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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86,063
추천수 :
1,521
글자수 :
305,543

작성
20.02.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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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2쪽

28. 외가(外家) (4)

DUMMY

무언가 말하기 곤란한지, 백오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하태현은 안절부절 못하는 듯 했지만, 이심도는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그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팔미(七美)는···”


“현재 유일하게 존재하는 특급살수입니다. 본래의 명칭은 진팔(陳八)입니다만, 아마도 여자다 보니 이름에 미(美)자를 붙여서 부르는 모양이군요. 음살문으로 들어온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최단기간 내에 특급살수가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흑봉님보다 더 단기간에 이룬 성과이지요.”


“흐음···”


음살문의 외가인들은 기본적으로 이름이 없었다.

다른 자들과 차이를 두기 위해서 본래의 성씨에 숫자를 붙이는 식으로 명칭을 정할 뿐이었다.

흑봉의 경우는 그 별호가 워낙 알려진 탓에 내부에서도 그렇게 부를 뿐, 그 전까지는 왕십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팔미와 내가 연인 관계였나?”


“아, 팔미에 대한 기억마저도 없으신겁니까?”


백오는 이심도의 질문에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네. 정말 연인 관계였다면 무언가 기억이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기억나지 않는군.”


“후우, 그렇습니다. 팔미가 일방적으로 쫓아다녔을 뿐이죠. 그렇다곤 해도···”


이심도의 냉정한 대답에 백오는 그저 한숨을 쉴 뿐이었다.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을 붙잡고 이야기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까.

게다가 연인관계도 아니었으니.


“그만, 어떤 말을 해도 지금은 의미가 없네. 만나면 직접 이야기해보도록 하지.”


“그··· 아닙니다. 그게 낫겠군요.”


백오는 무언가 더 말하고 싶은 눈치였다.

그러나 이심도는 냉정하게 끊어버렸다.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삼자와 이야기해봐야 아무런 의미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은 흑봉이 아니었으니, 기억이 날리 없었고.




“자, 아무튼 일단은 이미 나간 자는 어쩔 수 없지만, 한동안 추가적인 살행은 나가지 않도록 하지. 하태현, 자네는 관리자를 했던 사람들을 동원해서 이 부분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게.”


“네.”


“그리고 자네들은 내가 한 가지 새로운 비전을 알려줄 테니, 그걸 수련하도록 하게. 음살문의 금제와 세뇌는 워낙 교묘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있어서 아예 해소하는 것은 불가능하네. 경지를 높여서 그 영향력을 최소화 하는 것이 최선이지.”


이심도는 외가인들에게 영문벽무(影門闢舞)에 대해 알려주었다.

비록 영문벽무 자체가 위력적인 비전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그러나 음살문의 모든 비전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었기에, 경지를 높이는데는 매우 큰 도움을 주었다.


“허어, 이것은···”


게다가 외가인들이 익힌 무공은 모두 살상을 목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음살문의 시각에서 보면 핵심이 빠져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영문벽무가 그 핵심을 채워주는 셈이니, 경지가 높을수록 느끼는 바가 많을 것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일단 해산해서 수련에 힘쓰도록 하게. 완벽하게 외우지 못했다면, 추후 내가에 있는 아군 역시도 이곳에 합류시킬 테니 그들에게 배우도록.”


이심도는 일부러 적당한 수준에서 멈추었다.

아직은 내가와 외가가 제대로 융합되기 힘들었기에, 서로 비전을 공유하도록 하여 친분을 쌓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한 쪽만이 익히는 비전이라면 서로 꺼려할 수도 있겠으나, 영문벽무는 이심도가 창안하여 모두가 익히라고 권한 것이었다.

그런 만큼 서로 불편함 없이 공유할 수 있으리라, 이심도는 기대하고 있었다.


“하태현.”


“네.”


“이제는 시간 싸움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외가를 통째로 먹은 상황에서 저들이 조용히 있을리가 없어. 일단은 내가로 복귀하자마자 포섭된 인원과 그 가족들을 모두 이쪽으로 데리고 오도록 해. 괜히 남았다가 인질로 잡히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가족까지 말입니까? 설마하니 혈족을 인질로 삼을리가···”


“보통이라면 그렇겠지만, 흑막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돼. 물론 그 쪽에서도 상당한 저항이 있겠지만, 결국은 흑막이 주(主)고 문주는 종(從)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돼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후, 일단 명대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태현은 믿기지가 않았다.

아무리 남의 명령을 따르더라도 죄없는 혈족을 건드린다는 데, 이를 내버려둔다는 말인가?

그런 자는 문주는 커녕 가족의 자격조차도 없었다.


“그래. 우리는 지금 반역을 저지르는 것이나 다름없어.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그리고 대표 몇 명은 그 곳으로 오도록 하게.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할 테니. 백오 자네는 나를 따라오도록, 이들의 대표자는 자네이니. 자네도 참석하는 것이 맞을 터. 나머지는 경계만 유지하고 영문벽무를 수련하도록.”


“네!”


하태현이 급히 내가로 향한 후, 이심도는 백오를 데리고 봉우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한동안 침묵만이 흘렀다.

그러다 봉우리 부근에 도달해서야 백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쪽으로 오는 것은 처음이군요. 솔직히 말씀 드려서 지금도 이쪽으로 가기 싫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계속 떠오릅니다. 무언가 꺼림칙하다고 해야 할까요?”


“일급 살수 수준으로는 음살문의 금제를 완벽하게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겠지. 아예 내가 쪽으로는 가지 않도록 금제해 놓은 거야.”


봉우리로 다가갈수록 백오의 표정은 점점 나빠졌다..

외가에 걸려 있는 금제 중 하나가 그 부근으로 다가갈수록 꺼림칙한 느낌이 들도록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강하게 마음먹으면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약한 수준의 금제였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강력했다.

조금만 더 하면 특급 살수가 될 수 있는 백오마저도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팔미란 자는 어땠지? 그 역시도 이쪽으로 오지 않았을 듯 한데?”


“그, 그러고보니··· 대형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서 오만 곳을 다 뒤져보았건만, 음살문 내가로 갔다는 이야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은근하게 미치는 영향이 오히려 더 강력한 법이지. 아마 이쪽으로 와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을거야.”


세뇌라는 것은 그 영향력이 클수록 난이도가 놀라갔고, 도리어 풀어내기도 쉬웠다.

본래의 기억과 감정에 괴리감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기를 싫어하게끔 세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러나 만약 닭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오리 고기도 좋아하는 수준의 세뇌를 가하는 것은?


그런 만큼 이쪽으로 오면 기분이 나빠진다 수준의 금제는 사소하지만 벗어나기 힘들 수 밖에 없었다.

사소하다면 아주 사소한 내용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세뇌는 결국 완벽하게 풀어낼 수가 없지. 그런 점에서 음살문의 선조들은 참 대단한 것일세. 저 먼 과거에 이런 것들을 알아냈으니.”


“하하. 덕분에 우리는 노예 신세이고 말이죠.”


백오는 씁쓸하게 자조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런 금제와 세뇌 수법을 만들어낸 자들이 원망스러웠을 테니까.

덕분에 온갖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음살문에 충성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문주가 된다면,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거야. 물론 이미 걸린 자들에게 약간의 불편함은 남겠지만, 실력과 공헌도 외에 어떠한 차별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하겠네.”


“물론, 대형의 말씀은 믿고 있습니다.”


말을 하는 백오의 얼굴에는 신뢰가 가득했다.

진정으로 흑봉을 믿고 있으며, 존경하고 있었기에 나오는 표정이었다.

이심도는 그런 그의 모습에 조금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면, 모두에게 좋은 것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이심도는 스스로의 양심에 변명을 했다..


“그래. 한 발자국씩 나아가자고. 우선은 흑막 놈부터.”


“알겠습니다.”


“그보다 옛날 이야기나 좀 해보게.”


이심도는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아무리 양심에 변명을 해도, 백오의 신뢰 가득한 얼굴이 주는 찜찜함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이심도는 그렇게 생각했다.


“옛날··· 이야기요?”


“그래, 옛날 이야기. 아까 말했다시피 나는 상당부분 기억을 잃었다네. 그러나 혹시 아는가? 자네가 옛날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 기억이 조금이라도 돌아올지?”


“아아, 그렇군요!!! 충분히 그럴 수 있겠습니다!!!”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말에 백오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흑봉을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이야기를 꺼내었다.


“대형은 처음 볼 때부터 범상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백오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흑봉에 대한 찬사나 다름 없었다.

흑봉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그의 인격이 얼마나 고매한지, 자신들에게 얼마나 다정하게 굴었는지 등이 계속 반복되었다.

그런 이야기는 결국 봉우리에 도착할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결국 그 관리자 놈에게 무서운 맛을 보여주셨죠.”


“흠흠, 그랬군.”


“게다가···”


“잠깐, 잠깐. 다음 부분부터는 나중에 하지. 이곳이 우리의 목적지일세.”


이심도는 아쉽지만, 백오의 이야기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첫 인상과는 달리 다소 광신도 적인 면모를 보이는 백오였지만, 그의 이야기는 이심도에게도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었다.

백오의 말재주가 상당했던 것도 있지만, 흑봉의 업적이 그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흥미로운 이야기라도, 곧 있을 대화보다 중요하진 않았다.

비록 아군이라 하지만, 아직 완벽하게 하나라고 보긴 어려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질적인 만남은 이번이 처음, 이번 만남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이 앞으로도 보다 강력한 발언권을 가지게 될 것이었다.

이런 점에 대해 백오에게 말한 후, 이심도는 가장 중요한 주의사항에 대해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이곳에서는 절대 내문을 열거나 운기를 하지 않도록 해. 혹시 수련을 하고자 한다면 명상만 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꺼야.”


“물론 지금 상황에서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만···”


백오는 의구심을 표했다.

아직 이곳에 기의 흐름에 대해 알아챌 수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기가 고이는 자리일세. 그것만 해도 문제인데, 음기와 귀기, 살기가 주류라··· 아주 위험하다네.”


“그런···?!”


“그래서 음살문에서도 금지로 지정된 곳이야. 그만큼 저들과 이야기 하기에도 안성맞춤이지. 이곳에서 함부로 싸웠다간 서로 피해를 입을 뿐이니까.”


그런 점에서 이심도는 이 곳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다.

대화가 이어지다보면 조금 격렬해질 수도 있었고,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결국 힘이야말로 가장 명확하게 서로간의 우위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곳에서는 그런 싸움이 최소화될 수 밖에 없었다.


“차라리 힘의 우위를 보여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들이 흑봉님보다 강할리가 없을텐데요?”


“하태현의 사부는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대단한 고수다. 끝까지 싸우면 내가 이기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전력의 손실을 볼 이유는 없어. 다시 말하지만,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다. 우리끼리 기 싸움하느라 전력을 낭비해선 안돼.”


게다가 이심도는 스스로가 반드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급격하게 강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아직 자신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적도 아니고, 아군과 싸운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어리석은 짓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추천/댓글 해주신 분들은 더더욱 감사드려요 ㅎㅎ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만큼 다들 아프지 않도록 조심하셔서,
건강하게 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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