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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로드맨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박형준z
그림/삽화
M
작품등록일 :
2020.02.29 23:23
최근연재일 :
2020.04.04 1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376
추천수 :
142
글자수 :
118,951

작성
20.04.02 11:00
조회
228
추천
4
글자
10쪽

닥터 로드맨 19화

DUMMY

- 제 19화 -




복부엔 가스가 찬 듯 기포가 가득했고, 장기의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장폐색.’


잠시후 스텝이 달려왔고, 그의 손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EMR(전자차트)은?”


“이분은 난민이라 저희가 볼 수 없습니다.”


“뭐!”


“멕시코 불법 체류자입니다.”


“그게 뭐! 이 사람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야.”


“이민국에서 데리러 온다하니 저희는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난민이면 난민이지 아픈 거까지 차별을 해야 하나 싶었다.


어떻게든 손을 써야 했지만, 병원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니 머리가 아팠다.


거기다 지금은 매리선생쪽도 문제라, 더 복잡했다.


매리 선생의 경우엔 무슨 일인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라, 여기보다 더 심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거다.


어쩔 수 없이 난 마침 지나가는 호세 선생을 잡았다.


“호세 선생, 자네가 이분 좀 살펴봐 줘.”


“예? 제가요?”


“그래. 어디가 문제인지 확인부터 해줘. 자네도 멕시코쪽이잖아.”


“네. 그렇긴 하지만···.”


“자네 고향 사람일 수도 있으니, 할 수 있는 거 다 해봐! 저쪽 보고 올 테니.”


호세의 표정이 한순간 심오해졌다.


주변인들의 눈치를 일일이 살피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럼 자네만 믿겠네. 장폐색(intestinal obstruction) 같은데 소노 꼭 찍어봐!”


“예?”


“장폐색 몰라? 모르냐고!”


“그게 아니라, 그걸 어떻게···.”


“보면 딱 알아야지! 눈 똑바로 뜨고 보라고.”


“······.”


“한심한 놈 같으니라고. 도대체 남들 배울 때 뭐했어, 호세 선생!”


욱하는 성격이 발동했다.


그냥 봐도 알만한 걸 3년이나 된 놈이 모른다니.


장폐색은 나도 모르게 툭 뛰어 나온 소리였지만 확실하단 거다.


* 장폐색(intestinal obstruction)이란?


장폐색은 말 그대로 복강 내 장이 부분적 또는 완전히 막혀 음식물, 소화액, 가스 등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걸 말한다.


기계적인 원인인 기계적 장폐색(mechanical obstruction)과 장운동이 중지된 마비성 장폐색, (paralytic ileus)로 나눠진다.


기계적 장폐색인 경우 장의 유착(adhesion)에 의해 나타나고, 소장 폐색(small bowel obstruction)이나, 장관을 압박하여 폐색을 일으키기도 한다.


원인으론 탈장(hernia), 종양(neoplasm), 농양(abscess) 등을 들 수 있다.


마비성의 경우는 마취 및 수술로 인해 장의 운동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것으로, 보통은 깨어남과 동시에 회복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


“뭐해. 어서 소노 가져와서 영상부터 찍어봐!”


호세 선생이 움직이는 걸 확인한 뒤 환자를 쳐다봤다.


“Profesor, no le haré daño. Espere un momento. (선생님, 저 분이 안 아프게 해드릴 겁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Sí, gracias. (네. 감사합니다).”


“Sólo tiene que esperar un momento.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내가 하면서도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단어 하나도 모르는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해내고 있다니.


스스로에게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환자가 갑자기 자신의 배를 부여잡으며 맨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환자를 카트위로 옮길 생각에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ER 한켠에 보이는 스트레쳐 카트를 가져와, 환자를 위로 옮겼다.


“뭐해. IV 카데터랑 플루이드(수액), 데메롤(진통제), 갈로닉(Galonic:변비.위장장애등) 원앰플 가져와!”


“······.”


“내 말 안 들려! 어서 가져와!”


“네.”


다그치는 소리에 스텝이 움직였고, 잠시 후 IV를 잡을 수 있었다.


플루이드(수액)를 걸고, 주사 사이드까지 마쳤다.


들고 있는 시리지(syringe:주사기)로 눈에 보이는 환자의 이곳저곳을 찌르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고통이 잦아든 듯 보였고, 한시름 놓았으니 이젠 매리 선생쪽으로 이동할 차례였다.


“조금 있으면 호세 선생이 올 테니 그때까지 환자 상태 확인해줘!”


“네.”


“이상반응 보이면 호출하고.”


당부를 하면서도 이상하게 심장이 쿵덕거리며 불안감까지 생기고 있었다.


하지만 매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해 더 있을 순 없었다.


“매리 선생, 무슨 일이야!”


“선생님, 도와주세요. 제가······.”


“뭔데 그래?”


그를 밀치며 환자부터 살펴봤다.


시선에 들어온 건 밖에서 데리고 들어온 17세 총상 환자였다.


체스터튜브(Thoracic Catheter) 삽관 중이었던 것 같았는데, 어딘가 좀 이상했다.


설마하는 생각과 함께 놀라운 장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즈로 출혈을 막고 있는 절개된 늑간 사이로 피가 흥건하게 배어 나오고 있었다.


뭔가 잘못된 게 분명했다.


삽관조차 못 하는 위인이 아닌데 이런 상태로 둘리 없었다.


“이봐요?”


“······.”


“이봐요?”


의식이 없었다.


매리의 가운에서 펜 라이트를 들어야 동공 반사를 확인했다.


반응이 미약해 급히 동맥에 손을 올렸지만 느껴지는 리듬 또한 약했다.


‘이건···?’


“어떻게 된 거야! 왜 이지경이냐고! 그리고 이렇게 두면 어떡해!”


“······.”


당황하고 있는 매리에게 무슨 말을 더 하겠나 싶었다.


급히 뒤돌아 벤틸레이터(ventilator:인공호흡기)를 확인했지만, 이곳에 있을리 만무했다.


급했다.


이러다 익스파이어(expire:사망)가 날것 같았다.


급히 환자 상체로 올라가 컴프레이션(compression:흉부압박)을 시작하며 매리를 쳐다봤다.


“이 친구야. 지금 그러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어서 벤틸레이터(ventilator:인공호흡기) 가져와!!”


“네!”


매리가 급히 움직였고, 어쩐지 속도가 평소 같지 않았다.


잠시 후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벤틸레이터를 가져오자마자, 환자에게 리저브 마스크(Reserve Mask:산소 마스크)를 씌웠다.


경동맥에 손을 올리자 미약하지만 좀 전과는 다른 리듬(맥박)을 느낄 수 있었다.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일단 상황부터 파악해야 했다.


“매리 선생, 어떻게 된 거지?”


“······저”


“왜, 삽관하다 실수한 건가? 뭐야!”


“······.”


이런 경우 욱박지르면 안되는 걸 알고 있지만, 성격은 어쩔 수 없었다.


높아진 언성에 매리는 그저 고갤 떨구기만 하고 있었다.


내가 확인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시선을 돌려 환자의 출혈부부터 확인했다.


배어 나오고 있는 피의 색이 맑아 보이는 것이 흉강에 고여 있는 피는 분명 아니었다.


미간에 힘을 줘 흉강을 스캔하고서야 매리를 봤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삽관 과정에서 메스를 잡았던 떨리는 손에 의해 인터코스탈 아테리(Intercostal artery:갈비뼈 사이 동맥)을 절단한 거다.


다행인 건 메시브 블리딩(massive bleeding:대량 출혈)이 아니란 점이었지만 현재 환자는 총상에 의한 헤모쏘락스(Hemothorax:혈흉)이 있었다.


* 헤모쏘락스(Hemothorax:혈흉) 이란?


흉막강내에 혈액이 저류한 상태를 말한다.


외상(trauma)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가장 많으며, 그밖에는 대동맥류의 파열이나 인공기흉, 폐절제술 등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특발성 기흉도 있으며, 증상으론 출혈의 속도, 양에 따라 흉통, 호흡곤란, 쇼크가 있다.


체내에 모여있는 피를 배출해야 하기에 튜브 삽관 등을 주로 시행하며, 더러 개흉을 통해 지혈을 하기도 한다. *


급했다.


이런 상태로 뒀다가 사망 선고를 해야 할지도 몰랐다.


“뭐해. 카테터 가져와, 펙드셀도!”


“···예?”


“이 정도 출혈이면 뭘 해야겠어! [왜 정신까지 놓고 지랄이야!]”


“······?”


“이러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빨리 움직여. 빨리.”


그제야 매리가 움직였고, 난 환자에게 시선을 돌려 청진을 시작했다.


들리는 청진음은 둔탁했고, 머머(murmur:심장잡음)까지 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환자에겐 기본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하는 모니터가 어디에도 없었다.


뭘 하고 있었나 싶었지만 일단 환자부터 어떻게 해야 했다.


한쪽에 있는 모니터를 밀고와 라인을 연결하자 이내 그래프가 그려지며 버저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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