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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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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276

작성
22.11.0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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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DUMMY

초점을 잃어가는 셀의 시선은 노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왜 그러고 있는 거야?’

“아빠.."

‘그만해.’


마음만은 당장 노아에게 달려가 저 소름끼치는 검을 놓게 하고 싶었지만.


[반항하기는.]


자신과 똑같은, 그러나 좀 더 나이가 든 목소리가 들리고.


후욱..


어느 순간 셀은 바닥도 보이지 않는 새카만 공간에 서 있었다.


“아빠..? 어딨어?”

“그만 둬. 내가 저 놈을 그렇게 부르는 기분이라 소름끼친다.”


그때 새카만 곳 너머에서 셀 키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인영이 걸어 나왔다.

마왕, 셀리언.

그녀는 셀을 내려다보며 혐오스럽다는 듯 인상을 구겼는데,

무슨 냄새라도 난다는 듯 코까지 씰룩였다.


“이 더러운 기억들은 뭐야? 내 몸 갖고 아주 멋대로 노셨네.”


셀리언은 셀을 쳐다보는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시선을 한 채.

무언가를 보는 것처럼 눈은 연신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하!”


갑자기 참을 수 없다는 듯 헛웃음을 뱉었다.


“너 머저리야?”

“...”

“1년도 넘게 갇혀 살고, 힘은 쓰지 말라고 통제까지 받았는데.”


셀리언은 셀에게 가까이 다가가 몸을 숙여 입가를 삐뚜름하게 올린 자신의 모습이 잘 보일 수 있게 했다.

그녀가 셀을 비웃고, 하찮게 여기고 있다는 걸 굳이 보여준 셈이다.


“너 지금까지 속고 있었던 거잖아.”

“그건 내가 힘 조절을 잘 못하니까..”

“정말 그렇게 생각해?”


뭐라고 말해도 부정당할 거라는 생각에 셀이 아예 눈을 꽉 감고 귀를 막아버리자.

셀리언은 셀의 양손을 잡아 귀를 막지 못하게 하곤 똑똑히 들으라는 듯 천천히 읊조렸다.


“넌 나잖아.”

“...”

“저 놈은 사실 널 못 믿었던 거라고.”

“..니야.”

“네가 자라서 자기를 죽일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아니야!”


아무리 부정하고 셀리언을 떨치려 해도.


꽈악..


어째서인지 셀은 셀리언에게 저항할 수 없었다.


“이거 놔..!”

“불가능해.”

“놓으라고!”

“우린 결국 하나거든.”


스윽..


가위에 짓눌려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뻣뻣이 굳은 셀의 손목을 잡아 점점 가까이 다가오던 셀리언이,

부지불식간에 끈적이는 액체가 되어 녹아내렸다.


“으으..”


그건 작은 늪이 되어 셀을 삼키기 시작했고.

결국 셀은 액체가 머리끝까지 뒤덮일 정도로 반항하다가.


“아ㅃ..!”


늪 속에 빨려 들어갔다.



휘우우우..


잔해에 깔려 엉망이 된 방에서.

아티스는 꼼짝도 않고 쓰러진 셀을 푹신한 나뭇잎 더미에 눕힌 뒤.

자신의 심장에 검을 겨누고 있는 노아를 어떻게든 뜯어말리려고 하고 있었다.


“주인님! 정신 차려요!”


검은 어느새 노아의 가슴팍을 파고들어 피가 흘러내리는 상황.

아직 치명상은 아니긴 했지만.

아티스가 알 수 있는 건 이대로 뒀다간 노아가 죽을 것은 자명한 것이고,

그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얼굴을 일그러뜨린 것으로 보아 무언가에 저항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뿐이었다.


“어떡해..”


아무리 당겨도 검은 빠지지 않고.

스스로가 무력하게 느껴지는 순간.


그래도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티스는 일단,


우지직..


몸을 둘로 쪼개기 시작했다.


분신을 만들어 조인족 관할령 전체를 감싸고 있는 방해 결계 장치를 찾아 해제하려는 생각인 것이다.


그때.


바스락..


셀이 움찔, 하더니 나뭇잎 더미에서 몸을 일으켰다.


“셀님!”


때문에 반가움과 안도감에 반사적으로 아티스가 셀에게 다가가는데,


“아.. 이게 얼마만이야..”


갑자기 발을 멈추고는 셀을 쳐다보았다.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저건 셀이 아니라고.


“감각이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건 줄 몰랐네.”

“넌..”


아티스의 목소리에 그녀를 돌아본 셀의 눈이 서늘하게 번득였다.

그 무표정한 얼굴은 보는 것만으로 소름이 끼치게 만들었는데,

문득 셀이 마왕처럼 입가를 삐뚜름하게 올려 미소를 지어보였다.


“기분이 좋으면 마음이 유해진다는 게 사실인가 봐.”

“...”

“기회를 줄 테니 다 데려오라는 말이야.”


그 말을 하는 셀의 몸은 어느 샌가 점점 자라,

이젠 성인과 같은 체구가 되어 있었다.

마왕, 셀리언처럼.


“기왕이면 그 놈들을 전부 일망타진하고 싶거든.”


그 말을 끝으로.

셀리언은 자신의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빼버렸고,

아티스는 반지와 같이 사라져버렸다.


순간 정적이 감도는 방에서.

셀리언은 주변에 있는 잔해덩어리를 손짓 한 번으로 치우고는 노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잔해를 치운 것처럼 노아의 검을 움직이려고 했는지 다시 손짓을 했는데,


우뚝.


갑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직도 방해할 기운이 있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정신을 집중해 다시 움직이려 했지만.


“...”


여전히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

셀리언은 이를 갈고는 다시 정신세계로 들어갔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어째서 사라지지 않는 거야!”


머릿속에 들러붙어 사라지지 않는 셀.

끈적한 검은 액체를 뒤집어 쓴 채 주저앉아있는 셀은,

마치 주문이라도 외는 것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꺼져! 사라지라고!”

“안 돼, 안 돼, 안..”

“기억도 다 지웠는데! 어째서 자아가 남아있는 거야!”


같은 말을 외고 있는 셀은 눈은 꼭 감고 귀는 양손으로 막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마치 고통스러운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으면서도,

그것만을 계속 되새기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건 셀에게 있어서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이자, 셀리언이 셀의 것 중 지우지 않은 단 하나의 기억이었다.


죽일 거라고 마음을 먹은 듯.

결연한 표정을 지은 채 검을 겨누고 있는 노아와,

울면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셀, 본인 말이다.


“왜 그걸 보고 분노하지 않는 건데.”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왜 죽이면 안 된다고 하는 거냐고!”


분을 참지 못한 셀리언이 발길질을 해도.


퉁-!


셀리언의 공격은 셀에게 미치지 못했다.


몸을 잃고 망가진 영혼은,

영향은 끼칠 수 있을지언정.

온전한 자신의 영혼에 직접적인 해는 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저 놈은 널 죽이려고 했어!”

“안 돼, 안 돼..”

“널 의심하고 있단 말이야! 언제 다시 널 죽이려 들지 모른다고!”


쾅!


셀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막은 그래도 굳건하게 셀을 지켰고.


멈칫.


그때 갑자기 셀이 안 된다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너는 이상한 사람이야.”

“뭐?”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피하라고 했어.”

“갑자기 뭐라는 거야?”

“그리고 소리를 지르랬어.”

“대체 뭐라는..”


[그러면 아빠가 꼭 구하러 갈게.]


예전, 셀과 노아가 마왕성에서 살았을 때.

셀은 노아의 눈을 피해 마왕성을 혼자 돌아다니다가 이상한 사람을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건 사실 마왕이 성 곳곳에 설치한 함정 중 하나였는데,

다짜고짜 자신을 죽이려드는 눈알이 없고 피부는 괴사해 뚝뚝 떨어지는 그 이상한 사람을 만났을 때.

셀은 크게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고.

그때 갑자기 나타난 노아가 셀을 구한 적이 있었다.


그 뒤로 노아는 한동안 마왕성을 샅샅이 살피며 혹시 남아있는 위험요소를 찾아 없앴고,

셀을 절대 혼자 두는 법이 없었다.


불행히도 지금 그 기억은 셀리언에 의해 덧칠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오히려 기억을 지우느라 셀과 같은 기억을 전부 보게 된 셀리언이 셀이 중얼거린 말에 소리를 질러댔다.


“그건 감시야! 놈이 널 의심해서 혼자 두지 않았던 거라고!”

“그런 건 몰라! 소리를 지르면 구하러 온댔어!”


그 직후 셀은 자신의 귀를 꽉 틀어막은 채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은 셀리언이 장악한 셀의 목을 타고나와,


“아아아아-!”


노아의 정신을 흔들었다.


“윽..!”


머리를 쪼갤 것 같던 고통이 조금 옅어지고.

셀에게 다가가던 검이 자신의 심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팍!


노아는 반사적으로 검을 내팽개치듯 빼고는 아직 잔두통이 남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어떻게 된 거야?’


자신이 꼬박 3일을 같은 자세로 저항하고 있었다는 것은 물론,

방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 리가 없었기에.


노아는 마왕과 대치하던 순간이 떠오르자마자 퍼뜩 검을 쥐고 경계했다.

그리고 동시에.


“..셀?”


난데없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마왕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모습이 어딘가 익숙해서인지도 몰랐다.


“아아아아-!”

“셀!”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셀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노아가 손을 뻗어 셀을 진정시키려했지만,


파직-!


강한 전류 같은 것이 그 손을 튕겨냈다.


‘결계?’


결계라고 바로 알 수 있었던 건 노아가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었는데,

예전에 마왕 토벌을 위해 마왕이 있다는 외딴 섬에 배를 타고 접근했을 때.

지금처럼 결계가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던 일이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이 결계도 통과하려면 제작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순간이동 스크롤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셀! 정신 차려!”

“아아아아아-!


어거지로 들어가려 해도 바늘 수천 개가 동시에 꽂히는 끔찍한 느낌이 드는데다가,

그 이상으로는 아예 늪 속을 헤엄치는 것처럼 움직임이 무뎌졌지만.


파직! 파바바박!


노아는 계속 움직였다.


왜 자신이 이렇게까지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셀이 저러는 이유도 알 수 없었고,

자신이 간다고 해서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저 노아는 셀을 혼자 둘 수 없다는 생각하나로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툭.


“아아.. 아..”


노아는 초점을 잃은 눈을 하곤 소리를 지르는 셀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후욱-!


동시에 셀과 셀리언이 있는 새카만 공간으로 정신이 이동했다.




퉁-!


“기대하지 마!”

“으아아앙-!”


고함 소리와 아이울음소리를 따라 뛰어간 곳엔.


“의심하라고! 진짜로 죽이지 않을 거란 보장이 어디 있는데!”


셀리언이 셀이 만든 작은 결계를 발로 차고 있었다.


“야-!!”


그 광경을 목격했을 때.


노아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 공간은 무엇이고,

자신이 여긴 왜 있는 것이며.

셀리언이 마왕이라던가,

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등등.


그건 다 뒷전이었다.

오로지 셀을 울게 만든 셀리언에 대한 분노만 치밀었을 뿐.


때문에.

마왕을 상대했을 때를 제외하곤 단 한 번도 진심으로 휘두른 적 없는 검에 ‘검기’를 씌워,


서걱-!


베어버렸다.


그리고 셀리언은.

전에도 노아에게 잘렸던 그 팔이 다시 한 번 잘리자.


푸학-!


피 대신 치솟는 끈적이는 검은 액체를 분노와 광기가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셀을 보고 말했는데,


“이것 봐봐.”

“...”

“저 놈은 너도 가차 없이 죽일 거라고.”


그리곤 마치 원래 형체가 그랬다는 것처럼 남은 몸도 전부 검은 액체가 되어 투둑, 바닥에 떨어지다가.

끝내는 그 검은 액체마저 서서히 사라졌다.


“하아..”


끝까지 경계하다가.

노아는 셀리언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자 안도가 섞인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셀에게 다가갔다.


“늦어서 미안해.”

“아빠..”


노아가 다가가자 언제 있었냐는 듯 결계가 사라지고.

셀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대성통곡을 했는데,


“아빠아아-!”


노아가 셀을 꽉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는 사이.

그는 현실에서도 다시 아이의 몸으로 돌아온 셀을 끌어안고 달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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