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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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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9,403
추천수 :
383
글자수 :
230,487

작성
21.04.19 21:35
조회
456
추천
13
글자
12쪽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DUMMY

나는 항변할 생각도 없기에 나직이 읊조렸다.


“뭐, 좋을 대로 생각해라. 결과가 모든 걸 말해주는 법.”


그 말에 감정이 들끓은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찌를 듯한 살기가 풍겨온다. 하지만 나는 이를 가볍게 받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물론 저들과는 한판 붙어야 할 상황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고 넘어가고 싶었다. 어쩌면 가문이 몰락하게 된 원인에 대한 단서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나?”


자욱한 살기 속에서도 태연히 묻는 나의 모습에 푸른 장발의 사내가 이맛살을 찌푸리더니 짜증스럽다는 듯 답했다.


“젊은 놈이 반말지거리를 해대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와 같은 경지를 이뤘음에도 죽음을 앞둔 처지이니 봐주지. 이 판국에 뭐가 궁금한 거지?”


“그대들을 보니 고작 지방 영지 따위에 있을 만한 자들이 아닌 걸로 보이는데. 아마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연합영지군 뒤에 배후가 있었던 모양이군. 그럼 묻겠네, 자네들의 배후는 어딘가?”


그것은 저들의 존재감을 느꼈을 때부터 생각해왔던 예측이었다. 아무리 잘못된 마나 소드의 보편화로 인해 반쪽짜리 소드 마스터들의 숫자가 현격히 늘어난 현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런 지방영지연합에서 둘씩이나 되는 소드 마스터를 키워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금발의 사내의 입술을 비집고 낮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후후후, 그걸 말하리라고 생각하나?”


“뭐, 쉽게 대답을 들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네. 한번 찔러만 본 거지. 답해줄 친구들은 저기 많은 것 같으니, 우선 자네들부터 처리하고 알아보지.”


확답을 기대한 건 아니다. 그저 저들에게 배후의 존재가 있는지 확인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내게는 클레어보이언스도 있고, 아직 흩어진 병사들을 추스르며 이쪽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귀족들도 있으니 천천히 알아보면 된다.


이제 남은 것은 내 말에 분노한 소드 마스터들을 처리하고, 눈앞에 거슬리는 병력들을 쓸어버리는 일뿐이다.


“우리가 우습게 보이는가!”


“감히 허수아비 취급을 하다니, 곱게 죽고 싶지 않은가 보군.”


무시하는 듯한 말투가 거슬렸던 건가. 분노하는 그들에게 나는 불을 지폈다.


“후흐, 우습게 보이는 걸 어쩌란 말인가.”


“이놈!”


노성과 함께 꽤 불같은 성미로 보이던 청발의 사내가 검을 빼 들었다. 곧이어 검 끝을 타고 푸른빛 오러가 길게 뻗어나왔다.


확실히 예상한 대로 나의 오러와는 색도 형태도 달랐다. 나의 오러가 선명한 광채로 이루어져 있다면, 저들의 오러는 뭔가 구성 자체가 엉성하달까? 그저 마나를 한곳에 뭉쳐놓은 듯한 형태다.


저래서야 베는 맛보다는 차라리 부순다고 봐야 할 터였다.


마찬가지로 금발 사내의 검에서도 붉은 광채가 솟구치자, 그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일시에 합공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오러가 보여주는 그 길이는 대략 3페킷. 그것만 봐도 단독으로는 내게 상대가 안 된다고 판단하고는 합공을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것을 믿고 내 앞에서 당당한 거였다면 오산이라네.


고오오오!


개방된 마나가 퍼져나간다. 하늘을 울리고 땅을 뒤흔드는 공진!


그것이 나의 힘이다.


천천히 들려 올라가는 검 끝으로 진한 검푸른 오러가 먹이를 탐하는 뱀처럼 길게 내뻗는다.


나는 그들 앞에 오연히 선언했다.


“마스터라고 다 같은 게 아니지. 이제부터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려주겠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다. 두 소드 마스터는 오로지 분노의 감정만을 얼굴에 그린 채, 타오르는 오러의 검을 내게 밀어 넣어왔다.


그저 우직하기만 한 찌르기!


하지만 오러의 힘을 믿었기에 지금까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겠지.


그러나 그대들의 상대는 나다. 현계에 존재할 리 없는 진 마스터.


말 그대로 사기 같은 존재.


그러니 내 앞에서 끝없는 절망을 맛봐라.


쿠우우웅!


무거운 일보를 내딛는다. 천지를 짓누르는 기세의 일보를 시작으로 나의 움직임은 시작되었다.


검을 타고 이어진 오러가 길게 공간에 선을 긋는다. 검푸른 색으로 이어진 선은 길게 뻗어나가 횡으로 모든 것을 갈랐다. 그 앞에는 오러라 해도 예외는 없었다.


“으헛!”


공간을 자르며 날아오는 긴 오러의 선에 급기야 찔러가던 오러의 첨단이 세로로 쪼개지자, 청발의 사내가 황급히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아슬아슬하게 스쳐 나가는 오러에 긴 청발 한 움큼이 잘려나갔지만 미처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다.


한편 그것을 본 금발 사내는 펼쳐가던 시간 차 공격을 멈추고는 즉시 블랭크를 날려대며 멀리 피했다.


사실 두 사람의 오러의 위력은 차이가 거의 없으니, 나의 오러를 감당할 수 없다고 여기고 황급히 피한 거겠지.


콰우우우!


대기를 가르며 맹렬히 날아드는 다섯 발의 블랭크!


이 정도는 피할 것도 없다. 그저 가볍게 쳐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일.


검을 쥐지 않은 나의 왼손에서 검푸른 불길이 치솟는가 싶더니, 파리를 쫓듯 휘둘러진다. 그 가벼운 손길에 금발 사내가 날린 블랭크들은 여지없이 사방으로 튕겨나가 폭발했다.


콰르르릉!


그 폭발의 현상을 배경으로 천천히 그들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히죽 웃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짧긴 하지만 감상이 어떤가?”


“마, 말도 안 돼! 고작 30세도 안 되는 젊은 녀석이 이런 경지라니!”


흙투성이가 된 몸을 일으킨 청발 사내가 믿을 수 없다는 경악의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 금발 사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와 비슷한 얼굴이었다.


하긴 혼란스럽겠지. 아무리 편법적인 마나 소드라 해도 마스터 흉내를 내려면 최소한 40년 정도의 수련은 필요하다.


진 마스터 자체를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 내 젊음은 이해할 수 없는 지경이겠지.


왼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나는 차갑게 웃었다.


“후후후, 내가 그리 젊어 보이던가?”


“······!”


혼란에 빠진 그들에게 나는 결정타를 가했다.


사실 이렇게 할 것까진 없었다. 그저 적은 죽이면 될 뿐. 하지만 이들의 반응이 나를 너무도 즐겁게 했다.


“이래 봬도 300세가 훌쩍 넘은 늙은이라네.”


더더욱 경악에 빠진 채, 그들은 외마디 소리를 터뜨렸다.


“괴물?”


이제야 서서히 얼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그늘. 그것은 분명한 두려움과 공포의 감정이리라.


그것을 보며 나는 더욱 흡족해진다. 후후, 이왕이면 더 놀라줘도 좋겠지만 이 정도로 만족해주지.


괴물이라.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죽었으되 이렇게 움직이는 몸뚱이를 가진 언데드인 내가 괴물인 것은 당연한 거다.


그렇기에 자네들은 저주받을 언데드인 내 검에 죽는 거야. 그리고 그 결과는 개죽음이겠지.


그것이 나의 가문을 노린 네놈들에게 정해진 운명이야.


“그래서 자네들은 반쪽짜리 마스터란 거야! 300년 전만 해도 진정한 마스터는 최소한 200년, 많게는 300년도 살았다네. 지금에 와서는 그저 허구로 여기는 바디 체인지란 것 덕분이지.”


그래, 더더욱 혼란스러워 해라. 더더욱 공포와 두려움으로 떨어라. 그것이 네놈들이 죽기 전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그렇기에, 자네들과는 극복할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지.”


내가 한 발 내딛자, 그들이 주춤 물러선다. 이미 나의 말과 실력 행사에 기세가 꺾인 상태. 그들의 질린 모습이 나를 들뜨게 했다.


“지금부터, 그 잔인한 진실을 보여주겠네.”


내 몸속에서 으르렁대던 야수가 뛰쳐나온다. 탐욕스러운 검푸른 오러는 하늘을 뒤덮을 듯 치솟고, 나의 검은 천지를 가를 듯한 무게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압도된 두 마스터들이 비명과도 같은 신음을 내지른다.


“크윽!”


“제기랄!”


쿠콰콰콰!


장대한 오러의 바람!


그것은 사납게 몰아치면서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나의 검은 자유롭게 공간을 흐르며 바람을 만들고, 그 바람은 오러가 되어 검은 물결과도 같은 폭풍을 그려내었다.


오러의 강풍 앞에 그들은 맥을 추지 못하고,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자, 조금 전까지의 그 당당한 기세는 어디로 간 것인가!”


나는 크게 웃으며 그들을 압박해갔다. 가열한 검로가 폭우처럼 내리친다. 이것은 검법도 뭐도 아니다.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내리칠 뿐.


하지만 이미 검술이란 틀을 꿰고 있는 나의 검은 절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이놈이!”


“죽인다!”


나의 검은 강력하지만 그렇다고 치명적이진 않다. 그렇기에 놈들은 궁지에 몰리면서도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는 아니란 거다.


그렇기에 그들은 내가 자신들을 조롱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그래, 공포와 두려움, 이제는 분노. 모든 부정의 감정을 쥐어짜내 모든 것을 쏟아내 봐라.


나의 검으로 그 모든 것을 부숴 진정한 절망의 화폭을 그려주마!


콰콰콰콰!


연이어 쏟아지는 블랭크!


마치 매직 미사일과도 흡사하나 위력에 있어선 차원이 다른 오러의 파편들!


피하거나 막을 것도 없이 그저 맨몸으로 맞섰다. 이미 나의 몸은 충만한 오러로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었다.


콰아앙!


폭발하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블랭크의 잔해들! 나는 그 사이를 헤치고 뛰쳐나가 오러로 감싸인 몸으로 돌진했다.


이미 전신을 오러로 무장한 나의 돌진은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살상병기인 게다!


물론 이를 본 녀석들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화급히 피하려 했다.


하지만 결단코 피할 수 없다. 이미 나의 스텝은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미끄러져나가, 놈들의 코앞까지 이르고 있었다.


두 마스터는 결연한 표정으로 오러가 실린 검으로 나의 전신을 맞받아쳐왔다.


콰쾅!


“크헉!”


“으으!”


오러 블레이드가 유리처럼 깨어져나가고 검신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이미 나의 전신을 감싼 오러는 단순한 오러가 아니다. 안 그래도 세상 아래 가장 강한 기운이라는 오러를 더욱 집약시켜 전신을 통해 발현시킨 게 지금의 오러다.


그저 가짜들의 오러 따위가 범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


결국 검을 잃고 극심한 내상까지 입었는지 마스터들은 선혈을 토하며 주저앉았다. 아마도 더 이상 덤빌 힘은 남아 있지 않을 터.


청발의 녀석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떨리는 음성으로 경악을 표했다.


“어··· 어떻게 오러를 맨몸으로······!”


“아, 이거 말인가?”


나는 내 전신을 감싸며 타오르고 있는 오러의 불길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답했다. 일견 그 모습이 공포스러웠던 것일까? 사방의 모든 인간들이 느끼는 전율과 공포가 그대로 느껴져왔다.


“오러 가드(Aura Guard, 호신강기護身罡氣)라는 것이지. 전신으로 오러를 내뿜어 보호하는 궁극의 방어. 이 앞에서는 동등한 경지의 오러가 아닌 한 @블랭크@라 해도 무의미하다네. 한마디로 자네들은 죽을 곳을 찾아온 게지.”


비웃는 듯한 내 설명에 금발의 사내는 힘겹게 한탄했다.


“정말로···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었구나.”


아, 나도 동감이야. 나 자신이 이런 괴물이란 걸 새삼 절감했으니까.


지치지 않는 신체와 끝없는 마나. 그리고 6클래스까지 가능한 마법. 게다가 내 신체는 사실 가문의 대법으로 인해 오러에도 거의 손상되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다. 게다가 지금의 전투는 내 전력의 반도 채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 전력을 다했다면 이 일대 지형이 뒤바뀌었겠지. 이러니 괴물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조차 없는 실정.


말 그대로 가문을 위해 스스로 탄생된 잔혹한 살인병기, 그것이 바로 나다.


그렇기에 나의 검은 가문을 위해서라면 인정마저 지우고 더더욱 망설임 없이 살육을 베푸는 거다.


거기에 걸려든 네놈들과 이웃영지놈들이 재수가 없었던 거라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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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2 +1 21.05.20 127 2 15쪽
43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21.05.19 102 4 11쪽
42 [제14장]소탕작전!-03 21.05.18 97 4 12쪽
41 [제14장] 소탕작전!-02 21.05.17 100 3 13쪽
40 [제14장] 소탕작전!-01 21.05.15 123 3 12쪽
39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3 21.05.14 106 3 11쪽
38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2 21.05.13 125 3 12쪽
37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1 21.05.12 128 3 12쪽
36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5 21.05.11 138 3 11쪽
35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21.05.10 157 3 11쪽
34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3 21.05.08 190 3 12쪽
33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2 21.05.07 186 4 12쪽
32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1 21.05.06 215 3 12쪽
31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3 21.05.05 228 3 11쪽
30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21.05.04 212 6 11쪽
29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1 21.05.03 230 6 13쪽
28 [제10장] 모루의 불꽃-02 21.05.01 266 7 12쪽
27 [제10장] 모루의 불꽃-01 21.04.30 258 5 12쪽
26 [제9장] 뚫어야 캔다!?-03 21.04.29 302 7 12쪽
25 [제9장] 뚫어야 캔다!?-02 21.04.28 302 7 12쪽
24 [제9장] 뚫어야 캔다!?-01 21.04.27 319 7 12쪽
23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2 21.04.26 332 8 13쪽
22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21.04.24 393 7 12쪽
21 [제7장] 영지 발전 5개년 계획 21.04.23 415 11 12쪽
20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2 21.04.22 451 11 11쪽
19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1 21.04.21 441 13 12쪽
18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21.04.20 469 12 12쪽
»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21.04.19 457 13 12쪽
16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2 21.04.17 472 13 12쪽
15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21.04.16 48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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