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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로드맨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박형준z
그림/삽화
M
작품등록일 :
2020.02.29 23:23
최근연재일 :
2020.04.04 1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415
추천수 :
142
글자수 :
118,951

작성
20.03.26 11:00
조회
337
추천
9
글자
10쪽

닥터 로드맨 7화

DUMMY

- 제 7화 -




“그래. 뭔가 기분이 안 좋아! 보호자 분한테서 시선 떼지 마.”


“괜찮다 하시잖아요. 괜찮을 겁니다.”


“내가 하라면 하면 된다고. 어서 보호자 옆으로 가 있어!”


“······.”


“그리고 안정제도 하나 드리고.”


약을 주라는 말에 그의 표정이 변했다.


“약까지요. 그럼, 처방이······.”


“내 이름으로 하면 되잖아! 어서.”


“······?”


그랬다.


이곳은 한국이 아니라, 약 한 알 쓰는 것도 모두 처방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약물 오남용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거였다.


스텝이 뒤처지는 걸 보고는 곧장 영상의학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안에 들어서자 이미 임산부는 커다란 CT 장비 속에 들어가 있었고, 기다렸다는 듯 영상의학과 스텝이 모니터를 보여 줬다.


“선생님, 영상 나오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시죠.”


“수고 하십니다.”


“그런데 환자분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은데요. 여기 이 부분을 봐주세요.”


스텝이 가리키는 곳의 영상을 보는 순간 다시 한 번 더 놀라야 했다.


이정도까지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모니터 속 영상은 스캔 당시 봤던 영상과 거의 흡사 했다.


아니,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환자의 상태가 급했다.


모니터상 심장에서 나온 대동맥류(aortic aneurysm) 한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있는 거로 봐선 가동맥류(pseudo aneurysm) 가 확실했다.


* 대동맥류(aortic aneurysm)이란?


대동맥 중 심장에서부터 나와 왼쪽으로 아치 모양을 이루며 구부러져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형태의 동맥으로, 횡격막(diaphragm)을 지나 복부까지의 동맥을 칭한다. *


* 가동맥류(pseudo aneurysm)이란?


혈관 벽이 손상되어 혈액이 주변 조직에 흡수되는 것으로, 특히 동맥과 심장을 연결시키는 주머니가 만들어진 동맥류를 말한다. *


물론 흉강 내 출혈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혈관 상태와 혈류에 섞여 다니는 혈전도 문제였다.


혈전(thrombus)이 가동맥류 부위에 다다르면 그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젠장······. 산 넘고 또 산이네.’


물론 혈전도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가동맥류가 큰 문제였고 최선의 치료법은 OP(operation:수술)나 혈관조영술(angiography)을 하며 스텐실 시술이었다.


* 혈관조영술(angiography)이란?


방사선에 반응하는 물질을 혈액 속에 넣어, 엑스선 촬영을 통해 혈관의 모양을 확인하는 걸 말한다. *


* 스텐실 시술이란?


혈관에 이상이 생겨 혈액 순환에 영향을 주는 경우 하는 시술이다.


스텐실이란 스프링 형태의 보형물을 혈관에 삽입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출혈이나 이상 증상들을 막아낸다.


일단 서혜부(inguinal region:복부와 넓적다리 사이)에 있는 혈관(대퇴동맥)을 통해 풍선(balloon)이 달린 카테터(관)을 넣어 문제가 되는 동맥까지 진전시킨다.


그 뒤 풍선을 부풀려 좁아진 혈관을 압박하여 관강을 확보하거나, 스프링 형태의 보형물을 삽입한다.


가동맥류의 경우엔 보형물 대신 코일을 넣어 부풀어 오른 혈관을 막아 혈류통행을 막는다. *


“선생님, 이런 경우 스텐실을 해야겠죠?”


스텝이 음성이 들리긴 했지만 걱정되는 게 너무 많았다.


‘정확히 보려면 일단은 조영술을···. 하지만 그럼 태아가···.’


이런 상황에 OP를 선택한다는 건 또 다른 위험 요소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태아가 문제였다.


조영술을 위해서는 임산부에게 연속적으로 방사선을 쏴야한다.


하지만 그건 태아에게 악영향을 주는 거라, 아무리 급해도 위험을 감수하게 할 순 없었다.


더욱이 임신 34주라면 더.


물론 상황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결정을 쉽게 내리기보다는 대안을 생각해야 했다.


“그건 아닌 거 같다.”


“예?”


“뭔가 다른 대안이 없나?”


말과 동시에 두통이 생기고 있었다.


뭔가 있는 건 확실한데 임산부란 특성상 정리가 쉽지 않았다.


“다른 건 OP인데 그보다는 조영술이 먼저라 생각합니다.”


“그건 알지만. 태아에게 연속적으로 방사선을 쏘여야 한다는 게 걸려. 아무리 방패 복이라도 100% 차단할 수 없잖아.”


스텝의 옆에 서서 말을 듣고 있던 영사의학과 스텝이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하지만 이분 말씀대로 OP보다는 조영이 먼저입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생각에 생각을 또 해봐도 답은 한가지였다.


“일단 조영술을 하면서 상황에 따라 맵을 결정하지. 그게 좋을 것 같다.”


“캐쓰랩(cath lab:조형실)로 옮기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고 혹시 모르니 산부인과 콜 해. 시술 도중 응급수술 들어갈 수도 있다고.”


그때였다.


수련의가 들어와 입을 열었다.


“그냥 OP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뭐?”


이건 또 뭔가 싶어 고갤 돌렸고 그곳엔 ER 치프인 펠리 선생이 서있었다.


“이러나저러나 제왕절개해야 할 것 같은데, 뭘 망설이십니까.”


“펠리 선생! 자넨 환자를 볼 때 다 이런 식인가? 편의보다는 안전이 우선이잖아. 그리고 환자에게 생길 데미지도 생각해야지.”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까? 그냥 두 번보다 한 번에 마무리하는 게 좋겠단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자넨 뭐든지 성급해! 그게 문제라고 내가 말 안 했던가?”


“김 선생님!”


확실한 판단도 없이 오피나 시술을 한다는 건 안 될 일이다.


오피룸(수술방)에 들어가면 바이패스(bypass:인공심폐기)를 사용할 텐데, 그렇게 되면 태아의 심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머릿속에 이런 생각으로 복잡한데 자꾸 옆에서 이런저런 말들을 하니 답답했다.


확 저들을 내쫓아 버리고 싶었다.


물론 수련의들도 전공의한테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는 건 당연하다.


들은 대로 표현하면 미국은 자유주의라니까.


하지만 어설픈 의학 지식으로 한 판단은 더 위험할 수 있단 거다.


“내 결정은 하나다. 방패복 두 장으로 복부 아니 태아 보호막하고 시술한다.”


“······.”


“뭐해. 어서 시작해.”


준비하는 동안 상황을 보호자에게 설명하고자 밖으로 나갔다.


모든 선택이나 결정권은 나보단 환자나 보호자에게 우선해야 한다.


그들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즉시 검사는 고사해야 한단 말이다.


촬영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보호자가 내 손을 잡았다.


“선생님, 어떻게 된 겁니까!”


“상황이 좋지 않아, 시술을 해야될 거 같습니다.”


“시술이요?”


“네. 그런데 시술 도중 태아에게 위험요소가 생길 수도 있어서요. 최악의 경우엔 시술 도중 제왕절개를 해야할 상황이 올수도 있습니다.”


“제왕절개요?”


“따님의 대동맥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네. 대······.”


“상태로는 약물치료만으로 지켜보고 있을 수도 없을 정도라서.”


“그렇게 위험하단 말입니까?”


“아니라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잠시 보호자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건 평정심을 찾아가고 있다는 거였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도떼기시장이 될 건 안 봐도 그림이었을 텐데 말이다.


생각도 잠시 떨구고 있던 고갤 들었다.


“다른 방법은 없나요?”


“다른 방법이 없는건 아닙니다만, 수술입니다.”


“수술이요?”


“네. 하지만 환자나 태아에게 큰 무리가 될 거라 사실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차라리 검사해서 스텐실로 가동맥류를 잡는 게 더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괜찮은 건가요?”


“네. 괜찮아질 겁니다.”


“그럼 빨리해 주십시오.”


때마침 영상실에서 스트레처카트가 나왔다.


아빠는 굳은 결심을 한 듯 딸의 손을 잡았다.


“아빠, 무서워.”


“하이디, 아무 걱정하지 마. 선생님들이 널 도와주실 거고, 아빠가 옆에 있을 거야.”


“아빠, 어디 가면 안 돼.”


“안가. 아빠는 널 지켜볼 거야. 으. 으으윽.”


갑작스레 흉통이 생긴 듯 보호자는 흉부를 부여잡았다.


이내 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하더니, 자리 지탱조차 힘겨워할만큼 통증이 심한 것 같았다.


시선을 돌려 확인을 시작했다.


‘저건···.’


우려했던 대로 심장의 움직임이 미약한 게 보였다.


확인과 동시에 흉부를 부여잡으며 아빠가 그 자리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아빠! 아빠!”


“으으윽.”


“아빠!! 아빠!!!”


삽관에 의한 통증이 있는 임산부였지만, 아빠를 외치며 상체를 들었다.


그런 그녀를 스텝들이 잡았고, 난 급히 쓰러져있는 아빠에게 다가섰다.


움츠린 자세부터 바꿔 자리에 뉘어야 했다.


물론 차가운 바닥이란 점이 신경쓰였지만, 방법이 없었다.


경동맥(carotid artery:목에 있는 동맥)에서 느껴지는 리듬이 매우 약했다.


“심실세동(ventricular fibrillation)이다. 제세동기(AED:전기심장 충격기)! 제세동기 가져와!”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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