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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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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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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9
추천수 :
383
글자수 :
230,487

작성
21.05.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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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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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DUMMY

사실 검으로 나무를 벤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날이 망가지기 십상인데다, 부러지기도 일쑤.


하지만 드워프 영감은 그들의 검을 일일이 손봐주고 새 검을 지급해주면서까지 그들을 혹독하게 수련시켰다. 보는 내가 다 지독하다고 느낄 정도였으니 훈련의 강도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짐작할 수 있으리라.


실로 가혹한 훈련.


하지만 녀석들은 말없이 따랐다. 처음에는 그저 바흐탄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수동적적으로 임했지만, 점차 자신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체험하고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뭐 좀 다친 녀석들도 많아지고 거칠어지긴 했지만 좋은 변화라고 해야겠지.


사실 부상을 입는다 해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저 드워프 영감은 스스로 자화자찬한 것처럼 대신관급의 신성력을 보유하고 있어, 생명이 위독할 정도의 중상이 아닌 한 즉시 회복이 가능했던 것이다.


결론은··· 어떤 핑계로든 도망치거나 꾀병 부릴 가망성이 없다는 얘기지. 아마 그 때문에 더더욱 적극적이었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7주야의 시간이 흘렀다.


혹독한 수련이 효과가 높긴 높은지 기사들도 놀라울 정도로 발전을 거듭해 이젠 어느 정도 전신의 힘을 집중할 수 있었다.


처음엔 아름드리나무를 검으로 패는 데 무려 40~50번 정도 휘둘러야 했다면 지금은 고작 9~10 번이면 찍어 넘어뜨리게 되었으니 가히 각고의 발전이라 하겠다.


물론 나나 바흐탄 영감의 눈에는 아직도 멀었지만 그래도 슬슬 다음 단계를 준비할 정도의 수준에는 거의 이르렀다. 조금만 더 한다면 지금과 같은 집중적인 훈련은 더 이상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중 더 놀라운 것은 레나딘이다.


녀석의 자질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것이어서, 아름드리나무를 기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베어내고 있었다. 아직 다 성장하지 않은 작은 체구를 생각한다면 정말 대단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마나 소드에 있어서도 장족의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확실히 기사들보다 어린 나이라 그런지 마나도 정순했고, 기존의 경로와 다른 마나 로드가 활성화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정체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발전한다면 30대의 나이에 소드 마스터에 오르고도 남을지도······.


하지만 문제는 그 녀석을 제외한 기사들이다.


최소한 20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많게는 40대 중반에 이르는 카마트까지, 레나딘에 비해 무려 10년에서 많게는 25년 정도나 더 많았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어린 레나딘에 비해 사용되지 않던 마나 로드의 많은 부분들이 불순물로 막히거나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예전과는 달리 그동안 쓰이지 않던 마나 로드의 경로들을 필요로 하는 원조 클로머스 소드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리 만무하다.


아니, 그 정도라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르지.


아직까진 별다른 증상을 보이진 않고 있지만,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떠안고 있었다.


그렇기에 훈련 내내 나는 예의주시해서 이들을 살폈고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클로머스 소드를 통해 새 경로로 운행되는 마나와, 꽉 막혀버린 마나 로드로 인해 생겨난 병목현상은 자연 충돌을 일으켰고 부작용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기사들 중 그 증상이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바로 카마트였다.


아무래도 기사들 중 나이가 가장 많으니 마나 로드가 더욱 단단하게 막힌 데다, 축적해놓은 마나양도 그만큼 방대하므로 그 충돌이 거셀 수밖에 없는 법.


격한 충돌이 내부에서 일어나게 되면, 심각하게는 자칫 심마에 빠지거나 폐인이 될 수도 있고, 가볍다 해도 심각한 내상으로 돌변할 수도 있었다.


결국 마나 소드에 몰입하던 카마트는, 급작스럽게 일어난 마나의 충돌에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입에서 거품을 물며 의식을 잃어가던 그를 부축하고는 다급히 외쳤다.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더 이상 체내의 마나를 진정시킬 방도가 없게 된다.


“정신 차려라. 정신을 잃으면 끝이다. 의식을 모으고 체내의 마나를 관조해라.”


마나를 실은 내 외침이 효과가 있었는지, 체내의 마나가 약간이나마 미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아직 약간이나마 의식이 남은 모양이다.


나는 즉시 오른쪽 검지에 마나를 집중했다. 웅혼한 마나가 눈부신 빛과 함께 손가락에 모여들고, 즉시 무수한 섬광이 되어 카마트의 전신을 누비기 시작했다.



마하 핑거(섬영관천지閃影貫穿指)

제2장. 슈팅 스타(Shooting Star, 유성환유지流星幻有指)



가문의 비전 중 하나인 지법, 마하 핑거의 두 번째 수법인 슈팅 스타.


마치 유성이 떨어지는 듯하다 해서 그리 이름 붙여진 이 수법은 상대를 상하게 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임시처방이나 지혈, 혹은 내상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공능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낮게 숨을 몰아쉬었다. 지칠 리 없는 몸이지만 심력의 소모가 컸다.


“휴······.”


일단 고비는 모면했다. 그러나 지금 카마트의 상세는 심각한 것이라 이것만으로는 완전한 처치는 되지 못한다.


나는 녀석의 등의 마나 로드에 손바닥을 대고는 마나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멍청한 것들 같으니! 다들 소란 떨지 말고 주변을 지켜라. 지금부터 데이스와 카마트 녀석을 건들게 되면 자칫 목숨이 위험할 테니 어느 누구도 접근하지 않도록 경계해라.”


상황을 파악한 바흐탄이 즉시 소리쳐 우왕좌왕하는 기사들을 다스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기사들도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재빨리 나와 카마트의 주변을 둥글게 에워쌌다.


우우우웅!


체내로 침투한 마나가 카마트의 전신을 훑고 탐색했다.


‘역시나!’


제대로 된 클로머스 검법을 익혔다면 당연히 개통되었어야 할 마나 로드들이 단단히 막힌 채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마나의 압력과 충돌하고 있었다.


충돌할 때마다 마나 로드는 손상을 입으면서 차곡차곡 내상을 쌓아가고 있는 상태.


그나마 내가 손을 썼기에 그 충돌은 한풀 기세가 꺾였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나는 체내에 밀어 넣은 마나를 거둬들이고는 낮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되면··· 막힌 마나 로드를 뚫어주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그렇지만 중년의 나이가 되도록 막혔던 마나 로드를 개척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므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이 녀석이라면 견뎌줄 것이라 믿는다.


“좀 많이 아플 거다. 입 꽉 다물고 정신 차려라!”


한차례 엄포를 놓고 난 후, 바로 치료에 들어갔다.


이미 클로머스 검법을 연마하고 있는 이상, 이대로 마나를 진정시킨다 해도 소용없는 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 방법은, 막힌 마나 로드를 개척해주는 것.

그것뿐이다.


마치 응결되는 물방울처럼 집중되는 마나.


그것은 나의 오른손 검지에 깃들고······.


“······.”


견디기 힘든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곧게 세워진 검지가 튕겨지듯 눈부신 속도로 쏘아졌다.


타다다닥!


손가락과 피부가 맞닿는 소리가 울린다. 나는 조금 전 탐색하여 찾아낸 부위에 해당하는 피부를 검지로 하나하나 짚어 내려가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지압이 아닌, 지극히 위험한 시도였다.


본디 허공을 격하여 분출시킨 마나로 상대를 상하게 하는 수법이지만, 마나의 운용이 자연스러워지면 지금처럼 가로막는 장애물마저 투과하여 목표한 곳만을 노릴 수 있다.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것처럼 이것도 그와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


퍽! 퍽!


귀에 들리지 않을 폭발의 진동이 피부를 타고 손끝으로 전해져온다.


나의 의도대로 인비저블 핑거(지풍)는 상처 없이 피부를 투과해 지나가 마나 로드를 단단히 가로막고 있는 이물질에 닿는 순간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뚫는다는 건 어렵지만 어느 정도 작은 틈새는 만들어주었을 터. 그것만으로도 내 역할은 충분하다. 아무리 단단하다 해도 틈새가 벌어져서야 맹렬하게 치고 들어오는 카마트의 해일 같은 마나의 기세를 이겨낼 수 없게 된 것이다.


콰르르릉!


노도와 같은 카마트의 마나가 기세를 더해 밀려온다. 그것은 몇 번이고 부딪쳐 가로막는 경계를 무너뜨리고 다시 새로운 관문을 향해 나아갔다.


멈추지 않는 거센 기세에 마나 로드들이 연이어 굴복해갔다.


무너뜨리고, 무너뜨리고 또 전진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로 인해 느끼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라, 단지 입 밖으로 소릴 내질 못할 뿐이지 얼굴은 처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곧 끝난다. 조금만 참아라.”


나도 에어리얼 핑거로 막힌 마나 로드의 개척을 거들었다. 그냥 놔둬도 되겠지만 이렇게 해주는 것이 고통도 덜한데다 한결 수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칫 정신이라도 잃게 되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무려 1시간.


클로머스 검법이 요구하는 마나 로드를 전부 개통한 카마트는 끝내 편안한 얼굴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태평한 녀석 같으니······. 나는 잘못될까 봐 노심초사하며 도와줬거늘.’


이제 카마트는 기존의 반쪽짜리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 아닌, 진정으로 오러 섀도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익스퍼트 상급이 된 것이다. 최상급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니 조금만 더 수련한다면 금세 성취하리라.


‘하여튼 고생했어도 녀석, 대박 터졌군. 그나저나 생각보다 힘들었어.’


나는 생각보다 큰 심력 소모에 쓰게 웃고는 그날의 훈련을 마무리 지었다.


* * *


그날 이후로 나는 정신없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너 나 할 것 없이 카마트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기사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들 카마트보다 나이가 적어 마나 로드를 막고 있는 불순물도 그만큼 약했기에 증상은 그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 그저 체력이 급속도로 저하되거나 심한 근육통을 호소한 정도지만, 내 눈은 이미 그 본질을 꿰뚫어 봤다.


결국 카마트와 마찬가지로 그 녀석들에게도 전과 같은 시술을 베풀어주었다.


그냥 놔둬도 언젠가는 스스로의 힘으로 개통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오랜 시일을 필요로 하는데다 마나 로드를 개척할 때까지는 수련을 해도 마땅히 성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강해지게 만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편법이었다.


아마 내가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면 저 많은 기사들을 시술하면서 지나친 마나와 심력을 소모하고 쓰러졌을 터였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언데드의 몸이 된 것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이 몸을 그저 편리하다고, 성능 좋고 쓰기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온 건가?

참으로 너무나 아이러니한 생각이 아닐 수 없기에 나는 씁쓸히 고개를 젓고 말았다.


그렇게 1주가 흐르자 기사들 전원은 클로머스 마나 소드에 맞는 마나 로드를 전부 개척할 수 있었고, 전보다 한 단계씩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일일이 손을 쓰느라 고생은 했지만, 참으로 흐뭇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였다.


하나 그들의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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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2 +1 21.05.20 126 2 15쪽
43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21.05.19 101 4 11쪽
42 [제14장]소탕작전!-03 21.05.18 97 4 12쪽
41 [제14장] 소탕작전!-02 21.05.17 100 3 13쪽
40 [제14장] 소탕작전!-01 21.05.15 121 3 12쪽
39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3 21.05.14 105 3 11쪽
38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2 21.05.13 124 3 12쪽
37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1 21.05.12 127 3 12쪽
36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5 21.05.11 138 3 11쪽
»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21.05.10 156 3 11쪽
34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3 21.05.08 189 3 12쪽
33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2 21.05.07 183 4 12쪽
32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1 21.05.06 214 3 12쪽
31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3 21.05.05 228 3 11쪽
30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21.05.04 211 6 11쪽
29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1 21.05.03 229 6 13쪽
28 [제10장] 모루의 불꽃-02 21.05.01 262 7 12쪽
27 [제10장] 모루의 불꽃-01 21.04.30 256 5 12쪽
26 [제9장] 뚫어야 캔다!?-03 21.04.29 302 7 12쪽
25 [제9장] 뚫어야 캔다!?-02 21.04.28 302 7 12쪽
24 [제9장] 뚫어야 캔다!?-01 21.04.27 319 7 12쪽
23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2 21.04.26 331 8 13쪽
22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21.04.24 392 7 12쪽
21 [제7장] 영지 발전 5개년 계획 21.04.23 415 11 12쪽
20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2 21.04.22 450 11 11쪽
19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1 21.04.21 441 13 12쪽
18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21.04.20 468 12 12쪽
17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21.04.19 455 13 12쪽
16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2 21.04.17 471 13 12쪽
15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21.04.16 48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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