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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님의 서재입니다.

크라이 오브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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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니우스K
작품등록일 :
2021.04.05 20:25
최근연재일 :
2021.05.20 21:51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9,372
추천수 :
383
글자수 :
230,487

작성
21.05.15 21:00
조회
121
추천
3
글자
12쪽

[제14장] 소탕작전!-01

DUMMY

태양광천도(太陽光天刀)

제6식. 홍일압운(紅日壓隕)!



억겁과도 같은 열기와 압력이 내리찍어가는 듯한 검격에 실려 떨어졌다.


마치 태양이 떨어지는 것만 같은 장관에 모든 이들이 넋을 잃고 있었다.


콰아아앙!


강림한 태양은 마족을 짓누르고도 모자라 지상까지 밀고 들어가더니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그 거대한 힘은 사방으로 밀어닥치며 여파를 흩뿌리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의 후폭풍에 나무들이 노랗게 타들어간 잎을 쏟아내며 크게 휘어졌고, 기사들과 병사들은 재빨리 땅에 엎드려 그 잔재를 피했다.


이 정도라면 마족이라도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놈을 지워버렸어도 개운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뜨거운 열기의 바람과 더불어 씁쓸함만이 밀려왔다.


‘나는 괴물인가.’


극도의 열기로 응집된 거대한 오러 덩어리와 극강한 붕검의 압력!


그것은 마치 7클래스 마법인 딜레이드 블레스트 파이어볼과 그래비티 프레스(Gravity Press)를 동시에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위력임이 틀림없었다.


처음 펼쳐본 나조차 놀랐다. 얻은 지식 속에 있던 기예를 하나 펼친 것이지만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다. 지난 꿈에서 여소천이 얻은 깨달음의 일부가 아니었다면, 무공이란 지식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없었으리라.


어쨌든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상당히 쓸 만하다고나 할까.


기존의 검법들보다 체계적이고 철저한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법들이다. 솔직히 이 지식을 얻기 전이었다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그런 무위의 것들이다.


덕분에, 나는 더더욱 강해져버렸다. 지금이라면 검술만으로도 바흐탄 노인네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본디 산 자가 아니니 인간은 아니었지만, 이젠 언데드라 하기도 어려운 괴물이 되어버렸다. 살인에 특화된 병기를 찾는다면 나 이상 가는 존재는 없을지도 몰랐다.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오고, 자욱한 연기가 걷혀갔다.


침묵 속에 드러나는 건 작은 성 하나 규모는 될 법한 거대한 크레이터. 마족의 잔재 따위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것이 확실한 소멸을 증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고작 20여 군데의 영지 중 한 군데를 해결했을 뿐, 아직도 할 일은 많이 남아 있었다.


놈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서둘러야 했다.


나는 바닥에 뒹굴어 흙투성이가 되어버린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이곳의 토벌은 모두 끝났다. 인원과 장비를 점검한 후 지휘관의 인솔하에 서둘러 다음 영지로 향하도록. 시간이 없어.”


사실 평범한 자들이 이런 일을 겪고 멀쩡하긴 어려운 일이다. 몇 번 악몽을 꾸는 가벼운 정도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자칫 공포에 못 이겨 미쳐버릴 수도 있었다.


나도 이런 상황에서 내린 지시가 무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대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마족들이 데몬을 앞세워 몰아온 몬스터들이 트로미안 영지와 그 주변 일대로 치고 들어올 가망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염려했던 것보다 일이 수월이 풀려갔다.


그래도 실전으로 단련된 지휘관들이 정신을 차리자, 넋을 잃던 병사들도 그럭저럭 수습이 되고 있었다.


물론 내가 은근히 펼친 가벼운 정신계 마법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 그저 자아를 굳건히 하고 정신을 보호하는 정도인지라 부작용 따윈 없으므로 마음껏 사용했다.


그렇게 간신히 병력을 추스른 나는 다음 영지를 향해 출발했다. 아직도 갈 길은 멀었다.



[제14장] 소탕작전!



많은 난관이 있을 거라 예상되던 몬스터 토벌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몬스터들을 이끄는 데몬들이 종종 보이긴 했지만 마족만큼 상대하기 까다롭진 않았다. 오히려 기사들에게는 좋은 실전 상대였다.


뱀 머리의 마족을 소멸시킨 이후로 마족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들이 내게 상대가 안 되는 걸 알고서 그런 건지, 아니면 뭔가 함정을 파느라 숨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여소천의 기억 일부를 갖게 된 현재라면, 중급 마족 따위는 몇이 덤빈다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


잠시간 씁쓸한 감정이 스쳐갔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괴물··· 틀린 말은 아니다.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언데드도 아니니 괴물이라 불려도 항변한 말 따윈 없다.


내가 데이스 본인이 분명하다면 스스로가 선택한 길이므로 떳떳이 가슴을 펼 수 있겠지만, 나는 그가 아니다. 그저 영문도 모른 채 데이스였던 자의 몸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내가 원해서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누군가의 흉계에 의해 이렇게 된 건지 기억이 없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에 대해 당당히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지.


“하앗!”


우렁찬 기합성과 함께 한 명의 인영이 어지러운 스텝을 밟으며 검을 내뻗었다.


그 인영은 바로 카마트였다. 그리고 그가 향하는 곳에는 무수한 마법을 난사하며 난폭함을 과시하는 데몬이 자리했다.


목표를 향해 뻗어간 그의 검이 어지럽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파도가 밀려가는 듯 빠르면서도 격렬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푸르스름한 예기가 그 검로를 닮은 형상으로 공간을 초월해 나아간다.


촤아악!


오러 섀도, 검기의 장중하고도 첨예한 위력은 눈앞의 데몬을 수평으로 양단했다.


제라딘 검법의 제1장, 러시 웨이브. 본래 파랑검(波浪劍)이라 불린 이 검법의 절초인 섬해쾌령(閃海快靈)의 위력은 제대로 익히면 저토록 가공하다.


그렇다. 제라딘 검법은 바로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 기억에 분명 존재한다. 저것은 중원의 것이다. 여소천이 갖고 있던 수많은 기억들 중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검법.


해남파라 불리던 무리들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상승의 검법이 바로 이 파랑검이다. 최고절학은 아니나 그래도 문파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검이었다.


그런데 그 검법이 우습게도 시공을 초월하여 이 세계에 이름만 바뀌어 나타나버린 게다.


그렇다면 본가의 시조인 그라나스 덴 트로미안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누구기에 중원의 검을 이름만 바꿔 전수한 걸까?


아마도 중원이란 곳에서 온 분일 터.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 그가 이 세상에 그 흔적을 남겼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나를 더욱 고뇌하게 하는 건, 여소천의 지식과 지금 그가 남긴 흔적이 공통점을 보인다는 거다.


내가 얻은 여소천의 지식에는 본가의 모든 검법과 무예의 원본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조금도 변질되지 않은 원천의 검법과 무공들은 약간씩 변형된 본가의 것보다 더더욱 가공한 위력을 갖고 있을 정도였지만, 큰 틀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기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혼란스러웠다.


여소천의 기억을 얻게 된 나 또한 결국 데이스의 선조라는 그라나스의 안배인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지. 그라나스로 새 삶을 살게 된 여소천이 위기에 처할 후대를 위해 자신의 지식을 부여해 나란 존재를 준비한 것일지도.


하지만 그도 아니면··· 나는 여소천 본인인 걸까?


새록새록 떠오르는 의혹과 의문들이 계속해서 나를 사로잡았다.


이 거짓과 변질로 점철된, 진절머리 나는 삶에는 진실이란 남아 있질 않았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가 존재해야 하는 건지, 데이스의 대역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의심, 의혹, 그리고 끝없는 의혹은 채워지지 않는다.


상황에 그저 순응하자는 식으로 생각해봤자 해답을 찾기 전까지는 그저 자위에 불과한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 그 무엇으로 달래봐도 찾아오는 만족 따윈 없었다.


오로지 거짓으로만 가득 찬 인생일 뿐, 무엇 하나 진실한 것이 없었다. 그러니 무엇을 해도 만족이 있을 리 없다.


그렇기에 고뇌의 결론은 후회뿐이고, 다 타고 남은 잿더미 같은 마음만이 남았다.

나는 공허한 눈을 들었다.


데몬 하나를 베고, 또다시 상대를 찾아 맹수처럼 몸을 던지는 카마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검은 주군을 위해서라면 상대가 그 누구라 해도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베었다.


그와 같은 맹목적인 믿음과 신뢰가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이 부러웠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하나만을 목표로 달리는 그와 같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와 같을 수 없다.


생각하는 것마다 그저 의심뿐. 지겨울 정도로 똑같이 반복하면서도 이를 벗어나지 못한다. 봉인된 석실에서 깨어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의심을 해보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한탄하고 또 한탄했다.


젖어드는 비탄은 끝이 없고, 나의 의심은 계속된다. 그렇기에 그 시간들은 변화 없이 그저 무한히 굴러가는 쳇바퀴나 다를 바 없었다.


문득 모든 것이 그저 귀찮다는 생각마저 고개를 쳐들었다. 트로미안가도, 조카도, 그리고 나를 따르는 모든 이들도 성가시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치솟았다.


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나를 믿고 따라온 자들이다. 아무리 내가 거짓된 자일지라도, 내 안에 조금도 진실 따윈 남아 있지 않다고 해도 이를 외면할 수는 없다.


두근두근!


죽은 주제야 다시는 뛸 리 없는 심장 소리가 들렸다.


이미 죽어버린 것처럼 공허와 체념에 휩싸인 나의 감정과, 열정적으로 타오르며 삶을 이어가는 저들의 감정이 얽혀 오갔다. 오래전에 식어버린 나의 가슴을, 내 마음을 저들은 맹목적인 신뢰와 믿음을 던지며 온기로 채워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관심하게 격전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조언을 던졌다. 지금까지의 태도완 다른 행동이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마음 가는 대로 행하는 것. 지금 내 행동의 이유는 그뿐이다.


“카마트, 아직도 중심이 높다. 한 푼 정도 중심을 낮추고 긴장된 힘을 풀어라. 러시 웨이브의 쾌검은 힘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몸의 중심과 그 반동으로 속도를 얻는 거지.”


“예!”


대답과 동시에 나의 조언은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졌다.


허리를 낮추고 풀어지듯 몸에서 힘을 뺀 그의 검이 어느새 매끄럽게 선을 긋고 있었다. 새어나오는 오러 섀도는 더욱 짙게 뿜어져나와 트롤 둘을 한 번에 베어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상급으로서는 전혀 손색이 없지만, 내가 원하는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경이다.


“익스퍼트 단계의 정점은 오러 쉐도우의 수발이다. 유유하되 끊임이 없어야 하고, 날카롭되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 날카롭기만 한 것은 오래 유지할 수 없고, 완급을 갖춘 검은 스스로 때에 따라 변화하는 법이다.”


나는 직접 나섰다. 이것은 말로만 될 것이 아니다. 직접 시범을 보이고 각인시켜야 오래도록 되새기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된다.


조금 전 고민하면서 세상 다 끝난 노인네처럼 궁상을 떨던 것을 상기하면 지금의 행동은 너무도 모순된 행동이었지만, 그저 내심 씁쓸히 웃고 말았다.


그 감정을 대변하듯, 검집을 빠져나온 내 검이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쿠어어어!


흉성을 이기지 못한 몬스터 무리 중 오우거가 뛰쳐나왔다. 모든 기세를 갈무리한 덕분에 놈은 별 두려움 없이 접근해오고 있었다.


녀석의 거대한 몽둥이가 대기를 가르는 풍압과 함께 전면으로 거세게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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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2 +1 21.05.20 126 2 15쪽
43 [제15장] 너희들에게 갈 곳은 없다-01 21.05.19 101 4 11쪽
42 [제14장]소탕작전!-03 21.05.18 97 4 12쪽
41 [제14장] 소탕작전!-02 21.05.17 100 3 13쪽
» [제14장] 소탕작전!-01 21.05.15 122 3 12쪽
39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3 21.05.14 105 3 11쪽
38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2 21.05.13 124 3 12쪽
37 [제13장] 지옥으로 보내주마!-01 21.05.12 127 3 12쪽
36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5 21.05.11 138 3 11쪽
35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4 21.05.10 157 3 11쪽
34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3 21.05.08 189 3 12쪽
33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2 21.05.07 183 4 12쪽
32 [제12장] 검술이란 바로 이런 거다!-01 21.05.06 214 3 12쪽
31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3 21.05.05 228 3 11쪽
30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2 21.05.04 211 6 11쪽
29 [제11장] 드워프들의 도시, 타란젠드-01 21.05.03 229 6 13쪽
28 [제10장] 모루의 불꽃-02 21.05.01 262 7 12쪽
27 [제10장] 모루의 불꽃-01 21.04.30 257 5 12쪽
26 [제9장] 뚫어야 캔다!?-03 21.04.29 302 7 12쪽
25 [제9장] 뚫어야 캔다!?-02 21.04.28 302 7 12쪽
24 [제9장] 뚫어야 캔다!?-01 21.04.27 319 7 12쪽
23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2 21.04.26 331 8 13쪽
22 [제8장]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은 내 것이다-01 21.04.24 393 7 12쪽
21 [제7장] 영지 발전 5개년 계획 21.04.23 415 11 12쪽
20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2 21.04.22 450 11 11쪽
19 [제6장] 대항하는 자에겐 자비란 없다-01 21.04.21 441 13 12쪽
18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4 21.04.20 468 12 12쪽
17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3 21.04.19 455 13 12쪽
16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2 21.04.17 471 13 12쪽
15 [제5장] 영지전? 어디 한번 붙자!-01 21.04.16 48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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