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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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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8,276

작성
22.1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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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5화

DUMMY

피오나의 개인 응접실로 향하던 복도.

헬렌은 그곳의 비밀 통로를 통해 노아와 힐린이 있는 별궁까지 향하려다 걸음을 멈췄다.


“안내가 끝났으면 빨리 돌아가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여긴 알현실과는 거리가 있는데 말입니다.”


황가 일가가 거주하는 층인 만큼 허가가 없으면 사용인들도 함부로 다닐 수 없는 곳이라 일부러 이 루트를 골랐건만.

그녀와 마찬가지로 이곳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들 중 한 명인,

길리언의 시종이 분명 피오나와 같이 있을 그녀가 어째서 여기 있는지 물은 것이다.


“..폐하께서 따로 명하신 사항이 있어서요. 죄송하지만 기밀이라 밝힐 수는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어째서 그런 일을 당신이 하냐는 눈빛이긴 했지만.

시종은 끝내 헬렌에게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그녀를 지나갔다.

황제가 기밀이라 말했다면, 그것에 대해 더 물어보지도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으니.


다만 그는 마찬가지로 급한 일인 듯 발을 재게 놀려 자리를 떠나는 그녀의 뒤를 한 번 돌아보기는 했다.


‘안일했어.’


그런 따끔한 시선을 느낀 헬렌은 익숙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긴 했지만.

속으론 좀 더 신중했어야 했나, 하고 되새기고 있었다.



한편.

본궁에서 별궁으로 통하는 비밀통로에서.


“그자가 계획에 대해 다 알고 있다면 빨리 자리를 옮겨야 해.”

“잠깐만.”


힐린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노아는 그녀의 재촉에도 갈등에 빠졌을 뿐.

비밀 통로 밖으로 나가진 않았다.


“당장 나가도 들키는 건 시간문제야. 지금쯤이면 네가 탈옥했다는 것도 알려졌을 텐데, 무턱대고 나가는 것 보단..”


그때.


“찾아라! 이 근처에 있을 거다!”


그들이 있는 통로의 비밀 문 바로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궁의 결계에서 이상반응은 없었다고 하니, 필시 아직 안에 있을 거다. 본궁에 가기 전에 여기서 잡아야 해!”


뒤이어 알겠다는 목소리가 여러 개 들리고.

발소리가 차츰 멀어져갔다.


“그리고 밀고했으면 우리가 여기 있는 것도 바로 알았겠지.”

“지금 그 밀고자의 말을 믿겠다는 건가?”

“신뢰한다는 소리는 아니야. 아직.. 모른다는 거지.”


본인이 말하면서도 의심스러웠기에.

노아는 대신 다른 방안을 얘기했다.


“혹시 모르니까 좀 더 안으로 가자. 여길 통해서 온다고 했으니까 가다보면 마주칠 거고.”


안 오겠지만 말이야, 하고 날이 솟은 목소리로 대답하긴 했지만.

그래도 힐린은 노아의 말대로 움직이긴 했는데,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다.


“하.”


바로 세 갈래 길이 나타난 것이다.


“이놈의 황궁은 뭔 놈의 비밀 통로를 이렇게 많이 뚫어 놔?”

“비상시 탈출 루트로 쓰인다고 했으니까, 오히려 적은 편인 것 같은데.”


하나는 황제와 황비, 하나는 황자, 하나는 황녀라고 치자면.

나머지 황족은 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연결된 통로도 세 개였었고.


“그럼 이 끝에 가면 1/3 확률로 황제의 침실에 도달한다는 건가?”

“글쎄.”


자신이 들어왔었던 통로는 피오나의 응접실로 연결됐었고, 그 전에 갈래도 더 있었다고 알려주며 확신은 못한다고 하자.

힐린의 얼굴에 문득 아쉬움이 스쳐지나갔다.


“..너 반역했어도 황제를 죽일 생각은 없다고 하지 않았어?”

“애초에 반역이 아니었다. 그저 개혁안에 관해 황제 몰래 서신을 나눴을 뿐이지. 그리고 이런 정보를 알아두면 어쨌든 쓸모는 있지 않겠나.”

“...”


어째 위험한 건 헬렌보다 힐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떠올랐으나.


“어쨌든 더 가기는 어렵겠네. 여기서 기다리자.”


기다리자고 하긴 했지만.

힐린은 물론 노아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귀를 열고 경계태세는 계속 유지했는데,

오래 지나지 않아 유달리 작은 발소리가 맨 오른쪽에서 들려왔다.

의식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닌, 마치 줄이는 게 습관이 된 듯 자연스러운 발소리였는데,

그 소리의 주인이 머지않아 모습을 드러냈다.


“..무사했군요.”


헬렌은 힐린을 보곤 멈칫했는데,

힐린의 표정이 자신을 보고 악귀처럼 일그러져도 그 외에 별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너도 무사했군.”


그러지 않길 바랐다는 말투로 듣고도.

헬렌은 이쪽이라며 묵묵히 길 안내를 시작했는데,

그런 그녀에게 힐린이 뒤따라 걸으며 물었다.


“왜 돕는 거지?”

“황녀님의 명령으로..”

“명령으로 움직이는 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그때도 명령으로 움직이는 거였나?”

“그건 알려줄 수 없는..”

“네가 한 짓으로 인해 다섯이 죽었는데도?”

“...”


잠시 공기가 무거워진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고.


“힐린. 일단은 나가는 데 집중하자.”


노아는 굳어있는 힐린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헬렌에게 안내를 계속 해달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피오나님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헬렌은 말이 나온 김에 다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게 무슨 소리지?”

“에스몬드 일가가 생각한 그 개혁이라는 반역은 당신이 생각한 수준이 아니었단 말입니다.”


그간 두드러진 감정표현은 거의 보이지 않았던 헬렌이었지만.

지금 그녀의 주름진 얼굴은 고통스럽다는 듯 일그러진 탓에 그 안에 든 분노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평민을 위한 법? 상권의 개혁? 그건 다 허울 좋은 이유에 불과했습니다. 실상은 그들이 당신을 이용한 것에 불과해요. 그 편지의 내용을 실제로 봤다면 절대로..”


말하다 말고.

헬렌은 입에 담기도 혐오스럽다는 듯 주먹을 꽉 쥐고 전신을 부들거리다,

간신히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을 이었다.


“놈들은 당신의 힘을 이용해 폐하를 죽인 뒤, 피오나님을 제외한 황손도 전부 죽이고 제 입맛대로 이 나라를 주무르려고 했습니다. 그때 제출된 증거는 폐하께서 격노에 찬 나머지 불타 없어졌지만..”

“내 편지를 얘기하는 거라면 절대 그런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 다 날조된 거야.”

“그건 제가 당신의 죄를 감형시키기 위해 피오나님 몰래 빼간 편지입니다. 실제 그들이 주고받던 편지는 따로 있단 말입니다.”


헬렌의 폭로에 힐린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그녀의 진의를 파악하려는 건지 입을 다물었고.

헬렌이 설명을 마저 이어갔다.


“하지만 당신은 그 외에도 적이 많더군요. 반역은 그저 구실이었습니다. 에스몬드 일가도 그저 꼬리가 잘린 것뿐. 당신이 유토피아나 외치고 있는 사이에, 이미 그들은 폐하와 피오나님의 목을 졸라오고 있었던 것이죠.”


다른 기억을 회상하듯.

헬렌의 시선이 잠시 힐린을 벗어나 통로 안쪽을 향했다.


“결국은 당신도 에스몬드와 같이 처형당할 위기였지만 용사 일행이 나타나게 되면서 에스몬드 일가의 처형도 늦어졌고, 이후 그들은 처형됐지만 당신은 이렇게 살아있는 겁니다. 물론 탈옥을 했으니 무사히 황궁을 벗어난다 쳐도 도망자 신세이겠지만 말입니다.”

“이제 와서 그런 걸 걱정하진 않아.”


헬렌이 다시 움직이는 것을 따라 걸어가며.

힐린은 충격을 받은 듯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아있었지만, 그녀 특유의 심지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피오나는 이 얘길 모르고 있는 거겠지?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이 얘기는 저와 폐하, 그리고 당사자들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가.”


그녀의 말을 믿기로 한 건지.

아니면 일단 그런 셈 치겠다는 건지.

힐린은 그걸 끝으로 더 이상 헬렌에게 그 일과 관련해서 묻지 않았고,

헬렌도 안내만 하다가 거의 끝에 와서 다 왔다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


“아, 이걸 아직 안 줬군요.”


문을 열고 나가기 전.

헬렌이 힐린에게 목걸이 형태의 작은 거울을 주었는데,

노아는 그게 부탁했던 트랜스폼 아티팩트라는 걸 바로 알아챘다.


“하인즈가 변신하고 있었던 그 모습으로 변하면 될 것 같아. 어디가든 의심은 안 살 테니까.”


다만 감옥에 오랜 시간 있던 힐린은 누굴 얘기하는 건지 몰라 잠시 헤맸는데,

헬렌이 대신 변신한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야 어렵사리 제대로 변할 수 있었다.


이후 피오나의 응접실에서 나온 그들은 이번엔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고 레이첼과 하인즈가 있는 방의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럼 전 이만 돌아..”


그때.


“..!”


방 안엔 레이첼과 하인즈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런, 황녀님의 전속시녀 아닙니까? 이름이 분명..”

“헬렌입니다.”

“아, 그랬었죠.”


그 자는 근위기사단만이 입을 수 있는 제복을 입곤 허리춤엔 칼을 차고 있었는데,

하인즈는 어디 가고.

혼자 있던 레이첼을 추궁이라도 하고 있던 것 같았다.

레이첼이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쓰고는 그를 마주보며 대치하고 있었으니까.


“옆에 있는 당신도 분명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뭐였습니까?”

“밀리아나입니다.”


노리고 묻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본인이 맞는지 이름을 물어보는 모습이 신원 확인이라도 하는 모양새였는데,

모습을 바꾸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름이라던가 관할 업무 같은 것들도 같이 외워둔 게 천만다행이었다.


‘하인즈는.. 나처럼 레이첼이 마법으로 숨긴 것 같은데.’


방구석에 어렴풋이 하인즈의 기척을 확인하고.

노아는 일단 기사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슬쩍 방에 들어왔다.


“그런데 당신들이 여긴 왜 온 겁니까?”


기사는 자신이 추궁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건지 자연스럽게 그들의 뒤로 돌아가 문을 닫고 물었는데,

그 모습에서 압박감을 느낄 만도 하건만.


“제 업무 내용 중엔 기사님이 알아선 안 되는 내용도 있다는 건 아실 텐데요. 기사님이야말로 이곳엔 무슨 일입니까? 타국의 손님을 이렇게 모시는 법도가 있는지는 몰랐습니다만.”

“손님이 과연 손님이기만 한 건지 확인하러 온 겁니다.”

‘힐린이 탈옥하자마자 우릴 의심한 건가.’


그러기 위해 이런 생고생을 하며 알리바이를 만든 건데.

계획에 차질이 생겨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헬렌이 당당하게 말하니 기사가 적어도 헬렌과 힐린에게서는 조금 물러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자리에 ‘표면적으론’ 노아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전’용사님도 분명 집정관님과 같이 이곳에 있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어째서 대답을 회피하시는지 아직도 대답을 못 들었습니다.”


기사는 그들에게서 서서히 고개를 돌리곤 레이첼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레이첼은 그 시선이 마땅치도 않다는 듯 코웃음을 쳤고.


“내가 언제 회피했다는 거지? 분명 내가 두통이 심해지니 약을 좀 가져와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고 했을 텐데.”

“정말 그게 전부입니까?”

“솔직히,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는 예상은 안 되나? 노아가 아무리 황궁에 와본 적은 있다곤 하지만 그것만으로 당장 의원이 있는 곳을 알 만큼 황궁의 지리가 간단하지는 않을 텐데.”

“...”

“간단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이긴 하겠네. 힐린이 금방이라도 탈출해버릴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짓궂은 미소를 씨익, 지어보이며 한 말에.

기사는 더 이상 물어도 나올 게 없다고 생각한 건지 얼굴이 싹 굳었는데,

이어 아직 조사 중이니 절대 방에서 나오지 말라는 것을 끝으로 방을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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