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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로드맨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박형준z
그림/삽화
M
작품등록일 :
2020.02.29 23:23
최근연재일 :
2020.04.04 1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416
추천수 :
142
글자수 :
118,951

작성
20.03.30 11:00
조회
244
추천
5
글자
10쪽

닥터 로드맨 13화

DUMMY

- 제 13화 -




환자가 거부를 하는 데도 스텝은 여전히 다릴 만지고 있었다.


이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담당과가 정해진 이후라면 이곳이 ER이라 해도 다른 이는 끼어들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영역 싸움 때문이랄까?


“환자분, 저도 의사입니다. 이 가운 안 보이십니까? 이러는 건 진료 거부입니다.”


“진료 거부? 시끄러! 너 같으면 아파 죽겠는데 가만있을 수 있어! 있냐고!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진통제라도 주고 하던가!”


“조금만 참으시면 곧 끝납니다.”


“···으윽. 아주 날 잡아라!”


“환자분, 조금만······.”


“씨팔! 너 같으면 참겠냐!”


얼척없는 상황이었다.


카트 옆으로 다가서는 순간 환자가 소매를 당겼다.


“이봐! 당신도 의사지? 이놈 좀 어떻게 해줘. 사람 잡는 거 안···.”


“진정하세요! 그렇게 화를 내시면 환자분만 더 힘들어진다는 거 모르십니까?”


“뭐?”


“아프셔도 의료진의 말에 따라주셔야, 조금이라도 빨리 괜찮아지실 수 있습니다.”


“아, 그래. 니들 다 의사라 이거지! 여기 책임자 나오라고 해!”


큰소리만 내면 다 이긴다고 생각하는지 환자는 귀청이 떨어져나가라 소리치고 있었다.


어떻게든 환자부터 진정시켜야 하는데, 생각보다 그는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인 것 같았다.


그때 시선에 보인 게 있었고, 그건 흉부 한쪽에 검은 덩어리였다.


뭔가 싶어 미간에 힘을 줬고,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 놀라야 했다.


‘저건? 렁 켄서(lung cancer:폐암)!’


한국에서 봤던 것과 흡사 아니 똑같았다.


집중을 하며 흉부를 다시 스캔했고, 검은색이 옅어지면서 조직(tissue)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봐도 켄서(암)가 확실했다.


그렇다고 지금 같은 상황에 사실을 말해줄 순 없었다.


언젠가 아니 검사를 하게 되면 알게 되겠지만, 굳이 지금 말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이 상황에서 이 사실을 알면, 아마 더 심각해질 것이었다.


“지금 같은 의사라고 저놈처럼 참으란 소리만 하는 거야! 이러다 다릴 못 쓰면? 네놈이 책임질 거냐고!”


“진정하세요. 이러다 쇼크 오겠습니다.”


“야!! 악!!”


한 고집 하는 스텝임이 분명했다.


이 정도면 물러설 줄 알아야 하는데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뭐 자존심 때문인가도 싶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할 수 없다면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저걸···확!!’


뒤통수를 한 대 치고 싶었지만, 이곳이 한국에 아니다.


한숨을 몰아쉬고는 다릴 스캔했고, 머릿속 영상엔 분명 무릎관절(knee joint)이 꺾여 있는 상태였다.


다행인 건 십자인대(cruciate ligament) 외엔 큰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더는 두고볼 수 없었다.


“이봐! 비켜!”


“어?”


“비키라고.”


스텝을 밀치고 있었고, 그는 토끼눈을 하고 있었다.


이런 행동은 안 된다고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들었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


가만뒀다간 환자 말처럼 다릴 쓰지 못할 수도 있었다.


“누, 누구십니까?”


“······!”


스텝이 밀려나며 물었지만, 말보다는 행동이 먼저였다.


환자의 종아리(calf)를 잡고, 그와 눈을 맞춰야 했다.


“뭐하고 있어. 데메롤 (Demerol:마약성 진통제)주고 대퇴골(femur) 잡아.”


“누구시냐고요?”


“오더를 들었으면 움직여야지. 어서!”


가만히 서 있는 그를 쳐다보자, 무언가가 읽혔다.


내가 미친 게 아니라면, 이건 분명 스텝의 생각일 것이었다.


처음 있는 일이라, 이게 뭔가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놀라고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뭐하고 있어!”


“······.”


그때였다.


데스크에 있던 에이미가 다가와 주사를 사이드하자, 그제서야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봐! 꽉 잡아. 움직이지 않게.”


“······.”


스텝의 입술을 앙다물고 있었고, 최선을 다해 다릴 잡고 있다는 거였다.


잠시 숨을 돌리고는 이내 정강뼈(tibia:경골)를 잡아당기며 비틀었다.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환자의 고함이 ER을 뒤흔들었다.


모든 스텝의 시선이 몰리고 있었지만, 신경 쓸 시간은 없었다.


한 번 더 다릴 잡아당기며, 이번에 반대 방향으로 비틀었다.


“악!!”


소리와 함께 반항하던 환자가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통증(pain)에 따른 쇼크(shock)가 온 거였다.


“선생님, 환자분이······.”


“잠시 쇼크가 온 거야! 좀 있으면 괜찮아질 거다.”


“예?”


“이번에 골반(pelvis) 위쪽을 꽉 잡아.”


“환자 멘탈이······.”


“어서 잡으라고, 누르고 있어도 되고.”


여전히 환자의 멘탈(의식도)을 확인하고 있는 그였다.


쇼크 상황이 발생할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한 표정이었다.


스텝 명찰을 봐야 했고, 그는 OS(정형외과) 주니어(레지던트 2년차) 루이 선생이었다.


“야!! 루이 선생! 내 말 못 알아들어? 환자는 괜찮다고 했지. 어서 골반이나 잡아!”


“······.”


“그러고도 OS라고 할 수 있어! 뭐해!”


OS란 소리와 함께 루이가 환자의 골반을 짓누르고 있었다.


정말 한심하단 생각이 절로 났다.


그의 모습에 다시 손에 힘을 줘 이번엔 무릎관절(knee joint)을 비틀었고, 통증에 반응하듯 환자의 의식이 돌아왔다.


“아악!!”


우둑 하는 소리와 함께 비틀어진 무릎 관절은 제자릴 잡아 들어갔다.


다시 미간에 힘을 줘 스캔했고, 이내 얼굴엔 미소가 그려졌다.


‘됐다.’


이제 남은 건 골절(fracture)된 손목(wrist)으로, 스캔상 노뼈(radius) 골절인 것 같았다.


현장에서 처치는 임했지만, 그건 임시라 확인이 더 필요했다.


손목에 감긴 붕대로 제거하는 동안, 도와야 할 루이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골절부(fracture region)의 영상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뭐 하나, 루이 선생. 어깨 잡아!”


“예? 영상 확인······.”


“빨리! 어깨나 잡아!”


이상하단 눈빛으로 보면서도 루이는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환자의 어깨를 잡아주자 손목을 잡아당겨 골절된 노뼈를 접골(bonesetting) 했다.


“악!” 소리와 함께 “우두둑” 소리가 들리자 어깨를 잡고있는 루이의 동공이 커지고 있었다.


골절된 노뼈가 제자릴 잡았고, 미간에 힘을 줬다.


골절부위가 정확히 들어간 걸 확인하자마자, 손을 내밀었다.


“부목(splint).”


“······.”


“뭐해!”


이곳 스텝들은 말귀가 어두운 게 분명했다.


매번 한 번으로 해결되는 게 없었고 루이도 마찬가지였다.


환자에게 부목을 대주는 손놀림만이 OS(정형외과)임을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무릴 확인하고는 다시 환자를 쳐다봤다.


“이제 괜찮을 겁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검사 진행할 거예요.”


“······.”


환자는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었고, 그건 그의 입장에선 당연한 거였다.


루이가 들고 있는 태블릿 속 EMR에 적혀있던 수많은 검사 목록들.


검사를 좋아하는 사람도 그 정도면 질리고도 남을 거다.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집중하자, 집중.’


EMR을 통해 봤던 검사내역을 떠올렸다.


하지 않은 검사 중 필요한 항목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검사요? 그럼 지금까지 한 건 어쩌고?”


“추가적으로 하는 검사들은 사고와 무관한 검사지만, 제 소견으론 꼭 해봐야 하는 것들입니다.”


“다른 걸?”


“네. 제가 선생님의 용태를 확인한 결과 미심적은 게 보여서 그렇습니다.”


“미심쩍어? 뭐가.”


“확실한 건 검사 결과 본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환자는 떨리는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섣부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 직감상 켄서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환자에게 상황을 인지시키려면 데이터가 꼭 있어야 했다.


“결과에 따라 치료도 병행할 겁니다.”


“뭘 병행해? 옳다, 너 돈냄새 맡고 이러는 거냐? 너 어디 누구야!”


“ER 근무자입니다.”


“응급실 똘마니면, 똘마니답게 짜져있어!”


더는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은 환자였다.


그래도 검사의 필요성만큼은 인지시켜줘야 했다.


“꼭 해봐야 하는 검사들입니다. 해보고도 왜 했는지 모르시겠다면, 제가 검사비 드리죠.”


“······?”


“검사는 저분이 진행해주실 겁니다. 결과나오면, 다시 뵙죠.”


“뭐, 그렇다면야 하긴 하는데. 저 새끼말고 다른 놈은 없냐? 내가 뭘 믿고 저 놈한테 내 몸을 맡겨!”


아차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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