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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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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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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8,276

작성
22.1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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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1화

DUMMY

피오나도 최근 신탁과 신녀에 대한 얘기는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힐린의 사형집행일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도.


그래서 신관이 길리언의 침실 문이 열리자마자 소리친 말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설마..!”


둘 중 하나.

마왕 토벌이 성공했느냐, 아니냐로 힐린의 운명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신관이 말한 제대로 된 신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피오나는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사색이 되어선 당장 신관처럼 뛰어서 길리언의 침실에 들어갔다.

뒤따라오던 시녀가 뭐라고 하든 말이다.


“신탁, 무슨 신탁이..!”

“피오나.”


길리언은 자고 있었던 건지 알 수 없게, 눈만 뜬 채 자고 있는 것처럼 침대에 누워있었다.


“지금 막 얘기를 들을 참이었으니, 너도 듣고 싶으면 듣거라.”

“네..”


말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 소리가 거의 잠에 들기 직전처럼 작았기에.

피오나는 저도 모르게 마찬가지로 소리를 작게 줄여 대답하곤 신관을 쳐다보았다.


“말해라. 이번엔 마왕이 어떻다고 했지?”


작은 목소리임에도 그 속에 약간의 비아냥이 섞여 있다는 건 피오나도 바로 알아챌 수 있었고,

신관도 그것을 느낀 건지 얼굴이 붉어지면서 조금 억울하다는 투로 이번엔 제대로 된 것이라며 대답했다.


“여신께서 용사에게 하사된 검을 회수하라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왕의 잔재가 남아있으니 새로 용사와 그 일행을 뽑아 토벌하라고..”


털썩-


용사와 검 어쩌구한 얘기도 충격적이긴 했지만.

그보다 ‘마왕의 잔재’를 토벌하라는 말에 피오나가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것이다.

마왕이 죽지 않았다는 말과 진배없었으니.


“힐린 언니..”

“이번엔 번복될 가능성은 없는 거겠지?”

“없습니다. 신녀의 기도로 여신께서 직접 강림하시어 하신 말씀이니, 번복은 있을 수 없는 신탁입니다.”


스륵..


강림이라는 말에.

길리언은 부들거리는 팔로 상체를 지탱해 억지로 몸을 일으켰는데,

그 모습에 옆에서 대기하던 시종이 길리언을 도와 그가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게 돕고는 나무 바퀴가 달린 의자를 가져왔다.


“대신들을 불러라.”


의자에 앉아 시종이 끄는 대로 방문 쪽으로 향하며.

길리언은 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시종에게 명령을 내렸고.

그에 시종은 고개를 깊게 숙여 인사하고는 잰 걸음으로 복도를 걸어가 버렸다.


“피오나.”


침실을 떠나기 직전.

길리언은 시녀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는 피오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매니스국 사절단 접견은 어찌 되었지?”

“아..”


레이첼과 말싸움을 했던 것은 화해했으니 어찌어찌 넘어 간다 쳐도.

자신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소리를 질렀고.

다른 집정관들이 그녀를 대놓고 무시했으며,

그에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는.

처참하다는 말 외엔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 결과에.


피오나는 순간 겁에 질려 길리언을 보지도 못했다.


“..역시 준비가 덜 됐다는 건가.”


그 모습에 길리언은 나직이 피오나에게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침실을 나가버렸다.


“나.. 난..”

“..차라도 한 잔 하시겠습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피오나를 보며.

시녀가 계속 엄격했던 모습을 잠시 내려놓고 피오나의 손을 잡아 제대로 서게 도와주고는 넌지시 물었지만.


“난 어떻게 해야 돼?”

“...”

“힐린 언니가 죽을 거야. 근데 난 도움도 안 되고, 쓸모도 없어. 내 코가 석자인데 내가 어떻게 언니를 돕겠어..”


평소엔 반역자인 힐린을 언니라고 절대 부르지 못하게 주의시켰으면서.

시녀는 이번만큼은 피오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얼마나 울지 말라고 교육을 시켰으면 이렇게 몸을 덜덜 떨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하는 피오나가 가엽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합니다. 본인 편을 만드세요.”

“내 편..?”

“제가 이 황궁에서 산 세월만 벌써 40년입니다. 이런 때 처세술이 능숙한 이들은 자신의 편을 이용해 상황을 타개하더군요.”


뒷공작을 벌이든, 헛소문을 흘리든.

아니면 뜻이 맞다면 적이라도 끌어들여 목소리를 높이든.


방법이야 다양하지 않겠냐는 시녀의 말에.

피오나의 초점이 사라졌던 눈에 서서히 생기가 돌았다.


“..그래, 이런 상황이라도 내 편.. 아니, 힐린 언니의 편이 되어줄 사람들이 있잖아.”

“역시 제가 모시는 황녀님입니다.”


하지만 피오나가 용사 자격을 잃기 전 당장 노아와 레이첼을 봐야겠다고 하자.


“이런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일단은 아까 중단됐던 접견을 다시 하시고, 접견이 끝나면 요정족 집정관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냐면서 따로 티타임이라도 가지세요.”


아까 레이첼의 방식대로 화해를 하긴 했지만.

그건 피오나와 그들만 아는 사실이니까.

따로 약속을 잡기엔 괜찮은 구실이다.


그렇게 피오나가 시녀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힐린을 도울 가닥을 잡아가는 동안.




“신전엔 또 어떻게 사람을 집어넣었대?”

“집어넣는 게 아니라 이미 들어간 사람과 연결점을 만든 거지.”


그것도 모르냐는 듯.

하인즈가 레이첼에게 뻗대는 얼굴을 보이려 했으나.


“그게 자랑이냐? 뒷돈 줘서 정보 산다는 말 아냐.”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고. 무슨 시장에서 장보는 것처럼 살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야!”


매니스국 사절단에게 배정된 레이첼의 방에서.

하인즈가 어이가 없다며 방에 있던 화려한 의자에 털썩, 앉더니 다리를 꼬고는 짐짓 안타깝다는 듯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탄식했다.


“내가 없는 동안 고생 좀 했겠군. 분명 힘이나 협박으로 해결한 일들이 더 많았겠지.”

“그럼 안 돼?”


셀이 질문하자.

하인즈가 되물었다.


“너희 얘 교육은 어떻게 시키고 있었던 거야?”

“너한테 들을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하고 있었습니다.”


찔리는 구석이 있는 노아가 대답을 회피했지만.

어느새 반지에서 몸을 꺼낸 아티스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에 하인즈의 시선이 진실인지 묻는 것처럼 노아와 레이첼을 향했다가 빠르게 되돌아와,

그가 자주 짓는 거짓된 상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 아티스가 하고 있었다면 믿을 수 있지. 그럼, 그럼.”


누가 들어도 과장된 말투와 행동이었는데.

아티스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더 득의양양해져선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식으로 구워삶아서 아티팩트 빼돌렸나 보네.’


어째 반년 전에 그의 집이 어떻게 털린 건지 전말이 보이는 순간.


똑똑-


노크소리가 들린 것과 동시에.

하인즈가 아티팩트로 예의 노파의 모습으로 변하고는 문을 조금만 열었다.


“여긴 요정족 집정관님이 계시는.. 아, 당신입니까.”

“여기 계신다는 말을 들어서요. 급한 건이라 이렇게 찾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 앞으로 더 잘 부탁한다는 둥 몇 마디를 나누고.

하인즈가 작은 주머니를 건넨 것을 마지막으로 그가 문을 닫고 다시 본모습으로 돌아와,

건네받은 쟁반과 그 위 찻잔 세트를 근처의 탁자에 올려두었다.


“뭐야?”

“아까 얘기했던 정보를 사는 방식이지.”


생각보다 센스와 준비성이 필요하다고 중얼거리며.

하인즈가 찻물이 든 주전자를 슬쩍 들어 그 밑에 붙은 쪽지를 떼어 펼쳤다.


“이거..”


쪽지의 내용은 그 크기로 보아 몇 줄 적혀있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하인즈는 그 짧은 쪽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왜?”

“좀 심각한데?”


그는 자신이 읽어주는 대신 노아에게 쪽지를 내밀었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한 레이첼과 아티스, 셀도 머리를 비집고는 그와 같이 내용을 확인했다.


“여신이 강림. 검을 회수하고, 용사와 그 일행을 새로 뽑아 마왕의 잔재를 토벌..”


다른 셋은 대번에 표정이 굳어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반면.

셀은 소리를 내어서 읽다가 점점 표정이 심각해져갔다.


“아빠, 아빠가 용사잖아. 아빠 용사 아니게 되는 거야?”

“그런가본데.”


이어서 셀은 쪽지 밑의 중요표시 기호와 같이 써진 문장을 가리켰다.


“이 힐린이라는 사람은 일주일 뒤 처형이라는데, 이 사람 아빠 친구라면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어.”


당연히 안 된다는 말을 끝으로.

노아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 사이 하인즈가 그의 손에서 쪽지를 도로 가져와 잘게 찢어 찻물에 녹여버렸다.

애초에 물에 잘 녹는 종이로 만든 것 같았다.


“일단.. 힐린부터 구해야겠네. 너는 몸 좀 숨기고. 셀이 갑자기 아프다면서 돌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나 안 아픈데?”

“꾀병 부리라는 거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셀의 말을 뒤로하고.

레이첼은 입을 닫고는 검지로 톡톡 두드리다가,

하인즈의 의견에 자신의 생각을 추가했다.


“노아 없이 힐린 구하기는 어려워. 내가 투명 마법이랑 인지혼란 마법을 걸어줄 테니까, 너는 아티스랑 같이 힐린 탈옥시키는 걸로. 셀은 하인즈 말대로 일단은 우리 관할령으로 돌아가면 될 것 같고.. 연락은 넣어둘 테니까 거기서 최대한 얌전히 지내면..”

“싫어. 나도 도울 거야.”

“안 돼.”


그때 노아가 단호하게 말했는데,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에 굳은 표정이 조금 무섭게 보일 정도였다.


“내가 용사로서 널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되면 애초에 네가 여기 있는 것부터가 위험해. 물론 여기서 하인즈랑 합류한 뒤엔 만약에 상황이 안 좋으면 힐린을 탈옥시킬 생각이긴 했지만, 그냥 감옥에 갇혀있는 힐린을 구하는 거랑은 달리, 처형대상인 힐린을 탈옥시키는 건 더 위험도가 큰일이라고.”

“하지만..”

“뭣보다.”


노아는 무릎을 굽혀 셀의 어깨에 양 손을 올리고 마주봤다.


“마왕의 잔재를 토벌한다잖아.”

“내가.. 마왕이었어서 도움이 안 되는 거야?”

“그게 아니야.”


셀의 머리에 손을 텁, 올리곤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셀은 내 딸인데. 딸을 지키고 싶은 건 당연한 거잖아?”

“그치만..”

“아빠라서 지키겠다고는 하지 마. 그건 아빠가 아빠로서의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거란 말이야.”

“으음..”


노아가 그렇게 되는 건 싫고.

그렇다고 그를 혼자 두고 도망치는 것처럼 돌아가기도 싫은 상황이었지만.


셀은 끙끙거리며 고민하다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에 노아도 셀에게 살짝 웃어보이곤 몸을 세웠다.


“그럼 레이첼이 말한 대로 하는 걸로. 자세한 건 일단 셀을 보내고 나서 짜는 걸로 하자.”


그 뒤는 텔레포트 마법진에 가기 전까진 일사천리였다.

딸이 아파서 돌아가겠다는 아빠를 막을 이는 없었고,

사용인들은 벌써 지시를 받았는지 의사를 불러준다며 노아를 계속 황궁에 붙들어 놓으려곤 했지만.


“검의 회수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제가 책임을 질 테니 일단은 좀 돌아가게 해 주시죠.”


대놓고 다 알고 있고, 본인도 용사의 동료로서 연관이 되어 있는 일 아니냐며.

레이첼이 책임을 진다고 하니 사용인들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텔레포트 마법진에 도착했을 때.


한 늙은 시녀가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전언이 있습니다.”


그 시녀가 피오나와 같이 접견실에 있던 시녀라는 것을 알아보고.

레이첼은 직접 텔레포트 마법진을 쓰기 전 잠시 귀를 내주었다.


“..그렇게 하죠.”


전언을 들은 뒤.

레이첼의 눈이 그들의 근처에 있던 한 붉은 태피스트리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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