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평안상단(平安商團) (3)
분명 음인적의 추적은 평안상단까지 이어졌다.
그렇다면 두 세력 중 한쪽과 마련이 손을 잡았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타당했다.
이심도는 우선적으로 이공자 쪽을 추적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심도는 백오와 하태현에게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공자를 찾아가는 두 명의 남자라···”
“두 사람의 걸음이나 동작 등을 고려해볼 때, 그 수련 정도가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것이 분명하다. 승부를 확신할 수 없을 정도야.”
이심도의 말에 두 사람은 놀라고 말았다.
이심도의 무력을 직접 목격한 사람으로서 그가 승부를 자신할 수 없다는 상대가 얼마나 강자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허어··· 문주님과 대등한 강자라는 말입니까? 상상이 되질 않는군요.”
“하하, 별말을 다하는군. 자네들이 아니었으면 전 문주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지 못했을텐데, 상상이 되질 않는다니··· 과장이 너무 심하군.”
하태현의 말에 이심도는 적당히 말을 넘겼다.
그 스스로는 분명 좀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떤 위협도 이겨낼 수 있는 절대적인 무력, 이심도 자신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보다는 강자라는 의미겠군요. 그들을 추적할 때, 조금 더 조심해야겠군요. 괜히 들켰다간 위험할 테니 말입니다.”
백오는 그럼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내 보였다.
“일단 이공자와의 관련성부터 조사해보도록 하고, 무리하지 않도록 하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아니고 평안상단이니 말이야. 무리할 필요는 없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암살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한 조사이니 큰 위험은 없을 겁니다. 그럼 저는 먼저.”
그 말과 함께 백오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
이심도 역시도 굳이 그를 잡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조사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음, 저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하태현은 무언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이심도에게 물었다.
보아하니, 백오가 스스로 일을 척척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자신도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글쎄, 당장은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군. 일단 같이 주변을 좀 둘러보도록 하지.”
“네? 아, 알겠습니다.”
이심도가 밖으로 나서자, 하태현 역시도 허둥거리다가 따라붙었다.
분명 하태현은 독보적인 재능과 뛰어난 지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음살문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보니, 도시에서는 조금 바보 같은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하태현.”
“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게, 자네는 음살문 밖이 익숙하지 않으니, 아무래도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긴 힘들겠지.”
“··· 눈치채셨군요.
이심도의 말에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인 하태현이 말했다.
자신이 조급해한다는 것을 들킨 탓인지 얼굴이 조금 상기된 듯 했다.
“그래. 하지만 그럴수록 더 침착하고, 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경험을 쌓게. 그러면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거야. 자네는 누가 뭐래도 뛰어난 인재니까.”
이심도는 그에게 조금의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시간과 경험만 주어진다면 금새 뛰어난 실력을 보일 것이리라, 이심도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감사합니다.”
이심도의 진심이 와 닿았는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하태현은 감사의 인사를 해왔다.
그렇게 두 사람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해가 질 무렵이었지만, 아직까지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나 평안상단이 일정구역에 야광술이 걸린 물건을 배치해둔 덕분에 밤 늦게까지 시장이 활성화되는 특수한 구역까지 있었다.
쉽게 보기 힘든 이곳만의 명물, 야시장이었다.
“와, 야광술이 걸린 물건을 상시 배치해서 밤의 시장을 만들다니··· 새삼 평안상단의 저력이 대단하군요. 저런 물건들을 배치하려면 비용이 상당할텐데.”
당연하게도 하태현은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공의 수련 역시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는 본질적으로 술법사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런 만큼 본인이 사용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대중적인 술법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지식이 상당했다.
그런 그가 야광술이 걸린 물건들을 만드는 것에 얼마만큼의 비용이 들지 모를 리 없었다.
“오, 상당히 실력이 있으신 술법사이신 모양이군요.”
하태현의 이야기를 들었는지, 처음 보는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사람 좋은 미소를 띄고 있는 적당히 살집이 있어 보이는 남자였다.
“아, 실례합니다. 술법사는 사실 쉽게 찾아보기가 힘든지라··· 저는 왕일원(王一元)이라는 사람입니다.”
처음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온 것에 일순 당황한 두 사람이 그를 멀뚱히 쳐다보자, 남자는 정중히 자기소개를 하면서 인사를 건네 왔다.
“네, 그러시군요.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보통은 한쪽이 자기 이름을 소개하면 반대쪽도 자기 이름을 소개하는 것이 예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처음보는 사람이 갑자기 다가온 것이라, 이심도는 굳이 예의를 지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경계심을 가지고 상대를 대할 뿐이었다.
“아하하, 경계하시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냥 본론부터 말씀드리도록 하죠. 저는 사실 실력있는 술법사 분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이쪽 분께서 술법에 조예가 깊으신 것 처럼 보여서 한번 말을 걸어보게 된 겁니다.”
두 사람이 경계심을 굳이 숨기지 않자, 왕일원은 너스레를 떨면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
“초면에 실례지만, 저쪽 다루에서 잠깐이라도 이야기를 나누시지 않겠습니까? 정말 잠깐이면 됩니다.”
그마저도 통하지 않자, 왕일원은 아예 사정하며 매달리기 시작했다.
슬슬 주변에서 쳐다보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상황이라 이심도는 별 수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
굳이 시선을 받아서 좋을 것은 없었으니까.
“후, 알겠소. 그럼 적당한 곳으로 안내해 보시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지요.”
이심도의 승낙에 표정이 한껏 밝아진 왕일원은 앞장서서 다루로 안내했다.
다루에 도착한 그는 곧장 종업원에게 개인실로 안내를 부탁했다.
두 사람의 의견을 확인한 후, 차까지 주문을 마친 왕일원은 그제야 본론으로 들어갔다.
“괜히 길게 얘기해봐야 좋아하지 않으실 것 같으니···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평안상단에 소속된 사람으로 뛰어난 술법사를 찾고 있습니다.”
“아무리 술법사를 보기 힘들다 한들, 평안상단 정도면 고명한 술법사들을 꽤나 알고 있을텐데요?”
왕일원의 말에 이심도는 곧장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말대로 술법사를 찾는다면, 길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원래 관계가 있던 술법사들을 찾는 것이 빠를 테니까.
솔직히 길에서 만난 술법사가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믿을만한 사람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
“아, 그것이··· 사실 한 사람에게 걸린 술법을 해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만, 이미 평안상단과 연을 맺은 술법사들은 모두 고개를 저은 상황입니다. 술법이란게 계통에 따라 상성관계가 정해진다고 들어서... 이렇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을 걸게 되었습니다.”
- 작가의말
어제 빨리 올려본다는게 이상할 정도로 안써지더라구요.ㅠㅠ
그러다 보니 이제 올리게 되었습니다.
일단 저녁에 한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늦을거 같으면 또 공지해놓을께요.
계속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