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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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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수 :
238,276

작성
22.1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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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5화

DUMMY

시간이 좀 지나고.

앞에 기다리던 사람도 많이 사라지자,


“야, 레오. 정신차려봐.”


셀이 레오에게 좀 있으면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알려주려는데.

아직까지도 그가 어버버거리거나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게 이상해서.

셀은 이젠 얘가 어디 아픈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였다.


‘뭐.. 아빠보단 약해보이는 건 당연하다 쳐도, 그래도 용사라는 애가 왜 이렇게 비실비실해?’


그 시선에 셀이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으나.

사실 레오는 그걸 어떻게 무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솔직히 그는 지금 숨도 의식해서 쉬어야만 쉴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없는 상태였으니까.


‘지, 진정해. 진정하고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거야.’

“하, 하.. 거의 다 와서 그런가, 좀 긴장했나봐?”

“..?”


그리고 레오는 말하자마자 후회했는데,

마치 천국열차를 타는 게 무섭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말에 혹시라도 셀이 자신을 겁쟁이라고 생각할까봐 걱정된 것이다.

때문에.


“아니! 타기 무서워서 이러는 건 아니고! 이건 즐거운 긴장이랄까? 내가 원래 스릴을 즐기는 걸 좋아해서..”


이제 와서 횡설수설 말을 늘어놓았으나.

사실 처음 그가 말을 걸었을 때부터 레오가 겁이 많다고 결론지었던 셀은 이런 그의 반응이 오히려 재밌게 느껴지고 있었다.


‘흠.. 나도 어렸을 때 아빠한테 혼자 자기 무서운데 아빠가 걱정 되서 같이 자주는 거라는 거짓말을 많이 했었지..’


사실 지금도 충분히 어리지만.

셀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곤 이해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레오의 어깨를 툭툭, 쳤다.


“괜찮아. 공포라는 건 전혀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거든.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면 큰 위험 앞에서도 안일하게 행동할 테니까.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은 아주 자연스러운 거야.”

“그게 아니라..”

“그래도 타긴 할 거지? 엄청 무서워도 꼭 타고 싶어서 기다린 거잖아.”


분명 그런 게 아니고, 애초에 그가 이곳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것은 노아가 이곳에 들린 것을 우연히 목격해서였지만.


왠지 셀이 싱긋 웃으며 말하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이미 셀과 만난 이후로 레오의 머릿속에 노아를 뒤쫓는다는 목적은 잊혀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무서워도 괜찮다고?”

“그럼. 나는 오히려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해. 우리 아빠도 내가 없어지면 얼마나.. 헉!”


그러고 보니.

셀도 레오에게서 정보를 빼내겠다는 생각에 몰두한 나머지 빨리 천국열차를 타고 노아에게 돌아간다는 목적을 망각한 상황이었다.

물론 이제야 줄의 끝이 보이고,

다음에야 탈 수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잊어버릴 뻔했네. 빨리 타고 가야지.’


그리고 우연찮게도.


[아이를 찾고 있습니다. 이름은 셀, 나이는 다섯 살. 인상착의는 하늘색 원피스를 입었고, 머리색은 짙은 남색입니다. 아버님과 언니분이 애타게 찾고 있으니 셀을 보셨거나 비슷한 아이를 보신 분은 안내소에 연락 부탁드립니다.]


자신을 찾고 있다는 안내 방송까지 들은 셀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그리고 마법으로 억지로 몸과 옷을 늘인 탓에 아까부터 미세하게 옷과 몸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분명 두세 시간은 갈 줄 알았지만.

처음 해본 마법인 탓에 셀의 예상보다 빨리 효과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왠지 무리한 마법을 쓰고 있다 보니 열도 좀 오르는 것 같고.


‘..길어야 20.. 아니, 15분? 아슬아슬하게 열차는 탈 수 있겠지만..’


그때 마침 셀과 레오의 차례가 왔고.

셀은 가능한 한 빨리 타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레오를 잡아끌었다.


“아야.. 너 보기보다 힘이 세구나?”


자신이 고통을 느낄 정도의 힘을 쓰는 셀이 이상하게 느껴질 법도 했으나.

다양한 종족이 오는 관광지인 만큼 어쩌면 셀이 보이는 것처럼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득 물어보니.


“으응? 내가 무슨 종족이냐고? 그게 지금 중요해?”


당장 안전 마법이 걸린 벨트를 매고 있던 셀은 급하다며 레오를 독촉했고.

레오가 벨트를 매자마자.


“너에 대해 좀 더 알고 싶..”

“와! 출발한다!”


말을 끝맺을 새도 없이.

천국열차가 출발했다.




“하.. 이러고 기다릴 게 아니라 나도 나가서 찾아봐야 할 것 같은데..”


텔레팩트를 갖고 있는 노아는 혹시 셀을 찾으면 연락을 달라고 한 뒤 나가버린 상황.

중간에 엇갈릴 것을 감안해 대신 힐린은 안내소의 미아센터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직원이 다가와 안심시키려 했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출입구마다 직원들이 있어서 혹시 밖에 나가려고 해도 바로 연락이 올 테니까요. 그리고 저분들처럼 잃어버리자마자 바로 찾는 경우도 많고요.”


직원이 아이를 잃었다 찾은 다른 가족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은 아이에게 어디 갔었냐고 다그치면서 동시에 울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그런 부모의 모습에 연신 잘못했다고 말하며 가만히 부모의 품에 안겨있었다.


이윽고 그들이 직원에게 감사하다며 인사하고는 미아센터를 나가고.

다시 이곳엔 힐린과 직원만 남았다.

그리고 그녀는 몇 분 더 기다리다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다시 안내 방송을 해달라며 직원을 닦달했는데,

셀의 이목구비가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설명하고 피부나 머릿결이 어떻다고 거의 사진을 묘사하는 것처럼 설명하자.

직원은 그런 건 방송으로 다 말해도 소용이 없다며 곤란해 했다.


한편.



“그럼 안녕! 나 이제 가봐야 해서.”

“어? 벌써? 혹시 배고프면 나랑 같이 저녁이라도 먹자.”

“안 돼. 나 꼭 돌아가야..”

‘어라.’


천국열차를 타고 나와 빨리 레오를 떼어내려는 와중.

셀은 말하다가 순간 시선이 빙글 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덥석!


아니나 다를까 돌연 쓰러지는 셀을 레오가 급하게 잡아 부축했다.


“왜 그래? 어디 아픈.. 헉, 너 엄청 뜨거워!”

“괜찮아.. 풀면 원래대로 돌아올..”

“풀어? 뭘?”

“일단.. 가.. 떨어져야..”

“무슨 소리하는 거야?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그냥 가라고 할 수가 있어? 기다려봐. 일단 안내소로 가자.”


거기 가면 응급 환자를 위한 대비책이 있지 않겠냐며.

레오가 셀을 등에 업는 순간.


“셀!!”


마침 이 근처를 한 번 더 지나는 노아의 눈에 둘의 모습이 들어왔다.

웬 처음 보는 남자가,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남색 머리 여자를 업는 모습이 말이다.


그리고 노아의 눈에도 셀이 다섯 살의 모습이 아닌,

마왕성과 암산에서 봤던 마왕의 모습에 더 가깝다는 것은 알았지만.


확신했다.

쟤가 셀이라고.


때문에.


화악!


노아는 당장 레오에게서 셀을 떼어내 안았다.


“셀! 괜찮아? 눈 좀 떠봐.”

“아..빠..?”


그리고 셀의 말에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레오였다.


“아빠라니, 하지만..”


대번에 노아를 알아본 레오가 더듬거렸고.

노아는 그런 레오를 보고 어쩐지 낯이 익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의 허리춤에 달린 천에 감긴 성검과 설표족 특유의 귀와 꼬리를 보고 나서야 그가 누군지 알아챘다.


‘이 녀석.. 이렇게 가까이 있을 줄이야. 설마 셀을 죽이려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노아가 알고 있는 것은 눈앞의 이 녀석이 마왕의 잔재를 없애라고 했다는 명령을 받은 것과,

셀이 아파보이는 것.

그리고 암산에서처럼 갑자기 성인에 가까운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설마 얘랑 싸우면서 그 잔재가 어떤 영향을 끼친 건가?’


안 그래도 잠에 들면 종종 난동을 부리는 것을 알고 있기에.

노아는 아직 셀이 암산에서 만난 마왕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

결국 이 사태의 원인이 이 설표족 용사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일반인까지 휘말리게 하는 녀석일 거라곤 생각 안했지만.. 정정해야겠네.”

“무슨 말을.. 아니, 그전에..!”


직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기 전.

노아는 분노를 삭힐 생각도 없이 레오를 죽일 듯이 쳐다보았는데,

만일 그의 손에 셀이 있지 않았다면 벌써 그를 너댓 번은 죽였을 것 같은 악귀의 표정이었다.


그 말도 못 나오게 하는 위압감에.

레오가 전신이 떨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레오에게 노아가 다가가려던 순간.


“아빠..”


셀이 노아를 불렀고.

노아는 열로 인해 뺨이 벌겋게 달아오른 셀을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일단은 셀을 낫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터지려는 분노를 참은 것이다.


“아니야.. 내가 잘못한..”


그렇게 끝내 셀이 기절하고 말았고.

노아는 마음을 다 잡은 건지 셀을 확실하게 안아들고는 다시 레오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건 누가 보더라도 다가가면 죽을 거라는 예감을 느끼게 하는 시선이었기에.


털썩..


레오는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아,

노아와 셀이 멀어지는 걸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의사를 찾아봐야 하나? 아니, 그전에 이 증상이 일반적인 것도 아닐 텐데 의사한테 데려간다고 한들..’


뚜렷한 방도가 떠오르는 건 아니었지만.

일단 텔레포트를 써서 요정족 관할령에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에.

노아는 일단 놀이동산 출입구 쪽으로 향했는데,

자신을 수상하게 쳐다보는 시선은 무시하고 가는 도중.


슈욱..


셀의 몸과 옷이 급격하게 작아진다 싶더니.


“으음.. 아빠?”


셀이 눈을 깜박이며 일어났다.


“정신이 들어?”

“어.. 그게..”


대충 눈과 고개만 돌려 상황을 파악하고.

셀은 아직 자신이 놀이동산 내부에 있다는 것에 기절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어 당장 노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려고 했으나.


“녀석이랑 싸우기라도 했던 거야? 갑자기 없어져서 내가 얼마나.. 하..”


자신을 꽉 끌어안고 안도하는 노아의 모습에.

셀은 죄책감으로 가슴에 바늘 수천 개가 꽂히는 느낌이었다.


“그게 아니라, 사실..”


이 고통은 노아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직감에.

셀은 자신이 저지른 짓을 이실직고 했고.


잠시 후.


“그.. 진짜 잘못했어..”


차마 눈도 못 마주치겠어서 꼼지락거리며 말하니.


“...”


노아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아닌가.


그 모습에 셀은 힐긋 노아의 눈치를 보며 더 말이 길어졌다.


“천국열차를 너무 타고 싶었는데, 그렇게 안하면 못 탈 것 같았어. 그리고 타자마자 바로 아빠한테 가려고 했는데.. 진짜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셀.”

“..응..”


그리고 엄청 혼날 것을 각오하고 눈을 꽉 감고 기다리고 있는 셀을.

노아는 다정하게 안아주었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


분명 혼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예상과 다른 상황에,

셀은 어쩐지 아까 자신의 가슴에 박혔던 바늘을 이번엔 누가 망치로 콱콱 박아 넣는 고통을 느꼈다.

그 때문일까.


“응.. 으윽.. 다시는 안 그럴게..”


셀도 노아와 마찬가지로 그를 꽉 끌어안고는.

눈물이 펑펑 흐르는 걸 닦을 생각도 없이 계속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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