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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로드맨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박형준z
그림/삽화
M
작품등록일 :
2020.02.29 23:23
최근연재일 :
2020.04.04 1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412
추천수 :
142
글자수 :
118,951

작성
20.03.25 17:00
조회
356
추천
9
글자
11쪽

닥터 로드맨 6화

DUMMY

- 제 6화 -




스텝이 베타딘과 리도카인 주사기를 건네주는 사이, 펙드셀 오더를 듣은 인턴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뭐하고 있나? 펙드셀 연결하라고.”


[이건 뭐 손발이 맞아야지.]


“예? 뭐라 하신 겁니까?”


“알 거 없고, 어서 연결해!”


이러는 사이에도 바이탈은 약해지고 있어 마음이 급했다.


임산부 걱정도 있지만,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태아에겐 치명적이란 생각이 우선이었다.


손에 들린 베타딘(betadine:소독액)을 임산부 늑골(갈비뼈) 사이에 부었고, 이내 리도카인(부분마취제)을 인젝션(주사) 하기 시작했다.


신중을 기해야 했다.


리도카인이 조금이라도 혈관을 타고 흐른다면 태아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주사 후 손을 내밀었지만, 손에 들린 건 아무것도 없었다.


메스라 하지 않아도 순차적으로도 메스가 들려져야 하는 데 말이다.


“메스.”


“선생님. 우리 하이디는 괜찮은 거죠?”


“······?”


“우리 하이디······.”


부성애에 부담감이 커졌고, 시선을 피해 고갤 돌려야 했다.


그때 보인 건 인턴이었다.


“뭐해, 메스(칼).”


“아, 네.”


“돕는다고 했으면 뭘 해야 하는지는 알아야지. 아직도 학생 같아?”


인턴이 뭘 하겠나 싶은 생각이 맞은 듯 인턴은 기대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손에 메스를 건네준 인턴은 뭔가 찾고 있었고, 이내 비닐 봉투가 뜯기는 소리가 났다.


메스가 움직이자 그 자리에서 검붉은 혈액이 흘렀다.


‘뭐지, 이 기분은?’


이상하게도 여느 때와 다르게 메스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게다가 흉막(pleura)까지 단번에 절개하지 못한 듯 흉강 내 고여 있는 혈액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런 적이 없어 이상했지만, 일단은 어떻게든 삽관을 해야 했다.


“튜브(실리콘 재질의 관)줘!”


“여기 있습니다.”


말과 동시에 삽관 튜브가 들렸지만, 이 상태로 직접 삽관은 무리였다.


흉막(pleura)까지 절개하지 못한 상황에 튜브로 통과할 가능성은 낮았다.


뭔가 지지대가 필요했다.


경험이 많은 스텝이었다면 튜브를 포셉으로 잡아 줬을 텐데.


“포셉(집게)줘! 롱으로.”


“네?”


“롱포셉 달라고.”


이해하지 못해 갸웃거리는 인턴을 밀치며 스텝이 롱포셉을 건내줬다.


이런 게 연륜이란 생각이 들지만, 인턴에겐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나 또한 저럴 때가 있었으니 말이다.


건네받은 포셉으로 튜브를 잡아 절개부위에 가져다 댔고 이내 “퍽”하는 소리와 함께 뜨거운 기운이 얼굴을 뒤덮었다.


흉막이 터지며 고여 있던 혈액이 압력에 의해 튀어 올랐고 온전히 얼굴로 받아야 했다.


미간이 일그러지며 눈을 감긴 했지만 전해오는 손의 느낌상 삽관이 잘 된 게 분명했다.


손끝에 전해오는 온기의 흐름은 선혈이었다.


후---


툭 튀어나온 한숨 소리에 이어 스텝의 음성이 들렸다.


“선생님, 바이탈이 정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얼마.”


“BP 90, 리듬 103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세츄레이션은?”


“SP 87, 88, 오르고 있습니다.”


바이탈(생체리듬)이 정상으로 오른다는 소리에 모니터를 확인했다.


안도할 수 있는 상황에 얼굴에 튄 피를 닦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손이 임산부 복부 위에 올라가 있었다.


‘아가 힘들었지? 이젠 괜찮을 거다. 조금만 힘내자.’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스스럼없이 하는 말이었다.


위급 상황이 지나면 매번하는 습관적인 언행이기도 했다.


환자에게 힘을 주고 싶은 마음이기도, 자신에 대한 칭찬이기도 하고.


“펙드셀은?”


“지금 연결합니다.”


“이봐. 내가 오더준 게 언젠데 지금 달아! 자네 정신 있나!!”


“그게 펙드셀이 지금 도착해서.”


“맥기,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없으면 몸으로 뛰라고 했지. 가져 오길 기다려!”


“······.”


“그러면서 누굴 구한다고. 이건 응급이라고. 응급. 타이밍이 중요한 응급!”


“······죄.”


‘염병할 놈들. 하여간 지들이 대단한 줄 알고.’


고개가 절로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죄송합니다. 가져오는 것보다 빠를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디 생명 앞에서 그딴 핑계를 대! 제정신인가!”


“······.”


[군기 한번 잡어!!]


“예?”


이렇게까지 군기가 빠져 있을 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늘 잘해오던 이들이 응급만 발생하면 오합지졸 같이 움직이는지라, 컨트럴 타워가 꼭 필요하다.


그런 것 하나 없는 곳이 세계 굴지 병원이라니.


다시 모니터를 확인하자 임산부의 바이탈은 안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시선을 돌리려는 순간 심장 혈관 내 혈전의 모습이 들어왔다.


좀 전에 봤던 위치와는 다른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움직였다. 그럼······?’


잠시지만 많은 예우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만약 저게······. 브레인 쪽으로 이동······. 설마.’


이렇게 된 이상 CT(computer tomography:전산화 단층촬영)촬영을 통해 확인이 필요했다.


만약 생각처럼 일이 진행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맥기 선생 라인들 고정하고, CT 촬영실로.”


“네?”


“체스터(흉부) CT 촬영하게 옮기라고.”


굳이 추가 설명 따위는 필요 없었다.


오더에 따라 스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체스터 튜브 라인 고정을 마지막으로 스트레쳐 카트(stretcher cart)가 움직였다.


카트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아빠의 손길이 임산부에게 향했다.


“괜찮은 거죠?”


“한 고비 넘기긴 했는데······.”


“그럼, 또?”


걱정 가득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상황설명은 해줘야 했고, 그래서 입을 열었다.


“사고 충격에 의해 폐 쪽에서 출혈이 있어 응급처치는 했지만, 다른 소견이 있어 몇 가지 검사를 더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다른 거요?”


“네. 아마 사고 충격에 의한 건 아닌 것 같지만 일단 정확한 확인이 필요해 CT(computer tomography:전산화 단층촬영)을 하려고 합니다.”


“큰 문제는 아니겠죠?”


“지금은 뭐라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검사 후 드리죠.”


상기된 표정의 아빠였다.


“그리고 보호자님께서도 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기본적인 검사라도 받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검사만이라도 받아보시죠.”


“전 나중에 하죠. 우선 하이디가 먼저입니다, 선생님.”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이 이곳 부모도 부모였다.


움직이려는 순간 시선에 들어온 아빠의 흉부였다.


간혹 헛기침도 하고 심장 박동이 뭔가 언발란스러운 무게감을 볼 수 있었다.


‘······?’


본인이 괜찮다 하는데 뭐라 할 수 없었고 지금은 임산부 확인이 필요하기도 했다.


“뭐 하고 있어. 어서 CT실로.”


말과 함께 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아빠는 딸의 손을 놓아 주지 않았다.


“보호자님!”


“제발······. 윽.”


“괜찮으십니까?”


“별거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가슴에 손을 올리는 순간, 시선에 들어온 건 심박의 리듬이 흔들리고 있었다.


뭔가 심장을 짓누르는 것 같이 보일 정도로 운동이 힘겨워 보였다.


“보호자님! 괜한 고집부리지 마시고 심장초음파(echo)라도 찍어 보시죠? 제가 보기에 안 좋아 보이십니다.”


“괜찮습니다. 가끔 이럴 때가 있습니다. 저보다는 우리 하이디 잘 부탁드립니다.”


옆에 있는 스텝을 봤다.


“이분 에코(심장초음파) 부터 하지?”


“네?”


막무가내 오더를 내리는 날 보호자가 봤다.


“아닙니다. 조금 있으면 괜찮아집니다.”


“그래도 제 가보기엔······.”


“전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우리 하니······.”


“따님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물이라도 마시고 좀 쉬세요.”


안정을 취하란 소리를 아빠는 무시하고 있었다.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괜찮다 하니 뭐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흉통 말고는 다른 증상이 보이는 것도 아니라 더는 검사를 종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뭔가 느낌은 좋지 않았다.


“선생님, 우리 하이디 부탁드립니다. 제겐 이놈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우선 CT 보고 설명드리겠습니다. 보호자님은 저쪽에 가셔 좀 쉬시죠.”


“네. 잘 부탁드립니다.”


말을 하고 돌아서긴 했지만 찝찝함이 머릴 가시지 않았다.


‘괜찮겠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난 카트를 따라야 했다.


걸으면서도 왠지 아빠가 자꾸 신경이 쓰여 뒤따르는 스텝을 봤다.


“자넨 보호자분 신경 써줘!”


“예? 보호자분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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