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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로드맨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박형준z
그림/삽화
M
작품등록일 :
2020.02.29 23:23
최근연재일 :
2020.04.04 1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423
추천수 :
142
글자수 :
118,951

작성
20.03.25 17:00
조회
367
추천
9
글자
11쪽

닥터 로드맨 5화

DUMMY

- 제 5화 -




“아빠!”


“아빠 여기 있다. 여기 있어!”


말을 하면서도 아빠는 임산부의 손을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런 식으로 보호자가 함께 있으면 의사들이 처치하는데 심적 부담감이 커진다.


시작 전 보호자를 밖으로 내보내고자 스텝에게 눈짓했다.


마음은 아프지만 임산부를 위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


“선생님!! 우리 하이디를······.”


“무슨 말씀인지 말 안하셔도 다 압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할 겁니다. 여긴 맡기시고 밖에 나가서 기다리시죠.”


“아닙니다. 저도 하이디 옆에 있겠습니다.”


요지부동인 아빠를 어떻게 해야 했기에 스텝에게 다시 눈짓했다.


단번에 의미를 알아들은 스텝이 그의 팔을 잡았다.


“아버님 저랑 같이 나가시죠. 치료 방향에 대해 설명도 들으시고 서류에 서명도 하셔야 합니다.”


“괜찮습니다. 전 하이디 옆에 있어야 합니다.”


“일단 서명을 해주셔야 처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래도······.”


스텝의 손아귀에 이끌려 나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런 아빠의 모습을 임산부가 볼까 하는 생각에 시선을 가렸다.


“어, 아빠는요?”


“외상이 있어 치료받으러 가셨습니다.”


“우리 아빠는 괜찮은 거죠?”


“네, 괜찮으십니다. 옆방에 계시니 마음 놓으세요.”


“우리 아빠 안 아프게 해주세요, 심장병이 있거든요.”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안정을 찾으셔야 태아에게 무리가 가지 않을 겁니다.”


“아기는 괜찮은 거죠?”


아빠의 안전을 확인하고서야 자신의 아이 상태를 묻는 그녀였다.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유별난 아빠 바라기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럴 수 있지.’


생각도 잠시 손은 이미 임산부 복부 위에 가있었고, 속으론 나도 모르게 태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가, 힘들었지. 이제 괜찮을 거다. 조금만 참자.’


듣지 못하는 태아에게 하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었다.


드르륵- 드륵-


처치실 안으로 들어서는 씨암 바퀴 소리에, 힘겨워하는 인턴을 볼 수 있었다.


그 뒤로 포터블 소노(portable sono:이동식 초음파)를 밀고 들어오는 스텝에게 말했다.


“자네 C라인 잡고, 가슴, 골반 촬영해!”


“예?”


“내 말 이해 못해? 라인부터 잡고. 가슴 골반 영상 찍으라고.”


너무 많은 오더를 내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움직임은 둔했다.


그런 그를 뒤로하고 인턴이 입을 열었다.


“C-라인(중심정맥) 제가 잡겠습니다.”


“뭐!”


“이런 경우 대퇴정맥(femoral vein) 잡으면 되는 거죠? 제가 해보겠습니다.”


수련의도 아닌 인턴이 대퇴 정맥을 잡겠다고 하고 있었다.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말이지만, 이글 병원에선 가능한 일이었다.


“해봤나?”


“네, 해봤습니다.”


“그래. 이름이 뭐지?”


“찰스라 합니다.”


“그럼 찰스 선생이 라인 잡아봐! 그리고 자넨 뭐해. 촬영준비 하지 않고.”


말고 함께 손이 움직였지만 잡히는 게 없었다.


그저 목덜미가 허전했다.


있어야 하는 청진기(stethoscope)가 잡히지 않았고, 어디선가 떨군 게 분명했다.


인턴 목에 걸려 있는 청진기를 들어 흉부 쪽 청진을 시작했다.


그런데 귀에 들린 청진음이 이상했고, 미간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선에 임산부의 흉강(thoracic cage)이 보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건?’


흉강을 가득 채우는 건 분명 액체였다.


‘폐수종?’


* 폐수종(pulmonary edema)이란?


폐포(pulmonary alveolus) 내에 장액성 누출액이 찬 상태를 말한다.


이는 호흡곤란이 나타나며 빈맥(ta chycardia), 부정맥(arrhythmia) 등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청진상 폐에 수포성 잡음이 들리기도 한다.


치료법으론 산소흡입과 강심제, 이뇨제 투여가 있고, 혈액을 뽑아내 심장의 부담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것도 있다. *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복부를 타진하기 시작했고, 다행히도 복근은 부드럽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손의 움직임에 따라 임산부의 미간이 일그러졌고 그건 압통(Tenderness)이 있다는 거였다.


앞에 있는 스텝을 봤다.


“CBS(혈액검사). CBR(혈액형) 테스트 하고 지혈 인자 확인해봐!”


“지혈 인자요?”


“그래. 폐출혈(pulmonary hemorrhage) 의심가니까 체스터도 찍고. 혈액 RH 네가티브면 RH-O형 줘!”


“네?”


영상촬영 전이라 스텝이 이해하지 못할 게 뻔했다.


오더에 스텝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걸 확인하고, 시선을 돌려 소노(초음파) 촬영을 시작했다.


아무리 내가 봤다 한들 믿을 확인도 필수였다.


모니터상 태아의 영상이 그려졌고, 다행히 이상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태아의 심장 움직임과 박동이 활기차다는 거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런 상황에 태아까지 상태가 악화되었다면 치명적이었을 거다.


스텝이 씨암(이동형 방사선 쵤영기)으로 체스터(흉부 방사선)를 하려는 걸 저지했다.


“뭐 하는 거지?”


“영상 촬영하려고요.”


“자넨 환자가 눈에 안 보이나? 임산부라고, 임산부!”


“아······.”


고함 소리에 스텝이 놀란 눈을 하고 있었고 그저 오더를 따른 게 분명했다.


아무리 오더(지시)라 해도 이건 아니란 생각이다.


최소한 판단은 자신도 해야 했다.


“임산부도 그렇지만 태아에게 방사선이 얼마나 악영향을 준다는 모르나. 몇 년 차야.”


“죄송합니다, 교수님.”


“뭐······?”


교수라 말하고 있는 걸 봐선 당황한 게 확실했다.


다른 스텝이 방패복(방사선 차단역할)을 들고 와 임산부 복부를 감싸주고 있었다.


센스 있는 행동이었고 다시 스텝을 봤다.


“아무리 바빠도 정신은 차리라고. 사소한 실수가 환자에게 어떤 데미지가 생길지 몰라!! 큰일이 될 수도 있단 말야!!”


“넵.”


“집중들 하자고, 집중!!”


잠시 후


스텝이 열어준 모니터 속 영상을 확인해보니, 역시 생각대로였다.


모니터 상 왼쪽 가슴이 오른쪽과 확연히 다르게 하얗게 보였고, 이건 흉강 내 출혈을 의미했다.


청진 당시 들었던 이음에 대한 설명으로 충분했다.


혈흉이었다.


* 혈흉(hemothorax)이란?


흉막강에 혈액이 저류한 상태를 말한다.


이는 외부적 충격으로 대동맥류의 파열, 인공 기흉,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간혹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기흉도 있긴 하지만 극히 드물고 웬만해선 외상에 의한 게 많다.


특히 출혈의 속도, 양에 따라서는 흉통이나 호흡곤란, 쇼크를 일으킬 수 있어 빠른 시술이나 처치가 필요하다. *


서둘러 씨암을 이용해 복부의 사진을 찍어 확인했다,


‘잠깐만. 혈흉 말고 뭐가 더 보였는데.’


사고에 의해 생긴 건 확실하지 않지만 분명 덩어리가 한곳에 있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움직인다면 혈전(thrombus)? 그런데 사이즈가······?’


정말 혈전이라면 극히 드문 상황이지만, 분명한 건 유동성있단 거였다.


임산부라 해서 혈전이 생기지 않는 건 아니지만, 시선에 보인 사이즈에 의구심이 생길만했다.


환자의 히스토리를 확인하기엔 시간이 문제였다.


같이 온 아빠에게 물어보면 빠르겠지만, 지금은 그보다 CT 촬영이 먼저였다.


사실 영상을 찍어서 확인할 필요는 없다.


그저 보여 주기용일 뿐.


병원이 뭐 자선 단체도 아니고 영리를 추구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영상촬영은 필수적이고.


이런 면에서 내가 가진 능력은 이곳 병원이 아니라 현장에서 더 유용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웬만한 대형사고가 아니고서야 의사가 현장까지 나갈 이유는 드물다.


ER에서 움직이는 것도 벅차다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혈흉(hemothorax)부터 잡고 봐야 했다.


그냥 둔다면 분명 호흡장애가 와, 태아에겐 큰 영향을 줄 거였다.


약물치료 등 여러 가지 맵을 생각해야 했지만, 확실한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삐- 삐- 삐-


버저음에 모든 스텝의 시선이 모니터로 향했고, 올 것이 왔단 생각이었다.


“써든 카디악 어레스트(sudden cardiac arrest:갑작스런 심정지)입니다.”


“······.”


“리듬 80에 세츄레이션(Saturati on:산소포화도)70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스텝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저런 놈이 처치실 스텝이란 게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라 고개가 절로 흔들렸다.


“어서 산소 풀로 주고, 체스터튜브 가져와!”


“넵.”


“뭐 하고 있어! 어레스트(arrest:심정지) 몰라? 어서 키트 가져와!”


오더에 스텝들이 분주했고 언제 왔는지 환자의 아빠도 긴장한 듯 밖에서 문고릴 잡고 있었다.


창백한 게 아빠도 안 좋아 보였지만 우선은 임산부였다.


스텝이 카트를 밀고 왔고, 위엔 삽관 준비가 된 상태였다.


“삽관 실시한다. 베타딘 주고 리도 카인(부분마취제)줘. 자넨 펙드셀(수혈용피) 하나 더 걸어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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