은 데이스 덴 트로미안과 결코 어울리지도, 맞지도 않았다. 아니 훨씬 월등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 자신의 능력은 기껏해야 중급 마족 둘은 상대해도 그렇게 가볍게 이기긴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런데 나는 워밍업을 하듯 가볍게 놈들을 지워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그런 힘을 발현할 때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했다. 내가 본디 가진 능력을 사용한 것처럼 조금도 부자연스러움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이다.


게다가 전투를 할 때마다 느끼는 인격의 변화는 나를 더욱 당혹스럽게 했다. 물론 나는 언데드인지라 생전보다는 약간은 잔인해지고 폭급해진 편이다. 그러나 그토록 음험하고 차가우며 폭발적이진 않았다.


이건 마치··· 마치 다른 존재의 영혼 위에 데이스 덴 트로미안의 기억이 덮어씌워진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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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2 +1 21.05.20 126 2 15쪽
43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21.05.19 101 4 11쪽
42 [제14장]소탕작전!-03 21.05.18 97 4 12쪽
41 [제14장] 소탕작전!-02 21.05.17 100 3 13쪽
40 [제14장] 소탕작전!-01 21.05.15 121 3 12쪽
39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3 21.05.14 105 3 11쪽
38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2 21.05.13 124 3 12쪽
37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1 21.05.12 127 3 12쪽
36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5 21.05.11 138 3 11쪽
35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21.05.10 157 3 11쪽
34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3 21.05.08 189 3 12쪽
33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2 21.05.07 183 4 12쪽
32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1 21.05.06 214 3 12쪽
31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3 21.05.05 228 3 11쪽
30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21.05.04 211 6 11쪽
29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1 21.05.03 229 6 13쪽
28 [제10장] 모루의 불꽃-02 21.05.01 262 7 12쪽
27 [제10장] 모루의 불꽃-01 21.04.30 257 5 12쪽
26 [제9장] 뚫어야 캔다!?-03 21.04.29 302 7 12쪽
25 [제9장] 뚫어야 캔다!?-02 21.04.28 302 7 12쪽
24 [제9장] 뚫어야 캔다!?-01 21.04.27 319 7 12쪽
23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2 21.04.26 331 8 13쪽
»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21.04.24 393 7 12쪽
21 [제7장] 영지 발전 5개년 계획 21.04.23 415 11 12쪽
20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2 21.04.22 450 11 11쪽
19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1 21.04.21 441 13 12쪽
18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21.04.20 468 12 12쪽
17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21.04.19 455 13 12쪽
16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2 21.04.17 471 13 12쪽
15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21.04.16 48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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