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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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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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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8
추천수 :
383
글자수 :
230,487

작성
21.04.16 20:53
조회
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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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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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DUMMY

사절단이 모조리 목이 잘리고 쫓겨났던 날 이후, 트로미온 영지에는 한 가지 소문이 돌아다녔다. 새로운 대리영주는 무섭고 잔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그런 소문이었다.


일반 영지민들로선 사절단이 무슨 의도로 왔는지 모르면서, 그저 그들이 잔인하게 죽고 나머지는 쫓겨났다는 정도만 현실감 있게 전해졌으니 그리 생각할 만도 하다.


그야말로 지나가는 아이조차 울음을 그치는 공포의 군주가 된 셈이다.


이거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저 쓴웃음을 짓는 나에게, 기사단장 카마트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걱정이 됩니다.”


“뭐가?”


되묻는 내 말에 그는 어렵게 말했다.


“일단 숫자는 2만을 채웠습니다만, 아직 훈련도 채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오합지졸로 어떻게······.”


사절단이 그렇게 사라진 후, 카마트는 내내 저런 반응이었다. 녀석들의 간을 꺼내느니 시체를 널어놓느니 하며 장단을 맞춰놓고서는 이제 와서는 근심걱정으로 불안해 보였다.


하긴 15만이란 대군은 잘 훈련된 2만 정병으로도 불가능할 텐데 훈련이 부족한 병력으로 상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어불성설이겠지.


물론 영지연합군 녀석들도 전부 정예는 아닐 거다. 한 3분지 1 정도만 본래 정예로 키운 병사일 터이고, 나머지는 급히 세를 불려 과시하기 위해 징집한 영지민일 터.


하지만 숫자라는 건 의외로 대단해서 질적 우위를 가뿐하게 넘어서게 만든다. 흔히 물량공세라고도 하고, 인해전술이라고도 하지만······.


“어차피 그들은 싸우지 않을 걸세. 그저 전시효과지. 그리고 이번 일의 증인이 될 군중일 뿐이네.”


“예에?”


“놈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나 혼자 충분하네.”


지독할 정도로 싸늘한 웃음을 짓는 나의 답변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300년 전, 오러를 다룰 수 있는 마스터들이 즐비할 당시에도 최고의 전술적, 전략적 가치로 평가받던 것이 바로 바디체인지를 거친 진정한 마스터-진 마스터의 존재다.


게다가 나의 경지는 그런 진 마스터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던 자.


그렇다면 지금처럼 기사의 힘이 극도로 약해진 세상에서 진 마스터의 힘은 가히 초월자라 해도 무방한 것이거늘, 나는 가히 적대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만? 그 정도는 나로 인해 순식간에 녹아들 만한 전력이다.


물론 일반적인 진 마스터라면 인간이란 한계로 인해 1만을 감당하기도 버겁겠지.


하지만 나는 이미 진 마스터의 상급을 넘어서고 있으며, 또한 언데드로서의 특성 덕분에 지치지도 않고 마나의 소모를 걱정할 염려도 없다. 가히 무한의 힘을 쏟아내는 살인병기.


게다가 마법사로서 얼마 전 완성한 6클래스 마스터에 달하는 힘은 가히 재앙이라 할 만하다.


그 정도로 강한 나를 이 시대에서 과연 누가 막을 수 있을까?


“하루살이가 15만이 된다고 사자가 다치는 것 보았나?”


“······.”


“내게는 그렇다네. 15만이라는 생명. 한 줌 모래보다도 못하지. 더군다나 내 것이 아닌 한,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어.”


나는 쥐었던 주먹을 열어, 텅 빈 손바닥을 활짝 펼쳐 보였다. 드러나 보이는 공허한 손바닥. 카마트의 시선이 그리로 옮겨졌다.


나는 잔혹한 미소를 떠올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진정한 강자가 사라진 이 세상··· 정말로 약하군. 마치 살짝 건드리면 산산이 부서지는 유리잔과도 다를 게 없다네.”


그 말 속에서 뭔가를 느꼈을까? 카마트와 카라반, 그리고 가신들은 뜻 모를 공포감에 몸서리를 치고 말았다.


***


그로부터 1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영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도로와 수로 등의 정비로 많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인력들이 푼돈이나마 임금을 받고 동원되자, 경제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가 활성화되자 자연 상업 활동이 그 뒤를 이었고, 상단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리고 병력의 훈련 또한 순조로웠다. 새로운 대리영주인 나를 두고 잔인과 공포의 화신이라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꽤 어이없었는데··· 자칫 훈련에 소홀이 하다가 본보기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병사들은 더더욱 열심히 훈련에 임했고, 그 결과 정예병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이다.


소문이 퍼져도 그런 악소문만 퍼져 그리 유쾌하진 못하지만, 일단 결과가 좋으니 그냥 무시하자.


그런고로 아직 병사들이 훈련을 마치려면 상당 기일이 남았지만 지금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병사들의 훈련은 그 끝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역시 놈들은 예상했던 대로 대군을 몰고 트로미온 영지 부근까지 다가온 것이다. 생각보다 탐욕에 미쳐 성질들이 급해진 모양인지, 아니면 사신들이 죽은 것에 흥분한 건지 짐작했던 것보다도 1달은 더 빠른 진격이었다.


덕분에 한창 발전을 향해 나아가던 트로미온 영지 전체가 공포와 혼란으로 멈춰 서버렸다. 하긴 저 멀리 펼쳐진 15만의 대군이 늘어선 광경은 영지민에게는 가히 절망이라 할 만하겠지.


적들의 침공으로 영지는 그 즉시 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우선 치안병들을 움직여 영지민들을 안정시키고 생필품과 물가를 강제로 통제하는 등 여러 대책들을 펼쳐 움직이고, 조속한 움직임으로 병력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아직 훈련이 끝나진 않았지만 미리 보유한 병기들로 무장하고 모인 병력은 25,000. 전에 비해서는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는 숫자지만 적군의 대병력에 비하면 초라하다 싶을 만한 규모다.


하지만 사실 내가 병력을 동원한 이유는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성을 지키고, 수비 병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 영지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것. 사실상 그들은 내가 마련한 관객이자 구경꾼이라 할 수 있다.


저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나 자신.


15만이라는 생령을 내 손으로 지옥으로 거두게 된다. 인간으로서는 참혹하고도 견디기 힘든 짓이지만, 이미 인간임을 포기한 내게는 가능한 일.


오늘 벌어질 나의 전투. 역사의 한 장으로서 그들의 입을 통해 증명하리라.


그들이 보고 전한 말이 널리 퍼져 나의 힘과 가문의 저력을 오래도록 칭송케 되리라.


그리고 이를 위해··· 나는 사신이 된다.


인간의 심성을 버리고, 생의 존엄성을 기억에서 지우고, 진정 악마의 마음으로 적을 대하겠다. 다만 훗날 가끔 여유 있을 때 생각해주지. 그것이 내 손에 무참히 죽어갈 생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


가신들을 물리치고 성벽 위에 올라오자 부는 바람이 세차게 밀려온다. 한밤이라 그런지 날카로운 바람 속에 깃든 냉기는 옷깃을 찌르듯 파고드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게는 그저 차다는 감각으로만 느껴질 뿐, 그로 인해 고통이나 아픔은 없다.


산 자가 아니기에, 뜨거움이나 차가움을 느끼긴 해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바람은 마치 나에게 차갑게 조소하는 것 같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분노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니면··· 내일 지옥의 문을 열게 될 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잠깐 쓰게 웃던 나는 대지를 비추는 월광을 따라 시선을 이동했다. 매와 다름없는 나의 시야는 저 멀리 떨어진 적군의 진지를 포착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웅장한 군세와 거대한 군막. 그 막대한 대군을 바라보며 나는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바리바리 대군을 몰고 온 귀족 녀석들은 정면에서 본가의 병력을 쓸어버리기로 결정했는지 트로미온 성에서 대략 20키리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대기하면서, 사신을 보내왔었다.


사신을 통해 보내온 서신 내용은 여러 미사여구로 치장되어 있었지만 내용은 간단했다.


“한번 붙어보자.”


뭐, 간단하게 줄이면 이 정도였다.


서신에 적힌 결전의 날은 바로 서신을 받아 본 다음 날인 내일이다. 날짜를 언급해놓은 건 ‘그때까지 목 씻고 기다려라’라는 오만의 의미일 터.


원대로 네놈들의 헛된 욕망과 오만을 산산이 부숴주지.


“······.”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그곳에는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보름달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닿지 않을 높이에서 하계를 밝히는 달의 모습은 아득하기만 했지만, 그 때문에 더더욱 아름다운 건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손에 닿지 않는 아름다움.


‘나는··· 무엇을 갈구하는 건가.’


꺼지지 않는 생이다. 아니, 오래전에 죽은 목숨이니 생이라 말하기도 어렵지만 나는 앞으로도 무한한 시간을 살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결코 닿지 않는, 닿을 수조차 없는 평범한 인간의 삶.


어쩌면 내면에 억눌려 있는, 타오르는 살의는 그들에 대한 질시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 또한 나의 내면의 일부. 결코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산 자의 심성과 사자의 육신과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 씁쓸할 따름이다.


시선은 이윽고 달빛으로 은은하게 물드는 성 밖의 평야를 향한다. 아마도 저 평온해 보이는 대지가 아비규환의 장소가 되리라. 그것을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쓰리기도 하고 화끈하게 타오르는 듯하기도 하다.


당장에라도 피로 물든 정경이 눈앞에 펼쳐질 듯한 느낌에 잠시 침묵 속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으리라.


그것은 어차피 내가 지고 갈 업보, 피할 생각은 없다.


“······.”


달빛은 어느새 새카만 운해에 덮여 소리 없이 사라진다. 그것은 과연 무슨 징조일까?


‘내일은··· 저 평원이 피로 물들 터.’


나는 뇌리를 메우는 감상을 지우고 각오를 다졌다.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오러가 불길처럼 일어나 대기를 공진시킨다. 이것이 나의 결의의 증거가 되리라.


고오오오오!


생을 갈구하는 자들아, 내일은 형을 집행하리니··· 영원토록 무저갱에 빠져들리라.


그것은··· 말없이 울부짖는··· 나의 미약한 절규였다.



* * *


다음 날 아침. 예정된 결전의 날은 언제나와 같이 환히 밝아왔다.


내리쬐는 태양은 산자락에 걸렸고, 푸른 하늘은 수많은 생명의 피를 보기 안타까울 정도로 맑고 투명했다.


뭔가 착잡한 심정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살의를 지피며 성문을 나섰다.


끼이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성문이 열렸다. 나는 좁게 열린 문을 통과해 어느덧 성 밖의 대지를 밟고 있었다.


사실 이와 같은 일은 상식 밖의 일이라 할 수 있다. 기사들의 결투가 아닌 한 성문을 열고 나온다는 건 자살행위이고, 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모한 짓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가신들과 기사들은 한사코 나를 말렸었지.


하지만 작정한 게 있었기에 나는 그들을 물리치고 나 홀로 성문을 나선 거다.


뭐, 혼자 나오니 좀 허전하긴 해도 홀가분한 마음이 더 드는 게 제대로 된 귀족 체질은 아닌가 보군.


성벽 위에서는 그런 나를 염려와 안타까움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가신들의 시선이 따가울 정도였지만 그런 것은 무시했다. 걱정해주는 건 좋은데, 그런 것 일일이 신경 쓰면 감당이 안 된다.


이윽고 나는 거대한 대군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아침이 되자 영지연합군 녀석들은 슬금슬금 부대를 전진시켜 대략 1키리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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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2 +1 21.05.20 126 2 15쪽
43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21.05.19 101 4 11쪽
42 [제14장]소탕작전!-03 21.05.18 97 4 12쪽
41 [제14장] 소탕작전!-02 21.05.17 100 3 13쪽
40 [제14장] 소탕작전!-01 21.05.15 121 3 12쪽
39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3 21.05.14 105 3 11쪽
38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2 21.05.13 124 3 12쪽
37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1 21.05.12 127 3 12쪽
36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5 21.05.11 138 3 11쪽
35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21.05.10 156 3 11쪽
34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3 21.05.08 189 3 12쪽
33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2 21.05.07 183 4 12쪽
32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1 21.05.06 214 3 12쪽
31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3 21.05.05 228 3 11쪽
30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21.05.04 211 6 11쪽
29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1 21.05.03 229 6 13쪽
28 [제10장] 모루의 불꽃-02 21.05.01 262 7 12쪽
27 [제10장] 모루의 불꽃-01 21.04.30 256 5 12쪽
26 [제9장] 뚫어야 캔다!?-03 21.04.29 302 7 12쪽
25 [제9장] 뚫어야 캔다!?-02 21.04.28 302 7 12쪽
24 [제9장] 뚫어야 캔다!?-01 21.04.27 319 7 12쪽
23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2 21.04.26 331 8 13쪽
22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21.04.24 392 7 12쪽
21 [제7장] 영지 발전 5개년 계획 21.04.23 415 11 12쪽
20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2 21.04.22 450 11 11쪽
19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1 21.04.21 441 13 12쪽
18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21.04.20 468 12 12쪽
17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21.04.19 455 13 12쪽
16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2 21.04.17 471 13 12쪽
»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21.04.16 48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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