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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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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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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0. 추적(追跡) (2)

DUMMY

무영진해(無影眞解).

음살문 장문비전의 이름이었다.


무영(無影)

그림자를 다루는 음살문의 비전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도리어 모순이 가득한 이름.

그러나 이는 또한 그림자가 그림자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경지를 추구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림자 세계와 극도로 동화하여 주변의 모든 그림자를 자유롭게 다루는 것을 궁극으로 하는 음신통령공과는 전혀 다른 궁극을 추구하는 비전.


무영진해는 극한에 이르면 자신의 그림자를 무엇으로든 실체화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으로든’이었다.

경지에 따라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마저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즉사’의 효과를 가진 무기를 순간적으로 만들어서 적을 공격한다거나, ‘절대방어’의 효과를 가진 방어구를 만들어서 방어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무엇이든 가능한 절학, 그것이 무영진해였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제약이 너무 까다롭기에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도 직접 구해보는 것이 나을터였다.

그러나 세상에 없는 것이라면 아무리 까다로운 제약이 있더라도 해볼 가치가 있었다.


[모월 모일

저들이 원하는 것은 무영진해로 음천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물론 이제까지 그런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존재하지 않는 신을 만든다는 것은 무영진해로도 불가능했기에 그런 시도를 어느 순간부터 포기해왔었다.


그런데, 저들은 그 불가능을 이루어낼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무영진해로 음천을 아주 잠깐이라도 불러낸다면, 거기서 씨앗을 만들어낼 방법이···]


음인문의 일기에는 저들이 왜 음살문을 노렸고, 문주를 하수인으로 만들었는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신의 흔적으로 그 씨앗을 만들어 내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은 신을 한 번이라도 만들어야 했고, 그 한 번을 위해 음인문의 무영진해가 필요했던 것이다.


단순하게 비급만을 넘겨 받지 않은 것은 무영진해 자체에 주술적인 금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었다.

음살문의 문주가 아닌 자가 이를 연마한다면 죽는다는 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저주.


그렇기에 저들은 음인문을 직접 이용했고, 후 세대들을 이용하기 위한 그림을 그려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연마하긴 어렵겠군.”


이심도는 나지막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비록 지금 자신이 문주라는 이름을 달게 되지만, 모든 사람들이 아는 음살문주는 흑봉이었다.

흑봉이란 이름의 탈을 쓴다고 해서 자신이 흑봉이 되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심도에게 무영진해를 연마할 자격은 존재하지 않았다.


언젠가 진짜 흑봉이 돌아온다면 건네줘야할 물건이라 생각했기에 이심도는 조금 읽다가 책을 덮었다.

무의식 중에 무영진해를 연마했다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일기만을 잘 챙겨서 밖에 나오자, 음인적의 지위 아래에서 집무실과 침실을 수색하고 있었다.

이심도가 음인적 부근으로 다가가자, 먼저 말을 걸어왔다.


“문주님. 벌써 비급을 다 읽으셨습니까?”


“아닙니다. 잠깐 도입부 정도만 살펴봤습니다만, 지금 상태에서는 연마하는 것이 어렵겠더군요. 들으셨겠지만, 제 기억이 다소 온전하지 못한 상태라 일단은 음살문의 다른 비전들을 다시 수련해보는 것이 먼저일 듯 합니다.”


이심도는 당장 무영진해를 연마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변명을 털어놓았다.

괜히 무영진해를 연마할 수 없는 것을 들켰다가 의심을 살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돌아올 흑봉을 위해서도 괜한 의심은 좋지 못했다.


“아, 그랬지요. 장문비전이라면 당연히 다른 비전들에 익숙한 것이 먼저일 테니···”


“그보다 일기를 자세히 보다보니 저들이 왜 전 문주를 포섭하려 했는지 알 수 있더군요.”


이심도는 무영진해와 음천에 대해 알게 된 사실을 음인적과 공유했다.

물론 장문비전에 대한 것은 가능하면 비밀로 하는 것이 맞았으나, 지금 상황에서 꼭꼭 숨겨둬서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으음, 장문비전에 그런 공능이 있을 줄이야. 비무는 몇 번 해보긴 했습니다만,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전투시에는 굳이 완벽한 실체화를 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직접 말로 하지 않는다면 알 수 없었겠지요.”


“그런 것보다는 아무래도 그러기 위한 난이도가 상상 이상이라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저들의 협조를 받을 필요조차 없었을 테니까요. 제 생각에는 평범한 무구를 실체화하는 것조차도 힘들 것이라 생각되는 군요.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한번이라도 봤을 테니까요.”


“으음··· 만약 음장로님 생각이 맞다면, 저들의 역량이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보통의 무구도 실체화시키지 못하는 경지에서 일시적이라곤 하나, 신을 실체화하는 경지까지 올려놨으니 말입니다.”


아무리 약한 신이라 해도 신은 신.

그것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신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난이도가 높을지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씨앗을 심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요? 말씀하신 것만 들어선 이해가 잘 안되는 군요.”


“아, 잠시만요. 그 부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모월모일

무영진해로 음천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실체화 된 음천을 대상으로 저들은 모종의 비술을 실행에 옮겼다.

그러자 음천은 다시금 작은 구체로 화했다.

저들은 그것을 ‘신의 씨앗’이라고 불렀다.

내가 동의한다면, 저들은 ‘신의 씨앗’을 나의 그림자에 심을 것이라 했다.

그것은 내 기운을 빨아들여 성장할 것이고, 대신 그만큼의 권능을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 했다.

나는 물론 동의했다.

음천은 당연히 나의 것이니까.]


“결국 최소한의 그릇을 만들어주고, 조금씩 성장하게 하는 것이 핵심인 듯 합니다. 그릇을 만드는 것도 참 대단한 것이긴 하지요.”


이심도는 일기를 다시 읽으면서 새삼 감탄했다.

비록 내 힘을 나눠줘야 성장할 수 있다지만, 신의 그릇이었고, 신의 권능이었다.

만약 완전히 통제할 수 있었다면, 본인 스스로가 신이 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리라.


“허허··· 신이라기보단 기생충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게다가 그 권능을 공유한다지만, 결과적으로 전 문주는 신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는 신이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그는 그것을 통제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결과적으론 그렇긴 합니다만, 전 문주가 거부하긴 힘들었을 겁니다. 신의 권능이라니··· 게다가 이렇게 통제를 벗어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을 테니까요.”


“음, 확실히 그렇군요. 신의 권능이라··· 게다가 전 문주의 일평생 염원이기도 했으니···”


힘에 대한 유혹.

그것은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기도 했다.

결국 비전을 연마하는 것은 강해지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신의 권능’은 힘만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 신이 된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였으니, 누구에게나 어마어마한 유혹일 것이었다.


“제가 잠깐 대화를 나눠본 바로는 음인문의 기억을 공유하는 것은 아닌 듯 했습니다. 저를 알아보지 못했거든요. 그렇다면 스스로 보고 듣고 성장한다고 보는 편이 옮겠지요. 그렇게 성장한 의식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숙주를 지배해버리는 것이리라 추정합니다. 음천의 상태로 화했을 때, 음인문에게 그 기억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심도는 잠깐이지만 음천과 대화를 나눠본 바, 생각을 더듬어서 음천에 대한 기억과 추론을 음인적에게 전달했다.


“그 형상이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고 하셨지요?”


“네, 그 말투 또한, 어린 아이와 같았습니다.”


“아마 모습은 성장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지 않나 싶군요. 그렇다면, 그 정도만 성장해도 숙주를 지배하기에 충분하다는 의미일 겁니다. 만약 어른의 형상을 취할 정도가 되면, 다른 인간들도 지배당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음인적은 최악의 경우까지 상정하고 있었다.

인간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신.

충분히 말이 되는 가정이었다.


“진팔미가 새로운 숙주가 되었다는 것에서 그 예상의 가능성이 보이는 군요. 그녀라면 아무리 강적이라도 흔적 없이 제압하긴 어려웠을 테니 말입니다.”


“주변에 전투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나 보군요.”


“네, 문주님께 들은 싸움과 전 문주가 광태를 보이면서 만들어낸 흔적 외에는 별다른 전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음살문이 지닌 추적술 중에는 흔적을 토대로 싸움을 재현하는 비술이 있었다.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었지만, 적어도 언제 어느 정도의 강자가 충돌했는지 대략적으로 가늠하는 정도는 충분했다.

적어도 최근 진팔미가 싸웠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간나시면 선추댓 부탁드려요~


항상 건강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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