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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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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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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8,276

작성
22.11.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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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8화

DUMMY

“도착했군.”

“그래.”


페일과 헤일.

쌍둥이인 만큼 외모는 매우 흡사했지만.

둘의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페일이 갈기 머리를 하나로 깔끔하게 묶은 반면.

헤일은 풍성하게 휘날리도록 자연스럽게 두었으며,

옷차림도 페일은 단정한 정장을 입었으나 헤일은 연하게 은사가 잔뜩 들어간 화려한 정장을 입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노아가 사전에 레이첼에게 들은 바로는 둘의 성격도 정반대라고 했는데,

페일은 무뚝뚝한 반면 헤일은 친화적이라고 했지만.


이상하게 둘이 얼굴을 마주한 지금은 둘 다 서로를 혐오하는 것 같았다.

바로 앞에서 끔찍한 냄새라도 나는 것처럼 인상을 구기고 있었으니.


“..원래 저래? 괜찮은 거야?”


어차피 조금 있으면 헤리트로 이동할 상황에 둘의 관계까지 신경 쓸 생각은 없었지만.

쌍둥이라고 해서 둘이 만나면 편하게 인사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저러고 있으니 저 광경을 보고 있는 상황자체가 불편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노아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레이첼이 최대한 목소리를 죽이고 말하는 와중.

페일이 입가를 삐뚜름하게 올리곤 헤일을 기분 나쁘게 쳐다보았다.


“한 종족의 대표라는 자가 약속 시간 하나 못 맞춰서 수인족 정상들을 다 기다리게 하다니. 어머니가 보셨다면..”

“네가 어머니를 운운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헤일의 목에서 사자의 으르렁 거리는 소리가 울리자.


“헤일님.”


동행한 그의 비서, 체스터가 그를 부르고 손 쪽을 눈짓했다.

그때 그의 손톱은 날카로운 갈고리형태로 튀어나와 있었는데,

손은 물론이고 눈도 샛노랗게 물들어가던 상황임을 눈치 채고.

헤일은 아예 자리를 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몸을 돌려 그곳을 벗어났다.


“...”


페일이 그런 헤일의 등을 아무 말도 없이 뚫어지게 쳐다보다 갑자기 휙,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봤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노아와 레이첼을 포함해 다른 집정관들에게도 각 잡힌 사과인사를 하는 페일.

그런 그의 모습이 어째서인지 ‘내가 직접 사과하지. 난 대표니까.’라는 듯.

턱 끝이 조금 올라가 우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을 때.


집정관을 대신해 이곳을 지키며 헤일의 도착 소식을 전달하길 기다리던 이들 몇 명이 자리를 떠났다.

아마 목적대로의 일을 하러 가는 거겠지.


때문에 마법진이 크게 번쩍이며 헤리트 제국과 연결이 됐음을 알렸을 때쯤엔 사절단 모두가 이곳에 모일 수 있었다.


“그럼 대열에 맞춰서 서 주십시오.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렇게 헤일이 가장 앞에서 대표인양 말하자.


슈욱-


잠시 후 그들은 굉장히 넓은 공간에 도착했다.

높이가 10층은 되어 보이는데다,

기둥마다 걸려있는 화려한 붉은 깃발과 태피스트리.

그리고 창마다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

거기에 한 눈에 봐도 값비싸 보이는 장식품들까지.


누가 보면 텔레포팅 장소가 아닌 무도회장인 줄 알 법한, 사치의 끝을 달리는 모습이다.


“어서 오십시오-”


나이가 지긋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정정한 모습의 노파가 허리를 푹 숙였다 올리며 인사하고 있었다.


“헤리트 대제국에 오신 귀빈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그에 대부분의 집정관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반면.

노아는 슬쩍 셀을 자신의 뒤로 숨기며 최대한 보이지 않도록 했다.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노파의 시선이 정확히 셀을 향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탓이다.


‘확실히 이 속에 어린애가 한 명 있으니 눈에 띄긴 하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거다.


‘이래서 트랜스폼 아티팩트가 있어야 하는 건데.’


아니면 최소한 클로킹 관련 아이템이라도.


그리고 노파의 안내를 따라 접견실로 이동하는 와중.

셀도 노아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자꾸 말을 걸려다가 노파의 눈치를 보곤 입을 다무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에 노아는 안심하라는 듯 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그동안 레이첼이 노파를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다가 코웃음을 치는 것은 보지 못하고.



한참 뒤.

마왕 토벌을 위해 힐린을 꺼내기 위한 거래를 하러 왔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쓸데없이 커.’


보안상 궁의 가장 끝에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곳에서부터 황제가 있다는 접견실까지의 거리는 상당했고,

그마저도 노파의 안내가 없다면 꽤 헤맸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노아.”


레이첼이 시선은 앞을 향한 채 그에게만 들리도록 말을 걸었다.


“이상해. 황제의 기운이 없어. 아니, 있긴 한데..”

“엄청 희미하네.”


헤리트의 황제인 길리언 세이어스 헤리트는 노아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 해도 건강했었다.

나이도 40대 중반인데다가, 노아가 짜증이 날 만큼 말로 사람 속을 긁는 실력도 엄청났었고.

그런데.


“이곳입니다.”


노파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접견실엔 길리언의 그 희미한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전방의 살짝 단차를 높인 휘황찬란한 의자 앞엔 한 여자가 서서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했다.


“환영합니다, 매니스국의 사절단이여.”

“..?”


그리고 거의 모든 집정관이 노아처럼 당황한 표정을 짓거나 의자 근처를 집중해서 보고 있었는데,

앞의 여자가 노파처럼 안내역이고, 잠시 뒤면 황제가 의자 근처에서 나오기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반면 레이첼은 단정한 옷차림에 작은 티아라를 쓰고 있는 여자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제 이름은 피오나 세이어스 헤리트, 헤리트 대제국의 제1황녀입니다. 아버ㅈ.. 폐하의 몸이 좋지 않은 바람에 오늘은 제가 인사를 드리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피오나가 소개를 하고 나서야 레이첼이 기억이 났는지 중얼거렸다.


“아, 10년 전에 우리 관할령에 왔었구나. 그땐 엄청 작았는데.”


지금 피오나가 노아가 보기엔 20살을 막 넘긴 것처럼 보인다고 감안했을 때,

10년 전이면 확실히 어리긴 했겠지만.


“근데 갑자기 몸이 안 좋다는 건 뭔 소리지?”


피오나가 어쨌건.

노아는 몇 년 전의 길리언의 그 짜증날 만큼 건강했던 모습을 떠올리곤 중얼거렸는데,

워낙 작게 말한 터라 피오나에게 들리진 않았겠지만.

그의 의문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피오나가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폐하의 몸이 안 좋다는 건 대외적으로 비밀로 하고 있으니 여러분들도 비밀 엄수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쓰러지신 터라 배후를 찾아내느라..”


필요이상의 말을 했다고 자각한 건지.

피오나는 일순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멈췄다가,

표정을 근엄하게 추스르곤 다시 정중한 어투로 말했다.


“흠흠, 어쨌든 오늘 여러분들이 말씀하신 내용은 제가 폐하께 꼭 전달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애써 실수를 추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피오나는 목부터 귀까지 부끄러움으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집정관들은 황제가 직접 나오지 못했다는 것에 불만이 있는 듯 했다.


“우리가 다 이렇게 오는 일 자체가 매우 귀한 일이라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단 말인데, 황녀님이 듣기엔 거북하겠지만.. 우리가 황녀님을 얼마나 신용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페일.”


그때 헤일이 페일을 부르며 거의 노려보듯 쳐다보았는데,

그에 점점 높아지던 페일의 언성이 조금 가라앉았다.


“..실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저도 좀 당황했나봅니다.”

“아니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도 폐하께 위임을 받고 이 자리에 나온바, 여러분들이 직접 이곳에 오신 이유와 사안의 중대성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니 제가 전달 사항을 누락하거나 곡해할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피오나는 페일이 납득하지 못한 이유가 저럴 것이라 생각해서 말한 것 같지만.

노아가 보기에 페일은 그저 아무리 아파도 황제가 직접 나왔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몇몇 집정관들이 피오나의 설명을 듣고 나서도 웅성거리며 고개를 젓거나 한숨을 쉬는 것을 보건데.

페일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거참, 아프다니 어쩔 순 없지만..”

“쯧.. 어쨌든 전달은 해준다지 않나.”

“지금 우리한테 필요한 건 전달이 아니라 판단과 행동력이네. 근데 그걸..”


말을 다 하진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피오나가 그걸 할 수 있겠냐는 얘기에.

피오나는 얼굴까지 빨개져선 시선이 자신의 발치로 향했는데,

그러다가 이런 모습 때문에 더 얕보이는 거라고 생각한 건지.


“만일..”


다시 한 번 엄중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여러분들이 저를 믿지 못해 말씀을 하실 수 없다면, 저는 폐하께 그렇게 전달할 뿐입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이 말한 그 ‘판단’과 ‘행동력’은 물론이고, 폐하의 신뢰조차 잃게 되겠지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이곳에 폐하의 위임을 받고 왔으니 말입니다.”


마지막 문장을 마치 본인에게 말하듯 힘을 주어 말하니.

불만을 터뜨렸던 집정관들은 조금 툴툴거리긴 했지만 알겠다는 듯 서서히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럼 당사자인 내가 상황을 다시 말하도록 하지.”


그때 하위트가 지팡이에 기댄 채 입을 열었고.

조인족이 세뇌가 됐던 것에 대해 과거 헤리트 제국에 있었던 신도들의 집단 세뇌사건과 비교하며 죽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우리 조인족의 피해는 대략 5일 간의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는 것과 큰 혼란이 야기된 것만 제외하면 물적 피해는 미비한 수준이네. 다만 그대로 방치되었다면 심각한 수준의 일이 일어났을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지. 실제로 세뇌 당했던 시리엘 전집정관은 매니스국의 왕이 되겠다며 전쟁을 일으키려 했으니까.”

“네. ..몇몇 집정관분들께서 우리에게 병력 지원을 요청하신 것도 알고 있습니다.”


피오나가 그에 해당하는 집정관들을 쳐다볼 뻔 하다가 다시 하위트에게 눈을 맞추고 말했고.

알음알음 그들이 누군지 알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방어 준비야, 방어!’하는 소리가 잠시 들렸지만.


피오나는 그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폐하도 사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계셨기 때문에 여러 방도를 모색하고 계셨습니다. 마왕 부활이라니, 용사와 그 일행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보다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책임?”


그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말에 레이첼이 날카롭게 외쳤다.


“마왕은 분명히 토벌했다고 했을 텐데. 실제로 이번에 조인족에서 일어난 세뇌사건은 마왕이 직접 세뇌했던 것과는 그 양상이 달랐어. 조인족 전체를 바로 세뇌하고 전쟁을 일으킨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준비를 했고, 애초에 흰머리독수리족은 세뇌를 하지도 못했지.”

“하지만 분명..”

“그래, 세뇌가 마왕의 특기였다는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아. 하지만 이번 경우는 분명 다르다고. 애초에 그 집단 폭행 사건도 너희 헤리트 제국이 진작 우리한테 알리지 않아서 더 문제가 커진 거야.”


레이첼은 말하다보니 정말 화가 났는지 이를 악물고 뱉듯이 말했다.


“그렇게 책임 운운하면서 내 동료 목숨 갖고 장난치지 말란 말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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