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949
추천수 :
24
글자수 :
238,276

작성
22.11.01 08:56
조회
19
추천
0
글자
11쪽

13화

DUMMY

그들이 노리는 바로 그 요정족 대표가 혼자 이곳에 찾아올 거란 생각 자체를 하기도 어려웠을 거라는 건 알지만.


혹여나 의심할 것을 대비해 레트의 생김새라던가,

습격 당시의 상황을 다시 복기했던 노아는 녀석들이 허무하게 전부 날아가 버리는 것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보다 쉽게 넘어가긴 했지만..’

“이제 시간 싸움이야.”


저들이 노아의 말대로 암산을 돌아보고 그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그는 다시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고,

오래 지나지 않아 그의 발소리 반향음이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 앞도 그가 들어온 곳과 마찬가지로 어두웠지만.

출구가 머지않았다는 소리다.


‘정보대로면 이 통로 자체가 기밀이라 저 밖에도 환영 바위로 가려져 있다고 했지.’


그리고 그 밖엔 이 통로의 존재를 아는 조인족 경비병 소수가 순찰을 돌고 있다고 했다.


‘적으면 하나, 많으면 둘.’


순식간에 둘을 제압하는 정도야 일도 아니기에.


노아는 출구의 환영 바위를 앞에 두고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진 않는지 확인한 뒤.


훅..! 덥석!


환영 바위에서 손만 뻗어 한 녀석을 통로 속으로 잡아 당겼다.


“으아..!”

“엇, 이봐!”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다른 한 명이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고 얼어붙은 그 짧은 순간.


콰악-!


바위를 뛰쳐나온 노아가 남은 한 녀석의 뒤로 돌아가 팔로 목을 휘감았고,


“으으..!”


목을 졸린 녀석은 잠시 후 기절했다.


‘내가 조인족이었으면 옷 좀 빌렸겠지만.’


바위 뒤 통로에 경비병 둘을 숨긴 노아는 잠시 녀석들을 내려다보다가 주저 없이 밖으로 나왔다.

조인족은 대부분 깃털로 몸이 덮여 있고, 기빌이나 테나와 마찬가지로 팔은 날개, 발은 정강이부터 새의 다리와 같은 모습이었기에 이들의 옷을 빌려봤자 노아가 인간이라는 것이 더 잘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냥 눈에 안 띄는 게 제일이겠어.’


혹시 방금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누가 목격하진 않았는지 주변을 둘러본 노아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듯 조용한 것을 확인했다.


만에 하나 잘못된 정보를 줬을까봐 의심했는데 테나가 그것까지 다 확인한 모양이다.


‘그럼 이미 내부에 들어왔다는 건데.’


아마 그가 있는 곳은 창고로 쓰이는 지하실일 것이다.

때문에 노아는 조용하게 창고를 나와 일단 하위트가 말한 3층에 있다는 집무실 쪽으로 발을 향했는데,

가던 길에 경비병이나 사용인으로 보이는 조인족 몇 명을 의심사지 않도록 피하고.

금방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해 올라가려는 순간.


“그 말을 믿은 거야?!”


별안간 들린 호통 소리에 재빨리 계단 옆 방문 뒤로 몸을 숨겼다.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녀석이 너무 뻔뻔하게 나온 바람에..”

“변명하지 마! 당장 그 놈을 찾아. 놈이 돌아가서 여기 상황을 알렸다간 일이 복잡해지니까.”

“알겠습니다!”


창밖으로 퍼덕거리는 날갯짓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소리를 지른 자가 다시 고함을 질러댔다.


“넌 뭘 멀뚱거리고 있어! 당장 국경에 전 병력 대기시켜!”

“예?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내가 말했지. 나는 조인족이 매니스국을 지배하게 할 거라고. 지금 너는 한 나라의 왕한테 불만이 있는 건가?”

“아, 아닙니다!”

“그럼 당장 시키는 대로 해!”


그리고 다시 날개가 퍼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대화흐름상 고함을 지른 게 천인족 수장이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기에.

노아는 지금 바로 가서 놈을 제압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좀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노아의 판단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 직후 확연하게 차분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시리엘님, 바로 전쟁을 벌이시려는 겁니까?”

“그래. 언젠가 해야 할 일이야.”

‘전쟁?’


어째서 저런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결과가 전쟁이라면 무조건 막아야 한다.


“우리 조인족의 앞날을 위해서, 말이죠.”

“그렇지.”


나긋나긋한 목소리 탓인지.

시리엘이라는 녀석의 목소리도 만족스럽다는 듯 잦아들었다.


“하위트는 너무 물렀어. 우리는 더 막대한 잠재력이 있다고. 인간이나 다른 수인족들의 말을 들으면서 짐꾼 노릇이나 할 필요가 전혀 없단 말이야.”

“맞습니다.”

“무역을 통해 쌓은 물자도 넘칠 만큼 있고, 무력도 인간에 비할 바가 아니지. 요정족의 협력.. 아니, 최소한 요정족이 적대세력에 붙지만 않더라도 승산은 있어.”

“그럼 빨리 그 놈을 잡아야겠네요?”


나긋한 목소리가 들린 직후.

별안간 드는 섬짓한 느낌에,

노아는 반사적으로 천에 둘둘 말린 무기를 꽉 쥐었다.


‘들은 적 있어.’


어째서 바로 몰랐을까.


‘마왕..!’

“기다리다 지칠 것 같으니, 직접 가는 게 어떻습니까?”

“응?”


우직! 후두둑..


별안간 천장에 금이 가고 먼지가 떨어지는 순간.


타닷..!


노아는 바로 방밖으로 몸을 굴렸고,

그 직후 그가 있던 곳의 천장이 굉음과 같이 무너져 내렸다.


“뭐, 뭐야! 왜 갑자기 바닥이..”

“아, 이래서 멍청한 놈은 싫다니까.”

“뭐라고? 너 감히 누굴 보고..!”


콰득!


“으, 으어..어..”


잔해와 같이 이는 먼지구름 속에서 누군가 등 뒤에 날개가 여러 겹 달린 조인족의 목을 조르는 실루엣이 보이고.

시리엘로 보이는 그 실루엣은 자신의 목을 잡은 손을 떼어내기 위해 날개를 퍼덕이는 등 안간힘을 쓰다가,


추욱..


움직임이 사라졌다.


“...”

“필요하긴 해서 죽일 수도 없고, 귀찮네..”


쿵!


그런 시리엘을 벽에 대충 집어던진 실루엣이 손을 휘젓자.

세찬 바람이 불면서 먼지구름이 날아갔다.


“하.. 진짜냐.”

“오랜만이네.”


근 1년 반 만에 마주한 광기어린 미소.

마왕이 확실하다.


“너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강한 정신력은 때론 기적을 일으키거든.”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톡톡 두드리던 마왕은 금방 미소를 지우곤 다시 귀찮다는 표정을 드러냈는데,


“무슨 일이야!”

“집정관님!”


굉음을 듣고 조인족들이 찾아온 것이었다.


[다 꺼져.]


“아, 알겠습니다..”


별안간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노아가 인상을 구기고 마왕을 노려보는 반면.

찾아온 조인족들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제각기 흩어졌다.


전에 마왕과 대치했을 때도 겪었던 능력.

아마 저 최면이라 부를지, 세뇌라 부를지 알 수 없는 능력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신을 제외하면 넷뿐일 것이다.

그게 원인이 되어 용사라던가, 용사의 동료로 불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여전하네.”

“예상하고 있던 거 아니었나?”

“어느 정도는. 근데 어디까지나 설마 했던 수준이지, 이렇게까지 멀쩡해 보일 줄은 몰랐는데.”

“먹은 감정이 든든해서 그런가, 힘을 좀 키우긴 했지.”


바로 알기엔 어려운 설명을 하고.


마왕은 시리엘의 것으로 보이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팔걸이에 팔을 대고는 손에 턱을 받쳐 삐뚜름하게 노아를 쳐다보았다.


“내가 힘을 조금만 더 회복했어도 이런 귀찮은 짓은 안 할 텐데.”


‘귀찮은 짓’이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노아는 마왕이 무언가 행동에 나서기 전 공격하기 위해 무기에 두른 천을 확, 걷었는데,


“그거로는 나 못 죽였잖아?”


쿠웅!


별안간 갓난아기인 셀이 눈앞에 나타나고.

의자에 놓여있는 셀을 보고 멈칫한 찰나.


훅!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어떻게..”

“큰 실수를 했어.”


말투는 정말 그렇다는 듯 안타깝다는 어조였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재구축 주문이 그런 걸 줄은 몰랐지. 그래도 덕분에..”


쿵!


다시 셀이 나타났다.


[약점을 잡았어.]


“...”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 없는 목소리.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노아는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고통에 턱이 욱신거릴 정도로 이를 악 물면서도,

검을 꽉 쥐고는 셀의 모습과 마왕의 모습을 왔다갔다하는 그녀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시야가 점멸하는 와중.

노아는 끝내 마왕의 앞에 다다랐는데,

그녀의 명치에 검을 꽂으려는 순간.


“아빠아아-!”


멈칫.


셀이 울음을 터뜨렸다.


[죽여.]


‘안 돼.’


[얜 나야.]


머릿속에선 셀을 죽이라하고.

동시에 머리가 쪼그라드는 것 같은 강한 압박이 느껴졌다.


[다르다고 생각해?]


‘달라.’


분명 다르다고, 마왕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본능적으로 죽여선 안 된다고 온 몸이 거부했다.


[죽이지 않으면 그 고통은 끝나지 않아.]


그리고 현실에서.


마왕은 자신의 심장을 검으로 겨눈 채 멈춘 노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역시 용사라는 건가.’


정신을 흔들 약점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혀를 차긴 했지만.


‘효과는 있군.’


아주 천천히, 조금씩 심장에 가까워지는 검 끝을 보며.

마왕의 눈빛이 서늘하게 반짝였다.




암산의 정상보다 더 위.


“..진짜 뚫으려고요?”


아티스로 부양마법을 질리도록 연습한 셀이 자신의 몸을 공중에 띄우는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이었고.

때문에 셀은 발 아래로 펼쳐진 암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반지에서 몸을 반만 뺀 아티스는 그런 셀을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요정족 내에서야 뭘 해도 넘어갈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아예 친분도 없는 지역에서 결계를 뚫을 수 있다는 게 알려지는 건 좀 위험할 것 같은데요.”

“아티스는 모르겠어?”

“뭐가요?”

“아빠가 위험해.”


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아티스는 셀이 그냥 암산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아닌 걱정 어린 시선으로 샅샅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데,

노아가 위험하다는 말에 아티스의 물방울 눈이 동그래졌다.


“주인님이요? 그야 저도 예전에 주인님이 마ㅇ..을 잡으러 간다는 얘기엔 걱정했지만, 조인족들이 위험해봤자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티스는 셀의 진지한 모습에 스멀스멀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데요?”

“밑에 ‘내’가 있어.”

“네?”


노아에게 들어서 아티스도 셀의 전신이 마왕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선언할 줄은 몰랐고,

더더군다나 지금 셀이 말한 의미는 마왕이 밑에 있다는 것임을 바로 알아들었기에.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아니. 저기 있어.”


아티스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뭐라고 옆에서 계속 말하든.

노아의 위치,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낸 셀은 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했고.


훅..!


결계를 뚫어 노아의 앞에 나타난 셀에게,


“기다렸어.”


마왕이 손을 내밀었다.


“그건 내 몸이야.”


콰아아아-


동시에 몸이 잘게 부서진 마왕은 검은 기체가 되어 셀에게 달려들었고.


“아, ㅇ..”


셀의 검은 눈동자는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아티스는 당장 몸을 실체화시켜 어떻게든 검은 기체를 떨쳐내려 했지만.

그건 잡고 싶다고 잡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영혼이 제 몸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이치와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장기 휴재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22.11.19 14 0 -
46 46화 22.11.19 12 0 11쪽
45 45화 22.11.19 9 0 11쪽
44 44화 22.11.18 9 0 11쪽
43 43화 22.11.17 14 0 11쪽
42 42화 22.11.16 13 0 12쪽
41 41화 22.11.15 16 0 11쪽
40 40화 22.11.14 13 0 12쪽
39 39화 22.11.13 11 0 11쪽
38 38화 22.11.12 13 1 11쪽
37 37화 22.11.11 13 0 12쪽
36 36화 22.11.11 12 0 12쪽
35 35화 22.11.10 12 0 11쪽
34 34화 22.11.10 9 0 11쪽
33 33화 22.11.09 10 0 12쪽
32 32화 22.11.09 11 0 12쪽
31 31화 22.11.08 13 0 11쪽
30 30화 22.11.08 17 0 11쪽
29 29화 22.11.07 14 0 11쪽
28 28화 22.11.07 14 0 11쪽
27 27화 22.11.06 17 0 11쪽
26 26화 22.11.05 17 0 12쪽
25 25화 22.11.04 21 0 11쪽
24 24화 22.11.04 19 0 11쪽
23 23화 22.11.03 18 1 12쪽
22 22화 +1 22.11.03 16 1 11쪽
21 21화 22.11.02 21 0 11쪽
20 20화 22.11.02 18 0 11쪽
19 19화 22.11.01 21 0 11쪽
18 18화 22.11.01 20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