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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로드맨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박형준z
그림/삽화
M
작품등록일 :
2020.02.29 23:23
최근연재일 :
2020.04.04 1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426
추천수 :
142
글자수 :
118,951

작성
20.03.25 11:00
조회
379
추천
10
글자
11쪽

닥터 로드맨 4화

DUMMY

- 제 4화 -




손끝에 전해 오는 미동이 있었고 그건 혈관에서 품어 나오는 출혈압임이 분명했다.


포셉으로 혈관을 잡자,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지혈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남은 다른 혈관을 확인할 생각으로 다시 미간에 힘을 주자 이번엔 복부 영상이 보였다.


순간 절로 웃음이 나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절손된 혈관 두 개를 포셉이 모두 잡아 지혈에 성공한 상태였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라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다시 자상부(contusion)를 확인했고 모두 잡은 게 분명할 정도로 출혈은 없었다.


“바이탈은?”


“정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출혈을 잡으신 겁니까?”


“세츄레이션은?”


“그게······SP 86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햄스의 물음에 답보다는 움직여야 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된 것도 있지만, 계속해서 몰려오는 환자들을 생각해야 했다.


“지금부터 햄스 자네가 이 환자 맡아!”


“예?”


“이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왜 못해?”


“그건······.”


위생병인 햄스에게 환자를 맡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현재 상황에선 손 하나라도 필요했다.


“나보고 하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뭐해!! CS(chest surgery:흉부외과)에 이머전시 오피(emergency operation:응급수술)환자라 콜해. 참 VS( Vascular Surgery:혈관외과)에도!”


“······.”


“전신 스캔 하는거 잊지 말고. 맞다, 하는 김에 NS(neuro surgery:신경외과) 도 콜 넣어!”


노티를 들은 햄스는 스트레쳐카트(stretcher cart)를 밀며 ER 방향으로 사라졌다.


한 건 했단 생각도 잠시, 다급하게 굴러가는 카트 바퀴 소리가 들렸다.


“비켜요, 비켜!”


“응급입니다. 비켜주세요!”


시선에 들어온 건 카트 위에 있는 임산부였고,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두부(두개골) 열상과 대퇴부 쪽에 출혈이 있는 상태였다.


혈흔이 묻어 있는 이가 따라온 게, 아무래도 여자의 보호자인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첵 교수가 부른다고 달려갈 이유가 없었다.


시선을 돌려 임산부의 전신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보이는 대로 두부 열상과 대퇴골 골절(femur fracture) 외는 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임부의 혈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뭐지?’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거란 생각이지만, 지금은 태중에 있는 태아의 상태가 더 걱정이었다.


카트를 밀고 있는 대원을 봤다.


“어떻게 된 겁니까?”


“사고 차량 탑승자입니다. 임신 34주차 임산부이고, 도착 당시 BP 100에 리듬 120이었고, 보시는 바와 같이 두부열상과 대퇴골 골절 외는 특이사항 보이지 않습니다.”


“하혈이나 출산 증후는요?”


“현재 없습니다만, 혹시 몰라 이송(transfer)을 서둘렀습니다.”


대원의 노티(설명)를 들으며 난 뒤통수가 가렵단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불렀는데도 이러고 있으니 첵 교수가 야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더더욱 그와 시선을 맞추고 싶지 않아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저 인간의 호출보다 환자가 더 급하단 생각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부턴 저희가 합니다. 안쪽으로.”


말과 동시에 스텝들이 달려들었고 스트레쳐카트는 ER 문턱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김 선생!! 김철민 선생!!”


“······.”


“야!! 동양인!!”


[지랄마. 아쉬운 놈이 오라고.]


갑자기 한국어가 튀어나오자, 대원은 날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이런 응급 상황에선 도착하지 않은 환자만을 기다리는 건 무의미하다는 거다.


한 사람이 환자라도 더 살리고 싶은 의지를 굳힐 수 없었다.


ER 문이 열리자 안쪽에서 기다리던 스텝들이 달려들었다.


“처치실 3번으로 들어갑니다.”


“네?”


“OBGY (obstetric gynecology:산부인과)콜해! 임신 34주 TA 환자 들어왔다 전하고, OS(orthopedic surgery:정형외과) 쪽도 콜넣어.”


스텝들의 대답과 함께 밀고 있던 스트레처카트가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했지만 ER은 아까 전부터 환자들로 만원 상태였다.


“비켜요! 비켜주세요. 응급입니다!”


“······!”


“거기 뭐해! 길부터 열지 않고.”


역시 한국과는 확실히 달랐다.


응급이란 고함에 분주한 ER이지만 모세의 기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몸이 불편한 환자들마저 군말 없이 우리가 달릴 수 있게 길을 터주고 있으니, 할 말은 다했다.


우당탕 탕-


갑자기 카트가 급선회했고, 무게감 때문에 생긴 관성이 원인이었다.


돌아야 하는 각도와 속도가 맞물리면서 멈출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카트를 어떻게든 세워야 했다.


대안을 생각하던 순간 지렛대가 생각났다.


재빨리 한쪽 다리에 힘을 주고는 바닥을 짚었다.


카트가 회전하면서 무게감을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안 그러면 앞에 있던 다른 베드와의 충돌이 생겼을 거고, 임산부에겐 치명적인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악!! 돌아!”


“선생님!! 괜찮으세요?”


우당탕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카트가 회전을 시작했고 이내 방향을 틀었다.


주변인들이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었지만,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아니, 임산부를 위해 무릎(Joint)과 정강이(Shin)에 전해 오는 통증을 참느라 정신이 없었다.


“난 괜찮으니, 어서 갑시다.”


“정말 괜찮으세요?”


“어서 가자고.”


스텝들의 “네.”란 대답과 동시에 스트레처카드는 날아가듯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내내 카트 위 ECG(Electro Cardiogram:바이탈 체크 모니터)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조금만 참아요. 조금만···.’


카트를 밀면서 손가락으론 임산부(pregnant woman)를 자극했다.


달리던 카트가 안정을 찾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때 방금 전까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이가 보였다.


‘누구?’


다리 외상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 곳 따라오고 있던 보호자였다.


“하이디, 괜찮아!”


“아빠!! 아빠! 어디 가지 마!”


“아빠 여기 있어.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아빠! 무서워!”


딸의 손을 놓치지 않는 아빠였다.


그간 내가 봐왔던 부녀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왠지 보기 좋았다.


한국에서야 이런 일이 특별하지 않지만, 이곳 시카고에서는 드물다.


아니, 보기 힘든 일이다.


‘뛰는 건 힘들 텐데, 속도를···.’


이들을 생각한다면 속도를 줄여야 하지만 난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뭔지 모르게 급하단 생각이 행동을 컨트럴 할 수 없었다.


“선생님, 제가 돕겠습니다.”


이건 또 뭔가 하는 생각에 곁눈질했고, 그곳엔 자신감이 기득한 인턴이 따라오는 중이었다.


물론 이곳 병원은 한국과는 다른 수련 시스템이란 걸 알지만, 적응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어린아이의 손까지 빌려야 할 정도의 상황이라 뭐라고 할 수 없지만.


“그럼 손 좀 빌리지. 씨암(C-Arm:이동식 투시 엑스레이 장비)부터 챙겨와.”


“감사합니다. 열심히······.”


“시끄럽고, 움직여.”


“네.”


대답과 함께 그의 모습이 사라졌고, 이내 스트레쳐카트(stretcher cart)는 3번 처치실 앞에 다다랐다.


처치실 문이 열리며 안에 있던 스텝과 눈을 맞췄다.


“씨암 오면 가슴(chest), 골반(pelvis) 촬영해! 초음파(Sono)촬영하게 준비해주고!”


“예?”


“뭐해! 내 말 안 들려!”


갑자기 나타나 당황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치실은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VIP가 온다고 하면 미리 준비를 하고 있는다.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우리가 아닌 다른 이가 오기로 했다는 거고, 만약 VIP라면 첵 교수가 지시했을 게 뻔했다.


‘그럼 뭐해. 먼저 온 놈이 장땡이지.’


장비를 그냥 준비만 해놓는다는 건 낭비라고 생각한다.


ER 상황에 따라 장비와 인력이 달라지는데, 이 고가 장비들을 오지도 않은 환자를 위해 세워 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뭐해! 어서 움직이지 않고?”


“여긴 교수님이······.”


“시끄러워!! 이 환자 보면서 자넨 그런 소리 할 수 있나?”


“아, 그래도···.”


“그쪽 환자 늦어진다는 소리 못 들었나보지? 비켜!!”


입구를 막고 있는 스텝을 밀어내며 안으로 들어섰다.


“선생님!”


“이건······?”


스텝의 음성 보다는 환자의 위치부터 바꿔야 했다.


“제 신호에 위치 바꿉니다. 하나 둘 셋.”


덜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임산부의 위치가 바뀌었고, 이내 스트레쳐카트(stretcher cart)가 대원과 함께 빠졌나갔다.


상황 종료인 상황임에도 못마땅한 표정의 스텝을 봐야 했다.


울그락 붉으락 거리는 걸 봐선 첵 라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초음파 촬영기 가져오란 소리 안 들렸어? 뭐해! 준비하지 않고!”


“아, 네.”


스텝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상하게 손아귀의 힘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늘 하던 체인지였지만 손이 떨리고 있었다.


임산부도 아닌 태아에겐 작은 실수도 치명적이라, 온 신경이 집중됐다.


“하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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