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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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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276

작성
22.1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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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3화

DUMMY

다음날.


“그런데 왜 나도 오라는 건데?”


아직 문이 열리지 않은 가게가 많은 유흥가에서.

노아는 왠지 드는 불안한 느낌에 하인즈를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하인즈는 노아의 질문에도 애써 진지한 표정으로 감정을 감추고,

그를 한 주점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3층 높이의 건물 하나를 다 쓰고 있는 곳이었는데,

익숙하게 뒷문을 찾아 그를 데리고 가는 걸 보면 그가 이곳의 직원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이런 데는 또 어떻게 아는 거야?”

“여기서 구인한다는 정보를 어제 들었거든. 미리 봐뒀지.”

‘설마.’


직후 찾아온 불길한 예감에 노아가 당장 뒤를 돌아 도망치려했으나.


“어머, 아직 오픈 전인데. 그쪽은 또 어떻게 알고 거기로 들어왔어?”

“직원을 구한다고 하셔서요.”


하인즈가 살짝 미소를 지어보인 모습에.

안에서 장부 같은 것을 보고 있던 묘족여자는 갑자기 떠오른 게 있는지,

눈을 크게 뜨며 반사적으로 입을 가리고 중얼거렸다.


“아, 어제 손님으로 왔었지? 기억난다.”


보기 드물 정도로 잘생긴 손님이라 기억하고 있다는 여자의 말에.

하인즈는 괜히 빼지 않고 좋게 기억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며 순순히 대답했는데,

실제로 하인즈가 겉모습‘만’은 괜찮다는 걸 노아도 알고 있긴 했지만.

여자와 하인즈의 사이가 좋아 보인다고 노아의 기분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


하인즈가 그를 굳이 이곳에 데려온 걸 감안해보면, 그에게 무슨 일을 시키려는 건지 눈에 보이는 수준이었으니.


“너 지금 뭘 어쩌자는 거야?”

“가만히 있어. 지금 얘기중이잖아.”

“...”


가만히 있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이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당장 이곳을 나올 여력은 차고 넘치기에.

여자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을 주고받은 노아는 일단 입을 다물었다.

얘기가 끝나자마자 하인즈의 뒤통수에 땜빵을 만들어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얘가 힘이 세거든요. 아마 어떤 걸 시키셔도 다 잘할 거예요.”

“그래? 근데 아무래도 인간보다는 다른 수인족 힘이 더..”

“에이, 한 번 시켜라도 보세요. 제가 장담하겠습니다.”


무슨 일이길래 이러는 건가 했더니만.


여자는 그들을 지하창고로 안내했는데,

그곳엔 오크나무로 만든 거대한 술통이 가득했다.


“자, 여기부터 저기까지 있는 오크통들을 전부 실어주면 되는데, 통 찾으러 올 사람들은 조금 있다가 올 거야. 원래는 추가금을 내고서 그 사람들한테 옮겨달라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양이 많다보니 차라리 사람을 쓰는 게 나은 수준이라서.”


관광철이라 술이 빨리 빠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아무래도 이 일 말고도 자질구레하게 힘쓰는 일이 많아 그냥 사람을 뽑기로 했다는 여자의 뒤에서.


“여기 관광철이 언젠데?”

“매일. 1년이 다 관광철이지.”

“...”


그녀에게 들리지 않게 묻는 말에 상식을 말하는 것처럼 대답하는 하인즈를 보자니 짜증이 울컥 솟았지만.


“그럼 지금 바로 이 통 좀 들어 봐봐. 아무래도 확인은 해야 하지 않겠어?”

‘대충 못 드는 척 하면 되겠네.’


그 말에 노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하인즈는 다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여기가 이 근방에서 제일 매출이 높은 데라 정보가 잘 모인다고. 네가 일해주면 그만큼 좋은 정보를 바로 알 수 있을 거 아냐.”


그녀의 말이 끝나자, 직후 하인즈가 넌지시 한 말을 들으면 말이다.


하지만 노아는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일할 생각은 없었다.


“평소에 정보원 섭외하던 실력은 어디가고 나한테 일을 시키는 건데?”

“요즘 이상하게 포섭이 안 되고 있단 말이야.”


이어 여기는 지원자 자체가 없어 불가항력이라는 말까지 들으니.


“당연하지! 돈을 얼마나 주는지는 몰라도 누가 혼자 오크통 나르는 일을 한다는 건데? 그정도 힘이면 차라리 어디 병사로 취직하는 게 나을 거 아냐.”

“어. 그래서 지원자가 없나봐. 그러니까 잘 좀 해봐.”

“너 진짜..!”

“너야말로 진지하게 생각해봐.”


그때 하인즈가 안색을 확 굳히고는 종용했다.


“지금 제일 급한 게 뭐야, 어? 체스터에 대한 정보 아니야?”

“...”

“그렇다고 내가 일하자니 나는 힘이 딸린다고.”

“자랑이다.”

“어쨌든, 여기서 일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자각 좀..”

“무슨 문제 있니?”


그때 둘이서 심각한 표정을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걸 보던 여자가 물었고.

하인즈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꾸며낸 미소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제발 잘 좀 부탁한다?”


솔직히 오크통 드는 거야 일도 아니고,

정보를 구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지만.


왠지 하인즈가 시키는 대로 한다는 점이 내키지 않았던 것이었기에.

노아는 결국 여자가 보는 앞에서 수월하게 오크통을 들어보였다.


“오.. 보기보다 힘이 좋네? 그럼 당장 오늘부터 일 해줄 수 있을까?”

“그건..”

“그럼요.”


아무리 그래도 셀과 힐린한테 말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안 된다고 말하기도 전에.

하인즈가 말을 가로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한테는 내가 말해둘게. 있다가 여기 문 열면 나도 올 거고.”


어째 하인즈의 머릿속엔 이미 이후의 계획도 다 있는 것 같은 말에,

오히려 노아의 기분은 더 나빠졌다.


‘내가 결국 일 할 걸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하지만.

하인즈는 이게 정말 필요한 일이었던 것처럼 진지하게 안도한 표정을 보였고,

노아는 그 모습에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끼다가,

잠시 후 하인즈가 가고 나서야 왜 이런 기분이 들었던 건지 떠올렸다.


‘예전에 레이첼한테 똑같이 이랬다가 대판 싸웠었잖아.’


물론 그때는 레이첼이 집정관인 점을 이용해 하인즈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흘리려다 들통난 거라 상황 자체는 달랐지만.

지금도 하인즈가 노아를 이용하려한다는 점은 비슷했던 것이다.

그답지 않게 드물게 안도한 표정을 보였다는 점까지도.


때문에 노아는 자신이 속아 넘어갔다는 생각에,

하인즈가 다시 이곳에 오기만을 이를 갈며 기다렸다.



그리고 늦은 저녁.


“오늘은 술이 잘 받네. 그 쪽이 보고 있어서 그런가.”

“너무 마시지 마. 내 얼굴은 기억하고 가줬으면 하니까.”

‘..저런 게 기술인가, 아니면..’


이 가게의 종업원인줄 모르고.

손님들은 듣기 좋으라고 한 소리에 속아 넘어가 연신 그들에게 술을 사거나,

거금을 들여 테이블을 잡아 그들과 같이 있으려 했다.


물론 맨 정신일 때 저런 말을 들어도 저들이 기분 좋게 돈을 쓸 지는 의문이었지만.


‘분위기에 휩쓸린 거겠지.’


어둑한 실내에, 술까지 들어가 왠지 모를 달뜬 기분일 테니.


그리고 노아는 그 술이 담긴 거대한 오크통을 카운터에 가져다 놓았다.


“당신, 일 잘하네?”

“..그래.”


그냥 통 좀 옮긴 것 가지고 눈을 반달처럼 뜨고 웃으며 칭찬해도.

노아는 단답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그에게 관심을 표하는 말이나 행동 자체가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탓이다.


실제로 어둑한 조명 때문에 손님은 인지하기 어렵겠지만,

노아가 보기엔 짙게 바른 화장이나 두껍게 붙인 속눈썹 같은 것들이 잘 보여서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냉담한 취급을 받는 게 익숙치 않았던 건지.


“뭐야, 재미없어.”


카운터 밖에 앉아 잠시 쉬고 있던 종업원은 삐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지 과하게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다가.


“근데 안 힘들어? 전에 일하던 사람도 오래 안 있고 도망갔는데.”


부담스러운 추파를 받는 것보다 이런 대화가 훨씬 마음이 편했기에.

노아는 계속 일을 하면서 대답했다.


“할만 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래? 의외네. 힘이 엄청 세 보이지도 않는데.”


전에 일했던 사람은 한 번에 성인 셋은 들어 올릴 수 있었다며.

종업원은 팔이 이만큼 우락부락했다고 손으로 팔위를 뭉뚱그려 보였다.


“운동 열심히 했나보네, 그 사람은.”

“그쪽은 아닌 것처럼 말하는 거야?”


뭐가 재밌는 건지 씩, 웃으며 말하더니.

그녀가 문득 생각난 것처럼 말했다.


“아, 이름이 뭐야? 난 아이나.”

“노아.”

“노아?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흔한 이름이잖아.”


정말 어디서 들은 걸 수도 있지만.

혹시나 헤리트 제국에서 용사로 공표했을 때 이름을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아는 당연하다는 듯 바로 말했고.

아이나는 그런가? 하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일하러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무언가 낌새를 눈치 챈 듯.

노아가 갑자기 가게 입구 쪽을 보며 물었으나.


“아, 난 괜찮아. 이 시간이면 항상 오는 거물이 있거든.”

“거물?”

“어디 가서 말하지 마. 손님 개인정보를 흘리는 건 여기 규칙에 위반되거든.”


어디를 가든 똑같겠지만, 이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아이나는 그 손님은 무려 집정관에서 일하는 꽤 직급이 높은 사람이라고 소근거렸다.


“설마 비서라던가..”

“하하, 그 정도는 아니고. 아니, 비서 보좌관이라고 했으니까 비슷한 걸지도.”


중얼거리는 뒷말을 들어보니.

정말 그녀의 말대로 상당히 높은 직급은 맞았다.

비서의 보좌면 적어도 비서가 하는 일을 숙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으니.


그리고 체스터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던 노아의 입장에선 희소식이기도 했다.


“정말?”

“진짜라니까. 뭣하면 내가 들어가는 룸에 너도 서빙하러 한 번 들어올래?”

“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나는 서빙은 안 하는데.”

“괜찮아. 내가 마담한테 말해둘게. 잔뜩 주문할 테니까 네가 한 번에 와주면 굳이 문 여러 번 여닫을 필요도 없고.”


그러곤 노아가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아이나는 쌩하니 가게 뒷문 쪽으로 가버렸다.


“..잘하고 있네?”


그리고.

아까 노아가 입구 쪽을 봤을 때 도착한 하인즈가 다가와,

노아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괜히 정보 얻겠답시고 수상하게 엿듣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너인 줄 알아?”

“뭐야, 나도 그런 방식은 안 쓰거든?”


그의 말에 화가 아닌,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하더니.

하인즈가 품에서 유리잔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런 거면 몰라도.”

“..뭔데?”


그 유리잔에서 일부러 감춘 듯 미미한 마나를 느끼고.

노아가 하인즈에게 설명하라는 듯 쳐다보았다.


“도청장치. 레이첼한테 연락해서, 셀이 최대한 빨리 이 마법을 배울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

“셀한테 이상한 거 가르치지 말라니까.”

“이상한 거 아니야! 지금 상황에서 이게 얼마나 쓸모 있는 건데!”


노아의 서빙 얘기가 나오자마자 다가와서 꺼내든 게 이거였으니.

하인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겠고,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너 이게 필요할지 아닐지는 어떻게 알고 셀한테 그런 마법을 가르쳐?”

“야, 이거 내가 도청장치라고 말해서 그런 거지, 실제로 건 마법은 텔레팩트에 쓰는 거랑 똑같은 거거든? 양방향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들을 수만 있는 거지만.”

“하다못해 미리 설명이라도 하던가.”

“아, 뭐.. 그건 미안해. 어쨌든, 이거 몰래 놓고 오면 끝이야. 도청은 내가 알아서 듣고 있을 테니까.”


이런 마법은 셀이 처음 써봐서 거리가 길지 않아 어쩔 수 없다며.

하인즈는 그럼 들키지 않게 잘 하라는 말을 끝으로 가게 구석으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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