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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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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276

작성
22.11.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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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DUMMY

묘족의 집정관저.


“셀.. 노아님의 딸..”

“야, 정신 좀 차려. 그런 일이 뭐..”


한두 번 일어나겠냐? 라면서 상투적인 말투로 말하려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레오가 겪은 일을 겪는 사람은 절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칼은 입만 움찔거리다,

그냥 레오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자리를 피했다.

어차피 말을 걸어도 혼이 나간 것 같은 모습으로 어어..? 하고 대답하는 게 전부이기도 했으니.


[너무 힘을 사렸나. 역시 너를 용사로 고르는 게 맞았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레오의 모습이 못미더웠기에.

테아는 몸도 없는 주제에 아직도 힘이 너무 세다며,

일리오스의 영향력에 대해 툴툴거렸고.

그는 그것에 맞장구를 치는 대신 집정관저의 위로 향했다.


체스터가 그에게 전할 말이 있다고 했으니.



“왔습니까.”


집정관의 집무실 옆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체스터가 창밖을 쳐다보다 시선을 맞췄다.

밖에선 여느 때처럼 야시장이 열려 늦은 시간까지도 북적이고 있었는데,

그가 창문을 닫자 방음마법으로 인해 그 소리가 말끔히 사라졌다.


“전 용사와 접촉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아니라 레오가 말이죠.”


덕분에 지금 정신이 완전히 나가있는 상태라는 말을 덧붙이자.

그에게 텔레팩트로 간략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달받은 체스터가 아무 표정 변화도 없이 말했다.


“연령을 바꾼다니. 그건 신체의 겉모습을 다른 것으로 투영시키는 변신마법과는 차원이 다른 마법입니다. 아마 당신이 그때 말한 것처럼 그 셀이라는 아이는 정말 마왕일지도요.”


아니면 단순히 천재일지도, 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체스터는 전자의 말에 무게를 싣고 있는 듯 보였다.


‘그때 내 말을 믿는 유일한 사람이 묘족 비서라니.’

[누구라도 믿는 게 어디야.]


덕분에 이렇게 집정관저에 머물면서 여러 정보도 쉽게 알 수 있는 거 아니냐는 테아의 말에.

칼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테아가 붙어 이것저것 조언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선 안됐기 때문이었는데,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그런 일이 일어났다간 자신이 폭파할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신이 폭파라니, 믿기 힘든 말이었기에 그냥 그녀의 신변에 큰 문제가 생기는 정도라고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당신을 부른 건 오늘 집정관이 전 용사의 동료인 하인즈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용사의 동료를 만났다는 건 경계할만한 얘기이지만, 하인즈라면..”


말을 끝맺지는 않았지만.

그가 본인의 말과는 달리 전혀 긴장하지 않는 모습에 체스터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의 통찰력은 예사로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그의 이명이 ‘현자’였다는 건 알고 있습니까?”

“현자..요?”


자신이 보고 들은 하인즈의 인상과 너무 다른데다가,

나름 정보력이라면 자신하고 있었기에.

체스터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하고 되물으니.


그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창밖을 유심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찾는 것처럼.


“분명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정보를 듣고도, 앞으로의 일을 예측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자. 한창 이름을 알렸던 시기엔 몇몇 이들은 예언자라고까지 불렀다고 하지만..”


그때.

그의 시선이 야시장 골목을 지나던 한 수수한 차림의 여자를 향했고.

그녀가 비틀거리며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자마자.


..털썩!


명치께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리고 골목 바로 밖은 사람들로 북적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쓰러진 주변엔 기이할 정도로 사람이 없었던 탓에,


스륵..


가쁘게 숨을 쉬던 것처럼 들썩이던 몸은,

결국 완전히 사그라들었다.


“그것도 정보를 물어다주는 이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창문에서 떨어져 있던 탓에 그 상황을 보지 못한 칼은.

체스터의 말을 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저보고 그 정보원들을 색출해서 어떻게 하라는 말이라면, 저는 이제 살인은 못합니다. 대외적으로 용사 동료로 활동하고 있으니 꼬투리가 잡히면 위험해지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제가 부탁하려는 것도 그런 종류는 아니고요.”


그리고 방금 사람이 죽은 것을 목격했음에도.

체스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덤덤하게 그를 쳐다보았는데,

칼은 알 도리가 없지만.

그 모습은 살리에느의 무표정한 얼굴과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저 저도 정보가 필요해서 당신을 부른 겁니다.”

“정보의 소중함에 대한 강의는 잘 들었지만, 그게 제가 체스터님을 위한 정보원이 돼야한다는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칼은 암살자로 활동했었고,

살인과 정보수집 등의 의뢰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 체스터가 부탁하려는 일은 어쩐지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정 그러시다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전혀 표정 변화가 없는 그 얼굴에.

칼은 자신의 직감이 어째서 불길하다는 경고를 보냈는지 눈치 챘다.


‘단순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감정이 없는 것 같아.’

[흐음..]


그리고 그의 생각을 들어서인지,

아니면 그녀에게만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건지.

테아는 깊은 숨이 섞인 소리만 낼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처럼 우연찮게 얻게 되는 정보가 있다면 알려주시는 정도로 만족하죠.”


그걸 끝으로.

칼은 사무실을 나와 복잡한 표정으로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는데.


“칼!”


그를 찾고 있었던 건지.

레오가 그를 발견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그러곤 빠르게 계단을 뛰어올라와,

진지하지만 열망으로 반짝이는 눈빛을 보내며 선언했다.


“만나야겠어.”

“어?”

“노아님이 놀이동산에 있다고 알려준 게 체스터님이잖아? 그러면 혹시 지금 셀..이 아니라, 노아님이 어디 있는지도 아실 것 같아서. 물론 알면 진작에 알려주셨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어때?”

“..난 반댄데.”


방금 체스터에 대한 신뢰도가 뚝 떨어진 상황에 이런 얘기라니.

칼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지만.


“아.. 역시 모르시려나? 그래도 한 번 물어는 봐야겠어.”


레오는 그의 말은 들은 체 만체하곤 계단을 올라가 버렸고.

칼은 레오를 제지하려다,


‘..뭐 어때?’


따지고 보니 그를 신경 써서 뭐하겠냐는 생각에 그냥 지금 자신이 쓰고 있는 손님방으로 걸어가 버렸다.

어차피 용사라는 직함만 받았을 뿐,

정말 그가 무언가 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헤리트의 귀족들도, 그들에게 고용된 칼 본인도 말이다.




“으음..”


호텔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아침 운동을 끝낸 힐린은,

방에 돌아와 이제 막 일어난 걸로 보이는 하인즈를 쳐다봤다.

그가 텔레팩트를 들고 침음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무슨 일 있나?”

“정기 연락이 안 와.”

“뭔 일 있는 거 아니고?”

“뭐.. 워낙 이런 일이다보니 그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정기연락은 빼먹지 않아야 하거든. 약속한 시간 말고 연락했다가 상대방한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하지만 하인즈는 조금 걱정하는 듯 하면서도.

이런 일 처음 해보는 것 같던데 잘 몰라서 이러는 건가, 하더니.


“..기다린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걱정을 날리려는 것처럼 머리를 가볍게 털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다른 선을 뚫어야겠어. 아.. 오늘이야말로 거길 가는데. 일로 가게 되다니..”

“유흥가 말인가? 전에는 꼭 가야 된다면서 일로 가는 것처럼 굴지 않았나.”

“그건, 어.. 아무튼! 혼자 가야할 것 같으니까 나중에 연락해.”


누가 보더라도 대답을 회피하면서 나가버리는 하인즈를 보고.

힐린은 체념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언니!”


그때.

하인즈가 닫고 나간 문을 셀이 아무렇지도 않게 열고 들어왔다.

분명 마법으로 잠겼을 텐데.


하지만 텔레포트 방해 결계도 뚫는 셀이 고작 방문 잠금 마법을 뚫지 못할 리는 없었고.

때문에 힐린은 다시 체념한 듯, 오히려 허탈함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왜 그러나?”

“훈련하고 온 거지?”

“훈련보다는 운동에 가깝다.”

“그래? 어쨌든 나랑 훈련 더 하자.”


전에 구슬치기라는 거 재밌지 않았냐며.

셀은 지금 아빠가 뭘 준비하고 있다고 들떠있었는데,

궁금하기는 했던 터라 셀을 쫓아가니.


노아가 자신의 아공간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내고 있었다.

그건 작은 마석들이었고,

누가 보더라도 구슬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동그랗지도 않았기 때문에.

순간 셀의 표정에 실망감이 스쳐지나갔다.


“무슨 마법이라도 쓰려고?”


마석의 용도라고 해봐야 마법 증폭 정도이기 때문에,

힐린은 노아가 무슨 마법을 쓸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물었지만.

그는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았다.


“전에 셀이 구슬치기를 재밌어 했어서. 이번엔 좀 다른 놀이를 해볼까하고.”


이미 생각해둔 곳이 있다며.

노아는 힐린과 셀을 데리고 그들도 와본 적이 있는 언덕 부근으로 향했는데,

이번엔 저번처럼 셀을 안고 다급하게 달린 것이 아닌,

주변을 천천히 구경하며 왔기 때문에.


셀은 나들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에 이미 구슬치기에 대한 실망감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이 밑에 모래사장이 있더라고.”


언덕의 반대편은 절벽이었고.

그 밑에 절벽으로 둘러싸여 한적한 해변을 가리키며 말하니.

순간 힐린조차 훈련이 아니라 그냥 놀러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쯤.


“자.”


노아는 셀을 안고 냅다 밑으로 뛰어내렸고.

그 뒤를 이어 힐린도 모래사장에 부드럽게 착지했다.


“와아아-! 또! 또 하자!”

“있다 올라갈 땐 위로 던져줄게.”

“진짜?!”


맨몸으로 놀이기구 타는 기분이라며.

셀은 당장 마법으로 자신의 몸을 띄워 똑같이 수직 낙하하는 스릴을 즐기려 했는데,


“셀, 그건 나중에 하고. 일단 기다려봐. 금방 준비 되니까.”


세 개의 마석을 건네곤, 준비하는 동안 맘에 드는 걸 골라두라고 하고.

노아는 근처에 떠밀려온 나뭇가지 하나를 잡아 모래사장에 무언가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네모..? 세모. 이게 뭐야?”


나뭇가지 끝을 따라 그려지는 도형을 보고 셀이 물어보자.


“사방치기. 몸으로 하는 땅따먹기라고 생각하면 돼.”

“사방치기.”


말하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듯 따라서 읊조렸지만.

셀이 아무리 기억을 뒤져도 그런 단어는 본 기억이 없었고.

그건 힐린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그때 구슬치기처럼 전쟁을 해 땅을 먹는다는 건가?”

“아니, 전쟁은 없어. 이건 전신을 다 써서 하는 놀이 개념이니까.”


발상이 참신해 조금 웃다가.

노아는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셀이 고르고 남은 마석 중 하나를 잡아 판의 첫 번째 칸에 던졌는데,

이어 깨금발로 가야할 곳이라던가,

돌아 나올 땐 마석을 주워서 나와야 한다는 규칙 등을 알려주니.

힐린이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균형 감각이 상당히 요구되겠군. 어째서 전신을 쓴다고 한 건지 알겠다.”

“그리고 저기서 뒤로 돈 상태로 마석을 던져서 칸 안에 떨어뜨리면 그게 자기 땅이 되는 거고.”

“그래서 땅따먹기구나?”


재밌어 보이는 건지 셀은 당장 해보겠다고 마석을 던지려 했고,

그걸 노아가 제지했다.


“잠깐만. 방금 설명한 룰로만 하면 금방 끝나니까. 나랑 힐린은 핸디캡을 줄 거고, 칸마다 랜덤으로 방해하는 마법을 걸어두자.”

“그러면 너무 어렵지 않나?”

“마법은 셀이 직접 걸 거니까 너무 어렵다 싶으면 좀 약하게 하고.”

“어, 나 마법 써도 돼?!”

“매번 안 된다고만 했으니까. 이번에 우리 딸 실력도 좀 보면 좋을 것 같아서.”

“후후.. 드디어 내 마법을 보여줄 때가 왔군.”


노아가 이렇게 마법을 써보라고 한 적이 없었기에.

셀은 잔뜩 흥분해선 칸 마다 고심하며 마법을 걸었고.

어째 아무도 이 사방치기 칸을 끝까지 갈 수 없을 거라는 걱정이 들었을 때.


셀이 자신이 가장 먼저 하겠다며 마석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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