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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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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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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276

작성
22.11.0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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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화

DUMMY

마왕성의, 집 몇 채는 들어갈 것 같은 거대한 홀.

반파된 천장을 통해 보이는 밖의 잿빛 하늘엔 뇌우가 그치지 않고 있었다.


콰아앙-!


그것이 마왕의 현재 심기를 보여주듯 재차 천둥과 같이 내리 꽂히는 순간.


“저주하겠다! 내가 죽어서라도..!”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 검은 피가 쏟아져 나오는 어깨 죽지를 지혈할 생각도 않은 채.

마왕은 그 웅덩이가 맺힐 정도로 모인 피를 공중에 가늘게 띄우곤.

자신의 몸 주위에 크게 진(陣)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아!”

“어, 뭔 진 모르겠지만..”


기절한 두 동료는 자신들의 뒤로 숨기고.

노아와 레이첼도 각자 검과 연한 하늘빛이 도는 마나를 마왕에게 겨누었다.

뭔지 모르는 만큼 섣불리 공격할 순 없지만, 기회만 되면 바로 달려들 기세로.

하지만.


“-=∧∪ξι.. ʼnÞ∆..”


그새 마왕의 주위에 거대한 피의 원이 하나 더 그어졌고.

동시에 고막을 긁는 목소리가 뇌를 파고들 때.


“..안 돼.”


찰나의 시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으면서도, 동시에 어디선가 저것과 비슷한 언어를 들은 것 같다는 기시감을 느낀 직후.


노아가 냅다 고함을 질렀다.


“레이! 얘들 데리고 도망가!”

“뭐?”

“자폭이다! 내가 어떻게든 막을 테니까..!”

“무슨 소리야!”


레이첼은 못 알아서 되물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만 도망치라고 한 노아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뿐.

또한 노아도 그런 레이첼의 반발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기에.


까득..


턱이 욱신거릴 정도로 이를 악문 뒤,


“저건 자폭 저주야! 어디에 가든 피할 수 없고, 어차피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그건 자신이어야 한다.

조금 신랄하게 얘기하자면, 어차피 자신은 이 세계의 사람도 아니었으니.

물론 그런 그의 생각까지는 알 수 없었던 레이첼은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았고,

만일 안다고 쳐도 납득할 인물도 아니었던지라.


“장난해?! 왜 너 혼자..!”


찬찬히 설득시킬 시간 따윈 없었다.

때문에.


“미안해. 2년 뒤에 보자.”

“너..!”


‘2년 뒤’라는 말에.

노아가 무슨 일을 벌일지 눈치 챈 레이첼이 눈을 악귀처럼 치켜뜨고 그의 행동을 막으려 했지만.


“전이!”


시동어와 같이 찢기만 하면 순간이동이 가능한 스크롤.

이 한 장을 만드는 데 1년이 걸린다.

올 때 하나 쓰고, 귀환용으로 하나 더 쓰려면 총 2년이 필요한 셈.

그래서 2년이라는 건데.


“너 죽으면 내가 죽여 버릴 줄 알ㅇ..!”


나머지 동료 둘과 같이 전이되어 사라지는 목소리를 들으니.

어째 그녀의 성격상 스크롤 제작 마법사를 갈아 마시는 한이 있더라도 2년은 안 걸릴 듯 싶다.


“∎⍴ιͶϓ..!!”

‘아슬아슬했네.’


동료들이 사라지자마자 주문을 끝낸 마왕의 주변엔 피로 만든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둥둥 떠다녔고,

아무래도 막 쓰면 안 되는 주문을 쓴 것인지 그녀의 얼굴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선 죄다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기야 더 이상 재생도 안 되는 빈사상태에서나 쓴 걸 보면 아마 한 번도 간신히 쓴 것 같긴 했다.


“아쉽게 됐네. 나밖에 못 죽이게 생겼는데, 안타깝지만 내가 그 주문엔 내성이 있거든.”


간단히 말하자면 이 세계로 본의 아니게 넘어오게 되었을 때 휘말렸던 어떤 ‘사건’의 영향이었다.

그때도 누군가 노아를 대상으로 저 저주를 걸었으니까.

때문에 당시엔 내가 왜 이런 일에 휘말려야 되는데! 같은 원망이 가득한 기분이었지만.

그 덕분에 지금 살 수 있으니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생각한 찰나.


“..큭, 크하하하!”


마왕이 웃고 있었다.


“자폭이라니, 내가 그딴 삼류가 쓸 법한 방법으로 끝을 낼 것 같았나? 용사란 놈이 내 집념을 우습게 봤군 그래.”


차가운 썰물 같은 깨달음이 몸을 훑고 지나갔을 때.

노아는 그제서야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뭐?”

“역시 용사라는 건가.. 이런 고대 주문을 어디서 겪은 것 같긴 하지만, 이건 네 놈이 들었던 것과는 다를 거다. 이건 ‘재구축’의 저주니까! 넷이서 겨우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 주제에, 네 놈 혼자 부활한 나를 이길 수 있겠나?”

“아, 망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딱 한 번 들었던 게 패인이다.

고대 주문의 종류가 한 가지라고 단정해선 안됐는데.


하지만 자책할 시간도 없었다.


이미 마왕의 몸이 입자처럼 잘게 부서지면서, 그녀가 서 있는 곳에 집중되고 있었으니.


“이걸로, 이걸로 나는 네 놈을 죽이고! 네 뒤를 지키는 그 ‘신’이라는 놈들도 다 저승..에..!”


그때.


[쯧.]


종종 들었던,

심지어 한 번은 그 주인을 직접 보기도 했던 목소리가 노아의 머릿속에 울렸다.


[고대 주문은 다 없앤 줄 알았는데.]

“일리오스!”

[아, 드디어 ‘다단계업자’라고 부르지 않는군. 역시 인간은 급할 때 찾아온 귀인에겐 예의를 갖추는 건가? 아니, 나는 인간들의 입장에선 신이니 귀신이라 불러야 하는 걸지도.. 아니, 그건 아무래도 이상해서 마음엔 안 드는군.]

“지금 그게 중요해?!”


혹시나 해서 검으로 공격해도.

고대 주문 탓인지, 주변의 간섭은 전부 튕겨 내는 급한 상황에 시덥잖은 소리나 해대고 있으니.

노아는 이 신이라는 작자에게 진심으로 뒤통수 한 대 갈기고 싶다고 느끼긴 했으나,

지금 그가 가장 필요한 순간 아니었냐며 스스로 되뇌고는 가까스로 화를 억누른 채 물었다.

마왕이 부활하는 것 좀 어떻게 할 수 없냐고.


[말했지 않나.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건 너를 데리고 오는 게 끝이었다고. 더 이상 간섭하면 세계가 무너진다니까.]

“내가 알 바야?! 마왕이 판을 치면 너도 곤란하다며?!”


노아의 말에 용사로서의 자각이 너무 없다고 툴툴거리던 일리오스가 그의 이어진 질문에 덤덤하게 대답했다.


[아,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뭐라는 거야.”


신이라는 놈이 눈도 없나, 하고 저도 모르게 말하려던 순간.

노아의 눈에 재구축이 거의 끝나가는 마왕의 모습이 보였다.

정확히는, 마왕‘이었던’ 것이 말이다.


“어.. 저게 뭐야..?”

[재구축 저주는 부활의 주문이 아니다. 저주에 속하는 만큼, 당연히 시선자의 형편에 맞춰 변형되지도 않지.]


설마.


“으아아앙-!”


노아의 현실부정을 깨울 생각인지.

마왕이 입었던 옷에 깔린 아기가 반파된 홀이 떠나가도록 울기 시작했다.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을 때.

창문을 제외한 벽면이 전부 책과 서류로 꽉꽉 채워져 있는 집무실에서,

레이첼은 이미 완성된 스크롤 하나를 연신 펼쳤다 다시 말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내일이면 된다곤 했지만..’


오히려 완성 일자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게 보편적인 심리인 것이다.

게다가.


‘그 이상한 꿈 탓도 커.’


노아가 이제 막 5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꿈이었는데,

꿈이라 가능한 거겠지만 그의 이야기에 맞춰서 여자아이가 주변에 이것저것 만들어내며 까르르 웃다가도,

노아의 손을 자신의 머리에 직접 가져다 대곤 머리를 쓰다듬으라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그가 많이 지친 얼굴에 억지로 금방 부서질 것 같은 미소를 짓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하, 개꿈이야, 개꿈.”


여기까지라면 정말 개꿈으로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이겠지만.

레이첼이 계속 이 개꿈을 곱씹는 이유는 그 직후 일어난 일에 있었다.


‘분명히 시선이 마주쳤는데.’


정말 단순히 마주쳤을 뿐인데.

레이첼은 그 시선에 어린 명백한 ‘증오’를, 꿈인데도 불구하고 전신에 오한이 들 정도로 감지한 것이다.

그런 기분이 든 것은 1년 반 전 마왕을 직접 봤을 때나 느꼈던 것인데도.


“..그러보니까 닮지 않았나?”


마왕과 그 꿈속의 여자아이.

흔하지 않은 짙은 남색 머리에, 검은 눈동자.

그리고 왠지 모르게 감도는 쌀쌀한 분위기와 상대를 꿰뚫는 듯 한 시선.


위의 사실들만 제외하면 닮았는지 판가름하기 어려울 정도로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데다가,

애초에 이딴 개꿈 가지고 전전긍긍하는 것도 어이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을 때.


레이첼은 이러면 기억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처럼 손을 휘휘 저으며 중얼거렸다.


“내일이잖아. 내일 직접 얼굴을 보면 다 개꿈이라는 것도 알게 되겠지.”


사실 그녀에겐 이런 개꿈보다 더 그녀를 불안하게 하는 걱정이 있지 않은가.


‘노아가 무사한가’, 하는 걱정.


그래도 아직까지 마왕이 인간이 사는 대륙으로 넘어오지 않은 것 같다는 정보를 감안하면,

적어도 마왕이 멀쩡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만으로도 종종 큰 위안을 얻곤 했지만.

그건 마왕에 대한 것 뿐이지, 노아에 관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노아가 그녀와 동료들을 전이시키기 전 마왕이 ‘자폭’을 한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말이다.


그건 유능한 집정관이면서 냉혹하다고까지 불리는 그녀의 정신을 좀먹어 왔기 때문에.

때때로 레이첼은 시신으로 마주한 노아의 꿈을 꾼다던가,

혹은 피투성이에 불구가 된 언데드로 변해 자신을 공격하는 노아의 꿈을 수십 번이고 꾼 것이다.


‘그래, 그런 것들에 비하면 여자애가 째려본 게 뭐 대수라고. 좀 힘든 표정이긴 했지만 멀쩡해 보였잖아, 그 녀석. 다른 악몽에 비하면 길몽이나 다름없는 수준인 거야.’


그러니 이런 왠지 모를 불안감은 떨쳐버려도 되지 않을까?

비록 이런 그녀의 ‘감’은 그들이 몇 년을 마왕 토벌을 목적으로 돌아다니는 동안 몇 번이고 그들의 목숨을 구했지만 말이다.


“..됐어, 걱정한다고 해결될 거였으면 진작에 해결됐겠지.”


때문에 이럴 시간에 가서 스크롤 담당자나 더 갈구는 게 그나마 생산적일 거라는 판단이 서자마자,

레이첼은 스크롤을 다시 품 안에 고이 넣고는 집무실을 나섰다.


“집정관님!”


스크롤 담당자에겐 천만다행히도 그런 그녀의 발걸음은 집무실을 나서자마자 멈췄는데,

방금까지 뛰고 있었던 건지 그녀의 비서인 테제가 살짝 헐떡이는 숨을 갈무리하며 그녀를 불러 세웠던 것이다.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 말씀하셨던 동료, 힐린 세이어스님이 투옥되었습니다!”

“어? 갑자기 뭔 소리야? 어제까지만 해도 국경에 도착했다며?”


그래서 직접 데리고 오라고 테제를 보낸 건데.

게다가 그 자리엔 테제만 있는 것도 아니지 않았나.


“인간들의 말을 빌리자면 ‘마왕 토벌이 완수되지 않았으니, 약속대로 이 녀석은 우리가 데리고 간다.’라고..”

“..! 그걸 보고만 있었어?!”


눈에서 레이저라도 뿜을 것처럼 안광을 비친 레이첼이 솟아오른 분노를 참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문제는 그런다고 분노한 마나가 완전히 가라앉진 않아서 주변에 일순 광풍이 불었고,

그녀의 머리카락이 가리고 있던 살짝 뾰족한 귀가 드러남과 동시에,

복도에 걸려있던 액자나 장식품 같은 것들이 금방 떨어질 것처럼 덜그럭거렸다는 점이다.


때문에 반사적으로 가장 가까운 장식품이 떨어지는 걸 붙잡은 테제는 미처 억울함을 숨기지 못했고.

당시의 상황을 간략히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얼핏 투덜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당연히 거부했습니다만, 같이 계셨던 하인즈님이 본인이 직접 동행할 테니 집정관님께선 용사를 데려오시라고 하시곤 인간들과 같이 갔습니다. 도저히 제가 뭔가 말 할 수 있는 상황이..”

“걔가..?”


매사에 관심이 없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하인즈.

그는 또 다른 용사 동료다.

사실 이번에 노아를 데리러 간다는 취지만 아니었어도 그를 이곳에 머물게 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항상 어디 있는 건지, 뭘 하는 건지 알 수 없게 숨어 지내다가 본인이 원할 때만 움직이는 것이 그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뭘 어떻게 안 건지 스크롤 준비가 다 될 때쯤 이곳에 와선.

퍼질러 놀다가 힐린을 마중간단 말에 훌쩍 테제를 따라나선 것인데..


‘대체 뭔 생각인 거야?’


물론 하인즈도 힐린과 관련된 그 거래는 잘 알고 있다.

노아, 레이첼과 같이 그도 그 거래 장소에 같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돼.’


종잡을 수 없는 녀석이긴 해도, 동료를 팔아먹을 놈은 아니란 걸 알기에.

레이첼의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우선 노아를 데려와야 돼.’


데려오란 말로 미루어보아, 또 그만이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노아의 생사를 확인했다는 말일 터다.

때문에 힐린이 잡혀갔다는 말에 잠시 복잡해졌던 레이첼의 심정은,

근 1년 반 사이에 오히려 가장 흔들림이 잦아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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