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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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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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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4
추천수 :
383
글자수 :
230,487

작성
21.05.01 21:00
조회
266
추천
7
글자
12쪽

[제10장] 모루의 불꽃-02

DUMMY

“이건··· 컨트롤 오러 스피어(Control Aura Sphere, 어강환御罡丸)!”


눈부신 구체는 그런 나를 희롱하듯, 주변을 어지러이 맴돌며 기회를 노렸다.


시전자와 연결된, 보이지 않는 마나의 끈을 따라 자유롭게 허공을 나는 오러의 응집체의 모습에 레나딘과 기사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비록 컨트롤 블레이드의 초입이라 할 수 있는 단계였지만, 어느 누구도 그 경지를 폄하하진 못한다. 그것은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의 문턱에 다다른 자만이 가능하다는 전설상의 신기였다.


저 음흉한 드워프 영감은 결국 300년의 세월 끝에 저와 같은 경지를 손에 넣은 것이다.


‘대꾸하지 말자.’


나는 열이 오르는 마음을 억누르며 정신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마도 심술궂은 저 영감은 내가 졌다고 선언할 때까지 몰아칠 터.


결국 남은 방법은··· 눌러둔 힘을 개방하는 거다.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그저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인 가운데 발현되는 힘이지만 그것은 절대라 할 만한 것.


하지만 그러자면, 내가 의식적으로 억누르고 제어하고 있던 무의식을 개방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임의대로 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통제조차 되지 않는다.


잘못하면 저 드워프 영감마저 죽여버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것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 제어되지 않는 힘은 그저 주체하지 못할 흉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며칠간의 고민 끝에 하나의 예비방편을 간구해낼 수 있었다.


인간은 크게 나누자면 영과 혼, 육신으로 나뉘는데, 혼은 즉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뉜다.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의식은 인격과 이성을, 무의식의 세계는 망각과 본능, 잠재능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다르다.


데이스가 아닌 나의 무의식 속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일정 이상의 힘, 본디 내가 가졌던 힘 이상을 발휘했을 때는 그 무의식이 부상하며 나의 의식과 뒤섞이며 평소와 다른 인격을 내비쳤다.


제어되지 않는 난폭함과 잔인함.


아마도 그것이 바로 데이스가 아닌, 잃어버린 나 자신의 존재를 이루는 것일 터. 비록 무저갱 같은 무의식 속에 감춰져 있지만,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무의식의 반발이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본디 데이스로서 갖는 검술의 경지는 진 마스터 상급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의식에 갇힌 그것은··· 그 한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끝이 없다.


그 불일치가 지금의 나 자신을 무의식에 침식되도록 만드는 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덕분에 데이스의 기억을 가진 나의 경지도 최상급을 넘어서고 있지만, 감정적인 흔들림이 생기는 경우 무의식은 여지없이 부상해 침범해 들어온다.


이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것으로, 자칫 살육에 미친 광인이 될 수 있는 문제였다.


본디 무의식이란 바로 본능을 말하는 것. 물론 나와 같은 경우는 단편적이나마 정체불명의 인격이나 기억까지 섞여 있어 조금 그 틀을 달리하지만, 일종의 비슷한 경우다.


그렇기에 나는 이것을 한 가지 마법에서 그 힌트를 얻게 되었다.


자신의 의식은 분명히 육신을 통제하되, 무의식의 파괴본능을 극대화시켜 잠재력까지 발휘케 하는 마법이라 할 수 있는 버서커(Berserker) 마법.


그렇기에 나는 모든 감각을 닫고, 의식을 집중하여 단 하나를 상상했다.


나의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그와 연동된 육체의 설계도를 그려낸다.


그것은 거대한 시스템의 세계였다.


온 전신을 뒤덮은 거미줄같이 빽빽한 회로들이 손에 닿을 듯 선연히 들어온다.


이것이 바로 결코 눈에 보일 수 없는, 내가 그려낸 인체신경회로도!


그 중 가장 깊은 곳으로 침잠해 들어가 조작을 시행했다.



-이 육체와 연결된 실제적 의사신경 차단.



이로써 의식이 무의식과 뒤섞일 여지를 제거하고 억눌러둔 무의식을 개방, 육신을 장악하게 만들었다.



-차단된 의식과 연결된 가상의 의사신경을 만들어내어 무의식이 장악한 육신과의 접속 연결.



의식과 무의식이 뒤섞이면 의식은 절로 무의식이 갖는 충동에 휩쓸리게 된다.


하지만 무의식과의 경계를 설정하여 그으면, 불완전하긴 하지만 무의식을 관조하며 그 힘의 발현과 육신의 행동을 온전히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사 회로를 육신과 연결하여 폭주하는 힘을 제어한다.


물론 그 회로는 가상의 의사신경이므로 무의식이 침범할 수도 없을뿐더러, 침범한다 해도 도마뱀의 꼬리를 끊어내듯 차단할 수 있다.


한마디로 무의식과 의식을 완전히 차단하고, 무의식이 점령한 육신을 임의로 만들어낸 의사신경을 통해 원격 조정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었다. 원격 조정이라 하기에는 육신과 거의 일체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이론적으론 그랬다.


마족과의 대결 속에서 통제되지 않는 힘의 폭주가 갖는 위험함을 느꼈고, 이것이 바로 그동안 내가 고심한 끝에 내놓은 해답이었다. 자칫 가문과 조카에게까지 그 폭주의 힘이 닿지 않기 위해 만들었고 결국 성공했다.


꿈을 꾸듯 약간 현실감 없는 몽롱한 이질감은 있지만, 예전의 제어되지 않던 무의식적 흉폭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겨우 통제하기 위해 만든 의사신경 정도로 구체적인 동작은 제어할 수 없지만, 특정상대를 공격하거나 방어, 혹은 대화 정도는 가능할 정도.


그 과정은 길어 보였지만, 그것이 완성되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두 눈을 뜨자, 무서운 기세로 다시 날아드는 오러 스피어의 모습이 시야에 잡혔다.


눈을 감았다는 건 그만큼 크나큰 틈으로, 아마 그것을 노린 일격일 터.


나는 즉시 이에 대응했다. 아니 의식이 명을 내리자 육신을 장악한 무의식이 반응했다.

노도와 같은 기운이 전신을 쓸었다.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사납고도 흉포한 그 힘에 나 자신조차 놀랄 정도.


검으로 유도된 그 힘은 급기야 완전한 형상을 드러내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바라볼 사이도 없이 코앞에 이른 오러 스피어를 향해 그대로 내리그었다. 완벽히 중심의 핵을 가르는 일검으로 인해 그것은 여지없이 구심점을 잃고 대기에 녹듯 흩어져버리고 말았다. 처음 막강한 기세와는 달리 너무도 허망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결말의 허망한 잔향을 날려버리듯, 경악에 찬 바흐탄의 음성이 귓전을 울렸다.


“그, 그건 설마··· 크리스털 오러(Crystal Aura)?”


그 말에 모두들 놀라 나를 쳐다보았고, 나조차도 놀라 시선을 옮겨 내 검을 향했다.


그리고 내 검신을 뒤덮고 있는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검푸른 빛이지만 보석처럼 영롱한 그 형체는 너무도 투명했다. 특유의 색에 따라 그 광채를 뿌리는 오러와는 달리 뿜어지는 빛은 적막했지만, 그것은 마치 검푸른 색의 투명한 옥을 깎아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오러가 더욱 압축되고 정제되어 거의 반쯤 물질화된 형태, 크리스털 오러(Crystal Aura, 명옥천무강(明玉天武罡)!


그랜드 마스터의 상징이라 불리는 이것은 나조차도 상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본디 오러 섀도(검기)는 정돈되지 않은 응집된 마나를 예리하게 만든 일종의 기체와 같은 형태이고, 오러(강기)는 그 마나의 입자를 세포의 집합같이 구성하여 만들어낸 형태이며, 크리스털 오러(명옥천무강)는 입자의 집합을 더욱 정밀하게 정렬-압축하여 구조 자체를 물질에 가깝도록 정밀히 만든 형태라 할 수 있었다.


에너지 자체가 물질에 가까워진 덕분에 그 빛은 적막해지고 마치 옥과 같은 투명한 반물질(半物質) 에너지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헌데 그런 지고한 검경이 설마 내 검에서 재현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허··· 자네, 그랜드 마스터가 된 것인가?”


“글세, 저도 확신은 못하겠습니다만.”


나는 씁쓸한 얼굴로 답했다.


그저 무의식의 힘을 개방했을 따름이지만 터무니없는 경지의 힘이 재래했다. 과연 이것이 복인지 재앙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때 조금 전과 다르게 가라앉은 눈으로 응시해오는 바흐탄의 시선이 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나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기에 흠칫 놀라고 말았다.


“으음, 아직 아니로군. 그랜드가 되면서 완전히 하나가 되어야 할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반발하고 있어. 그것을 차단시킴으로써 임의대로 조율하는 방법을 택한 건데.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 서둘러 제대로 된 경지에 이르도록 하게나. 임시방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니 두 의식을 합쳐야 위험을 극복할 수 있을 게야. 자칫 두 의식이 충돌하기라도 한다면··· 존재 자체가 지워질지도 모르니까.”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충분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존재가 없어진다는 말은 즉 소멸.


인간이었다면 그저 백치가 되는 정도겠지만, 언데드인 나는 바로 무의 세계로 사라지는 거다. 이 드워프 노인네는 그것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떨어지지 않는 입술을 간신히 떼며 물었다.


“진리안입니까?”



진리안(眞理眼).



그것은 신성을 얻은 자들이 갖게 되는 눈으로서 보는 것만으로 원인과 결과, 그리고 구성과 유래 등 그 안에 담긴 진리를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다.


바흐탄이 얻은 것도 바로 그것일 터. 그렇지 않은 한 이토록 나보다 더 상세히 알 수는 없겠지.


“아직 반신의 경지에 닿지 못한 육신을 쓰고 있기에 반쪽짜리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보이는 편이지. 그래서 생각보다 불편하다니까. 영격은 반신인데 육신의 깨달음은 고작 이 정도이니 말이야. 이래서야 그랜드급이나 8클래스, 최상급 정령의 단계는 건들지도 못하지.”


남들이 들으면 복에 겨웠다고 분노를 표시할 만한 언사다. 하여간 나도 그렇지만 오랜 세월 속에서 힘을 쌓아온 바흐탄 저 노인네도 가히 괴물이라 할 수 있는 지경이었다.


대장장이라 해머를 쓰긴 하지만 올 웨폰 마스터(All Weapon Master) 최상급에 모든 계열의 7클래스 마스터, 특급 어새신에 트랩 마스터, 심지어 소환술과 정령술까지 상급 경지에 이르렀으니 누가 봐도 상종 못할 괴물이라 하겠다.


게다가 그 외의 자잘한 것들까지 포함하면 그가 터득한 것들은 셀 수도 없을 정도여서, 나조차도 저 노인네가 무엇을 더 숨기고 있는지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로 각 계열마다 일정 이상의 경지는 이룰 수 없게 되었다. 반신의 위를 획득한 만큼 중간계에 너무 지나친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신이 내린 제약이라 하겠다.


그 때문에 저 노인네는 자신이 수련하던 것이 제약에 명시된 한계에 닿게 되면, 그 대신 다른 것을 익혀나가길 수차례. 덕분에 지금과 같이 올 마스터라 할 수 있는 재주를 갖게 되었다 할 수 있었다.


아마 저 노인네는 노환으로 자연사 않는 한, 누군가로 인해 죽는 일은 결코 없을 거다. 직접적인 무력 계열만 해도 무려 다섯 종류나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선 그의 수명은 아마 상상도 못할 만큼 늘어났을 테니까.


게다가 그는 뭐라 해도 1000년 전, 가문의 초대 가주이신 그라나스 덴 트로미안 님과 함께 마왕으로부터 세계를 지킨 영웅 중 한 명이다. 그 공적으로 인해 신의 가호를 받는 그의 영혼은 그 무엇보다도 강하며, 이미 반신의 위를 획득한 존재라 하겠다.


물론 죽은 이후에 반신이 된다는 건지라 지금은 그저 투정 잘 부리고 심술궂은 노인네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작가의말

위에서 말하는 반물질(半物質)은 반쯤 물질화 된 형태라는 것으로, 과학에서 언급하는 반물질(反物質)과 한자부터가 다릅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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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2 +1 21.05.20 127 2 15쪽
43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21.05.19 102 4 11쪽
42 [제14장]소탕작전!-03 21.05.18 97 4 12쪽
41 [제14장] 소탕작전!-02 21.05.17 100 3 13쪽
40 [제14장] 소탕작전!-01 21.05.15 123 3 12쪽
39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3 21.05.14 106 3 11쪽
38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2 21.05.13 125 3 12쪽
37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1 21.05.12 128 3 12쪽
36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5 21.05.11 138 3 11쪽
35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21.05.10 157 3 11쪽
34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3 21.05.08 190 3 12쪽
33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2 21.05.07 186 4 12쪽
32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1 21.05.06 215 3 12쪽
31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3 21.05.05 228 3 11쪽
30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21.05.04 212 6 11쪽
29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1 21.05.03 230 6 13쪽
» [제10장] 모루의 불꽃-02 21.05.01 267 7 12쪽
27 [제10장] 모루의 불꽃-01 21.04.30 258 5 12쪽
26 [제9장] 뚫어야 캔다!?-03 21.04.29 302 7 12쪽
25 [제9장] 뚫어야 캔다!?-02 21.04.28 302 7 12쪽
24 [제9장] 뚫어야 캔다!?-01 21.04.27 319 7 12쪽
23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2 21.04.26 332 8 13쪽
22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21.04.24 393 7 12쪽
21 [제7장] 영지 발전 5개년 계획 21.04.23 415 11 12쪽
20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2 21.04.22 451 11 11쪽
19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1 21.04.21 441 13 12쪽
18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21.04.20 469 12 12쪽
17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21.04.19 457 13 12쪽
16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2 21.04.17 472 13 12쪽
15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21.04.16 48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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