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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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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9,370
추천수 :
383
글자수 :
230,487

작성
21.04.30 21:00
조회
256
추천
5
글자
12쪽

[제10장] 모루의 불꽃-01

DUMMY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벌써 아시고 이렇게 나오셨군요.”


어쩔 수 없이 나는 약간 떨떠름한 얼굴로 마주 인사했다. 하필 제일 만나기 싫었던 인물을 가장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것은 내 생에 최고의 불운이라 생각하면서.


그런 내 생각을 읽은 듯 상대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네 녀석이 오는 것쯤 모를 줄 알았나? 이 숲은 우리 드워프들의 눈이 미치는 권역. 모든 것을 알 수 있지.”


“뭐 환영인파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거 너무 박대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늘 바쁜 드워프들한테 뭘 바라나? 나라도 나와서 이렇게 마중해주면 됐지.”


“아저씨의 마중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뻔히 아는데 좋을 리 있습니까?”


아저씨라 부르긴 하지만 사실 영감이나 다름없는 저 드워프는 300년이나 지났어도 변함없이 특유의 능글맞음과 막무가내 성격이 건재함을 자랑했다. 그렇기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하지만 역시 그런 말이 먹혀들 상대가 아니었다. 저 드워프 노인네는 기분 나쁘게 킬킬 웃어대며 용건을 물어왔다.


“클클, 괜한 똥줄 태우는 척하지 마라. 그건 그렇고··· 300년 만이군. 이번에는 무슨 일로 온 거냐? 네 녀석 성격에 오래간만에 친목을 도모하고자 찾아온 건 아닐 테고.”


“사업차 들렀다고 해두지요. 그 외에는 아저씨와 얽혀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쳇, 재미없는 놈. 어릴 때는 그래도 잘도 졸졸 날 따라다녔었는데.”


내 반응이 원하는 만큼 시원치 않았던지 투덜대며 혀를 차는 드워프 노인네.


하지만 그 존재의 이름은 결코 가볍지 않다.


모루의 불꽃이라 불리는 바흐탄 트레블.


이미 1,500년을 살아왔으며, 아직도 그 살날이 얼마나 남았는지 짐작할 수 없는 최고령의 드워프이자 최고의 장인이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드워프 최고의 전사이기도 한 그는 이 세상 모든 드워프들의 정신적 지주였다.


그 강함은 가히 초월적이라 할 만한 것.


하지만 나는 그를 만나며 진한 이질감을 느낀다.


왜냐면··· 나는 그가 알고 있는 데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그를 기억하고 잘 알고 있으나, 동떨어진 타인과 같은 느낌도 함께 받고 있었다.


물론 나 자신이 데이스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었다. 어느 정도 심증은 있으나 확증이 없는 상태.


그러나 이미 결심한 바 있었다.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조카가 원하는 때까지는 데이스로서 살아갈 것을.


그렇기에 나는 바흐탄 앞에서 애써 친숙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어색함 때문이었을까? 그가 일순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그렇고 그 몸뚱이는 당최 적응이 되질 않는구나. 내부에 감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기가 풀풀 느껴져. 하긴 그나마 대자연의 마나를 끌어들여 중화시키기 때문에 낫긴 하지만······.”


확실히 인간과는 다른, 드워프의 민감한 감각에는 나의 본질적 기운이 여지없이 포착되자 약간 쓰게 웃고 말았다. 그나마 자신이 데이스가 아니란 사실을 눈치 챈 것이 아닌 게 다행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바흐탄도 그 점을 안타깝다는 듯, 낮게 혀를 찼다. 인간이면서도 가문을 위해 언데드가 되어 기나긴 세월을 무한히 견뎌야 하는 내 처지가 딱하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것은 내게 무가치한 일이다.


나 자신이 데이스가 되고자 했지만, 그가 가졌던 과거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기에 그가 가졌던 고통과 고뇌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자, 신세한탄 같은 얘긴 그만 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까?”


“예?”


바흐탄의 뭔가 심상치 않은 말에 의혹을 떠올리는 순간!


“······!”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눈부신 빛 덩어리가 공간을 가로질러 오고 있었다.



[제10장] 모루의 불꽃



나를 목표로 쏘아지는 그 빛 덩어리의 정체는 바로 블랭크!


나는 황급히 오른손에 오러를 끌어올려 이를 받아쳐냈다.


콰아앙!


거센 폭음과 함께 내손에 튕겨나간 오러는 숲 속으로 파고들어가 지축을 뒤흔드는 폭발로 변했다. 기억 속에 있던 상대의 성격으로 미루어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닥치니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나는 상기된 얼굴로 내뱉었다.


“이거, 첫 인사가 꽤 거치시군요.”


그러나 뻔뻔스럽게도 바흐탄은 흰 이를 드러내며 장난스레 웃었다.


“그 정도도 받아내지 못할 네가 아니잖나. 게다가 다 예상해놓고는 뭘 그러나.”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해머가 빛을 발했다. 레일 그라프와 비견된다는,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바흐탄의 전용 무기이자 무기 제작 도구인 고르디언!


그것이 지금 열화의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다.


“자, 우리 한번 300년 만에 놀아보자꾸나.”


고르디언에서 발해지던 붉은 오러가 더욱 강렬한 열기와 함께 폭발하기 시작했다.


내가 긴장하여 바라보는 순간!


콰콰콰콰!


마치 수십 수백의 오러 덩어리가 쏟아지는 듯한 착시가 눈앞에 가득 펼쳐졌다.


‘환검의 일종이군!’


나는 차분한 시선으로 그것을 판단하며 즉시 검을 뽑았다.


나의 애검 레일그라프는 조카에게 주었고, 이제 내 손에 있는 검은 녀석이 쓰던 검을 건네받은 것이다. 그리 명검이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쓸 만하게 다듬어진 이것은 나의 오러가 깃드는 순간, 세계제일의 명검을 능가했다.


고오오오!


사납게 타오르는 오러가 빛을 발한다. 검푸른 빛,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듯한 적막한 빛은 검적을 따라 크게 부채꼴 형상으로 펼쳐지며 얇은 막을 그렸다.


이것이 바로 소드 배리어(Sword Barrier, 검막)!


본디 300년 전이라면 익스퍼트 최상급의 존재들만이 가능하다는 이것은 소드 마스터인 나의 손에서 완벽히 구현되었다. 그렇기에 오러 섀도와는 차원이 다른, 오러로 구현되었기에 이에 필요한 깨달음과 격은 차원을 달리한다.


“······.”


씻은 듯이 지워져간다. 마치 모래사장의 모래성들이 파도에 밀려가 소리 없이 스러지는 것처럼, 공간을 가득 메웠던 환영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오롯이 드러나는 하나의 실체. 붉은 오러 덩어리가 된 해머가 내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나의 검세 또한 변화했다. 넓게 펼쳐진 오러의 막이 한 점에 집중되었다. 그것은 빨려 들어가듯 검에 집결되고, 이윽고 강력한 힘이 되어 공간을 갈랐다.



자이스란 검법(삼절검三絶劍) 제3장.

헤비 마운틴(Heavy Mountain, 중악重岳).



본디 무거운 산의 위용과 기세를 담았다는 나의 일검이 가공할 기세로 떨어진다. 모든 것을 가른다는 2장의 아이언 커터와는 달리, 이것은 그 무엇이 가로막더라도 부수고 전진하겠다는 절대적 의지의 재림이라 하겠다.


하지만 바흐탄의 일격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그의 해머에 실린 것은 가히 천지를 분쇄할 수 있는 에너지의 응집체다.


콰르르르릉!


마치 천지가 붕괴되는 듯한 환상이 펼쳐지는 듯했다. 강력한 힘의 격돌에 사방 수십 미터가 폭발하듯 터져나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기사들과 레나딘이 강력한 실드 마법에 보호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도시로 연결되는 동굴도 무슨 수를 쓴 건지 굳건히 버티고 서 있었다.


‘아마도 저 능글맞은 드워프 영감이 은근슬쩍 마법을 펼쳐놨겠지.’


그렇다. 이미 300년 전에도 저 음흉한 드워프 영감은 소드 마스터임에도 불구하고 7클래스 마스터에 달해 있었다. 아니지, 해머를 사용하니 해머 마스터라 해야 하겠군.


하지만 그 생각은 짧았다.


어느새 빌어먹을 드워프 영감의 해머에서 실타래와 같은 오러가 그물처럼 펼쳐지며 공간을 메워오고 있었다.


“쳇!”


나는 즉시 두 발 전진했다. 나의 걸음은 그저 걷는 동작이 아니다. 단 두 발짝이었지만 법칙을 내포한 그 발걸음은 이미 흐름을 꿰뚫고 있었다. 덕분에 내 몸은 오러의 그물이 확산되기 시작한 가장 중심에 다가섰다.


여기서 나의 검이 아래로 내리그어졌다.


쇠도 끊는 자이스란 검법의 아이언 커터(단강斷鋼)!


첨예한 그 일격이 시간을 쪼개고 공간을 등분했다. 그 앞에서는 오러조차도 견디지 못했다.


츄아악!


그물코가 풀리고, 이리저리 얽혔던 오러들이 실밥이 터지듯 흔들리더니 허공에 녹아 사라진다. 오러 넷(Aura Net)이 전개된 시작점, 즉 중심을 고스란히 잘렸으니 그 형상을 유지할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걷혀가는 오러의 그물 사이로 드러난 광경은 나조차도 놀라운 것이었다.


고오오옹!


해머에 맺히는 광채가 더욱 선연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응집되어 거대한 형체를 이루고 있었다.


둥글게 맺힌 오러의 덩어리. 아니, 오러의 구체(毬體)는 극도로 응집되고도 넘쳐나 거의 사람 머리만 한 크기를 이루고 있었다.


어느 누구라도 그것의 정체를 아는 자들은 찬탄을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것은 검술이 퇴보된 현대로서는 오래전에 잊혔던 전설 중 하나의 재림이라 하겠다.


“오러 스피어(Aura Sphere, 강환罡丸)입니까?”


내 작은 놀람에 음흉한 드워프 영감, 바흐탄이 히죽 웃었다.


“나도 그동안 놀고 있진 않았으니까.”


저 정도 크기의 오러 스피어라면 일반적인 상급 수준을 넘어섰다. 어쩌면 그랜드를 넘보는 최상급에 다다른 걸지도 모르지.


“자, 간다! 잘 받아라아아!”


마치 휘두르는 듯한 동작을 따라 쏘아진 오러의 구, 오러 스피어가 공간을 꿰뚫었다.


그 속도의 가공함은 그야말로 섬전과도 같은 것.


그렇기에 나는 모든 의식을 집중시켰다. 집중된 의식은 광활하게 퍼져나가 시간을 수없이 쪼개고 나누어 수유의 순간을 잡아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간다.


공기의 흐름도, 세상도, 그리고 나를 위협해 뻗어오는 오러 스피어도 멈춰 선 듯했다.


정지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 나만의 시간 속에서 모든 멈춤을 역행하듯 내 오른발이 한 걸음 내디뎌졌다.


그 순간, 멈춘 세상이 다시 재생되었다. 급속도로 흘러가는 흐름이 피부로 와 닿았다.


그리고 지척에 이른 오러 스피어의 존재가 느껴졌지만, 이미 나의 몸은 그 궤적을 벗어나 있었다.


그걸 본 바흐탄의 얼굴이 감탄으로 변했다.


“오호라, 그걸 피했냐? 막을 줄 알았는데······.”


하긴 예전의··· 아니 데이스였다면 막을 수밖에 없었겠지. 그리고 여지없이 패배를 선언했겠지만.


나는 그와 다르다.


나의 내부에서는 아직도 으르렁대는 야수 같은 오러가 살아서 들끓고 있었다. 이것이 그대로 외부로 드러난다면 나 자신조차도 그 한계를 알 수 없는 힘이 발현되리라.


그러나······.


“하지만··· 벌써 긴장을 푸는 건 이르지 않냐?”


나의 짧은 상념을 깨듯 바흐탄의 가라앉은 음성이 귓전을 흔들었다.


그것은 작지만 천둥보다도 더 크게 와 닿고, 나는 그 즉시 확장된 감각에 걸려드는 무언가를 감지했다.


그것은 바로 내 뒷머리의 지척에 이르러 있었다!


“큭!”


그 즉시 고개를 틀자 귓전을 스치며 맹렬한 무언가가 지나갔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공간을 가르는 바람 소리가 고막을 울리고 있었다.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그것의 정체를 발견한 나는 낮게 신음했다. 그것은 정녕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이건··· 컨트롤 오러 스피어(Control Aura Sphere, 어강환御罡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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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2 +1 21.05.20 126 2 15쪽
43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21.05.19 101 4 11쪽
42 [제14장]소탕작전!-03 21.05.18 97 4 12쪽
41 [제14장] 소탕작전!-02 21.05.17 100 3 13쪽
40 [제14장] 소탕작전!-01 21.05.15 121 3 12쪽
39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3 21.05.14 105 3 11쪽
38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2 21.05.13 124 3 12쪽
37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1 21.05.12 127 3 12쪽
36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5 21.05.11 138 3 11쪽
35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21.05.10 157 3 11쪽
34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3 21.05.08 189 3 12쪽
33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2 21.05.07 183 4 12쪽
32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1 21.05.06 214 3 12쪽
31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3 21.05.05 228 3 11쪽
30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21.05.04 211 6 11쪽
29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1 21.05.03 229 6 13쪽
28 [제10장] 모루의 불꽃-02 21.05.01 262 7 12쪽
» [제10장] 모루의 불꽃-01 21.04.30 257 5 12쪽
26 [제9장] 뚫어야 캔다!?-03 21.04.29 302 7 12쪽
25 [제9장] 뚫어야 캔다!?-02 21.04.28 302 7 12쪽
24 [제9장] 뚫어야 캔다!?-01 21.04.27 319 7 12쪽
23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2 21.04.26 331 8 13쪽
22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21.04.24 392 7 12쪽
21 [제7장] 영지 발전 5개년 계획 21.04.23 415 11 12쪽
20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2 21.04.22 450 11 11쪽
19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1 21.04.21 441 13 12쪽
18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21.04.20 468 12 12쪽
17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21.04.19 455 13 12쪽
16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2 21.04.17 471 13 12쪽
15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21.04.16 48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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