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박형준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로드맨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박형준z
그림/삽화
M
작품등록일 :
2020.02.29 23:23
최근연재일 :
2020.04.04 1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413
추천수 :
142
글자수 :
118,951

작성
20.04.04 11:00
조회
188
추천
2
글자
11쪽

닥터 로드맨 23화

DUMMY

- 제 23화 -




“햄스, 자세 바꾸는데 도와줘. 자네는 꼬챙이 안 움직이게 잡고!”


“옙.”


“자, 셋하면 움직인다. 준비됐지? 하나 둘 셋.”


셋이란 소리와 동시에 렌스의 상체를 돌렸지만, 뭔가 잡고 있는 듯 꼬챙이를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뭔가 싶어 스트레쳐 카트 쪽을 보자마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햄스가 컴프레이션을 하는 동안 사출구 쪽으로 나온 꼬챙이 끝이 카트 바닥에 박힌 거였다.


이정도면 그냥 빼도 될 것 같았다.


손에 힘을 줘 꼬챙이를 위로 당기는 순간 다시금 아차 싶었다.


꼬챙이 끝 부분에 낚시 바늘 같이 생긴 촉이 나와 있었다.


확인하지 못한 체 꼬챙이를 제거하려 했다면 되돌릴 수 없는 사태를 만들어냈을 거였다.


이렇게 된 이상 삽입구가 아닌 사출구 쪽으로 밀어내 제거해야 할 것 같았다.


머뭇거리기엔 시간이 없었다.


“뭣들 하고 있어!! 돕지 않고.”


“······.”


“내가 꼬챙이 잡을 테니, 렌스 자세 모로 뉘어. 셋에 힘을 준다.”


서너명의 스텝들이 렌스의 상체를 잡았다.


“하나 둘 셋. 지금!”


구령에 따라 렌스의 자세가 바뀌었고, 이제 남은 건 꼬챙이를 제거하는 것 뿐이었다.


그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펠로우(수련의) 들이 몰려왔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저희가 하겠습니다.”


“뭐?”


“저희가 하겠다고요.”


“이봐!”


“교수님께서 그러라 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막무가내 일어난 일이라 황당 그 자체지만 뭐라 할 순 없었다.


뭐 이런 인사들이 있나 싶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했다.


렌스의 상태가 걱정돼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 부탁합니다.”


“네. 교수님께서 기다리시니, 의국으로 가보시죠.”


“······.”


가봐야 귀찮아질 게 뻔했다.


뒤돌아서려는 순간, 바이스의 행동에 놀라야 했다.


박혀 있는 꼬챙이를 그냥 잡아 당겨 제거하려 하고 있었다.


“이봐! 지금 미쳤어?”


“······?”


“그렇게 하면 일이 더 커진다고!”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시죠.”


아무리 그래도 잘못될 걸 알면서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때 씨암(C-Arm:이동식 투시 엑스레이 장비)이 시선에 들어왔다.


당장에 달려가 끌어왔고, 무겁던 무게감이 한순간 가벼워졌다.


날 돕는 이가 있었고, 그건 실습생인 햄스였다.


“제가 돕겠습니다.”


“고마워!”


씨암을 밀면서 소리 쳤다.


“다 손 떼!”


“······.”


“지금 건들면 환자 죽는다고!”


고함 소리에 움직임이 멈췄고, 그동안 무사히 영상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모니터에 영상이 떴고, 모든 이들이 시선이 모여 들었다.


“여기! 저 물건이 심장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잖아!”


“그런데요?”


“그리고 이곳도! 내가 왜 안 된다고 소리쳤는지 모르겠어!”


“······?”


“여길 보라고. 이 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더니, 다들 그제야 날 봤다.


“이 상황에 그냥 잡아당긴다면 어떻게 될까? 뒷감당 할 수 있어?”


“미처 확인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중간에 담당이 바뀌면 안 된다는 거야. 게다가 준비도 하나 되지 않은 상태에서.”


“······.”


“막무가내로 설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고! 기본부터 확인해야지!”


바이스와 시선을 맞췄다.


“뭐해. 수술실 확인하지 않고. NS(신경외과)랑 VS(혈관외과) 콜하고.”


“네.”


“그리고 자네들은 저기 있는 OP 카트 가져와!”


좀 전과 달리 펠로우들이 움직였고, 그들이 카트를 밀고 오면 꼬챙이를 제거해야 했다.


무사히 OP 룸이 잡힌다 해도 이런 상태로 이동시키는 건 무리였다.


“꼬챙이 아래로 밀어서 빼낼 겁니다.”


“네.”


“햄스는 아래 쪽에서 잡아당기고, 자네들은 위에서 밀어!”


오더에 따라 자세들을 취했고, 난 거즈 뭉치와 클립을 들었다.


꼬챙이를 제거함과 동시에 사출구 쪽으로 클립을 넣어 손상된 동맥 지혈을 시도할 참이었다.


실부담감이 크지만, 지금은 될 거란 생각으로 움직여야 했다.


“셋 하면 시작하는 겁니다.”


“네.”


“하나 둘···.”


셋을 세려는 순간 뭔가 찝찝했다.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라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제거하면 액티브블리딩(active bleeding:두드러진 출혈)이 발생할 거라, 손에 들린 클립으로 지혈하는 게 좀 불안한 느낌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클립을 내려놓고, 롱 크램프(clamp)를 집어 들었다.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밀어!!”


“악” 소리와 함께 흉부를 통과한 꼬챙이가 밖으로 나왔고, 그 순간 들고 있던 클램프를 사출구로 밀어 넣었다.


사출구로 손상된 동맥에서 출혈된 피가 바닥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클램프를 잡고 있는 손이 온통 피범벅이 됐고, 심박에 따라 더 쏟아졌다.


끈적임과 미끌거림이 심했지만, 지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손상된 동맥을 잡아야 했다.


미간에 힘을 주고 눈을 감았다.


오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때였다.


잠시 후


손끝에 느껴져 오는 압력을 따라 움직였고, 이내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출혈이 적어졌다.


제대로 잡은 게 확실 했지만, 혹시 몰라 한 번 더 스캔했다.


다시 손에 크램프를 들어 손상된 동맥의 다른 쪽을 잡았다.


“후” 하며 한숨이 길게 나왔다.


이제 남은 건 이곳이 아니라 수술방에서 할 일들 뿐이었다.


바이스들을 돌아봤다.


“출혈 잡았다. 빨리 OP룸으로.”


“네.”


“NS(신경외과), VS(혈관외과) 콜 넣었지?”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어서 서둘러!”


우려했던 신경이나 척추엔 문제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이젠 브레인이 걱정됐다.


‘서둘러야 하는데···.’


환자의 걱정이 되면서도, 아까 밀려난 것이 자꾸 떠올라 기분이 계속 좋지 않았다.


빨리 이 기분을 추슬러야 했다.


“선생님.”


익숙한 목소리에 고갤 돌려야 했고, 시선에 들어온 건 햄스였다.


“햄스, 오늘 수고 많았다.”


“아닙니다. 선생님께서 고생많으셨죠.”


“그런데 자네 말이야?”


“네?”


“이곳이 처음이 아닌 것 같던데, 출신이 어디지?”


물음에 햄스는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는 듯 입만 달싹거렸다.


“말하기 싫으면 그만 두고.”


“아, 아닙니다. 사실 전 의대출신입니다.”


“그래? 어쩐지 손발이 맞는다 했지. 그런데 왜 위생병을 지원한 거지?”


“개인적인 문제로 졸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


“수업료를 낼 수가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꿈을 접었었습니다.”


“그럼, 지금은 이루기위해 위생병으로 있는 거군. 아, 그보다 왜 부른 거지?”


햄스도 문득 생각난 듯 눈을 크게 떴다.


“사실 선생님이 하시는 처치에 놀라서요. 어떻게 영상도 보지 않고 출혈을 막으셨습니까? 제가 보니 출혈부도 보이지 않던데.”


“그거 말인가?”


“그것도 있지만, 외상실에서 선생님 OP 대단했습니다. 수처법도요.”


“수처···?”


“써전 (surgeon:외과의사)이 하고 싶어서 의대에 갔었거든요. 근데 관두기 전까지도 배운 적 없었던 거라서.”


마음이 아팠다.


저 정도의 순발력과 의욕을 가진 사람은 의료계에서 필요한 인재다.


그런 그가 경제적 이유로 꿈을 멈췄었다니.


의대.


모두가 한 번쯤 꿈을 꾸는 곳이지만, 사실은 뒷받침이 없다면 힘이 많이 든다.


내 과거를 봐도 그랬다.


타 과외부터 각종 알바를 이어가며, 학비를 내봤던 나로썬 그 힘듬을 잘 안다.


“군에 들어와서도 본 적이 없고요. 제가 꿈을 접은 적이 있긴 하지만, 요샌 위생병 제도에 희망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궁금합니다.”


“희망?”


“하고자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제겐 써전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길이거든요.”


“······.”


“그 수처법, 처음 봤습니다. 꼭 가르침을 받고 싶습니다.”


“가르쳐? 내가?”


“네. 가르쳐만 주신다면 실습기간 동안 제가 뭐든 돕겠습니다.”


“······.”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수처를 한 건 사실이지만, 나도 내가 쓴 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실대로 말했다간 미친놈 취급은 기본일 거였다.


“선생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게···.”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닥터 로드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닥터 로드맨 25화 20.04.04 255 3 11쪽
24 닥터 로드맨 24화 20.04.04 196 2 11쪽
» 닥터 로드맨 23화 20.04.04 189 2 11쪽
22 닥터 로드맨 22화 +1 20.04.03 216 2 11쪽
21 닥터 로드맨 21화 20.04.03 203 2 11쪽
20 닥터 로드맨 20화 20.04.02 232 5 11쪽
19 닥터 로드맨 19화 20.04.02 231 4 10쪽
18 닥터 로드맨 18화 +1 20.04.01 234 5 11쪽
17 닥터 로드맨 17화 20.04.01 231 5 10쪽
16 닥터 로드맨 16화 20.03.31 233 5 9쪽
15 닥터 로드맨 15화 20.03.31 233 5 11쪽
14 닥터 로드맨 14화 20.03.30 241 5 10쪽
13 닥터 로드맨 13화 20.03.30 244 5 10쪽
12 닥터 로드맨 12화 +1 20.03.28 271 5 10쪽
11 닥터 로드맨 11화 20.03.28 273 7 11쪽
10 닥터 로드맨 10화 20.03.27 299 6 11쪽
9 닥터 로드맨 9화 +1 20.03.27 312 7 11쪽
8 닥터 로드맨 8화 +1 20.03.26 318 6 10쪽
7 닥터 로드맨 7화 20.03.26 337 9 10쪽
6 닥터 로드맨 6화 20.03.25 357 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