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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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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8,276

작성
22.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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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0화

DUMMY

“자, 다 됐다.”


평평하게 잘린 그루터기에 빨간색과 파란색 구슬 같은 것을 올려둔 모습에.

그걸 지켜보고 있던 힐린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거 응급회복약이랑 마나회복약 아닌가?”


두 가지 다 신전을 통해 유통되는 만큼, 한 알이 평민의 한 달 생활비에 비견하는 최상급 약이건만.


“맞는데? 이것들만큼 동그란 게 없어서.”


그걸로 셀과 알까기를 하겠다는 노아를 보고 힐린이 미친놈 보듯 눈을 가늘게 떴다.


“내 눈이 잘못된 줄 알았더니..”

“어차피 쓸 일도 없었잖아. 다쳐도 금방 낫고.”


무슨 침 바르면 낫는다는 듯이 말하는 표정에 이젠 기가 찰 지경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셀은 뭐하는 거냐며 그루터기 위의 알약들을 보고 눈을 빛냈지만.


“알까기하려고.”

“그게 뭔데?”

“구슬로 구슬을 쳐서 떨어뜨리면 되는 놀이야.”


셀이 파란 색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셀에게 이게 네 구슬이라며 마나회복약을 전부 셀 쪽으로 주니.

셀은 일단 그것들을 손으로 덮어 당기다가,

노아가 응급회복약을 하나하나 배치하는 것을 보고는 자신도 하나씩 떨어뜨려 놓았다.


“자, 이건 예시야.”


셀이 배치를 전부 끝낸 것을 보고.

노아가 자신의 구슬로 셀의 구슬 하나를 가볍게 톡, 쳐서 떨어뜨렸다.


“이렇게 상대편 구슬을 전부 떨어뜨리면 승리. 간단하지?”

“응.”


떨어진 구슬을 다시 원래 자리에 올려두고.

노아는 이렇게만 하면 재미없지 않냐며, 룰을 하나 추가했다.


“대신 판이 엄청 넓고, 중간중간 구멍도 뚫려있을 거야.”


많이 쳐봐야 셀의 얼굴 두 배만한 그루터기인데 무슨 소릴 하는 건가 했더니.

노아는 계속 반지 속에 들어가 있던 아티스를 불렀다.


“아티스, 얘기 들었지? 이것 좀 적당히 키우고..”

“싫습니다!”


하지만 아티스는 셀의 교육 담당을 박탈당했다는 생각 탓에 굉장히 토라져있었다.


반지에서 몸을 반만 빼고는 노아의 손가락에서 자신이 들어가 있는 반지까지 빼기 시작했으니까.


“전 이제 작은 주인님 말만 들을 거예요.”

“셀 말이야?”

“네. 전 이런 부당한 처사를 받을 이유가 하등 없으니까요.”


냉큼 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곤 사이즈까지 딱 맞게 줄이고.

아티스는 나무 속살 같은 백색 혀를 대놓고 메롱, 내밀고는 다시 반지에 들어가 버렸는데,

그 모습을 멀뚱멀뚱 보고 있던 셀이 아티스를 다시 불렀다.


“내 말은 듣는 거지?”

“네.”

“그럼 아빠 말대로 이것 좀 키우고 중간중간 구멍도 뚫어줘.”

“...”


악의라곤 하나도 없는 눈빛으로 말하는 셀의 모습에.

순간 아티스가 말을 잃고 셀을 쳐다보았는데,

물방울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걸 보니 차라리 셀에게 악의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 노아에게 그런 것처럼 뻗대면서 들어가 버려도 죄책감은 들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안 돼? 할 수 있지? 아티스는 못하는 게 없다며.”

“윽..”


그동안 셀의 앞에서 여러 생물로 변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자신이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탓에.

아티스는 결국 할게요..라고 말을 늘이면서 그루터기를 무슨 함정코스가 가득한 작은 골프장처럼 만들어 놓았다.

중간중간 네모난 방해물도 생겨있고.


“이런 판으로 네가 말한 그.. 알까기라는 걸 하겠다고?”


판에 굴곡까지 많이 생긴 탓에 새로 알약들을 다시 배치하는 걸 보면서.

힐린이 믿을 수 없다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 언덕들을 넘어서 치겠다는 건가? 말이 되나?”

“이 정도는 되야 집중력이랑 세세한 강약 훈련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저번의 나무타기에 이어서 노아는 이번에도 셀의 힘의 미세 조정에 힘쓸 생각이었는데.


그냥 해도 쉽지는 않은 알까기를 대체 이런 판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힐린은 일단 상황을 두고 볼 생각인 것 같았다.

불신과 호기심이 섞인 표정으로 팔짱을 꼈으니까.


“셀, 먼저 해봐.”


핸디캡을 줄 생각으로 먼저 하라고 하니.

셀이 호기심과 긴장이 어린 눈빛으로 알약을 살짝 쳤다.

그리고 너무 약하게 친 탓일까.


“어어-!”


알약은 슬금슬금 굴러가다 언덕을 만나고는 오히려 되돌아갔고,

그대로 그루터기 아래로 툭, 떨어졌다.


때문에 셀이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노아를 쳐다보자.


“음.. 처음 쳐본 거니까 그건 봐줄게. 다시 쳐봐.”


어차피 자신이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라 셀의 힘 조절을 위해 하는 거니까.


때문에 셀은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으응.. 하며 꿍얼거리다,

속으로 뭔가 결론을 내렸는지 이번엔 결의에 가득차선 다시 검지에 신경을 집중했는데,

그 방향이 이번엔 언덕이 아닌 방해물을 향하는 것에 어째 불안함을 느끼고 힘을 좀 빼라고 말하려던 찰나.


딱! 파앙-!


구슬치기를 할 때 들리면 안 되는 터지는 소리가 났고.

이유는 역시나 방해물을 만난 알약이 터져버린 탓이었다.


“어. 터졌다.”


분명 사람이 먹는 알약이 나무 방해물에 부딪혀서 터진 건데 방해물에도 작게 패인 흔적이 남은 상황.

만일 정말 딱딱한 구슬을 썼다면 파편 때문에 다쳤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확실히 셀한테는 훈련이겠네. 약을 구슬로 쓴 것도 좋았고.”


그에 힐린이 반쯤은 농담을 섞어 선견지명 좋았다고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지만.

그보다 당황한 것은 노아였다.


“셀, 왜 저기로 날린 거야?”


아무리 힘을 다루는 게 미숙하다곤 해도, 방향까지 저렇게 어긋나게 하는 건 이해가 안 가 물으니.


“저기에 세게 튕겨서 아빠 걸 쳐낼 생각이었어.”


설명을 듣고 보니 확실히 각도는 맞지만.


“그럼 왜 그렇게 세게 친 거고?”

“약하게 치면 못 칠까봐. 근데 좀 살살 칠 걸 그랬네.”

“..알면 됐네.”


그에게 설명하는 와중에도 공중에 검지를 튕기며 날리는 연습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오기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봐주는 걸 원하는 건 아니었는지.


“이번엔 아빠 차례.”

“아니, 이번에도 봐줄 테니까 다시 한 번..”

“싫어. 아빠 차례야.”


셀은 계속 노아에게 먼저 치라며 강요했고.

결국 노아가 봐줄 생각으로 살살 친 알약은,

약하게 방해물과 부딪쳐 움직이다가..


툭!


셀의 알약을 쳐내 떨어뜨렸다.


“어.”


원래는 셀의 알약 바로 앞에 가져다 놓는 것으로 셀이 치기 쉽게 만들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판에서 구슬치기를 하는 건 노아도 처음이다 보니, 그도 힘 조절이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승부욕이 자극되어 다음에야 말로 노아의 알약을 쳐낼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던 셀은.


“..!”


처음엔 입을 크게 벌리고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음엔 입을 꾹 다물고 자신의 떨어진 알약을 허망하게 쳐다보았다.


“내거 떨어졌어.”

“어어..”


그 모습이 어째 좀 처량해보여서 뭐라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데.

그가 더 당황할 일이 일어났다.


“이거 이제 못 써?”


자신이 터뜨린 알약보다 노아가 떨어뜨려 쓸 수 없게 된 알약이 더 아까웠는지.

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방금 건 무효로..!”

“그러면 봐주는 거잖아. 봐주는 거 싫어.”


지능 수준이야 맘대로 텔레포트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높고,

가끔은 노아나 레이첼이 놀랄 정도로 생각이 깊지만.

아무래도 셀의 마음은 아직 5살 정도의 어린 아이였던 것이다.


때문에 셀은 봐주는 건 싫다면서도 자신이 잃은 것이 아까워 이거는 것이었는데.

덕분에 노아는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만약 마왕성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다 때려치우고 산책 가자고 했으면 만사형통이었지만.


“그냥 이런 거 그만하고 아빠랑 놀러갈까? 시장가서 셀이 먹고 싶은 것도 사먹고..”


안타깝게도 셀은 이젠 그런 걸론 만족할 수 없었다.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어? 놀리는 게 아니라..”

“내가 우니까 그만 하려는 거잖아.”


그야 그렇지만.


“싫어. 계속 봐주는 건 내가 어려서 그런 거잖아. 나는 정정당당하게 아빠한테 이길 거야. 내가 아빠보다 세면 아빠가 나 두고 갈 필요도 없을 거 아냐.”

“...”


아무래도 힐린을 감옥에서 탈출 시킬 때 셀에게 여기 혼자 있으라고 했던 게 계속 마음에 남았나보다.

하지만 그 건에 관해선 노아도 억울한 것이,

아무리 셀의 텔레포트가 있으면 일이 편했을 거라는 건 알아도.

아빠로서 딸에게 감옥에서 사람을 탈출 시키는 일에 딸의 도움을 받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말이다.

심지어 딸이 이렇게 어린아이라면 더더욱.


“그건 그때도 말했지만 아빠도 입장이..”

“내 입장은? 나도 아빠 지킬 거야!”


고사리 같은 손을 꽉 쥐어 주먹을 쥔 두 손은 굉장히 작았지만.

그곳에 모이는 마나의 강도는 절대 보이는 것만큼 약하지 않았기에.


“셀, 일단 진정하고 아빠 말 좀 들어봐.”

“아빠가 내 말 들어!”


뭐라고 말하든.

셀은 한마디도 지려고 하지 않았고,

결국 이 팽팽한 말싸움을 해소시킨 사람은 힐린이었다.


“간단한 문제이지 않나. 네가 봐주지 않은 상태로 셀이 이기면 되는 건데.”

“...”


그에 노아가 말이 되는 소리냐는 표정으로 힐린을 쳐다보았으나.

힐린은 그런 노아의 시선은 무시하고 셀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 놀이는 전쟁과 흡사해 보이니, 내가 참모총장으로서 네가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지.”

“그러면 불공평하잖아.”

“아니지. 오히려 어른도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주변에 다른 어른을 두고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도움을 받으니까.”


그러니 너도 이런 어른의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냐고 물으니.

셀이 처음 듣는 소리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아한 기색을 냈으나.


“맞습니다. 하지만 정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면 제가 주인님 쪽에 붙으면 될 것 같은데요. 2:2로.”

“음..”


작은 머리로 힐린과 아티스의 제안을 잠시 생각하던 셀이 그런가..?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셀이 알지 못하게 노아와 힐린, 아티스가 시선을 교환한 동시에.

결국 여러 방해물이 가득한 판 만큼이나 복잡해보이던 구슬치기 전쟁이 시작되었다.




따악-!

툭!


10:8로 뒤쳐진 상태로 시작됐던 구슬치기는,

분명 처음엔 셀이 눈치 채지 못하게 이기게 만든다는 셋의 공통된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뭐하는 겁니까! 그러니까 진작 이 뒤에 숨으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양각이 되잖아. 차라리 하나를 희생하고 둘을 살리는 게 낫지.”

“이게 진짜 전쟁이었으면 희생양으로 하나를 포기하겠다는 말이잖아요!”

“이거 그냥 구슬치기라고!”


빨간 구슬 하나가 떨어지면서 내분이 일어난 둘을 보더니.

셀이 몰래 힐린에게 속삭였다.


“언니 말대로네.”

“저 둘은 예전에도 저렇게 말싸움을 자주 했으니 말이야. 물론 아티스는 저러면서도 가장 노아를 걱정하지만.. 어쨌든. 다음엔 이걸 여기로 숨겨서 저쪽이 다가오게 하는 전략을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응, 좋아. 역시 언니는 훌륭한 참모총장이야.”


4:2로 이겨가는 상황에 셀이 방긋 웃으며 칭찬하는 모습을 보더니.

힐린이 너그러운 미소로 마주보았다.


그들에게 하인즈가 듣기 불편한 소식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은 알지 못한 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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